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374화 (374/379)
  • 374화

    “으아아아아!!!”

    카앙!

    루시퍼는 태운의 공격을 간단하게 받아쳤다.

    [저 여자는 조금 흥미로웠지만… 역시 너만 하지는 않더군.]

    연정아는 죽었다.

    전대섭도 죽었고 허덕륜도 죽었다.

    더 이상 그들에게서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왜….”

    각오는 하고 있었다.

    그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작전의 성공률을 낮추면서까지 그들의 생존률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방식 선택했다.

    그게 바로 이 작전이었고 순조롭게 풀려 갔다.

    이곳에 도달하는데 고작 30분도 걸리지 않았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왜 이리 화난 것이냐. 네가 나의 권속을 죽인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이지 않느냐.]

    맞는 말이다.

    이건 전쟁이다.

    전쟁에서 사람이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적을 죽이는 것은 더더욱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그들의 숭고한 죽음과 이들의 죽음은 크게 다른 게 아니었다.

    애초에 악마의 침략을 희생 없이 막을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아수라를 상대로 싸웠던 용사도 세상에 모든 인간이 죽은 후에야 아수라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그렇게 그는 신계로 넘어가 세상을 돌려내라며 깽판을 친 끝에 목숨을 다하지 않았는가.

    이런 비극은 생각보다 흔한 일이었다.

    “왜 화를 내느냐고…?”

    이건 화풀이다.

    오로지 태운이 의지하고 좋아하던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에 대한 화풀이일 뿐이다.

    “신성검.”

    휘릭!

    태운은 신성검을 휘둘렀고 루시퍼는 자신의 등에 메고 있던 망토로 태운의 공격을 막아내려 했다.

    루시퍼의 망토는 태운의 검을 휘감으면서 힘을 빠르게 흡수했다.

    그러고는 망토를 확 당겨 태운의 검을 빼앗았다.

    “…….”

    하지만 태운은 당황하지 않고 무기가 없는 대로 계속 공격을 이어 나갔다.

    ‘에테르 건틀릿, 신성 타격.’

    에테르 건틀릿을 사용한 채 신성 타격을 사용한 태운은 루시퍼의 품 안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퍼억!

    [역시 네놈이다! 실망할 뻔하지 않았느냐!]

    루시퍼는 공격을 허용하고 뒤로 멀리 달아나 외쳤다.

    “헛소리하지 마라.”

    촤악!

    멀리 달아난 루시퍼에게 구찬영이 달려들어 그의 왼쪽 어깨를 베어 냈다.

    전대섭과 연정아, 허덕륜이 앗아간 루시퍼의 왼쪽 눈, 그로 인해 생긴 사각을 노린 것이다.

    [이 벌레 같은 놈이…!]

    루시퍼는 마기를 쏘아냈다.

    “크윽…!”

    구찬영은 온몸에 오러를 둘러 공격을 막아 냈지만 루시퍼의 공격은 굉장히 강력했다.

    쾅!

    구찬영은 벽에 처박혔고 태운을 그것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어올랐다.

    다시 달려들려고 했던 태운의 귀에 구찬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태운! 진정해. 이 새끼야!”

    구찬영의 목소리가 귀에 꽂힌 순간 태운은 이성을 되찾았다.

    이 자리에 온 사람들은 모두 악마의 침략으로부터 이 세상을 지키겠다는 대의를 가슴에 품고 온 사람들이다.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반드시 마지막 남은 칠죄종을 죽이고자 했던 이들.

    “가장 중요한 네가 흥분해서 일을 망치면 어쩌자는 거야!”태운은 머리를 차갑게 식혔다.

    “고맙다.”

    태운은 다시 성검 렉투스를 자신의 손으로 불러왔다.

    성검의 주인은 언제 어디서든 성검을 자신의 손으로 가져올 수 있으니까.

    “내가 멍청했네.”

    태운은 찬영의 옆으로 다가가 찬영에게 성검을 쥐여주었다.

    “그동안 검술 훈련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겠지?”

    “이걸 왜 나한테….”

    “잠깐 네가 쓰고 있어.”

    태운은 구찬영을 일으키고 루시퍼를 바라보았다.

    “네 부하가 나한테 재밌는 걸 깨닫게 해줬거든.”태운의 손에서 이질적인 검은 색 기운이 흘러나왔다.

    “야… 강태운, 너 지금 뭐 하는….”

    태운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저 기운은 명백한 ‘마기’였다.

    [네놈….]

    이건 루시퍼가 예상치 못한 행동이었다.

    이제 와서 마기를 받아들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상을 벗어난 일이라는 사실만으로 루시퍼는 그를 경계했다.

    “네 부하가 알려준 건, 바로 마기에 잡아먹히지만 않는다면 마기도 좋은 힘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거야.”태운은 마기를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었다.

    마나에서 에테르만 추출해 사용할 수 있었던 만큼 마나에서 마기만 추출해 낼 수도 있었으니까.

    “이런 사기에 가까운 힘을… 너희만 사용하고 있었다는 거지?”태운이 마나에서 마기를 추출해 내 마기를 받아들이자마자 태운의 몸에서 마기가 사용하는 만큼 샘솟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힘이잖아.”

    태운은 마기를 단순히 루시퍼에게 쏘아냈다.

    콰앙!

    루시퍼도 동시에 마기를 쏘아내 태운의 공격을 막아냈다.

    [네놈… 어떻게 벌써 이렇게 마기를….]

    태운은 마치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처럼 능숙하게 마기를 다뤘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 수십 번은 사용해본 듯한 실력이었다.

    “실제로도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궁금해서 써본 적은 있었거든.”가장 최근에 흡수를 마친 마정석, 카벤의 마정석에서 루시퍼와 수없이 싸워보며 마기를 받아들여 싸워본 적이 있었다.

    실제로 사용할 일은 없어도 마기의 구동 원리나 힘의 구조를 알게 되면 상대하기 더 수월해질 거라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그게 이렇게 도움이 되네.”

    태운은 마기를 주먹에 두른 뒤 루시퍼에게 달려들었다.

    [이 버러지 같은 녀석이…!]

    루시퍼의 얼굴이 처음으로 일그러졌다.

    마기를 스스로 만들어 내 받아들인 강태운의 천재성에 스스로 위협을 느낀 것이다.

    [입 닥쳐라!]

    루시퍼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오만의 성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슨 상관이야.’

    태운은 루시퍼를 죽이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퍼억!

    루시퍼의 안면에 태운의 주먹이 정확히 꽂혔다.

    하지만 약간의 이질감이 들었다.

    ‘…이 녀석이 아니다.’

    태운이 그렇게 느낀 순간 태운이 공격한 루시퍼는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

    태운은 그것을 보고 급하게 뒤를 돌아 루시퍼의 공격을 막아냈다.

    “크윽!”

    [네놈이 그딴 수를 써도 나를 이길 순 없다!]

    퍼억!

    루시퍼의 주먹이 태운의 몸통 위에 꽂혔다.

    칠죄종의 공격치고는 빈약하다는 생각이 든 찰나.

    우-웅.

    쾅!

    루시퍼의 등 뒤에서 마기로 만들어진 거대한 주먹이 떨어졌다.

    루시퍼가 태운의 위에서 압박하고 있었기에 피할 수도 없었고 막을 수 있는 수준의 공격도 아니었다.

    ‘죽는….’

    태운이 죽음을 직감한 순간.

    촤-악!

    [크학!]

    성검 렉투스를 든 찬영이 빠르게 다가와 루시퍼를 베었다.

    “태운아! 빨리!”

    태운은 순간 멈칫한 루시퍼를 밀어내고 주먹의 공격 반경에서 벗어났다.

    콰-앙.

    주먹이 떨어진 곳에 주먹 모양의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겼다.

    태운은 즉시 일어나 루시퍼의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왜 이렇게 귀찮게 하는 건지….]

    루시퍼는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일으켜 세우며 중얼거렸다.

    태운은 그사이에 자신의 아공간에 있는 미스릴 검을 꺼냈다.

    미스릴 검을 만들 때 스페어로 하나 더 주문한 검이었다.

    태운은 그 검에 마기를 주입했고 순백색의 미스릴 검은 빠른 속도로 검게 물들어갔다.

    그러자 태운의 손에 들린 미스릴 검은 강태운 인형이 들고 있던 마검과 똑같은 모양으로 변했다.

    이것 또한 세상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었기에 인과의 사슬이 조여졌어야 하지만 이미 태운은 인과의 사슬에는 제약을 받지도 않았다.

    [인과의 사슬에 어긋나는 일들을 연속을 벌이셨습니다.]

    [‘강태운’의 자격 조건을 확인합니다.]

    [자격 조건 ‘초월의 문턱에 선 자’를 확인했습니다.]

    [자신의 영혼을 옥죄고 있던 인과의 사슬을 파괴합니다.]

    태운은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영혼을 옥죄고 있던 사슬이 풀어지는 느낌.

    태어났을 때부터 존재했던 사슬이기에 불편하다는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았지만 없어지니 알 수 있었다.

    인과의 사슬은 그 세상을 지키는 시스템인 동시에 그 세상에 살고 있던 존재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억제기 역할도 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 억제기 역할을 하고 있던 인과의 사슬이 사라지자 태운은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일들을 전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령 에테르로 공간을 찢어 버리는 게 아닌, 소멸시킨다든가 하는.

    퍼-억!

    태운이 손짓하자 루시퍼의 어깨가 터져 나갔다.

    [……!]

    루시퍼는 그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째서 악마계에서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녀석들이 많은 기술을 네가….]

    “그러게.”

    루시퍼는 직감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무조건 패배한다고.

    루시퍼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모든 힘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네놈들은 이제 이곳에서 살아나가는 것은 물론, 이 세상의 파멸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루시퍼는 망토를 벗고 허공에 망토를 던져 버렸다.

    [오라, 모든 칠죄종의 괴수들이여.]

    태운은 그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루시퍼의 말에 허공에서 수백 개의 포탈이 생성되었으니까.

    그리고 그곳에서는 수백 마리의 괴수들이 튀어나왔다.

    그리폰, 사자, 공작, 박쥐 등 오만을 상징하는 존재를 형상화한 괴수들부터 온갖 잡동물들을 섞어놓은 듯한 괴수들까지.

    그 녀석들 하나하나가 모두 A급 헌터 수십은 가볍게 도륙할 수 있는 수준의 괴물들이었다.

    하지만 루시퍼는 약속했었다.

    다른 권속이나 몬스터들을 전투에 끌어들이지 않겠다고.

    “약속을 깰 생각이냐?”

    [그럴 리가. 지면 졌지 약속을 깰 생각은 없다.]

    지는 것보다 약속을 깨는 것이 오만의 루시퍼에게는 더 큰 타격이었으니까.

    [모두 나의 양분이 되어라.]

    루시퍼는 양손을 허공에 뻗더니 모든 칠죄종의 괴수들을 빨아들였다.

    “끼에에엑!!!”

    “캬아아아!”

    “꿔어어엉!!!”

    괴수들은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루시퍼에게서 멀어지려 했지만 루시퍼보다 낮은 급의 하급 악마 괴수인 그들은 저항할 수 없었다.

    “찬영아, 지금까지랑은 다를 것 같다.”

    “…….”

    구찬영과 태운은 루시퍼와의 전투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준비해. 녀석의 흡수가 끝나는 순간 큰 공격을 먹이고 시작할 거니까.”태운은 반타 블랙 바스타드를, 구찬영은 성검 렉투스를 활용해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었다.

    모든 힘을 흡수하는 반타 블랙 바스타드. 모든 것을 베어 버리는 오러 블레이드.

    제아무리 저 많은 괴수들을 흡수해 강해진 루시퍼라고 한들 이것들에 적중당하고도 멀쩡할 리가 없었다.

    ‘무조건 죽여야 한다.’

    사실 이곳에서 가장 마음의 짐이 무거운 사람은 구찬영이었다.

    강태운이 아닌 다른 사람이 루시퍼를 상대하며 시간을 끌다가 모두가 합류해 처치한다는 발상을 꺼낸 이가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자신의 전투가 끝나면 다른 사람의 전투에 개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떠올린 작전이었다.

    작전 전체의 성공률은 다소 떨어지지만, 만약 성공만 한다면 모두가 살아서 루시퍼를 물리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결국에는 이렇게 되어 버렸지만.

    그래서 구찬영은 생각했다.

    자신에게는 그들의 희생을 덤덤하게 짓밟고 앞으로 나아가 루시퍼를 죽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금이야!”

    태운의 신호에 찬영은 발을 한 걸음 내디뎠다.

    그 순간.

    콰-앙.

    루시퍼가 쏘아낸 마기에 찬영의 상체가 그대로 소멸했다.

    팅-.

    그저 태운이 찬영에게 쥐여준 성검, 렉투스만 땅에 떨어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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