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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73화 (373/379)
  • 373화

    태운은 20명의 강태운 인형에 둘러싸였다.

    강태운 인형은 각자 검, 창, 도끼, 주먹, 공격 마법, 방어 마법 등 태운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의 대부분을 나눠서 사용하고 있었다.

    “제가 준비한 인형극을 천천히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이 자식이….”

    마리아네트는 태운의 바짓단을 붙잡고 시간을 끌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되면 태운이 권속을 빠르게 정리하고 구찬영을 도와주는 이 작전은 크게 어긋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에테르나 신성력까지 따라 하진 못하고 있다는 거야.’마기와 마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형이 신성력과 에테르를 활용한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태운이 마나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따라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이길 수 있다.’

    하나하나가 태운과 똑같은 인형들이었다면 크게 애를 먹었겠지만 그들 하나하나가 태운의 일부만 따라할 수 있다면 이길 수 있다.

    ‘먼저 가장 까다로운 녀석 먼저 처리한다.’태운은 화폭을 사용했던 인형을 노렸다.

    마법을 한 번 사용한 것뿐이지만 태운은 직감적으로 그 인형이 자신이 직접 만든 공격 마법을 사용하는 인형임을 알 수 있었다.

    “에테르 블레이드.”

    태운은 에테르 블레이드를 사용하고 화폭을 사용한 인형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태운이 노리고 있던 인형에 보호막이 씌워졌다.

    그때, 태운은 바로 뒤를 돌아 보호 마법을 사용한 인형을 바라보았다.

    “너구나.”

    태운은 보호막을 밟고 뒤로 도약했다.

    그리고 즉시 보호 마법을 사용한 인형을 노렸다.

    파각!

    태운은 바로 보호 마법을 사용한 인형의 가슴에 검을 꽂아넣었다.

    목각 인형인지라 내구도가 그리 높지는 않았다.

    ‘방어 마법이 제일 거슬릴 것 같더라고.’

    방어 마법은 전투에서 가장 큰 변수를 일으킬 수 있는 종류의 마법이다.

    특히 이런 난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태운은 녀석을 처리한 뒤 가장 가까운 인형을 노렸다.

    창을 들고 있는 녀석이었다.

    태운은 창이라는 무기의 장점을 상쇄하기 위해 가까이 붙었다.

    보통 창을 사용하는 사람은 적이 이렇게 가까이 붙는다면 거리를 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겠지만 그 인형은 그러지 않았다.

    카앙!

    그 인형은 창대를 최대한 길게 짧게 잡은 뒤 태운을 향해 휘둘렀다.

    창은 창날이 아닌 창대로 공격해도 상대방의 공격과 접근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태운은 평소에도 창을 사용할 때 적이 가까이 접근하면 창대를 활용해 밀어내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자신의 기술을 따라 하는 인형이라면 분명히 그렇게 할 거라 생각한 태운은 당연하게도 인형의 공격을 막아냈다.

    너무나 당연하게 창을 사용하던 인형의 목은 땅으로 떨어졌다.

    “에테르 익스플로전.”

    태운은 인형의 수가 줄어들어 생긴 약간의 틈으로 마리아네트를 공격했다.

    하지만 마리아네트는 자신의 품 안에서 나온 목각 인형 수십 마리로 태운의 공격을 막아냈다.

    “생각보다 감이 좋네.”

    태운은 산산이 조각나 사방팔방 튀어 나가는 목각 인형의 팔다리를 막아내며 말했다.

    “여기 있는 놈들 죄다 정리하고 갈게. 얼마 안 걸린다.”태운은 옆에 있던, 활을 들고 있던 인형의 머리를 박살 냈다.

    “거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 * *

    태운은 벌써 18번째 인형을 박살 냈다.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다음에 자신이라면 어떻게 움직일지를 예상해 위험을 넘길 수 있었다.

    처음에는 태운의 기술을 따라 하는 인형을 제압하기 어려울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쉬웠다.

    그도 그럴 게, 태운이 강한 이유는 기술 하나하나가 뛰어나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기술들이 한 몸에 있었기 때문에 강한 것이었다.

    파각!

    태운의 검에 19번째 인형이 박살 났다.

    이제 남은 것은 검을 들고 있는 인형 하나뿐이었다.

    태운이 가장 많이 사용한 무기가 검이었기 때문인지 검을 든 인형은 태운의 공격에 굉장히 잘 대처해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그렇지만 이 인형도 여기까지.

    검을 사용하는 방법만 따라 하는 인형 혼자서 진짜 자신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태운의 착각이었다.

    “거울이 하나일 때 가장 직관적으로 자신을 볼 수 있는 법이죠.”마리아네트가 공중에서 그 말을 하자 지금까지 태운이 박살 냈던 인형들에게서 보랏빛 기운이 흘러나와 검을 든 인형에게 빨려들어 갔다.

    “……!”

    태운은 위험을 감지하고 최대한 빨리 검을 든 인형을 처치하려 했다.

    “안 됩니다. 아직은 준비가 안 됐으니까요.”촤자자자작!

    태운의 앞에 마리아네트의 실이 쏟아졌고 태운은 어쩔 수 없이 접근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젠장…!”

    검을 든 인형은 빠른 속도로 모든 인형의 기운을 빨아들였고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완벽한 목각 인형을 깎기 위해서는 완벽한 모델과 시간이 필요합니다.”검을 든 목각 인형은 눈코입도 없는 밋밋한 목각 인형이 아닌 완전한 인간의 형태로 변화했다.

    그리고 그 인형의 모델은 바로 강태운이었다.

    “오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목각 인형은 완전히 태운과 똑같은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다른 것이라고 하면 눈동자의 색이 마기에 절여져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다는 것뿐이었다.

    “이번 인형의 콘셉트는 ‘강태운이 만약 마기를 받아들이고 악마가 되었다면’입니다.”마리아네트는 진심으로 즐겁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루시퍼 님께서 내려주신 힘으로 만든 인형이니… 강태운 님께서도 만족하실 겁니다.”눈앞의 마기를 사용하는 인형은 검에 마나 대신 마기를 주입했다.

    인형이 사용하는 검도 어느새 평범한 검이 아닌 마검으로 변해 있었다.

    “허….”

    싸움과 별개로 흥미로운 건 사실이었다.

    에테르와 신성력이 아닌 마기를 사용하는 자신은 얼마나 강할 것인가.

    “신성검.”

    “반타 블랙 바스타드.”

    태운은 신성력과 에테르를 주입해 성검 렉투스에 힘을 불어넣었다.

    태운의 인형은 마기로 모든 빛을 흡수하는 에너지를 만들어 검에 둘렀다.

    부웅!

    먼저 검을 휘두른 이는 강태운이었다.

    인형은 태운의 검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 움직였다.

    콰앙!

    둘의 검이 부딪히자 성검 렉투스가 발하는 빛은 모두 인형의 검으로 빨려들어 갔고 빛에 섞여 있는 신성력에 반타 블랙 바스타드는 천천히 무너져 갔다.

    카앙! 캉!

    둘의 검이 부딪힐 때마다 태운의 검을 빛을 잃어 갔고 인형의 검은 어둠을 잃어 갔다.

    콰가가가각!

    태운의 검과 인형의 검이 길게 격돌했다 떨어진 순간, 태운의 검은 빛을, 인형의 검은 어둠을 잃어버렸다.

    “흐아압!”

    하지만 둘 모두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빛을 잃은 성검은 인형을 향해 날아갔고 어둠을 잃은 마검은 태운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강화 성벽 갑주.”

    “앱솔루트 다크 실드.”

    카앙!

    두 검 모두 각자가 사용한 방어 마법에 튕겨 나갔고 둘은 잠시 물러나 태세를 정비했다.

    시간이 지나자 성검 렉투스는 잃어버렸던 빛을 되찾았고 인형의 마검은 다시 어둠을 되찾았다.

    그때, 인형이 마검을 변형시켜 활로 만들었고, 태운은 그것을 보고 즉시 달려들었다.

    인형도 그것을 예상하고 뒤로 몸을 날린 뒤 활을 쏘았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자세가 무너져 적중률이 확연히 떨어졌겠지만 태운은 이 화살이 정확히 자신에게 날아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명중.”

    태운의 스킬인 명중, 그건 인형도 가지고 있을 게 분명했으니까.

    카앙!

    마기로 이루어진 화살은 태운에게 날아왔고 태운은 그것을 정확히 베어내며 인형에게 접근했다.

    후웅!

    인형은 그새 자신의 무기를 창으로 바꿔 크게 반원을 그리며 휘둘렀다.

    태운은 결국 접근을 포기하고 마법을 쏘아냈다.

    “신성 폭발.”

    에테르와 신성력을 활용해 만든 ‘신성 폭발’.

    위력과 범위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마기를 다루는 존재에게 특별히 큰 피해를 주는 신성력과 즉발형 폭발 마법이라는 점 때문에 활용성이 좋은 마법이다.

    “앱소버 블랙 실드.”

    화르륵!

    신성 폭발의 에너지는 모조리 앱소버 블랙 실드에 의해 흡수되었고 앱소버 블랙 실드는 그대로 소멸했다.

    “까다롭네….”

    태운은 눈앞의 적이 굉장히 까다롭다는 사실과 동시에 마리아네트가 지금 자신을 공격할 여유가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실제로 마리아네트는 태운과 비등한 인형을 소환한 상태로는 움직일 수도 없었다.

    마기를 전달해주는 것만으로도 벅찼으니까.

    “그럼… 힘을 조금 써야겠네.”

    피할 수 없고 오로지 막아야만 하는 마법.

    “초대형 폭발.”

    말 그대로 대형 폭발.

    태운은 그것 말고는 이 마법을 표현할 단어가 없다고 생각했다.

    쿠구구구…!

    태운을 중심으로 엄청나게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기세대로라면 이 방 전체를 가득 채울 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살아남아서 보자고.”

    콰아아아-.

    태운의 마법은 방 전체를 가득 채우고도 약 10초간 폭발을 유지한 뒤에야 사라졌다.

    “크윽….”

    마리아네트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고 그녀가 조종하던 강태운 인형은 더 심각한 몰골이었다.

    강태운 인형은 자신을 창조하고 유지해주고 있는 마리아네트를 지키기 위해 폭발을 그대로 받아 냈다.

    그 결과, 인형은 거의 박살이 나 있었다.

    티딕….

    강태운 인형은 태운의 재생 능력까지 따라 하려 했고 목각 인형 조각들은 천천히 핵을 향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재밌는 걸 배웠다.”

    자신이 마기를 사용했다면 얼마나 강했을지.

    아마 마리아네트라는 약점이 없었다면 태운은 마기를 사용하는 강태운 인형을 이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만 했을 것이다.

    아니, 상황만 아니었다면 오히려 전투를 질질 끌며 더 많은 공격을 주고받고 싶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지.”

    태운은 인형의 핵을 부쉈고 다시 마리아네트에게 다가갔다.

    “너도 수고했다.”

    태운은 지체하지 않고 마리아네트의 목을 날려 버렸다.

    성검에 의해 목이 잘린 마리아네트는 천천히 재가 되어 사라졌다.

    철-컥!

    마리아네트의 목숨이 끊어지자 외벽에 문이 생겼다.

    그곳은 구찬영이 권속과 싸우고 있을 장소였다.

    ‘빨리 가서 도와줘야 한다.’

    그럴 일은 없길 바라야겠지만 다른 권속들도 마리아네트와 비슷한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위험할 수도 있다.

    철컥.

    태운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상대방을 압도하며 밀어붙이고 있는 구찬영이 있었다.

    “찬영아! 계속해!”

    이대로 놔뒀어도 구찬영이 이겼겠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빠르게 적을 처치해야만 했다.

    서걱!

    태운은 빠른 속도로 달려가 찬영이 공격하고 있던 세인티라는 권속의 목을 날려 버렸다.

    “이런 썩을….”

    푸욱!

    태운은 잘린 머리를 붙잡아 검과 함께 바닥에 꽂아 버렸다.

    “좀 늦었네.”

    “마리아네트가 생각보다 강하더라고.”

    태운과 구찬영은 빠르게 눈빛 교환으로 서로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서로의 상태가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다음 문을 열었다.

    이 너머에는 루시퍼가 있다.

    아마 연정아가 루시퍼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다.

    태운이 생각보다 좀 늦었기에 아마 전대섭과 허덕륜이 같이 싸우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철컥.

    태운은 문을 열고 루시퍼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문 너머로 보인 광경은 태운의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다.

    푸-욱!

    루시퍼의 손이 연정아의 가슴을 관통했다.

    그리고 루시퍼는 그 안에서 무언가를 강하게 움켜쥐어 터뜨린 뒤 손을 빼냈다.

    털썩.

    연정아는 힘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고 조금의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옆에는 전대섭과 허덕륜이 같이 쓰러져 있었다.

    [드디어 왔구나. 강태운.]

    루시퍼는 한쪽 눈을 잃고 가슴에 큰 상처를 입은 채로 강태운을 맞이했다.

    “…….”

    스릉

    태운은 말없이 검을 뽑았다.

    “으아아아아!!!”

    태운은 비명을 지르며 루시퍼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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