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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72화 (372/379)

372화

루시퍼의 방에서 루시퍼가 불쾌감을 그대로 내비치고 있었다.

[왜, 강태운이 아닌 네가 온 것이지?]

“왜? 마음에 안 들어? 강태운이 너랑 싸울 가치가 없다고 하던데.”

[…그게 무슨 말이지?]

“압도적인 힘으로 그저 찍어누르기만 하는 싸움 방식에는 이제 이골이 났다고 강태운이 그러더라고.”루시퍼는 이를 갈았다.

[강태운은 어디에 있지?]

“모르지. 너랑 싸우기 싫어서 가장 멀리 갔을지.”

[…한심한 남자였군. 이런 제안 자체가 후회되기 시작해.]

루시퍼는 태운에 대한 흥미를 잃은 듯했다.

[시시하군.]

‘태운이의 말대로다.’

루시퍼는 큰 공격을 준비했다.

연정아라도 제대로 맞으면 죽을 수도 있는 수준의 공격이었다.

태운은 이때 연정아에게 부탁한 것이 하나 있었다.

‘이 공격을 피하지 말고 받아쳐라.’

화아악!

연정아는 자신의 수명을 희생해 자신의 모든 힘을 개방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수준의 힘이었다.

콰앙!

루시퍼의 손에서 공격이 쏟아졌고 연정아는 오만의 성 그 자체에서 흘러나오는 마기를 흡수해 루시퍼의 공격을 받아쳤다.

“후우….”

루시퍼의 공격을 받아낸 연정아의 오른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호오….]

루시퍼는 그런 연정아를 다시 보았다.

[아스모데우스의 핏줄이라더니… 생각보다 괜찮구나. 조금 해봐도 되겠어.]

루시퍼는 관심이 없는 적은 한 번에 죽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조금 관심이 생긴 적은 오히려 봐주며 오래 시간을 끈다.

지금 연정아의 목적은 루시퍼와의 전투를 오래 끌며 다른 이들의 합류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루시퍼의 관심을 태운에게서 연정아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루시퍼가 여전히 태운에게 관심이 있었다면 전력을 다해 연정아를 죽이고 태운을 찾아다녔을 테니까.

그걸 생각해 보면 지금 태운의 작전은 이미 반은 성공한 셈이었다.

‘최대한 버티고 있을 테니까 빨리 합류해 줘.’헌터 중 가장 강한 태운이 권속을 빠르게 처치하고 구찬영에게 합류해 상대하고 있는 권속도 빠르게 처치한다.

반대편에선 전대섭이 적을 빠르게 처치하고 허덕륜과 합류해 허덕륜의 상대를 빠르게 제압한다.

그렇게 모두가 모여 연정아가 시간을 끌며 상대하고 있는 루시퍼를 협공한다.

그게 구찬영의 머리에서 나와 태운의 머릿속에서 구체화된 작전이었다.

[어디 한번 날 만족시켜 보거라.]

루시퍼가 양팔을 벌리며 연정아와의 전투를 시작했다.

* * *

전대섭이 상대하기로 한 적은 팔라디오였다.

팔라디오는 정보가 없는 적이었다.

“왔는가.”

전대섭이 복도를 지나 공동에 도착하자 중후한 목소리의 권속이 전대섭을 맞이했다.

“네놈이 팔라디오인가.”

“그렇다. 너는… 전대섭이겠군.”

팔라디오는 검은색 중갑을 입고 한손 방패와 한손 둔기를 들고 있었다.

“전대섭…. 마법사라고 들었다. 좋은 승부가 되길 기대하지.”철컥.

팔라디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전대섭을 바라보았다.

“그럼 가볍게 시작해 보지.”

쾅!

전대섭이 손짓하자 오만의 성의 벽에서 기둥이 솟아나 팔라디오를 강타했다.

“크흐…!”

팔라디오는 벽에서 솟아난 기둥을 방패로 막아냈다.

오만의 성은 전체가 다크 미스릴이라는 엄청나게 단단한 물질로 만들어져 있었기에 전대섭의 공격은 평소보다 더 강력해져 있었다.

금속이 섞인 돌로 하는 공격보다는 다크 미스릴로 하는 공격이 더 강력한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끼긱… 쾅!

팔라디오는 힘에서 살짝 밀리는 것을 느끼고 바로 방패를 치우며 공격을 흘려냈다.

그리고 한 손에 들고 있던 둔기로 기둥을 내려쳐 박살 냈다.

그러고는 방패로 바닥을 쿵, 하고 내려쳤다.

그러자 방패가 천천히 커지며 원래 상반신의 절반만 했던 방패가 몸의 절반을 가릴 법한 크기로 변했다.

“생각 이상으로 기대되는 상대로구나!”

쾅!

팔라디오는 한손 둔기로 바닥을 내리쳤다.

“크웁…!”

팔라디오가 내리친 둔기의 충격은 그대로 땅을 타고 와 전대섭의 발밑에서 폭발했다.

전대섭은 직감적으로 뒤로 물러나 겨우 직격되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충격은 전대섭의 뇌를 흔들어놓았고 그건 팔라디오가 공격하기까지의 틈을 만들어주기에는 충분했다.

“하….”

팔라디오가 달려든 순간 새어 나오는 전대섭의 아주 짧은 한숨 소리.

그 소리에 팔라디오는 순간 엄청난 위협을 느껴 공격을 멈췄다.

“힘을 아끼려 했건만.”

전대섭은 천천히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온몸이 푸른빛으로 둘러싸이기 시작했다.

“무슨….”

팔라디오는 전대섭의 모습에 경외심을 느꼈다.

팔라디오가 경외심을 느낀 것은 칠죄종들을 본 이후로 처음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마나로 이루어져 있고 그 모든 마나의 주인이 나일지니.”주변의 모든 마나들이 전대섭에게 동화되기 시작했다.

구찬영의 마나경과 달랐다.

공명하거나 흡수되는 것이 아닌, 주변의 모든 마나가 전대섭과 한 몸이 되는 것이었다.

“내가 신과 다를 게 무엇이냐.”

콰콰쾅!

공동의 벽과 천장에서 수백 개의 기둥이 팔라디오에게 쏟아졌다.

“크헉…!”

팔라디오는 무기를 버리고 방패를 두 손으로 잡아 겨우 전대섭의 공격을 막아냈다.

울컥.

팔라디오는 내장에 큰 손상을 입어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막…. 막았….”

기회다.

이런 큰 공격을 했다면 전대섭은 다시 공격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팔라디오는 방패를 쥐고 있던 손 중 하나를 빼내어 둔기를 다시 잡았다.

그리고 자신을 덮친 다크 미스릴 기둥을 부수려 했다.

하지만 다시 공격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그 생각은 팔라디오의 망상일 뿐이었다.

“신벌.”

쿠궁!

전대섭의 손에서 낙뢰가 떨어졌다.

그리고 그 낙뢰는 다크 미스릴을 타고 팔라디오의 몸으로 흘러 들어갔다.

“크아아악!!!”

팔라디오의 고통은 이제 시작이었다.

* * *

레오니카의 방. 그곳에 들어간 사람은 허덕륜이었다.

디딩~.

공동 안으로 들어간 허덕륜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광경은 현악기를 뜯는 한 여인의 모습이었다.

멜로디도 없이 단순히 현을 뜯기만 하는 것이었지만 굉장히 듣기 좋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때.

띵띠딩!

굉장히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허덕륜은 그 순간 생명의 위험을 느끼고 바닥에 엎드렸다.

촥! 촤착!

상당한 위력의 검기가 허덕륜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그 검기들은 다크 미스릴로 만들어져 있는 공동의 외벽을 두부처럼 베고 사라졌다.

“감이 좋으시군요.”

“…검기?”

“검기는 아닙니다. 소리의 힘이지요.”

“소리…?”

레오니카는 자리에 앉은 채로 허덕륜을 바라보았다.

“잡담은 이쯤하고 덤비시지요.”

“…성격이 급하군.”

소리의 공격은 허덕륜이 가지고 있는 화안금정으로 직접 볼 수 있다.

원래라면 기의 움직임과 소리의 흐름을 느끼며 피해야 했겠지만 화안금정이 있는 허덕륜은 집중만 한다면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었다.

“후….”

허덕륜은 제천대성에게 받은 여의봉의 복제품을 꺼냈다.

띵! 띠디딩!

촥촤촤촥!

레오니카가 현을 뜯자 허덕륜은 공격을 피해냈고 다시 현을 뜯기 전에 빠른 속도로 접근했다.

띵!

레오니카는 접근하는 허덕륜의 허점을 노려 다시 현을 튕겼다.

허덕륜은 지금 피하면 다시 접근하는 데 시간이 걸릴 거라 판단했고 자신의 손에 들린 여의봉으로 소리의 공격을 튕겨 내려 했다.

하지만 허덕륜은 레오니카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서걱!

레오니카의 공격은 여의봉을 그대로 반으로 갈라 버렸고 허덕륜은 당황해 그대로 뒤로 멀리 달아났다.

“어째서 멀어지신 건지요?”

“생각보다… 더 힘들겠어.”

허덕륜은 주머니에 있는 쇠 구슬 여러 개를 던진 뒤 도술을 활용해 쇠 구슬의 크기를 키웠다.

“공격이 거치시군요.”

띠리리링~!

레오니카는 연속으로 현악기의 현을 튕겼다.

그러자 쇠 구슬은 조각이 나서 바닥에 떨어졌다.

“이게 전부인가요?”

레오니카는 허덕륜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럴 리가.”

허덕륜의 여의가 그렇게 잘린 이유는 복제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진짜를 가져오면 되지.’

제천대성이 허덕륜에게 여의봉의 복제품을 준 이유는 오로지 허덕륜이 진짜 여의봉을 다룰 수 없기 때문이었다.

여의봉의 복제품을 건네면 제천대성은 허덕륜에게 여의의 복제품으로 감당할 수 없는 적을 만났을 때를 대비한 방법을 말해준 적이 있었다.

‘녀석은 지금 진심이 아니야. 이대로 가다가는 전대섭 형님이 도착하기 전에 온몸이 난도질당해 죽겠지.’루시퍼에게 쓰고 싶어 아끼던 기술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푹, 푹, 푹.

허덕륜은 빠른 속도로 온몸의 혈을 찔러 자신의 몸을 강화했다.

그리고 도술로 자신의 머리에 흰색의 가는 고리를 만들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호방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벌써 이걸 사용하다니, 몸을 정말 아끼지 않는 녀석이로군.]

물론, 허덕륜에게만 들리는 목소리였지만, 허덕륜은 그것만으로 승리를 직감했다.

[20분이다. 그 이상은 네가 버티지 못해.]

“알겠습니다.”

[그럼… 한번 날뛰어 보거라.]

지-잉.

허덕륜의 머리에 있던 흰 고리는 금색 긴고아가 되었다.

그리고.

쾅!

어디선가 ‘진짜 여의봉’이 날아와 허덕륜의 앞에 대각선으로 꽂혔다.

“1분.”

“무슨 말을….”

“네놈을 1분 만에 쳐죽이고 나머지 시간은 루시퍼를 상대하는 데 쓸 생각이다.”터-업.

허덕륜이 진짜 여의를 쥐고 휘둘렀다.

부-웅.

틱! 티디디딕!

그것만으로 레오니카의 손에 있던 정체 모를 현악기의 줄이 모두 끊어져 버렸다.

* * *

“머리를 나름 잘 쓰셨군요.”

마리아네트는 자신의 방에 태운이 들어온 순간, 태운의 작전을 알아차렸다.

“그럼 말이 잘 통하겠네.”

태운은 성검, 렉투스를 검집에서 뽑았다.

“볼 때마다 불쾌한 검이군요.”

마리아네트는 자신의 손에서 실을 뽑아냈다.

그리고 그 실로 태운을 베어 버리기 위해 실을 휘둘렀다.

카가가각!

태운은 검을 휘둘러 실을 잘라냈다.

금속과 같은 수준의 강도와 경도를 가진 실이 태운의 검과 충돌하자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잘렸다.

“거울의 인형극.”

그 직후 마리아네트는 공중으로 날아오른 뒤 품 안에서 작은 인형 수십 개를 꺼냈다.

그리고 그 인형들을 모두 실과 연결한 뒤 태운에게 던졌다.

손가락만 했던 인형들은 마리아네트의 손을 떠나자마자 정확히 인간의 크기로 커지기 시작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인형극입니다. 재미있게 즐겨주시길.”

“이 자식….”

태운은 성검 렉투스에 마나를 주입한 뒤 가장 가까이 있던 인형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채앵!

하지만 태운의 검은 인형에 의해 막혀 버렸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부-웅!

태운의 공격을 막아낸 인형은 빠른 속도로 반격을 가해 왔다.

“간단하게 끝내진 못하려나….”

그때, 뒤에 있던 인형이 기괴한 목소리로 마법을 시전했다.

“화폭.”

“……!”

펑!

태운은 성벽 갑주를 사용해 화폭을 막아냈다.

그 직후 다른 인형이 다른 마법을 사용했다.

“체인 익스플로전.”

콰콰쾅!

“크윽!”

태운이 자주 사용하는 연계 마법을 사용한 인형들이 당황한 태운에게 각자의 무기를 휘둘렀다.

“마나 폭풍!”

태운은 어쩔 수 없이 마나 폭풍을 사용해 인형들을 몰아냈다.

“이제 알겠다….”

태운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검, 활, 주먹, 둔기, 창을 하나씩 들고 있는 인형들과 마법을 사용하는 인형들까지.

이 인형들은 모두 자신의 기술 중 일부를 따라 한다는 사실을.

그것도 아주 흡사하게 말이다.

“쉽게 넘어갈 생각을 한 내가 바보지.”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곳에서 개죽음당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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