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366화 (366/379)
  • 366화

    “푸하!”

    태운은 세 사람이 창고 밖으로 나간 뒤에야 지푸라기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렇게 끝내도 되는 건가…?”

    그들은 만행은 마기에 의한 불가항력 탓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만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수년간 단련한 헌터가 아닌 이상 칠죄종의 저주에 저항하는 건 불가능한 일인데….’과거 데블스 에이지 때 수십 년 동안 살아 있는 성인으로 사람들의 입에 올랐던 스님도 칠죄종의 저주를 받고 폭력적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즉, 그들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래, 내가 무슨 자격이 있다고….’

    벌을 대신 내리더라도 피해자들의 의지가 있어야 내리는 것이다.

    태운이 괜한 정의감에 벌을 내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나저나… 이 세상에도 칠죄종이 침략했었나 보네….”칠죄종이 멸망시킨 세상은 한두 개가 아니다.

    최소 수십 개. 칠죄종은 수천 년 동안 살면서 수십 개의 세상을 멸망시켜 힘을 길러 왔다.

    “그렇다는 건…. 이런 좀스러운 침략을 시도한다는 건… 아직 칠죄종들의 힘이 약할 때라는 건데….”태운은 이 기회에 마지막 남은 칠죄종과 싸워볼 기회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나갔다 들어와야겠네.’

    태운은 마정석 흡수를 그만두고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냐.”

    “아, 지금 조금 중요한 일이 생길 거 같아서요. 시간 배율을 높이고 다시 들어가겠습니다.”태운은 마정석을 흡수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사고 가속과 브레인 부스트를 사용하고 마정석 흡수를 해보았다.

    그러자 5~6배였던 시간 배율은 4~500배로 늘어났고 더욱 빠르게 마정석 흡수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속도가 빨라진 만큼 태운의 피로가 쌓이는 속도도 빨라졌고 결국 원래 방법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건 많이 피곤해진다고 하지 않았나?”

    “피곤해져도 이번 마정석에서는 꽤 오래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에요.”태운은 마정석 시간으로 2~3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박혀서 훈련만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면 현실 시간으로 이틀이면 15살. 충분히 강해질 수 있는 나이에 도달하게 된다.

    칠죄종과 싸워서 이길 생각은 아니다.

    칠죄종과 한 번 싸워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될 테니까.

    ‘이틀 동안 엄청난 두통에 시달리겠지만… 어쩔 수 없지.’찬영은 약물까지 사용해가며 훈련을 하는데 태운도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태운은 사고 가속과 브레인 부스트를 사용한 상태로 마정석 흡수를 사용했다.

    태운은 카벤의 몸으로 돌아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아침 5시에 일어난 태운은 검을 챙겨 바로 마을 공터로 갔다.

    그리고 자경단의 훈련을 하기 전에 기초 체력을 먼저 다지기로 했다.

    달리기, 푸시업, 윗몸일으키기 등 맨몸으로 할 수 있는 훈련들을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1시간이 지나자 자경단원들이 한 명씩 오기 시작했다.

    “오, 뭐야. 먼저 하고 있었어?”

    가장 먼저 온 사람은 당연히 검술을 가르치는 헤른이었다.

    헤른은 가장 먼저 나온 카벤을 보고 대견해하며 말을 걸었지만 태운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그냥 들리지 않았다.

    ‘집중해야 해.’

    카벤의 나이는 고작 12살.

    1시간 동안이나 체력 훈련을 강행하려면 최소한의 체력을 소모하며 필요한 근육에 자극을 줘야 했다.

    “무슨 12살짜리 애가 집중력이….”

    헤른은 훈련을 하는 카벤을 보며 놀랐다.

    1시간 30분이 지나자 태운은 완전히 탈진해 기초 체력 훈련을 멈췄다.

    ‘하… 쓰레기 같은 몸뚱어리….’

    태운은 카벤의 몸을 그렇게 평가했다.

    물론, 어린아이의 몸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태운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평가였다.

    실제 태운의 몸은 덤벨을 메고 삼일 밤낮을 달려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끝났냐?”

    “하악… 하악….”

    헤른은 태운에게 다가와 말했다.

    “천천히 해. 빨리하면 다쳐.”

    “후우….”

    태운은 팩 인 디바인 포스를 사용해 자신의 몸을 회복시킨 뒤 이번에는 검을 들었다.

    “또 훈련하게?”

    “네. 방금 그건 개인적인 훈련이었으니까 이번에는 검술 훈련 받아야죠.”

    “쉬지 않아도 되겠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헤른은 당황하며 뒤를 돌아 공터에 마련된 단상 위로 올라갔다.

    “다들 모이셨네요.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마을 공터에는 12명의 자경단원들이 서 있었다.

    40대를 넘긴 사람도 있었고 카벤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사람도 있었다.

    헤른은 그중 가장 검을 잘 사용하기에 검술 훈련의 강사를 맡았다.

    하지만 마을 사람 중에 검을 가장 잘 사용할 뿐, 태운의 눈에는 차지 않았다.

    ‘일단 대충 동작만 그대로하고 나는 나대로 훈련을 해야겠어.’헤른은 사람들에게 준비 운동을 시킨 뒤 처음으로는 세로 베기 100회를 시켰다.

    헤른이 자경단원들에게 뭐라 뭐라 설명했지만 태운은 듣지 않았다.

    태운이 듣기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소리였으니까.

    붕! 부웅! 부웅!

    샤악-.

    요란하게 허공을 가르는 검 중에 오직 태운의 검만이 고요하게 공기를 베었다.

    지금까지 계속 휘둘러왔던 검이다.

    몸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그 검을 휘두르는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

    헤른은 태운이 휘두르는 검을 보고 놀라 태운만 계속 바라보았다.

    가로 베기, 사선으로 베기, 찌르기.

    계속 다른 동작을 시켜보아도 헤른의 눈에 태운의 검은 완벽에 가까웠다.

    헤른은 그날 훈련을 끝낸 뒤 순찰 임무를 나간 뒤에도 계속해서 태운의 검을 떠올렸다.

    깔끔하고도 강단 있는 검.

    힘을 줄 때와 힘을 뺄 때를 완벽하게 알고 있는 듯한 움직임.

    검을 쥔 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어떻게 그런 실력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그때 헤른이 느낌 감정은 단 한 가지였다.

    까득.

    그건 바로 질투였다.

    ‘카벤, 녀석을….’

    그때.

    뎅! 뎅! 뎅!

    “자경단원들은 모두 집합하라! 고블린의 습격이다! 규모는 최소 100마리는 넘어간다!”

    “고블린들이…?”

    그것도 최소 100마리가 넘어가는 규모라니.

    헤른은 순식간에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장비를 챙겨 마을 앞으로 달려갔다.

    “곧 고블린이 이곳에 닥칠 것이다!”

    자경단장 펠릭스가 말했다.

    자경단장 펠릭스는 30대 초반의 남자로, 병사로서 마을을 떠난 뒤 혼자의 힘으로 백인대장이 되었다가 왼쪽 팔을 잃어버린 뒤 은퇴한 실력자였다.

    “후우….”

    “긴장해라! 녀석들을 한 놈이라도 마을 안으로 들이는 순간 대참사가 벌어진다!”자경단원의 수는 고작 스물이다.

    그들을 따로 차출해 마을 안을 지키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되면 마을 입구가 너무 허술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목책이 든든하게 세워져 있어서 다행이야.’목책은 4미터가량의 높이로 세워져 있어 고블린들이 뛰어넘거나 부술 수 없었다.

    즉, 입구만 막으면 된다는 것이다.

    “입구만 막으면 된다! 이 마을을 고블린 따위에게 넘겨줄 수 없잖나!”

    “우오오오!!!”

    자경단장 펠릭스의 말에 자경단원들이 소리치며 전투를 준비했다.

    그때, 고블린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고블린들도 자경단원을 발견했고 마을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덤벼! 고블린 자식들아!”

    자경단원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고블린들에게 달려들었지만 태운은 조금 이상한 것을 느꼈다.

    ‘고블린들의 상태가 좀 이상한데?’

    고블린은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고 눈도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 증상은 분노의 저주를 받았을 때 생기는 증상과 똑같았다.

    ‘역시… 고블린의 습격도 평범한 일이 아니었어.’서걱!

    푸욱!

    처음에는 팔다리가 길고 무기의 상태가 좋은 자경단 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첫 합이 오간 뒤의 상황은 전과 달랐다.

    “이 고블린 자식들…!”

    자경단원이라면 고블린 한 마리는 잡아 봤을 것이다.

    고블린은 그리 강한 생물이 아니었으니까.

    심지어는 자경단에서는 생포까지 해서 자경단 입단 테스트까지 치를 정도였으니까.

    실제로 고블린은 꼬맹이 같은 체형에 15살 남자아이의 완력을 가지고 있고 성격이 포악할 뿐이다.

    성인 남자라면 한 마리 정도는 맨손으로도 제압할 수 있는 녀석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 놈들 무슨 힘이…!”

    분노의 저주는 그저 화를 주체하지 못하게 하는 저주가 아니다.

    분노의 저주에 당한 대상은 힘이 평소에 두세 배는 늘어나 그 힘으로 주체하지 못하는 분노를 표출하고 다닌다.

    그게 분노의 저주에 가장 큰 특징이었다.

    “젠장….”

    펠릭스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눈치채고 자경단원들에게 명령했다.

    “고블린 녀석들의 힘이 평소보다 강하더라도 체형은 그대로다! 발로 차서 떨어뜨리고 멀리서 처리해라!”펠릭스의 명령은 아주 정확했다.

    고블린을 발로 차서 멀리 떨어뜨린 뒤 검과 창으로 제압하자 한결 편해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펠릭스라는 사람은 경험이 많은 편이네.’태운은 알게 모르게 빈틈이 난 곳을 정확히 찾아서 지원해주고 있었다.

    ‘실제 역사에서도 잘하면 막아냈을 수도 있겠어.’실제 역사에서도 수적 열세로 인해 천천히 밀리다가 전멸했으니까.

    ‘이 정도면 어렵지 않겠어.’

    태운은 고블린을 죽이며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그때.

    퍼억!

    태운의 등을 누군가가 발로 찼다.

    발로 걷어차인 태운은 대열 밖으로 나가 고블린 무리의 정중앙에 놓여 버렸다.

    “이런 미친….”

    태운을 발로 찬 사람은 헤른이었고 헤른은 당황하거나 미안한 표정은커녕 오히려 실실 웃고 있었다.

    그리고 태운은 짧은 순간 헤른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질투, 레비아탄의 마기를.

    ‘이 개 같은 자식들…!’

    촤자자자작!

    태운의 검이 빠른 속도로 태운을 공격해오던 고블린들을 베어 버렸다.

    “아직 몸이 미완성된 상태라 마나로 강화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 했는데….”화를 참을 수 없었다.

    헤른에게 화를 낸 것이 아니었다.

    헤른처럼 정직하고 선한 사람을 망가뜨리는 칠죄종에게 분노한 것이다.

    “다 죽어.”

    태운은 몸을 마나로 강화한 뒤 고블린들에게 달려들었다.

    “카벤!”

    펠릭스는 카벤의 돌발 행동에 놀라 불러보았지만 이미 그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16연격.”

    촤자자작!

    태운의 검이 순식간에 춤을 추며 고블린들을 베었다.

    고블린들은 태운에게 달려들었지만 태운에게 손을 대기도 전에 목이 달아나 버렸다.

    “후우….”

    아직 몸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격하게 움직여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고블린들은 더 이상 덤벼 오지 않았다.

    미친 것처럼 달려들던 고블린들은 태운을 보고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크… 크륵….”

    “쿠룩….”

    고블린들은 고작 12살 꼬마를 보고 뒷걸음질을 친 것이 아니었다.

    12살 아이의 몸에 들어가 있는 태운의 강함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그 태운의 강함을 느낀 고블린들은 압도적인 공포에 의해 분노의 저주고 나발이고 모두 내팽개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후우… 후욱….”

    태운은 숨을 거칠게 내쉬며 헤른을 바라보았다.

    “아니, 그게….”

    태운은 헤른을 바라보며 마나로 마기를 몰아내 주었다.

    그러자 헤른은 바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칠죄종 자식들…. 보면 볼수록 마음에 안 들어.’그렇게 고블린 습격의 날은 아주 쉽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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