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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59화 (359/379)
  • 359화

    서-걱.

    “쿠어어어엉!!!”

    크라켄의 손목이 완전히 잘렸고 크라켄이 고통에 소리쳤다.

    ‘몸이 움직이는 게 다르다.’

    셀은 스스로 자신의 몸이 평소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평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이상적인 검사의 움직임, 그것과 아주 똑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움직인 적은커녕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허덕륜…. 자네, 생각보다 엄청난 걸 배워왔군.’셀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쿠-웅.

    크라켄의 손목이 떨어진 순간, 셀은 다시 한번 움직여 크라켄을 노렸다.

    “우어어어어!!!”

    “목청 하나는 죽을 생각을 않는구나.”

    셀은 크라켄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크라켄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후-웅!

    크라켄도 한 세계를 멸망시킨 최강의 생명체 중 하나다.

    물론, 마나를 깨우친 사람도 몇 없는, 발전되지 않은 문명일 뿐이었지만, 홀로 한 세상의 생명체를 모조리 죽일 정도로 강한 생명체는 많지 않다.

    크라켄이 휘두르는 촉수의 위력은 그 자체로 거대한 포탄과 같았다카가가각!

    셀은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크라켄의 촉수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녀석의 촉수는 한두 개가 아니야. 다음 공격까지 피하려면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촉수가 워낙 거대하다 보니 느리게 보이지만 그 속도는 굉장히 빠르고 또 범위가 넓어 피하기 쉽지 않았다.

    실제로 허덕륜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촉수에 가까이 접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셀은 아니다.

    크라켄의 촉수와 이렇게 가까이 있어도 충분히 피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셀의 생각과 달리 크라켄은 틈을 보여주지 않았다.

    셀에게 위협을 느낀 것인지 수많은 촉수들을 난폭하게 움직이며 셀을 견제했다.

    “크윽….”

    집중력을 놓지 않는 한 녀석이 휘두르는 촉수에 얻어맞을 일은 없었지만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면 불리해지는 것은 셀이다.

    이 상태는 얼마 가지 않는다.

    허덕륜이 말한 대로라면 10분 정도가 한계다.

    ‘조금의 틈만 있다면….’

    구찬영이 눈 안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어 주었지만 크라켄은 빠른 판단으로 자신의 눈알을 뽑아 멀리 던져 버렸다.

    그것으로 구찬영은 한동안 전장에 합류하지 못할 것이다.

    ‘허덕륜은….’

    셀은 촉수를 피하면서 허덕륜의 상태를 보았다.

    ‘젠장….’

    마몬은 크라켄이 고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허덕륜에게도 강력한 몬스터들을 붙여두었다.

    크라켄보다는 약하지만 그 몬스터들 모두 권속보다 조금 약한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강한 몬스터 대여섯이 붙었으니 아무리 허덕륜이라고 해도 금방 이겨낼 수는 없을 것이다.

    ‘크라켄은 나 혼자 상대해야 하는 건가….?’사실 답이 보이지 않았다.

    촉수를 하나하나 베어 나가고 있지만, 그 수가 줄어드는 것 같지도 않았고 이대로는 시간이 다 되어 먼저 쓰러질 것 같았다.

    ‘조금의 틈을 만들어줄 사람이 있었다면….’전대섭은 마몬의 권속들과 싸우고 있었고 연정아는 강태운이 없는 지금 칠죄종을 마계로 돌려보낼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기에 최후의 최후까지 힘을 아껴둬야만 했다.

    하오는 힘을 잃은 뒤 아직 힘을 되찾지 못하고 있어 크라켄을 상대로 나설 수는 없었다.

    최근 구찬영과 동급으로 평가받는 김현우는 단검을 사용하는 헌터였기에 크라켄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없었다.

    ‘젠장…. 연정아에게 도움을 청하는 수밖에 없는 건가….’연정아의 힘을 아껴야 하는 이유는 마몬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크라켄을 저지하기 전에는 마몬에게 다가가는 것부터가 무리인 상황.

    크라켄을 상대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그녀의 힘이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이 연정아의 도움이 필요하다.

    셀이 연정아를 부르려고 하던 순간.

    퍼엉!

    거대한 마법이 크라켄의 얼굴에 명중했다.

    “쿠어어어엉!!!”

    “무슨…. 설마 전대섭이 벌써 여덟이나 되는 권속을….”지금 이런 거대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전대섭뿐이다.

    아니, 아무리 전대섭이라 하더라도 권속을 여덟이나 상대하고 난 뒤라면 이런 거대한 마법은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때, 확성기로 커진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인류 최고의 발명가이자 연구자인 자하르 모르조포의 목소리였다.

    “크하하핫!!! 좋아 먹히는구나!!! 전대섭! 듣고 있냐! 이게 바로 인간의 승리, 과학의 승리라는 것이다!”그는 처음 보는 디자인의 거대한 견인포 수십 대를 이끌고 전장에 나섰다.

    “무슨….”

    전대섭과 한국 방위군의 수뇌부 급 헌터들은 알고 있었지만 최근에 한국에 들어온 셀은 모르고 있던 일이다.

    자하르는 예전부터 각성하지 않은 인간의 몸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해 왔었다.

    라이플의 모양으로도 만들어보았고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위력은 낮지만 권총의 모양으로 소형화하는 것까지 성공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거대한 견인포의 모양으로 만들어 평범한 헌터는 사용할 수 없는 강력한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식 명칭은 없지만 자하르가 임시로 지은 이름은 마법 견인포였다.

    “다음 공격 준비!”

    그러자 훈련받은 군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농구공만 한 크기의 큐브를 마법 견인포의 뒤에 있는 구멍에 밀어 넣었다.

    그러자 견인포 아래로 새까맣게 타버린 큐브가 하나 떨어지고 새로 밀어 넣은 큐브가 장전되었다.

    “발사!”

    쾅! 쾅! 쾅! 쾅! 쾅!

    마법 견인포에서 나가는 포탄들은 매우 높은 정확도로 날아가 크라켄의 얼굴에 적중했다.

    퍼퍼퍼펑!

    “크워어어어!!!”

    셀은 아직까지도 영문을 몰랐지만 어리둥절하다가 타이밍을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

    ‘자하르 박사,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만들어준 이 기회 고맙게 잘 써먹겠습니다!’셀은 크라켄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틈을 타서 촉수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그 후, 셀은 검을 검집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하나의 기술을 준비했다.

    “일도양단”

    일도양단은 헌터 아카데미의 코흘리개들도 사용할 줄 아는 기술이다.

    마나를 검에 집중하고 검의 예기를 높인 뒤 적의 몸에 머릿속으로 선 하나를 긋고서 단순히 그 선을 따라 베면 되는 아주 간단한 기술이다.

    간단하고 단출하며 마나를 오로지 예기에 집중한다는 점 덕분에 위력이 높고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한계가 명확하다는 단점도 있다.

    마나의 사용 방법이 단 한 가지 방법으로 한정되어 버리니 한계가 명확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간단한 기술도 인류 최강의 검사라 불리는 셀의 손에서 펼쳐진다면 말이 달라진다.

    우-웅.

    셀은 일도양단을 사용할 때 마나가 아닌 오러를 사용한다.

    처-억.

    그리고 셀은 일도양단을 사용할 때 다른 사람보다 더 깊게 집중한다.

    검을 휘두를 때의 자세, 무게 중심, 힘을 주는 타이밍, 적을 공격할 곳까지, 다른 검사들이었다면 경험과 감각만으로 대충 때웠을 일들까지 셀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행동했다.

    아마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검사보다 뛰어나고 경험도 많을 셀 헌터가 전투를 경험과 감각에 맡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세는 공격 일변도, 무게 중심은 코어에서 검끝으로, 타이밍은 임팩트 시점…. 그리고 공격할 곳은….’셀은 눈을 번뜩이며 크라켄의 목을 노려보았다.

    ‘녀석의 목.’

    검집에 넣어놓았던 셀의 검이 빠른 속도로 뽑혀 나왔다.

    스릉-.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와 달리 셀의 검이 검집을 빠져나올 때는 조금의 마찰도 일어나지 않았다.

    셀의 검이 검집을 빠져나온 후 셀의 검은 유유히 공기를 가르며 나아갔고, 크라켄의 목에 닿은 순간.

    파아악!

    셀의 검에서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셀은 크라켄의 목 가죽이 아주 조금 갈라지는 순간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크라켄은 이렇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어디선가 날아온 공격에 맞은 뒤 정신을 차리기도 전이었다.

    크라켄은 자신의 시야가 거꾸로 뒤집혀 천천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최후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원통하다든가 분하다든가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죽었으니까.

    * * *

    두근.

    “크헉!”

    셀이 피를 토했다.

    크라켄이 죽은 것은 확인했다.

    하지만 아직 마음 놓고 쉴 수는 없었다.

    ‘마몬…!’

    셀은 자신의 몸이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칠죄종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리는 것이 가능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처럼 몸에 상처를 낼 수 있는 사람도 정해져 있다는 것을 셀도 알고 있었다.

    에테르나 오러처럼 마나 안에 있는 수많은 에너지 중 하나만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만이 칠죄종에게 유효한 공격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자리에 그런 사람은 셀을 포함해 5명밖에 되지 않았다.

    셀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쓰러질 때 쓰러지더라도 마몬의 몸에 생채기 하나라도 내려는 것이다.

    [네놈….]

    마몬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셀을 응시하고 있었다.

    가장 아끼던 몬스터를 죽인 것도 모자라 본인에게 이를 드러내며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네놈은 네 컬렉션에 들어올 자격도 없다.]

    마몬은 자신의 몸에 있는 마기를 모아 쏘아냈다.

    셀은 그런 마몬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바로 녀석이 쏘아내는 마기를 피해냈다.

    “본신의 힘은 다른 칠죄종에 비해 약하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보군.”마몬은 다루는 몬스터들이 많은 대신 그만큼 본신의 힘이 약한 편이다.

    그것도 물론, 다른 칠죄종과 비교해서 약하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히… 한 방은 먹일 수 있다!’셀은 마몬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빠른 속도로 날아가 마몬을 공격하려 했다.

    [본신의 힘이 약하다는 건 말이다, 내 육신이 약하다는 이야기일 뿐, 내가 싸우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란 걸 왜 모르는 것이냐.]

    “크윽!”

    마몬이 쏘아낸 마기가 갑자기 되돌아와 셀의 양어깨와 허리를 휘감았다.

    ‘젠장…! 당했….’

    쾅!

    셀의 몸을 휘감은 마기는 그대로 땅으로 낙하해 셀을 바닥에 처박았다.

    [내 마기는 모두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내 명령에 복종한다. 이게 나의 권능인 ‘탐욕의 복종’이지.]

    “마몬…!”

    셀은 어이없이 당해 버린 자신을 자책했다.

    [나의 크라켄을 없애 버린 죄로 네놈은 쉽게 죽지 못할 것이다.]

    셀은 자신의 몸을 휘감은 마기를 쫓아내기 위해 오러를 사용해 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젠장…!”

    복종의 특성과 의지를 가진 마기는 셀을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그때.

    스르륵.

    셀의 몸을 휘감고 있던 마기는 갑자기 셀을 놔주더니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마기가 빨려 들어간 곳은 바로 한 여성의 손바닥 위에 있던 마기 구체였다.

    “셀 헌터님, 괜찮으십니까?”

    마기를 빨아들이고 셀을 구해준 사람은 바로 연정아였다.

    * * *

    헌터들과 칠죄종 마몬과의 전투가 한창이던 그때, 병실에 누워 있던 태운에게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인과를 벗어난 일들이 다수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한해 ‘인과의 사슬’이 발동하는 조건이 상향 조정됩니다.]

    [그에 따라 ‘강태운’에게 발동하고 있던 ‘인과의 사슬’이 해제됩니다.]

    꿈틀.

    태운의 몸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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