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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58화 (358/379)
  • 358화

    칼레온을 정리한 전대섭은 마몬이 있는 곳을 노려보았다.

    ‘네놈이 무슨 짓을 해도 내가 밑으로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전대섭은 과거, 칠죄종에 의해 수많은 동료들을 잃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봐야만 했다.

    그리고 그 중 탐욕의 마몬은 수많은 몬스터들을 다루어 힘없는 사람들을 수없이 죽였다.

    전대섭은 마몬의 몬스터들이 쓸고간 자리를 수습하기 위해 간 적이 많았다.

    그곳에 살아 있는 사람은 없었고 건물은 모조리 부서져 있었으며 살육을 재미로 하는 것마냥 잔인하게 죽어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때부터 전대섭은 마몬의 휘하에 있는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마다 더더욱 진심으로 상대했다.

    힘이 없어 저항조차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학살하고 다닌 마몬은 아무리 용서하려 해봐도 그럴 수 없었다.

    “낙뢰.”

    전대섭은 끓어오르는 화를 담아 몬스터들의 머리 위로 낙뢰를 떨어뜨렸다.

    전대섭의 공격 한 번에 몬스터 수백 마리가 사망했다.

    그때, 마몬은 칼레온의 죽음을 확인했다.

    [전대섭…! 이 건방진 필멸자 자식이….]

    마몬의, 살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얼굴이 일그러졌다.

    [뭣들 하고 있는 것이냐! 저 건방진 녀석을 죽여 버리지 않고!]

    “네! 알겠습니다!”

    마몬의 주변을 지키고 있던 권속 일곱이 단숨에 전대섭에게 달려갔다.

    [전대섭…. 고작 인간에 불과한 놈이 내 제안을 거절하다니….]

    마몬은 화를 삭일 수가 없었다.

    [이제 봐줄 수가 없다….]

    마몬의 그림자가 일렁이며 엄청나게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거대한 그림자는 포탈이 되었다.

    “무슨….”

    헌터들은 그 거대한 포탈을 보고 순간 몸이 경직되었다.

    “저게 뭐….”

    “집중해.”

    대부분의 헌터들은 그 모습을 보고 경악하며 몸이 굳었지만 일부 헌터들은 손에 들린 무기를 다잡았다.

    전투가 조금 쉽게 풀려 나가는 것을 보고 이미 다짐했던 일이었으니까.

    이제 진짜 시작이라 생각하며 그 포탈 안에서 나오는 몬스터가 어떤 것이든 베어 버리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다짐은 포탈에서 나온 몬스터를 보자마자 꺾이고 말았다.

    쿠-웅.

    거대한 포탈에서 먼저 몬스터의 발이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음은 몬스터의 얼굴이 빠져나왔다.

    “…….”

    “이, 이건 아니잖아….”

    “저걸 어떻게….”

    포탈에서 빠져나온 몬스터는 몸통의 생김새는 인간과 판박이였지만 얼굴에는 수많은 촉수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헌터들이 그 몬스터를 보고 경악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뭐야. 이게….”

    옆에 있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보다 두 배는 더 거대한 크기 때문이었다.

    [봐라! 다른 세상에서 데리고 온 몬스터, 크라켄이다!]

    크라켄은 재밌게도 칠죄종이 멸망시키려던 세상을 멸망시킨 장본인이었다.

    그는 악마도, 신도 아니었고 그냥 그 세상에 살던 하나의 생명체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폭력적인 성격과 거대한 크기와 힘 때문에 그 세상은 크라켄의 등장만으로 멸망해 버렸다.

    다른 칠죄종들은 자신들이 빼앗을 세상을 멸망시켰다는 것에 불쾌해하며 크라켄을 죽이려 했지만 마몬은 아니었다.

    마몬은 크라켄의 힘을 고평가했고 자신의 몬스터 컬렉션에 넣어두었다.

    그 결과, 크라켄은 세상을 멸망시키는 파괴 병기가 되었고, 마몬의 아주 훌륭한 전력이 되어주었다.

    [자, 날뛰어라! 크라켄!]

    “우우웅….”

    콰과과과곽!!!

    크라켄이 거대한 팔과 촉수를 한 번에 휘둘렀다.

    그러자 옆에 있던 건물들이 단숨에 부서져 버렸다.

    쿠-웅.

    크라켄이 한 번 발을 디딜 때마다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평지가 되어 버렸다.

    “말도 안 되잖아. 저건….”

    “나, 난 못해!”

    방금까지만 해도 광기에 휩싸여 적들과 싸우던 헌터들은 감당할 수 없는 적을 만나자마자 광기를 모두 잃어버리고 겁에 질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나둘 무기를 버리고 뒤를 돌아 도망가려던 그때.

    촤악!

    “우우우….”

    조금의 상처도 내지 못할 것 같던 크라켄의 가슴에 길게 상처가 났다.

    “이놈은 우리가 상대한다!!!”

    크라켄의 앞에서 누군가가 소리쳤고 그 소리는 헌터들 모두에게 전달되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구찬영이었고 구찬영의 옆에는 허덕륜과 부상을 회복하고 합류한 셀이 있었다.

    셀이 구찬영과 허덕륜에게 말했다.

    “우리가 마법사 놈들보다 잘하는 게 뭐냐.”

    “한 놈 상대하는 거죠.”

    “그래, 그거다! 한번 온몸이 찢어지게 싸워보자꾸나!”구찬영과 허덕륜, 셀은 전대섭에게 비상의 룬을 적용받은 뒤 하늘을 날며 크라켄을 공격했다.

    “모든 공격에 매번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방금 크라켄의 가슴에 상처를 낸 것은 구찬영의 공격. 구찬영은 자신의 무기를 언월도 형태로 바꾸고 오러를 가득 실어 온 힘을 다해 크라켄의 가슴을 베어 냈다.

    찬영의 입장에서는 거대한 상처를 낸 것 같았지만, 크라켄에게는 가벼운 상처 수준일 것이다.

    “녀석의 피부는 그리 단단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몸이 워낙 거대해서 저 정도 상처로는 티도 나지 않을 거예요.”

    “알겠다.”

    “그래.”

    셀은 오러를 최대한 길게 뽑아낸 뒤 크라켄에게 최대한 가까이 접근했다.

    “축지.”

    허덕륜은 축지법의 묘리를 활용해 공간을 접어 셀의 빠른 속도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주머니 안에서 이쑤시개 같은 봉을 하나 꺼냈다.

    “여의.”

    허덕륜이 입을 열자 그 이쑤시개는 허덕륜의 손에 딱 맞는 크기의 봉으로 변했고 허덕륜은 그 봉을 휘둘러보았다.

    “여전히 익숙하지 않네.”

    여의는 허덕륜에게 도술을 알려준 제천대성의 무기다.

    물론, 그가 직접 사용하던 무기를 내어준 것은 아니고 여의의 일부를 떼어내 복제품을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여의는 신기 중에서도 뛰어난 무기로, 복제품만 해도 인간이 만들어낸 그 어떤 무기보다도 뛰어난 성능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무기라고는 하지만 평생을 주먹과 투척 무기만을 사용해 왔던 허덕륜이 봉을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

    애초에 봉이라는 무기가 상당한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야만 제 성능을 끌어낼 수 있는, 높은 난이도를 가진 무기였으니까.

    하지만 저 거대한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여의 정도 되는 성능을 가진 무기가 필요했다.

    허덕륜이 가지고 있는 투기라는 에너지는 오러나 에테르처럼 직관적으로 힘을 늘려주는 에너지가 아니었으니까.

    “늘어나라.”

    허덕륜은 여의를 휘두르며 말했다.

    그러자 여의는 허덕륜의 말대로 길게 늘어나 크라켄을 향해 휘둘러졌다.

    하지만 그래 봐야 크라켄에게는 머리카락만도 못한 두께의 봉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허덕륜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커져라.”

    퍼-억!

    허덕륜이 입을 열자 여의는 크라켄의 팔뚝만 한 거대한 봉으로 바뀌었고, 얇았을 때 가지고 있던 운동 에너지와 커지고 무거워지면서 생긴 위치 에너지를 모두 안고 크라켄의 관자놀이를 강타했다.

    “쿠어어어!”

    “줄어들어라.”

    허덕륜은 공격이 들어간 것을 확인한 뒤 여의를 줄여 자신의 손 안으로 회수했다.

    “나이스 타이밍.”

    서거거걱!

    셀은 허덕륜의 공격에 정신을 못차리는 크라켄의 촉수를 단번에 서너개나 잘라 버렸다.

    “쿼어어엉!!!”

    마치 음파 공격이라도 하는 것 같이 거대한 울음소리에 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뒤에서 싸우는 헌터들은 전대섭이 소리 차단 마법을 써주어 괜찮았지만 크라켄과 가장 가까이서 싸우고 있는 셋은 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셋은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싸울 수 있었으니까.

    “오러 블레이드.”

    구찬영은 창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오러를 쏟아부었다.

    그리고 높이 날아올랐다.

    찬영의 목표는 크라켄의 눈.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생명체라면 급소일 수밖에 없는 눈을 노렸다.

    푸우욱!!!

    구찬영은 창과 함께 크라켄의 눈 앞으로 파고 들어갔다.

    외부를 찌르는 것만으로는 영항이 없을 것 같았다.

    구찬영은 녀석의 눈 안으로 파고 들어간 뒤 마나경을 사용했다.

    그리고 자신의 창에 마나를 모조리 주입했다.

    “폭창.”

    오러로 인해 강화된 창과 함께 창에 집중된 마나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찬영도 그에 맞춰 움직여 크라켄의 안구를 내부부터 파괴하기 시작했다.

    “쿼어어엉!!!”

    고통에 몸부림치는 크라켄은 자신의 눈 안에서 난리를 치고 있는 구찬영을 어쩌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확실히 유효타는 먹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화력이 부족하…!’퍼억!

    셀은 찬영의 활약을 보고 있던 와중에 크라켄의 눈먼 촉수에 얻어맞아 날아가 도로 바닥에 부딪혔다.

    “크허억….”

    셀은 순간 온몸을 오러로 감싸 방어하는 데 성공했지만 온몸의 뼈가 골절을 당해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젠장.”

    이런 좋은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부상이 사람들에게 밝혀진다면 흐름이 다시 넘어갈 것이다.

    “제발 버텨다오. 내 몸아…. 수십 년간 잘 버텨오지 않았나!”셀은 항상 들고 다니는 아공간 주머니 안에 있던 회복 포션과 진통 포션 꺼내 마셨다.

    그때, 허덕륜이 셀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셀 헌터! 괜찮….”

    “안 괜찮네. 온몸이 부서져 버린 것 같아. 내장은 진탕되었고 머리까지 흔들거려.”셀은 솔직하게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허덕륜에게 털어놓았다.

    “그럼 쉬는 게….”

    “아니, 그래서는 안 돼.”

    “…….”

    허덕륜도 셀의 결정에 반대할 수 없었다.

    이대로 셀이 공격 한 번에 부상을 당했다는 것이 헌터들에게 알려지게 된다면 다시 사기는 바닥을 치게 될 테니까.

    “방금 회복 포션과 진통 포션을 마셨어…. 후우, 죽지는 않겠지만 더 이상 싸울 수도 없겠지. 그래서 말인데… 그 도술이라는 걸로 날 어떻게 해줄 수 있겠나?”“…못할 건 없지만 후유증이 크게 남을텐데.”

    “상관없어.”

    여기서 마몬만 격퇴한다면 남는 건 불완전한 강림 이후 어딘가에 숨어 있는 분노의 사탄과 1차 데블스 에이지 때 혼자 싸우지도 않고 마계로 돌아간 오만의 루시퍼뿐이다.

    그 둘은 강태운이 일어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이 고비만 넘기면 된다. 이 이후에 내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내 손으로 밥을 먹지 못해도 되고 혼자 화장실을 가지 못해도 상관없어.”

    “…….”

    허덕륜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러를 둘러서 마나 회로가 뒤틀리는 것을 막아. 그래야 부작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으니.”

    “…고맙네.”

    전대섭이 제천대성에게 배운 도술 중에는 마나 회로와 연결된 기혈을 자극해 일시적으로 신체의 한계를 끌어내고 마나의 힘을 조금의 낭비도 없이 모두 흡수하는 체질로 만드는 기술이 있다.

    하지만 그걸 사용하면 부작용으로 인해 마나 회로와 기혈이 뒤틀려 마나를 사용할 때마다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되는 몸이 되어 버린다.

    그 탓에 허덕륜은 아직까지 사용해본 적이 없는 기술이었다.

    허덕륜은 마나로 가느다란 침을 만들어 셀의 몸 이곳저곳을 한 번씩 찔렀다.

    “크윽….”

    셀은 그 순간, 상당한 고통과 함께 몸을 벌떡 일으켰다.

    “후우… 다시 한번 고맙네.”

    콰-앙!

    셀은 그 말과 동시에 크라켄을 향해 뛰어올랐다.

    셀이 서 있던 곳에는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거대한 크레이터가 만들어져 있었다.

    셀은 빠른 속도로 날아가 크라켄의 손목 근처에 도달했다.

    그 직후.

    서-걱.

    크라켄의 손목이 단번에 잘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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