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357화 (357/379)
  • 357화

    “후….”

    “으으으….”

    “하….”

    이곳은 한국의 헌터들이 모두 모인 전선.

    과거에는 A급에서 C급 사이의 헌터들만 전선에 섰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D~F급의 헌터는 물론, 국내 헌터 아카데미의 학생들, 각성은 했지만 헌터가 되고 싶지 않아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까지 모두 전선에 섰다.

    “내가 미쳤다고 여길 나온다고 했을까….”

    “네가 선택한 길이야. 견뎌내라.”

    이 자리에는 죽음을 각오하고 헌터라는 직업을 선택한 헌터와 헌터 지망생들이 많았지만 헌터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평범한 삶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었다.

    둘의 마음가짐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헌터 중 몇몇은 그 모습이 보기 싫었다.

    “아, 적당히 해! 그렇게 벌벌 떨고 있을 거면 왜 온 거야! 강제로 끌고 온 것도 아니잖아!”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화를 낸 헌터는 C급 헌터로 특출나게 강하진 않지만 칠죄신교와의 최종 결전을 포함해 그 이후에 일어난 전투에 모두 참여한 베테랑 헌터였다.

    그 헌터가 화를 내자 옆에 있던 헌터가 진정하라며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솔직히 말해봐. 너도 무서운 건 마찬가지잖아.”

    “…….”

    “거봐. 너처럼 수십 번이나 전투를 해왔던 프로도 무섭지 않다고 단언할 수 없는데 평범하게 회사원으로 살아오던 사람이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냐고. 난 이곳에 와서 힘을 보태준다는 것 하나만으로 훌륭하다고 본다.”이곳에는 프로 헌터들이 굉장히 많았다.

    헌터들은 보통 긴장을 달래기 위해 원정이나 전투 전에 어느 정도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사람들이 뒤척이느라 생기는 약간의 소음과 한숨 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그만큼 헌터들도 긴장을 했다는 뜻이다.

    긴장을 풀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괜찮아. 할 수 있어.”

    그때, 화가 난 헌터를 진정시키던 헌터가 말했다.

    “지금까지 이기지 못할 거라 했던 전투가 한두 번이었어? 이번에는 그 정도가 심할 뿐이야.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말이야.”

    “그래, 고맙다.”

    “고마우면 살아서 술이라도 한잔 사라. 참, 내 이름은 이종우야. 넌?”“김정수. 장수 길드 소속이야. 나중에 연락해. 나중에 술 한잔 거하게 살게.”헌터들은 이렇게 서로를 응원하며 사기를 북돋웠다.

    사선을 밥 먹듯 넘나드는 헌터들이기에 보통 성격이 거칠어 모이면 싸우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만큼은 싸우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지금은 옆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면 기댈 구석이 없었으니까.

    “약한 소리 해서 미안합니다.”

    “아, 아닙니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아뇨. 덕분에 정신 차렸습니다. 그래도 나름 각성자랍시고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왔으니까요.”

    “이제 보니 참 괜찮은 분이셨….”

    쿠구궁!

    그때, 헌터들이 모여 있는 곳의 전방에서 큰 낙뢰가 쳤다.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는 모든 헌터들은 알 수 있었다.

    “이야기는 그만하고 전투 준비를 해야겠네.”

    “살아서 보자고.”

    두두두두두!!!

    북쪽 방향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전방에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그때, 헌터들의 귀를 때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전대섭이었다.

    “자네들은 이곳에서 대부분이 죽게 될 것이다!”전투를 앞둔 헌터들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대섭은 이런 상황에서 입에 발린 말로 헌터들을 안심시키고 싶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헌터들이 그 말에 속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헌터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싸우려면 필요한 게 무엇일까.

    그건 바로 공포보다 더욱 큰 광기다.

    “자네들은 영웅이 누구라 생각하는가! 지금까지 모든 칠죄종을 쓰러뜨린 강태운? 벨제부브의 날개를 부러뜨린 셀? 칠죄종과 싸우며 수많은 적을 쓰러뜨린 구찬영 헌터? 그래, 이들 모두 영웅이라 불려 마땅하다.”하지만 전대섭의 생각은 달랐다.

    “그렇지만 그들만 영웅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인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적임을 알고도 목숨을 던지며 적의 발목을 붙잡고 결국에는 적을 쓰러뜨리는 데 일조한 그들은 아무것도 아닌가? 아니! 나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전대섭은 지금까지 자신이 생각해왔던 영웅에 대해 말했다.

    “이곳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이름을 알리지도 못하고 죽을 터! 하지만 내가 이것만큼은 장담할 수 있다! 이곳에 이름 없는 영웅 수만 명이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이 세상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전대섭의 말에 헌터들은 침묵했다.

    다 죽을 마당에 영웅 그딴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

    머리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영웅, 그 유치한 거에 한번 미쳐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이런 절망적인 상황에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포심만 자극할 뿐, 이 상황에 대한 해결책은 내어주지 않는다.

    그때 헌터 하나가 크게 소리쳤다.

    “젠장! 난 모르겠다!”

    그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자신의 무기를 들고 적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최전선으로 걸어 나갔다.

    “영웅이라 그거 듣기 좋네!”

    “씨… 나도 모르겠다!”

    그를 시작으로 하나둘씩 자신의 무기를 들고 전선에 섰다.

    그들도 아는 것이다.

    여기서 도망쳐 봐야 어차피 결국에는 죽을 거라는 사실을.

    조금 더 생을 연장할 뿐, 이 뒤에 있는 강태운 헌터를 지키지 못하면 모두가 죽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렇게 된 거 가능성은 낮지만 눈앞에 있는 적들을 막아내는 것에 자신의 목숨을 걸어보려는 것이다.

    낮은 가능성에 목숨을 걸어보겠다는 생각에 이른 순간 완성된 것이다.

    공포를 이기는 광기가.

    “가자!”

    “““우오오오오!!!”””

    그리고 그 정도의 광기는 전염된다.

    “돌격!”

    “와아아아악!!!”

    전대섭의 명령에 모두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몬스터들에게 달려들었다.

    “캬아아악!!!”

    “퀘에에엑!!”

    지금 탐욕의 마몬이 내보낸 몬스터들의 대부분은 고블린, 코볼트, 빅 프로그같이 D급에서 F급 사이의 약한 몬스터들이다.

    하지만 그 약한 몬스터들의 수는 헌터들의 수백 배였고 마몬의 그림자 안에는 그보다 더 강하고 더 많은 몬스터들이 숨어 있었다.

    승산이라고는 절대 보이지 않는 상황. 하지만 헌터들은 무기를 휘두르고 마법을 사용했다.

    푸욱!

    헌터의 칼이 고블린의 뱃가죽을 뚫고 들어갔다.

    “키에에에엑!!!”

    고블린은 고통에 몸부림쳤고 헌터는 그런 고블린을 내동댕이쳤다.

    “고블린 따위한테 지지 마라!”

    “으아아아!!!”

    푸푸푸푹!

    고블린 따위는 쉽게 이기는 헌터들이라고는 하지만 피해가 없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강해도 손은 두 개고 눈은 앞에만 달려 있다.

    탐욕에 미친 고블린과 코볼트들은 자신의 안위 따위는 개나 줘 버린 채로 달려들었고 수십 마리의 고블린과 코볼트들에게 덮쳐져 죽는 헌터들도 많았다.

    “어스 퀘이크.”

    쿠구구….

    전대섭의 마법 한 번에 고블린과 코볼트 따위는 수백 마리가 사라졌다.

    하지만 파도처럼 밀려오는 몬스터들의 수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흐아압!”

    콰아앙!

    구찬영은 오러를 쏘아내 몬스터들을 단번에 쓸어버렸다.

    찬영이 창을 한 번씩 휘두를 때마다 고블린과 코볼트들이 수십 마리가 쓰러져나갔다.

    서걱!

    태운의 조언으로 다시 언월도를 든 하오도 전선에서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었다.

    “덤벼라!”

    지금 형세만 본다면 헌터들의 피해는 크지 않았고 몬스터들은 헌터들에 의해 파죽지세로 쓸려 나가고 있었다.

    [흐음… 필멸자 주제에 겁이 없구나.]

    마몬은 그런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군세를 보면 헌터들이 겁먹고 뿔뿔이 흩어질 줄 알았던 마몬은 이 상황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 조금 더 재밌게 만들어 봐야겠군.]

    마몬의 등 뒤에 있는 그림자가 일렁이며 포탈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날개를 가진 수십 가지 종류의 몬스터들이 쏟아져나왔다.

    [하늘을 날아 헌터들을 공격해라.]

    “캬아아악!!!”

    마몬의 한마디에 날개를 퍼덕이며 일제히 날아가 헌터들을 공격했다.

    “크윽!”

    “이거 놔…!”

    비행형 몬스터들의 공격 패턴은 간단하다.

    대상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낚아채 하늘 높이 끌고 올라가 떨어뜨리는 것이다.

    “야…! 개 같은….”

    수백 마리의 비행형 몬스터들은 헌터들을 낚아채 하늘에서 떨어뜨렸다.

    하지만 전대섭이 그 모습을 보고만 있을 리가 없었다.

    “제로 그라비티.”

    헌터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순간 전대섭은 중력을 줄여 헌터들이 떨어져 죽지 않게 해주었다.

    “네놈들이 거슬리는구나.”

    전대섭은 하늘에 에테르 네트를 시전했다.

    그리고 붙잡혀 있는 헌터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하늘에 떠 있는 모든 것을 대상으로 염력을 사용했다.

    터터터턱!

    하늘을 날고 있던 몬스터들은 모두 에테르 네트에 들러붙어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번.”

    그리고 전대섭은 에테르 네트를 이루고 있는 에테르를 한 번에 불태웠다.

    “키에에에엑!!”

    에테르 네트에 붙어있던 몬스터들은 한 번에 불타 죽었다.

    그리고 에테르 네트를 불태우고 남은 에테르로 폭발을 일으켜 하늘에 남아 있던 몬스터들까지 모조리 쓸어버렸다.

    “후우… 칠죄신교 놈들이 서울을 침공했을 때가 생각나네….”지금 이곳에서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는 마법사는 전대섭 하나뿐이다.

    많은 수의 헌터들이 죽을 법한 위험 요소를 혼자 커버해 줘야 한다는 뜻이다.

    [저쪽에 강태운 말고도 쓸 만한 인간이 있었군.]

    그 모습을 보던 마몬은 전대섭에게 관심을 가졌다.

    그러더니 자신의 옆에 있는 권속을 하나 불러 말했다.

    [칼레온, 저 전대섭이라는 인간에게 내 권속이 될 영광을 주겠다고 전해라.]

    “네, 알겠습니다.”

    칼레온은 단숨에 전대섭에게 날아갔다.

    전대섭은 초소탑 같은 곳에 서서 전장의 상황을 한 번에 볼 수 있었기에 자신에게 접근하는 권속, 칼레온을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제트 매그넘.”

    펑!

    전대섭은 공기를 압축한 뒤 한 곳만 열어 압축된 공기가 한곳으로 쏘아져 나가게 만들었다.

    피잇!

    전대섭의 제트 매그넘은 칼레온의 볼에 긴 상처를 만들었다.

    “네놈….”

    전대섭의 공격 한 번을 피하고 칼레온은 전대섭의 앞에 설 수 있었다.

    “인간 따위가 내 몸에 상처를 내다니….”

    “죽고 죽이는 싸움에서 그딴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는 걸 모르나?”칼레온은 전대섭을 노려보았다.

    “마몬 님께서 널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면 네놈은 이미 내 손에 갈가리 찢어졌을 거다.”

    “마몬이 날?”

    “그래, 네가 나에게 저지른 실수는 나중에 정산하도록 하고 일단….”

    “제트 캐논.”

    퍼-엉!

    전대섭은 방금 사용했었던 제트 매그넘을 더욱 크게 만든 제트 캐논을 시전했다.

    “네놈….”

    칼레온의 가슴에는 제트 캐논에 의해 거대한 구멍이 났다.

    “널 죽이면 내 의사는 명확히 전해지겠지.”전대섭은 에테르로 그물을 만들어 칼레온을 휘감았다.

    “거절한다.”

    “이 건방진….”

    파지지직!

    칼레온은 에테르 네트에 흐르는 전류에 온몸이 타들어 가 절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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