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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56화 (356/379)
  • 356화

    방위군 본부의 의무실, 그곳의 침대에 태운이 누워 있었고 그 옆에는 간병인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끼익.

    “오셨네요?”

    “당연하죠. 수고하십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구찬영이었다.

    “걱정이 많이 되시나 봐요.”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죠. 아무리 크게 다쳐도 2주면 정신 차리던 놈이… 2개월이나 눈도 못 뜨고 있으니까요.”2개월, 레비아탄과의 전투 이후 태운은 2개월이나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당장 목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부상을 입고도 1주에서 2주면 정신을 차렸다.

    그런 사람이 2개월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있겠는가.

    “그럼 일 보세요. 전 잠시 나가 있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찬영은 간병인이 나간 뒤 태운의 옆에 앉아 태운을 바라보았다.

    “언제 일어날 생각이냐…. 네가 기절하기 전에 해둔 일 덕분에 힘들지는 않지만 네가 기절해 있는 순간부터 칠죄종과의 전면전은 완전히 멈춰 버렸어.”레비아탄의 존재 자체가 태운에 의해 지워져 그의 권속들은 평범하게 강한 수준의 마족으로 약해졌다.

    그 덕분에 지원 온 헌터들이 레비아탄의 권속들을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긴 했지만, 권속 중에서도 수준이 높다고 하는 레비아탄의 권속들을 상대로 한 것치고는 적은 피해였다.

    “역시 여기 있을 줄 알았다.”

    “전대섭 대장님?”

    그때, 구찬영의 뒤에서 전대섭이 나타나 말을 걸었다.

    “연락은 왜 이리 안 되나.”

    “아, 연락하셨어요?”

    “그래.”

    전대섭은 그렇게 말하고 자연스럽게 찬영의 옆에 앉았다.

    “태운이가 이렇게 오래 정신을 못 차린 적이 있었던가….”

    “그러게요. 일어나긴 할는지….”

    강태운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였다.

    “지금까지는 칠죄종이 강태운의 상태를 모르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활동하지 않는 걸 보고 이미 눈치챘을 거다.”

    “…그렇겠죠.”

    강태운은 칠죄종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칠죄종의 공격이 한국을 향하지 않게 막아주는 든든한 방패 역할도 해주었다.

    그 덕분에 한국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칠죄종의 공세를 막아내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레비아탄과의 전투 이후 태운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칠죄종의 귀에 들어간다면?

    강태운을 죽이기 위해 한국에 집중 공세를 펼칠 것이다.

    “그걸 대비하기 위한 회의가 내일 있다고 연락한 거였다.”

    “아, 그렇군요.”

    구찬영도 이 사태에 대한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었다.

    강태운 덕분에 지금까지 받지 않았던 칠죄종의 공세를 강태운 없이 받아내야 할 테니까.

    아니,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 칠죄종이 전력을 다해 한국을 공격할 것이다.

    그동안 가장 많은 칠죄종과 싸운 한국의 헌터들은 굉장히 많이 죽고 다쳤다.

    데블스 에이지가 처음 일어났을 때와 비교해 싸울 수 있는 인원의 수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 상태에서 칠죄종 하나가 집중 공세를 펼친다면 한국의 헌터들은 이겨내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래도 헌터들의 수가 부족한 걸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그렇습니까?”

    “그래, 자하르가 예전부터 개발하고 있던….”전대섭과 구찬영은 헌터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둘이 천천히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 둘은 모르고 있었다.

    이미 칠죄종의 집중 공세는 시작되어 있었다는 것을.

    * * *

    사실 강태운은 자신이 두 달 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방금 했던 구찬영과 전대섭의 대화도 듣고 있었다.

    하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일어나야 하는데… 일어날 수가 없어….’

    마치 몸에 엄청나게 무거운 추를 달아놓은 것처럼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마나를 사용하는 것도 하지 못했고 신들에게 자신의 의지를 보내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왜 이렇게 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 짐작되는 게 있었다.

    ‘성검, 렉투스.’

    성검, 렉투스를 만든 직후 태운은 엄청난 피로감에 휩싸였다.

    그것 말고는 짐작 가는 게 없었다.

    ‘해결 방법이 뭔지 지금까지 계속 생각해봤지만… 모르겠어.’너무 많은 신성력을 사용해 몸이 버티지 못한 거라면 이미 신들에게서 신호가 왔어야 했다.

    신들이 싫어할 만큼 신성력을 끌어다 써도 몸이 이상을 보인 적은 없었으니까.

    몸이 신성력을 버티지 못할 만큼 썼다면 신들이 싫어하는 기색이라도 보여야 했다.

    ‘이게 아니라면 에테르와 마나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마나 번 상태가 온 건가…?’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마나 번 상태가 왔다고 해도 수일이 지나 마나를 회복하면 금방 정신을 차릴 수 있다.

    게다가 지금 자신의 몸에는 마나와 에테르가 가득 차 있었다.

    그렇다면 이유는 단 한 가지뿐이었다.

    ‘인간이 해낼 수 없는 일을 신의 힘을 빌려 해냈기 때문에 그 반동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중인 것 같아.’성검을 만들어낸 뒤 레비아탄을 죽이고 쓰러지기 직전, 태운은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볼 수 있었다.

    [‘완전한 성검’을 자신의 손에서 완성시키셨습니다.]

    [인간으로서 이룰 수 없는 업적을 이뤘습니다.]

    [특성 ‘죽지 않는 자’가 ‘초월의 문턱에 선 자’로 진화합니다.]

    이 문구들은 태운이 성검을 만든 것이 보통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실제로 아수라와 싸웠던 가웨인이 들고 있던 성검도 인간이 빚어낸 아름다운 검에 수백 명의 신도가 수일 밤낮으로 기도를 올려 신들이 성검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인간이 직접 성검을 만든 사례는 태운이 아는 한 없었다.

    ‘원래는 할 수 없는 일을 해냈기 때문에 이 세상의 저항을 받고 있는 거겠지. 아마 다른 사람이었다면 바로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야.’태운이 살아 있는 것도 아마 이 세상에 있어야만 하는 필연적인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아니면 태운의 존재 자체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지…?’

    전대섭과 구찬영의 말을 들었기에 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곧 칠죄종 중 하나가 자신을 죽이러 올 것이다.

    그것을 막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

    ‘빨리 일어나야 하는데….’

    태운의 의식은 점점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

    잠시 기절하고 이곳으로 옮겨와 정신을 차린 뒤부터 계속 일어나던 일이다.

    ‘이대로면…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조차 할 수 없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외부에서 어떻게 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의식이 없는데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조급해지면 안 돼. 천천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는 거야.’마나나 에테르로 메테리얼을 만들 수도 없고 당연히 마법도 사용할 수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일어났을 때 몸이 녹슬어 있지 않게 마나 회로에 마나를 굴리는 것뿐이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는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태운이 그렇게 다짐한 그때, 탐욕의 칠죄종, 마몬의 군세가 한국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 * *

    덜컹!

    태운이 누워 있는 병실에 누군가가 급하게 들어왔다.

    “전대섭 대장님!”

    “무슨 일이지?”

    전대섭이 돌아보자 병실에 들어온 헌터는 급하게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 중국 베이징에서 마몬과 그의 군세가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뭐…?”

    “그리고 그들이 지금 한국으로 오고 있다는 보고도 함께….”전대섭은 그 말을 듣고 표정이 확 변했다.

    “모든 헌터들에게 전선으로 집결하라고 전해라.”

    “네, 알겠습니다.”

    보고하러 온 헌터가 나가자 전대섭은 지금껏 지은 적 없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강태운 없이 칠죄종을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일단 목숨을 내놓았다는 것과 다른 말이 아니었으니까.

    자신 하나의 목숨으로 해결된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 있는 모든 헌터들의 목숨, 그것을 걸어도 칠죄종 하나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연정아와 자하르에게도 전해야겠구나.”

    전대섭은 그렇게 말하고 뒤를 돌아 문으로 나갔다.

    “찬영아, 너도 준비해야겠구나.”

    “네, 알겠습니다.”

    구찬영도 태운을 놔두고 자신의 숙소로 향했다.

    자신의 무기를 준비하려는 것이다.

    그때, 전대섭은 걸음을 멈춰 구찬영에게 말했다.

    “아버지께 인사 한번 드리고 와라. 최대한 밝은 모습으로.”

    “…알겠습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까.

    * * *

    [강태운이 2개월 동안 움직이지 않은 적은 없었다.]

    수많은 몬스터들의 군세, 그 중앙에 신장 5m의 뚱뚱한 체형의 악마, 마몬이 마차에 앉아 움직이고 있었다.

    마몬의 외형은 과장을 살짝 보태 붉은색 살덩어리라고 할 수 있었다.

    [강태운의 상태는 아주 심각한 상태일 것이다. 이대로 강태운을 죽이면 이 세상은 우리의 것이다!]

    마몬은 욕심이 났다.

    이미 칠죄종 중 넷이나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둘은 아예 존재 자체가 사라졌고 둘은 마계로 돌아갔다.

    이대로 이 세상을 점령한다면 자신의 지분이 높아지니 욕심이 날 수밖에.

    [한국을 불바다로 만들고 강태운을 죽여라! 강태운을 죽이는 게 미천한 몬스터라 하더라도 내 권속으로 삼아 힘을 주겠다!]

    “““우워어어어어!!!”””

    탐욕으로 똘똘 뭉친 고블린, 코볼트, 세이렌 등, 수많은 몬스터들이 소리쳤다.

    탐욕은 인간뿐만 아니라 몬스터들에게도 크게 작용하는 욕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탐욕의 칠죄종인 마몬은 칠죄종 중 가장 큰 몬스터 군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 질이 떨어질지언정 그 압도적인 물량은 한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마몬 님께 반드시 강태운의 목을 바치겠습니다.”그리고 마몬에게는 탐욕으로 뇌가 가득 찬 충실한 권속들도 있었다.

    [그래! 네가 강태운의 목을 내 앞으로 가져온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힘을 부여해주겠다.]

    그리고 마몬은 그 탐욕으로 가득 찬 권속들을 잘 다루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뿐이겠나! 강태운의 목을 바치는 자에게는 내 친히 권력을 쥐여주겠다! 그 어떤 욕망이라도 허용할 것이고 그 욕망을 풀기 위해 그 권력을 사용해도 좋다!]

    “““우오오오오!!!”””

    수만의 군세가 일제히 소리치자 땅이 울릴 정도로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라! 나의 아이들아!]

    마몬은 몬스터들이 끄는 마차 위에 올라탄 채로 소리치며 강행군을 이어나갔다.

    그 강행군에 신체가 한계에 도달해 낙오되고 죽는 몬스터들도 있었지만 마몬은 신경 쓰지 않았다.

    여기서 낙오될 녀석들이었다면 헌터들을 상대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

    [강태운…. 네놈만 죽인다면… 이 세상을 잡아먹고 힘을 더 키울 수 있다….]

    지금까지 칠죄종을 죽인 사람은 모두 강태운이었다.

    아스모데우스를 죽였을 때까지만 해도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아스모데우스가 강림했을 때는 완전한 강림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벨페고르와 벨제부브, 레비아탄까지 모두 쓰러뜨렸을 때에는 강태운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마몬이 직접 상대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수준.

    하지만 레비아탄과의 전투 이후 몸 상태가 극심하게 나빠진 태운은 이길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마몬이 한국으로 진격하고 있던 그때, 한국의 헌터들은 탐욕의 군세와 싸우기 위해 모든 수단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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