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화
우-웅.
레비아탄의 마계는 벨페고르의 마계와는 달리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렸다.
“후우….”
머릿속이 울리는 듯한 어지러움에 태운은 한숨을 길게 내쉬어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켰다.
“건방진 자식…. 벨페고르 녀석과 같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미친…. 저거 왜 이리 커…?”
자신의 마계로 돌아온 레비아탄은 엄청 거대해져 있었다.
방금 50층짜리 건물만 했던 레비아탄은 지금 똬리를 틀고 있었는데도 그 크기가 마치 산과 같았다.
과장이나 비유의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산처럼 거대했다.
고개를 들어 올려 레비아탄의 얼굴을 보면 목이 아플 지경이었다.
‘저 덩치 때문에 벨페고르를 죽였던 그 방법은 사용하기 힘들겠어.’태운은 공간 난도를 사용해 벨페고르의 존재를 지워 버렸다.
하지만 레비아탄의 덩치를 보니 그 방법은 사용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산만 한 덩치의 레비아탄을 제압할 정도로 넓은 면적에 공간 난도를 사용하는 건 태운의 역량으로도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쿠우우….
레비아탄이 움직이자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거… 미친 거 아냐?”
거대해진 레비아탄의 움직임은 굉장히 느려졌지만 그 크기도 그만큼 커져 공격은 피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꼬리로 후려치는 간단한 공격도 공격 범위가 엄청 넓어져 피할 수가 없어졌다.
그렇다고 태운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 한 가지 수를 쓰기로 했다.
‘피할 수 없으면 맞받아쳐줘야지.’
거대해진 레비아탄의 공격과 비슷한 위력, 혹은 그 이상의 위력으로 공격해 튕겨내면 되는 일이다.
“에테르 건틀릿, 에테르 뉴클리어 스트라이크.”거대해진 녀석의 중량이 만드는 위력이 얼마나 강하든 핵폭발 수준의 위력을 내는 마법이라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짓이겨주마! 강태운!”
콰아앙!
레비아탄의 공격과 태운의 주먹이 맞닿은 순간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크윽….”
폭발의 열기에 태운의 피부가 천천히 녹기 시작했다.
레비아탄의 꼬리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비늘이 열에 의해 벗겨지고 그 아래 근육이 타들어 갔다.
“강태우우우운!!!”
꼬리에서 느껴지는 저항감과 따끔한 고통에 레비아탄은 강태운이 이 공격에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만들어주겠다!”
쾅쾅쾅쾅!
레비아탄은 연속으로 꼬리로 태운을 후려쳤다.
“레비아탄, 이 미친놈….”
그 밑에서 레비아탄의 꼬리를 막아내고 있는 태운은 아주 죽을 맛이었다.
직접 사용하는 공격의 여파만으로도 피부가 녹아내리고 있는데 그걸 연속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몸이 계속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리제너레이션이 계속 활성화되어 있었지만 재생되는 속도가 몸이 녹아내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무것도 못 하고 죽는다.’태운은 레비아탄이 이대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면 죽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레비아탄은 공격을 멈출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어떻게든 되겠지…!’
태운은 사고 가속과 브레인 부스트, 초감각을 사용했다.
그러자 애초에 느려 보였던 레비아탄의 공격이 아예 멈춘 것처럼 보였다.
‘공간 난도.’
그리고 벨페고르를 죽였을 때 사용했던 그 공간 난도를 사용했다.
“크윽….”
반경 2m정도의 공간이 잘려 나갔고, 찢겨 나간 공간의 틈에 있는 에테르를 치워 버렸다.
콰가가가각!
그 순간, 그 공간의 틈에 레비아탄의 꼬리 일부와 공간의 에너지가 빨려 들어가 소멸했다.
‘저기다.’
태운은 공간 난도로 인해 생긴 틈으로 들어갔다.
쾅!
태운은 레비아탄의 꼬리 일부가 사라진 곳의 틈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그리고 그렇게 번 시간으로 검에 자신의 몸에 있는 모든 에테르를 모았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검에 모인 에테르를 전부 검끝, 한 점에 모았다.
“뭐가 됐든 크게 한 방은 먹여야지.”
푸욱
극도로 압축된 에테르가 폭발하기 직전, 태운은 자신의 머리 위를 덮은 레비아탄의 꼬리를 찔렀다.
쏴아아아!!!
태운이 레비아탄의 꼬리를 찌르는 순간 검에 모여 있던 모든 에테르가 폭발하듯 쏟아져 나갔고, 그 에테르는 레비아탄의 꼬리를 꿰뚫었다.
“크윽…!”
레비아탄이 꼬리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놀라 움찔한 순간.
“비상의 룬.”
태운이 날아올라 꼬리의 구멍에서 빠져나왔다.
“안녕, 드디어 얼굴 한 번 보네.”
태운은 이미 에테르를 전부 사용한 상태. 에테르를 활용한 마법으로 한 방 먹일 수는 없었다.
마나에서 에테르를 추출할 수 있었지만 그 시간에 레비아탄도 무언가 대비를 할 것이다.
하지만 태운에게는 에테르가 없어도 레비아탄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마정석 활성화.”
태운은 자신의 아공간 벨트에서 수천 개의 마정석을 염력으로 단번에 꺼내 안에 있는 마정석의 마나를 활성화한 뒤 레비아탄의 얼굴에 던졌다.
“체인 프로즌.”
태운이 마법을 시전하자 마정석 안에 있던 모든 마나가 한 번에 얼어붙었다.
그뿐만 아니라 레비아탄 주변의 온도가 영하 100도 이하로 떨어졌다.
“크윽….”
레비아탄의 얼굴이 마나와 함께 얼어붙었고 태운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레비아탄의 얼굴이 얼어 버리긴 했지만 녀석의 힘이라면 금방 얼음을 부수거나 녹일 수 있을 테니까.
태운은 레비아탄의 얼굴에 접근하면서 다시 수천 개의 마정석을 꺼내 활성화한 뒤에 던졌다.
“체인 익스플로전.”
그 직후, 체인 익스플로전을 사용하자 레비아탄의 안면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퍼퍼퍼퍼펑!
“크아아아!!!”
연쇄적으로 일어난 폭발에 레비아탄은 괴성을 지르며 머리를 흔들었다.
피해는 그리 크지 않겠지만 폭발로 생긴 연기와 얼음이 증발하면서 생긴 어마어마한 양의 수증기 탓에 레비아탄의 시야는 가릴 수 있었다.
“홀리 풀그.”
방금 사용했던 마나로 인해 에테르가 회복되었고 태운은 그 에테르와 신성력을 사용해 홀리 풀그를 시전했다.
“네가 아무리 단단해도 이걸 정통으로 맞고도 아무렇지 않기는 힘들겠지.”태운은 홀리 풀그를 오른손에 들고 레비아탄을 향해 던졌다.
부우웅!
태운이 홀리 풀그를 던지자 홀리 풀그는 공기를 찢으며 나아갔다.
홀리 풀그가 레비아탄의 안면에 적중하기 직전, 홀리 풀그가 연기와 수중기를 전부 걷어냈고 레비아탄은 정면으로 홀리 풀그를 볼 수 있었다.
“이런….”
쾅!
레비아탄의 안면에 홀리 풀그가 적중했고, 레비아탄의 거대한 몸체가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강태운…!”
레비아탄은 거대한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우며 입에서 마기의 브레스를 쏘아내려 했다.
방금 서울 전체를 날려 버릴 뻔했던 그 마기 브레스. 하지만 마계에 돌아와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레비아탄의 브레스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강했다.
그러나 태운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정면으로 레비아탄을 마주 보았다.
“한 발로는 안 끝나.”
우우웅….
태운의 주변에 홀리 풀그 수십 자루가 떠올랐고.
터업!
태운은 그중 하나를 손에 쥐었다.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고.”
뿌드득!
태운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신체 강화 마법을 사용해 홀리 풀그를 던질 준비를 했다.
태운의 팔근육은 한계까지 부풀어 올라 피부가 찢어질 지경이었고 레비아탄의 브레스는 이미 준비가 끝나고 힘을 더 모으고 있었다.
화르르륵!
레비아탄의 입에서 브레스가 쏘아졌고 홀리 풀그로 태운의 손을 떠났다.
콰아아….
홀리 풀그는 태운의 손을 떠난 뒤 브레스와 맞부딪혔다.
레비아탄은 계속해서 브레스를 쏘아내고 있었고 태운은 다시 생성해놓은 홀리 풀그를 손에 쥐었다.
“레비아탄….”
어찌 보면 부모님의 원수라고 할 수 있는 녀석이다.
세상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인생과 가치를 버리고 목숨을 걸고 적들과 싸운 사람들을 동료를 버리고 도망간 겁쟁이로 만들어 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에게는 마나의 저주까지 내린 레비아탄.
태운은 그를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태운은 신성력을 실처럼 엮어 허공에 떠 있는 수십 자루의 홀리 풀그를 모두 묶었다.
가늘지만 물리력으로는 절대 끊어지지 않는 신성력의 실이었다.
“후웁!”
태운은 자신의 모든 힘을 실어 레비아탄에게 홀리 풀그를 집어 던졌다.
그러자 거기에 연결된 수십 자루의 홀리 풀그도 동시에 레비아탄에게 날아갔다.
콰앙!
홀리 풀그는 브레스와 격돌했고 태운은 지친 몸으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홀리 풀그를 만든 방식을 그대로 미스릴 검에 적용했다.
그러자 태운의 미스릴 검이 에테르와 신성력을 받아들이고 우웅거리며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듯, 빛이 강해졌다 약해졌다를 반복했다.
‘욕심도 많군.’
태운은 자신의 몸에 있는 에테르와 신에게 빌려온 신성력을 모조리 미스릴 검에 주입했다.
그러자 미스릴 검은 크게 빛을 발하며 천천히 외형이 바뀌기 시작했다.
‘어…?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미스릴 검의 외형이 점점 익숙한 형태로 바뀌었다.
마정석 안에서 아수라와 수천 번을 싸우면서도 절대 놓치지 않았던 영웅의 성검과 비슷한 외형으로 바뀌어 있었다.
거추장스럽지 않지만 아름답고도 화려한 손잡이. 하급 악마들은 꺼내는 것만으로도 녹여 버릴 것만 같은 신성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저절로 떠오른 설명창에는 미스릴 검이라는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과 설명이 쓰여 있었다.
성검, 렉투스
등급: 완전한 성검
종류: 성검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장인이 만든 가장 뛰어난 무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용사의 손에 들어와 성검의 자격을 갖추었다.
검의 주인인 강태운의 강력한 염원과 강력한 힘, 많은 수의 신으로부터의 인정이 강태운의 애검, 미스릴 검을 성검으로 진화시켰다.
특성
*신이 ‘강태운’을 포기하지 않은 한 무슨 일이 있어도 조금의 흠집도 나지 않는다.
*신성력과 에테르로 인해 진화한 검이기에 에테르와 신성력을 더욱 잘 받아들이며 수배 이상 증폭시킬 수 있다.
*검 위에 바위를 올려놓는 것만으로 두 동강 낼 수 있을 정도로 절삭력이 뛰어나지만 주인의 의사에 따라 검은 뭉툭한 둔기가 될 수도, 누군가에게 닿지 않는 형태가 없는 검날이 될 수도 있다.
*마나와 에테르를 저장할 수 있다.
*주인의 의지와 신의 뜻에 따라 검은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다.
*저장된 에테르와 신성력의 힘으로 신체를 강화할 수 있다.
*인지를 벗어난 존재 앞에서도 죽음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신성력을 항시 머금고 있는 성검이기에 마계의 존재에게 더욱 큰 피해를 줄 수 있게 되었다.
*신성력을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스킬, 신성한 축복과 강렬한 축복, 신성 지역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완전한 축복: 대상에게 걸린 모든 저주를 해제한다.
신의 축복: 대상의 모든 스테이터스를 대폭 상승시킴과 동시에 일시적으로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신의 권역: 신의 권역이 펼쳐진 곳 안에서 모든 마기를 소멸시키며 받는 물리적인 피해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치유 계열 마법의 효과가 대폭 상승한다. 어떤 신의 권역을 펼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진다.
태운은 변화한 미스릴 검 아니, 성검 렉투스의 설명창을 잠시 넘겨두고 레비아탄의 브레스를 피해 그의 목 아래로 접근했다.
그리고 직감했다.
이 공격 한 번으로 레비아탄의 목을 베어 버릴 수 있으리라는 것을.
“잘 가라.”
성검의 효과로 인해 에테르와 신성력의 위력은 수배 이상 증폭되었고.
서걱!
그 검에 베인 레비아탄은 머리와 몸통으로 나뉘었다.
태운은 극심한 피로를 느끼는 와중에도 레비아탄의 마계가 천천히 소멸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런 태운의 눈앞에 한 가지 알림창이 떠올랐다.
[‘완전한 성검’을 자신의 손에서 완성시키셨습니다.]
[인간으로서 이룰 수 없는 업적을 이뤘습니다.]
[특성 ‘죽지 않는 자’가 ‘초월의 문턱에 선 자’로 진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