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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54화 (354/379)
  • 354화

    “그림자 기사, 그림자 방패병.”

    태운은 레비아탄을 앞에 두고 그림자 병사들을 소환했다.

    권속들을 상대해줄 그림자 기사 둘과 연정아와 허덕륜을 지킬 벽이 되어 줄 방배병 수십을 소환했다.

    그들이 쓰러져 있는 윤아와 허덕륜의 주변에 섰지만, 이들만으로는 레비아탄의 수준 높은 권속들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태운도 그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나한테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는 그 둘만 지키고 있으면 돼.”태운은 그림자 병사들에게 신성력을 주입했다.

    [그림자 방패병이 신성력에 의해 신성의 방패병으로 변화합니다.]

    [그림자 기사가 신성력에 의해 신성기사로 변화합니다.]

    태운의 병사들은 신성력을 주입하자 순식간에 변화해 권속들을 상대할 수 있을 만큼 강해졌다.

    그림자 기사는 신성기사로 변화해 레비아탄의 권속과 비슷한 수준의 강함을 가지게 되었고 신성의 방패병은 그 정돈 아니어도 힘을 합쳐 권속의 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이 정도면 30분은 안전하게 버틸 수 있겠지.’오히려 안일하게 공격하는 권속을 제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태운의 신성력은 많은 신들에게 인정받으면서 그 성능이 더욱 강해졌으니까.

    “레비아탄, 왜 그런 거지?”

    태운은 항상 궁금했다.

    아무리 칠죄종 정도 되는 악마라고 해도 현실을 왜곡할 정도의 기억 왜곡 저주는 자신의 존재력을 꽤 많이 사용해야 가능했을 것이다.

    칠죄종의 침략을 막은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죽은 그를 욕보이기 위해 그 정도 힘을 써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이게 언제나 궁금했었다.

    “대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네가 어떻게 죽을지 정해진다.”

    [짜증 나지 않나.]

    “뭐…?”

    레비아탄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이유를 말했다.

    “짜증…?”

    [날 마계로 돌려보내고 영웅으로 떠받들어지는 게 보기 좋겠나?]

    태운이 그 말을 듣자마자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고작 짜증 난다는 이유로…?’

    고작 그런 이유로 목숨처럼 아끼는 자신의 힘을 사용하면서까지 강철운과 지소연을 전쟁을 앞두고 겁에 질려 도망친 책임감 없는 겁쟁이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태운은 어이가 없었다.

    어이가 없다가도 정신을 차리니 화가 났다.

    “넌 안 되겠다.”

    태운은 미스릴 검을 들고 레비아탄에게 달려들었다.

    “레비아탄 님에게 곱게 가진 못할 것이다!”레비아탄 최초의 권속인 엔비가 윤아를 잡으러 가기 전에 태운을 견제하기 위해 태운의 앞에 섰다.

    윤아를 잡아 오라는 레비아탄의 명령을 따르기 전에 태운의 몸에 상처라도 하나 내고 가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태운을 과소평가하고 있었기에 나올 수 있는 생각이었다.

    촤악!

    엔비는 단단하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태운의 가슴을 길게 베었다.

    태운의 가슴에 긴 상처가 났고 그 상처에 진득한 엔비의 마기가 들러붙어 상처 주변의 살을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했다.

    ‘됐다.’

    엔비의 마기는 특성이 굉장히 강하게 나타난다.

    질투라는 지저분하고 질척한 죄악을 맡고 있는 레비아탄이 최초로 자신의 권속으로 들인 마족인 만큼 그녀의 마기에는 질투의 특성이 짙게 드러난다.

    엔비의 마기는 실체화했을 때 굉장히 질척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한번 무언가에 들러붙으면 신성력과 충돌해도 쉽게 소멸하거나 떨어지지 않고 대상을 갉아먹는다.

    터업!

    “어…?”

    태운을 공격한 후 뒤로 물러나려는 순간 엔비는 태운에게 손목을 붙잡혔다.

    “뭐야. 이 날벌레는.”

    “뭐, 이 새….”

    푸욱!

    태운은 엔비를 붙잡고 그녀의 몸통에 검을 찔러넣었다.

    “커… 커헉….”

    그때, 태운의 검에서 열화가 뿜어져 나오며 엔비가 안쪽부터 타오르기 시작했다.

    “내 몸에 상처 낼 생각이었으면 너는 목숨 정도는 걸 생각이었겠지?”

    “쿨럭….”

    “고작 그 정도 힘을 가지고 날 공격할 거였다면 목숨을 걸 각오는 했겠지.”태운의 눈빛에 잠깐이지만 지루함이 보였다.

    이 정도 힘으로는 자신을 위협할 수도 없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스윽.

    태운은 검을 뽑아내고 엔비의 목을 붙잡았다.

    열화에 의해 내장이 익어 버린 엔비는 태운의 공격에 조금도 대응할 수 없었다.

    “들어보니 권속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지?”

    [네놈…!]

    태운은 레비아탄이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기로 했다.

    찌지직!

    “끄아아악!!!”

    태운은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표정을 지으며 엔비의 팔을 뜯어냈다.

    정신을 잃어가던 엔비는 엄청난 고통에 정신이 번쩍 들어 비명을 질렀다.

    [강태운!!!]

    “인과응보다.”

    쿠구구구구!!!

    레비아탄은 커다란 몸을 이끌고 엄청난 속도로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현재 레비아탄의 크기는 50층짜리 건물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 덩치를 가지고 뒤를 생각하지 않고 달려드니 일대가 완전히 파괴되기 시작했다.

    서걱!

    태운은 엔비의 목을 잘라 목숨을 끊어 버리고, 접근해오는 레비아탄의 공격에 대비했다.

    [감히, 네 이놈!!!]

    엔비는 레비아탄이 직접 발굴한 권속인 만큼 애착이 큰 권속이었다.

    그런 권속이 그냥 죽은 것도 아니고 고통에 소리치며 죽었다.

    [네놈은… 이곳에서 살아나갈 생각 따윈 하지 마라…!]

    “뭐래. 네가 죽인 사람들은 생각 안 하냐.”

    악마나 신이나 생각이란 게 없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기적이라는 사실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레비아탄도 자신의 동생을 끔찍하게 죽이려 했다는 것을 걸고넘어지지 않고 무시하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 여기에서 레비아탄과 강태운, 둘 중 하나는 이 세상에서 떠날 테니까.

    “성염.”

    태운은 미스릴 검에 에테르와 신성력을 주입하고 성스러운 불꽃, 성염을 시전했다.

    그리고 지척에 다다른 레비아탄을 향해 휘둘렀다.

    티틱…!

    태운의 검과 레비아탄의 비늘이 맞닿았지만 태운의 공격에도 레비아탄은 비늘이 조금 벗겨졌을 뿐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이거 봐라….’

    강태운은 생각보다 단단한 레비아탄의 피부에 당황했다.

    단번에 베어내지는 못하더라도 상처는 낼 수 있을 줄 알았으니까.

    [고작 이 정도냐!]

    쿠구구구구!!!

    레비아탄은 몸부림치며 강태운을 공격했다.

    단순한 몸부림이었지만 거대한 몸과 격렬하고 빠른 움직임은 마치 재앙과도 같았고 태운도 그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쿠궁!

    건물이 무너지며 15층 건물이 마치 과자처럼 부러져 태운의 위로 쏟아졌다.

    ‘사람은 전부 대피시켰다고 들었으니….’

    힘 조절 따위는 하지 않기로 했다.

    “에테르 글레이브, 성염.”

    태운은 에테르 블레이드를 진화시켜 만든 에테르 글레이브를 사용한 뒤 성염까지 시전했다.

    길게 뽑힌 에테르 글레이브에 흰색으로 타오르는 신성한 불꽃은 닿는 모든 것을 태워 버릴 것만 같았다.

    화륵!

    태운은 자신의 위로 떨어지는 건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콰콰콰콰쾅!!!

    태운의 위로 떨어지던 건물은 태운이 휘두른 검기와 충돌해 박살이 났다.

    “후….”

    그리고 집중해 검에 마법 한 가지를 사용한 뒤 신체 강화 마법을 사용해 레비아탄을 향해 뛰어올랐다.

    레비아탄은 방금과 별다르지 않은 힘으로 공격을 시도하는 태운을 무시하고 공격했다.

    조금 공격에 당해주더라도 공격에 성공한다면 이득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판단이었다.

    레비아탄은 체력과 신체의 내구력만 따지면 칠죄종 중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레비아탄이었기에 이런 판단을 내릴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판단이 레비아탄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

    “공간참.”

    촤악!

    [……!]

    전과 달리 태운의 검은 레비아탄의 비늘을 잘라 버리고 그의 몸통에 큰 상처까지 냈다.

    [어떻게….]

    수천 년간 수십 개의 세상을 침략하면서 이런 공격은 처음이었다.

    동일한 힘의 크기로 이 정도로 위력의 차이가 큰 공격이라니.

    녀석이 자신을 속인 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지만 분명히 태운은 처음 공격과 지금 공격으로 사용한 에너지의 크기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왜, 뭐가 좀 달라?”

    태운은 그렇게 말하며 날아올라 레비아탄의 머리 앞으로 날아왔다.

    “한 번 더 당해보면 정신이 번쩍 들 거다.”

    태운은 레비아탄의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레비아탄은 방금 당한 공격의 위력에 당황해 피하려 했다.

    하지만 태운에게 있어 레비아탄은 아무리 빨라도 거대한 목표물일 뿐이다.

    공격이 빗나가는 일 따위는 없었다.

    촤악!

    레비아탄의 눈을 비롯한 안면의 일부가 크게 베였고 레비아탄은 순식간에 한쪽 시야를 잃어버렸다.

    [크아아악!!!]

    악마든 인간이든 눈이라는 것은 급소일 수밖에 없다.

    눈은 시각이라는 중요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아주 중요한 기관이니 통각이 굉장히 예민할 수밖에 없으니까.

    [강태운!!!]

    레비아탄은 격노하며 태운을 공격했다.

    마치 드래곤처럼 입에서 마기로 이루어진 불꽃을 쏘아냈다.

    화르르륵!

    “이거….”

    태운은 이 공격이 그대로 날아간다면 이 일대는 완전히 황무지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신성력을 주입한 그림자 병사들이 이 공격으로부터 윤아와 허덕륜을 지키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했다.

    ‘내가 약화시키기라도 해야 한다.’

    태운은 에테르와 신성력을 끌어 올려 방어막을 펼쳤다.

    레비아탄이 쏘아내는 불꽃은 태운이 시전한 방어막과 충돌했다.

    그 방어막은 레비아탄의 불꽃을 막아 내지 못하고 오히려 그대로 통과시키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은 태운의 노림수였다.

    태운이 만든 방어막은 하나가 아니라 수십 개였던 것이다.

    레비아탄의 불꽃이 수십 개의 방어막을 통과할 때가 되자 평범한 위력의 브레스가 되었고, 그 정도면 그림자 병사들이 힘을 합치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물론, 약해진 브레스도 큰 건물 서너 개 정도는 날려 버릴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강태운….]

    레비아탄은 강태운을 보면서 강철운과 지소연을 떠올렸다.

    그 어떤 위기에도 꺾이지 않고 우직하게 칠죄종을 하나하나 쓰러뜨리던 강한 힘을 가진 강철운과 마족에게 치명적인 신성력을 예상치도 못한 방식으로 다루며 마족들을 위기에 몰아넣었던 지소연.

    그 둘의 모습이 강태운에게서 동시에 보였다.

    아니, 그 둘이 더욱 성장해 그 모든 힘을 강태운에게 물려준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 모습은 레비아탄이 상상도 하기 싫었던 그 모습이었다.

    [나는… 난 이런 모습을 보기 싫었던 거다!!!]

    레비아탄은 강철운과 지소연에게서 얻은 트라우마를 강태운을 보고 다시 떠올렸다.

    [내가 너에게 마나의 저주를 내린 것도… 강철운과 지소연을 희대의 머저리로 만든 것도… 다 네놈이 무너지기를 바라서 그랬던 것이다!]

    칠죄종 중 다섯이 당하고 오만의 루시퍼가 스스로 마계로 돌아가 레비아탄은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최후의 칠죄종이었다.

    그들이 마계로 돌아가고 마지막 칠죄종이 된 레비아탄은 지구의 모든 마기를 독식해 엄청나게 강해졌었다.

    하지만 강철운과 지소연이 자신의 부하들도 데려오지 않은 상태로 레비아탄의 앞에 섰다.

    그들은 레비아탄의 강한 힘에도 주눅 들지 않고 둘의 기량을 백분 활용해 레비아탄을 제압했고, 그 모습은 레비아탄으로 하여금 트라우마로 남게 되었다.

    [강철운… 지소연…. 그 두 연놈들의 혈육인 네놈에게만큼은… 절대 지지 않겠다!!!]

    레비아탄은 급기야 자신을 중심으로 마계를 소환하기 시작했다.

    이제 레비아탄이 목숨을 걸고 태운을 죽이려 들 것이라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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