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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53화 (353/379)

353화

강태운은 몽골에서 한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던 도중 ‘사랑의 신’에게 윤아가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바로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즉시 한국까지 날아왔다.

원래대로라면 4시간이나 뒤에 도착했겠지만 윤아의 위험 소식을 들은 강태운은 그 거리를 10분 만에 주파했다.

그 과정에서 미리 만들어놓은 에테르를 절반 이상 소모하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태운은 오히려 사용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늦었다면 윤아는 물론 허덕륜까지 잃었을 수도 있었으니까.

“감사합니다.”

“왔…구나….”

강태운은 에테르와 신성력을 활용해 만든 결계를 설치했다.

마기를 태워 버리는 신성력을 활용해 만든 것이기에 마기가 넘치는 혈액 구체는 태운이 만들 결계를 뚫을 수 없다.

그 결계 안에서 태운은 편히 허덕륜의 상태를 진찰할 수 있었다.

‘심각해.’

부러진 갈비뼈가 장기를 찌르고 있었고 어깨뼈는 완전히 박살 나 있었다. 또한 정강이뼈는 두 동강이 나 있었다.

지금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의 부상이었다.

“이제 좀 쉬고 계세요.”

태운은 허덕륜이 죽지 않게 응급처치만 한 뒤 결계 밖으로 나갔다.

여전히 결계 밖은 혈액 구체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태운에게는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꺼져.”

퍼-엉!

태운의 한마디에 알칸의 혈액 구체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정확히는 에테르와 신성력을 활용해 혈액 구체에 있는 마기를 소멸시킨 것뿐이지만 말이다.

[강태운….]

태운의 등장에 레비아탄은 태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레비아탄이 태운에게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만큼 태운도 레비아탄을 다른 칠죄종과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둘 다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네놈의 멱살을 잡고 부모님에 대한 저주를 풀겠다.”

[크하하핫! 할 수 있다면 해봐라!]

레비아탄은 강태운이 불행한 삶을 살아가길 바랐다.

자신을 마계로 집어넣은 강철운과 지소연의 아들이었으니까.

하지만 레비아탄이 본 바로 강태운은 재능이 넘쳐났다.

타고난 힘은 많지 않지만 눈으로 본 것은 모두 흡수하는 눈썰미와 지능을 가지고 있는 태운은 레비아탄의 바람을 이뤄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레비아탄은 온갖 비겁한 수란 비겁한 수는 모두 사용했다.

강철운과 지소연을 마지막 작전을 앞두고 도망간 비겁자로 만들어 사회로부터 고립시켰다.

그 외에도 온갖 제약을 걸어 강태운으로 하여금 엇나가게 하려고 노력했다.

“일단 싸우기 전에 물어볼 게 있다. 대충 눈치채고는 있었는데… 내 마나양을 10으로 만든 게 너냐?”지금까지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았지만 레비아탄을 본 순간 이것만큼은 확인해야겠다 싶었다.

[크흐…. 역시 알아챌 줄 알았다. 그래, 맞다. 네놈에게 생긴 최악의 상황들은 거의 다 내가 만든 것이지.]

강태운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태운은 과거에 1년을 다시 살 기회를 주었던 마정석을 흡수하고 본 문구를 아직까지 잊지 못했다.

[마나 총량이 150,000으로 원상 복구됩니다.]

마나 총량이 150,000으로 늘어난다는 것이 아니라 ‘원상 복구’된다는 말에 태운은 누군가가 자신의 마나 총량에 손을 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존재와 그럴 동기가 있는 존재를 생각하다 보니 나오는 답은 하나였다.

“그럴 줄 알았어. 자기를 마계로 돌려보냈다고 공적을 왜곡해서 사람을 쓰레기로 만드는 한심한 짓거리를 할 놈이 너밖에 더 있겠어?”

[그걸 도발이랍시고 한 거라면… 도발 실력은 아직 한참이나 부족하다!]

쿠구구구구!!!

레비아탄은 자신의 육중하고 긴 몸으로 땅 위에 있는 건물들을 부수며 태운에게 달려왔다.

[권속들이여! 저 결계를 부수고 계집을 잡아 와라! 강태운 저놈이 보는 눈앞에서 사지를 찢어 죽이리라!]

“““예! 알겠습니다!”””

레비아탄의 명령에 권속들은 일제히 움직였고 레비아탄은 강태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태운은 레비아탄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그래, 확실히 도발은 네가 한 수 위네.”

태운은 미스릴 검을 천천히 뽑아 들었다.

“날 제대로 화나게 만들었어.”

태운의 미스릴 검이 강렬한 빛을 내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 * *

“후우….”

아르비곤과 연정아의 격전지.

둘은 조금의 양보도 없는 일진일퇴의 싸움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포기할 때도 되지 않았나!”

아르비곤은 분신체를 합쳐 커다란 주먹을 만들어 연정아에게 내질렀다.

“포기가 뭔데!”

쾅!

연정아는 마기로 충격파를 만들어 커다란 주먹을 막아냈다.

커다란 주먹이 충격파에 의해 파훼되자 그 주먹을 구성하던 분신체들이 모두 분리되어 연정아에게 달려들었다.

퍽! 퍼퍼퍼퍽!

연정아는 달려드는 다수의 분신체를 주먹만 사용해 빠른 속도로 제압하고 있었다.

“역시 대단하군. 분신체를 상대하는 실력이 처음과 달리 엄청나게 좋아졌어.”아르비곤은 계속해서 분신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지금 만들고 있는 분신체는 이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허수아비와 같은 분신이었다.

오로지 아르비곤의 말만 듣는 허수아비.

이성이 없는 허수아비 분신을 만드는 것은 이성을 가지고 판단을 하는 분신을 만드는 것보다 비교적 쉬웠기에 이렇게 부담 없이 분신체를 계속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 분신이라면 단번에 수백 기가 소멸당해도 반동이 크게 오지 않는다.

오히려 한 번에 많은 적을 죽이기 위한 큰 공격을 유도하여 적의 체력을 뺄 수 있으니 이득이다.

“후….”

연정아도 몇 번 큰 공격을 해서 분신들을 소멸시켜 보았지만, 오히려 손해라는 것을 깨닫고 분신을 상대하는 데 소극적으로 움직이게 되었다.

기껏 힘을 사용해 죽여두었는데 다시 살아난다.

전투가 진전되는 느낌이 없으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진짜 미쳐버리겠네….’

처음에는 소모전이라 생각하고 누가 먼저 지치나 승부를 걸어 보려 했다.

하지만 아르비곤의 분신은 원리가 무엇인지, 그는 조금도 지치지 않았다.

아니, 소모하는 자원 자체가 없는 것 같았다.

“왜? 내 분신체가 뭘로 만들어지는지 궁금한가?”

“…안 궁금하게 생겼어?”

아르비곤은 연정아를 비웃으며 말했다.

“내 분신체는 내 사념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내 사념은 그 어떤 존재의 사념보다 강력하고 그 양이 많지. 즉, 내가 더 이상 사념을 머릿속으로 떠올리지 않게 하면 분신체는 소환되지 않는다.”아르비곤이 이 사실을 연정아에게 말해주는 이유가 있었다.

말해봐야 어찌하지 못하니까.

지금까지 아르비곤은 십여 곳의 세상을 점령하러 갈 때마다 레비아탄과 함께였다.

그때마다 레비아탄은 꽤 강한 적을 아르비곤에게 붙여 주었지만 매번 아르비곤이 승리했다.

그리고 아르비곤은 그때마다 자신의 분신체가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는지 항상 말해줬다.

하지만 말해줘도 아르비곤의 사념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뭐야? 해결 방법 나왔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던 문제의 답이 연정아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냥 아무 생각 못 하게 머리를 몸통에서 분리해 버리면 되는 일 아니야?”

“허….”

참으로 획기적인 방법에 아르비곤은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래! 한번 해봐라!”

아르비곤은 분신체 수천 마리를 일거에 소환해 연정아를 공격하게 만들었다.

‘칫, 성가시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 분신의 무리를 뚫고 녀석의 목을 벨 만한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이 분신들이 약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그들의 힘은 딱 D급 헌터와 C급 헌터의 사이.

아르비곤은 그 정도 되는 힘을 가진 분신체들을 수천 마리씩 소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뭉쳐서 한번 공격한다 싶으면 그 위력이 수십 배가 된다.

아르비곤은 분신체를 다루는 실력이 뛰어나 유틸적인 면에서도 분신은 엄청난 성능을 보여주었다.

‘분신을 잠깐이나마 뚫어줄 사람이 있다면… 녀석의 목을 베어 버릴 수 있는데….’그때, 연정아의 그림자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연정아는 그림자 하면 생각나는 게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강태운, 정확히 그의 그림자 병사들이었다.

슈르륵!

정답이었다.

연정아의 그림자에서 나온 그림자 병사 셋은 연정아의 근처에 있는 분신들을 단번에 도륙 냈다.

“강태운… 드디어 왔나 보네.”

아마도 윤아와 허덕륜이 있는 곳으로 간 모양이다.

허덕륜이 권속 여럿과 레비아탄을 상대로 윤아를 지키기는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타이밍을 잘 맞춰서 와주었다.

‘그리고 그림자 병사 지원까지….’

강태운은 이곳을 직접 지원해줄 상황이 아니기에 그림자 병사만 보내주는 간단한 지원을 해준 것 같았다.

간단한 지원이었지만 어지간한 A급 헌터보다 강한 그림자 기사 셋이다.

‘이 정도면 충분해.’

셋과 수천의 싸움.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숫자 간의 싸움이다.

하지만 지금 결단을 내려야 했다.

강태운이 레비아탄과 대립 중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놓이긴 했지만 강태운이 얼마나 강하든 적은 칠죄종이다.

눈앞의 적을 빠르고 확실히 죽여 버린 뒤 도우러 가는 게 당연하다.

“그림자 기사들.”

연정아는 기사들을 불렀다.

그들이 연정아를 보고 무릎을 꿇었고 연정아는 그런 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르비곤, 저 녀석과 나의 사이에 있는 모든 것들을 베어라.”철-컥.

철-컥.

그림자 기사들은 연정아의 명령을 듣고 일제히 일어났다.

서걱!

그림자 기사들의 검격 한 번에 분신체들은 반 토막이 나 사라졌다.

서걱!

쾅!

그림자 기사들은 검기까지 사용해 분신체들을 정리했다.

‘길은 닦였다.’

연정아는 자신의 몸에 마기를 흘려 넣어 신체를 강화했다.

그리고 바로 뛰어나가기 위해 몸을 웅크렸다.

‘이제 남은 건 단번에 아르비곤의 목을 베어 버리는 거다.’연정아는 마기로 검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다시 타이밍을 기다렸다.

서걱!

서걱!

쾅!

‘아직이야.’

아르비곤은 계속해서 분신체를 소환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르비곤이 분신체를 소환하는 속도보다 그림자 기사들이 분신체를 베어 내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 결과.

쾅! 쾅! 쾅!

그림자 기사 셋이 모두 한 번에 검기를 쏘아냈다.

‘지금.’

콰앙!

연정아는 지금까지 다리에 모아두었던 힘을 폭발시키듯 터뜨려 엄청난 속도로 아르비곤을 향해 쏘아졌다.

“……!”

아르비곤은 연정아가 날아온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뎅겅!

연정아의 검은 순식간에 아르비곤의 목을 베어 버렸고, 아르비곤의 목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꾸물꾸물….

아르비곤의 사념으로 만들어졌던 아르비곤의 분신체들은 녹아내려 슬라임이 되어 버렸다.

“거봐. 머리를 잘라 버리면 해결이라고.”

사념으로 분신체를 만든다면 그 사념을 하는 머리를 없애 버리면 된다.

“흑염.”

연정아는 혹시 모를 후환에 대비해 아르비곤의 시체와 함께 슬라임이 된 분신체들을 전부 소각 처리 했다.

“후우….”

연정아는 아르비곤과의 전투에서 상당한 체력을 소모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 가자.”

가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레비아탄을 상대하는 강태운을 도와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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