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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52화 (352/379)
  • 352화

    탁탁탁탁!

    허덕륜은 윤아를 안고 방위군 본부로 향했다.

    그곳에는 헌터들이 모여 있어 그나마 윤아를 맡겨도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정아가 레비아탄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연정아가 칠죄종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두 명의 사람 중 하나인 것은 맞으나 아직 그녀의 힘은 칠죄종을 홀로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다가 그곳에는 권속 넷이 남아 있으니 상대하기 더 힘들 것이다.

    “최대한 빨리 가서 도와야….”

    “누가 누굴 돕는다는 거지?”

    그때, 허덕륜의 뒤에서 누군가가 공격을 쏘아냈다.

    “……!”

    화안금정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공격을 허용했을 것이다.

    “레비아탄에게 다른 권속이 있….”

    허덕륜은 천천히 뒤를 돈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어디서 본 적 있는 얼굴인가?”

    “넌 방금 내가 죽인….”

    방금 허덕륜을 공격한 레비아탄의 권속은 연정아와 함께 있을 때 목숨을 끊었던 그 녀석이었다.

    “하~ 아르비곤 녀석 날 얼마나 허접으로 구현해 놨으면 이딴 놈이 날 죽이게 만들어?”

    “설마….”

    허덕륜은 그 순간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젠장….”

    혼자였다면 싸워 봤겠지만 지금 자신의 행동에 윤아의 목숨이 달려 있다.

    ‘한 번 공격하고 도망친다….’

    화안금정으로 녀석의 허점을 파악하고 공격한다면 잠깐 틈을 만들어낼 수 있을 터.

    그때를 노려 도망치려는 것이다.

    “와라. 방금 죽인 분신처럼 뭉개 줄 테니.”

    허덕륜은 윤아를 잠깐 내려놓고 자세를 잡았다.

    “허! 허세만큼은 일류로구나!”

    지금 허덕륜의 눈앞에 있는 권속의 이름은 알칸.

    본래 분노의 사탄의 휘하에 있던 강력한 권속이었다.

    하지만 질투의 레비아탄에게 회유되어 레비아탄의 권속이 되었다.

    알칸은 본래 사탄의 권속이었던 만큼 호전적이고 폭력적이다.

    “네놈의 그 건방진 혓바닥을 뽑아주마!”

    알칸은 거칠게 욕을 내뱉으며 허덕륜에게 달려들었다.

    굉장히 빠른 속도였지만 화안금정을 가진 허덕륜은 그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공격할지를 예상할 수 있었다.

    빠악!

    허덕륜은 정확한 타이밍에 알칸의 턱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알칸의 빠른 속도와 정확한 임팩트 타이밍이 합쳐져 알칸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정신을 잃었고 그 틈을 타 허덕륜은 윤아를 안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달렸다.

    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달리기만 했다.

    “이 개자식이…!”

    알칸이 그새 정신을 차리고 허덕륜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급하게 따라온다든가 하는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야 좋….’

    퍼억!

    허덕륜은 등에서 느껴지는 아찔한 고통에 순간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과정에서 윤아를 놓쳤지만, 윤아는 안전하게 바닥에 떨어졌다.

    “크윽….”

    허덕륜은 도망가는 것만 생각하다가 뒤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신경 쓰지 못했다.

    “한 놈이 아니었…어…?”

    허덕륜은 자신을 공격한 녀석을 보기 위해 뒤를 돌아 보았지만 그곳에 있는 것은 고작 권속 한둘이 아니었다.

    [저기 쓰러져 있는 게 강태운의 동생인가?]

    압도적인 존재감.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만으로도 긴장하게 만드는 위압감.

    “레비아탄….”

    허덕륜의 눈앞에 레비아탄과 그의 권속 일곱이 서 있었다.

    “젠장… 완전 꼬여 버렸구만….”

    허덕륜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레비아탄과 그의 권속들.

    옆에 곤히 누워 있는 윤아, 그리고 그녀를 노리는 레비아탄.

    ‘막을 수 있을까?’

    혼자 버티는 거라면 어느 정도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화안금정이 있으니 공격을 피하고 막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뒤에 윤아가 있는 한 그럴 수는 없었다.

    ‘젠장….’

    허덕륜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뱉었다.

    [지금 당장 네 뒤의 여자를 넘기면 고통스럽지 않게 죽여주마.]

    레비아탄의 말에 허덕륜은 헛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지금껏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손가락 동작을 해보았다.

    “엿이나 먹어.”

    허덕륜은 레비아탄에게 중지를 세워 보이고는 허탈하게 웃었다.

    “저 미천한 놈이….”

    허덕륜은 죽음을 직감했다.

    아니, 죽음을 선택했다.

    아무리 저 정도 수준의 적들이라고 해도 허덕륜이 마음먹고 도망만 치면 잡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허덕륜은 도망치지 않았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윤아를 지키려는 것이다.

    ‘내가 버티고 있으마…. 누구든지… 너무 늦기 전에 제발 와주게….’누구든지 상관없다.

    싸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약한 헌터라도 좋다.

    아니, 일반인이어도 좋다.

    그냥 강윤아를 업고 달릴 수 있는 체력이 되는 사람 한 명만 나타나 주면 된다.

    그거라도 해준다면 허덕륜은 장담할 수 있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둘을 이곳에서 도망치게 해줄 수 있다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나!”

    허덕륜에게 한 방 먹었던 알칸은 멍때리고 있는 허덕륜을 노리고 공격해 왔다.

    스-윽.

    부-웅!

    하지만 알칸의 공격은 허덕륜에게 닿지 않았고 허덕륜은 알칸의 팔을 붙잡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커헉!”

    알칸은 허덕륜에 의해 바닥에 꽂혔다.

    “네놈은 지능이라는 게 없나?”

    “이 자식이….”

    허덕륜의 도발에 알칸은 자신의 진짜 힘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꾸드득….

    알칸의 온 몸에 있는 핏줄이 굵게 튀어올랐다.

    피부 위로 핏줄이 수십 개나 튀어나와 눈살을 찌뿌릴 정도로 징그러운 모습이었다.

    푸욱!

    그리고 알칸은 허덕륜의 팔을 붙잡은 뒤 손가락을 세워 허덕륜의 살을 파고들었다.

    알칸은 허덕륜의 팔에서 피를 뽑기 시작했다.

    “흐읍!”

    쾅!

    허덕륜은 이변을 느끼고 알칸을 자신의 몸에서 떼어내려 그의 안면을 발로 걷어찼다.

    하지만 알칸은 허덕륜의 팔을 놓치기는커녕 오히려 허덕륜의 팔 근육을 뜯어 버리려는 듯이 더욱 파고들어 왔다.

    허덕륜이 알칸의 집요함과 악력에 애를 먹고 있을 때, 레비아탄이 입을 열었다.

    [알칸이 붙잡고 있는 동안 다른 권속들은 강태운의 동생을 데려와라.]

    “네!”

    허덕륜은 그 말을 듣자마자 이를 갈았다.

    ‘이놈들이….’

    그러자 허덕륜의 몸에서 주황빛 기운이 천천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았던 허덕륜만의 힘, 투기(鬪氣)였다.

    이 힘은 제천대성과 싸울 때 각성한 힘이었고 제천대성이 무지한 시절, 뒤를 생각하지 않고 신들과 전쟁을 벌였을 때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던 힘이었다.

    물론, 수많은 전투 이후 깨달음을 얻어 자연스럽게 사라졌지만 투기는 확실히 강력한 힘이었다.

    ‘뭐지…?’

    허덕륜과 알칸을 바라보던 권속 중 하나가 갑자기 뒤바뀐 허덕륜의 분위기에 의아함을 느꼈다.

    하지만 확실히 바뀐 것은 없었기에 그냥 하던 일을 하기로 했다.

    허덕륜이 투기를 발하기 시작했지만, 투기라는 것은 원래 크게 바뀌는 것이 없다.

    애초에 투기라는 힘은 엄청나게 추상적인 힘이었으니까.

    에테르는 뛰어난 가변성이 있고 오러는 물리적인 힘을 극한으로 늘려준다.

    신성력은 마족을 상대할 때 강력한 힘을 보인다.

    하지만 투기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장점을 가지고 있다.

    투기는 완력을 강화해주는 힘도 가지고 있지만 투기가 가지고 있는 힘은 고작 그게 전부가 아니다.

    투기는 싸우는 데 필요한 모든 능력을 대폭 상승시켜준다.

    단순 반사 신경, 완력, 기술, 숙련도처럼 직관적인 요소에도 영향을 주지만 운이나 심리적인 요인처럼 말로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에도 영향을 준다.

    콰직!

    허덕륜은 알칸에게 잡힌 반대쪽 손으로 알칸의 어깨를 붙잡았다.

    허덕륜의 완력과 악력에 의해 허덕륜의 손가락은 단숨에 알칸의 어깨를 파고들어 갔다.

    “내 손을 절대 놓지 마라.”

    찌지직….

    허덕륜은 자신의 전완에 파고든 알칸의 손가락이 빠져나가지 않게 힘을 준 뒤 어깨를 잡은 손으로 알칸의 어깨를 뽑아 버렸다.

    “끄아아악!!!”

    알칸은 뽑혀 버린 자신의 어깨를 움켜쥐고 고통에 소리쳤다.

    “후우… 어지럽군….”

    허덕륜이 알칸에게 피를 빼앗기기 시작한 것은 20초도 되지 않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사이에 피를 상당히 많이 빼앗긴 것인지 눈앞이 핑 돌았다.

    쾅!

    허덕륜이 알칸을 마무리하려던 순간, 권속 하나가 허덕륜을 공격했다.

    허덕륜은 권속의 공격을 피해내고 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알칸과 허덕륜의 사이를 벌려놓은 권속은 빠른 속도로 허덕륜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 빠른 속도를 가진 권속의 이름은 페얼.

    레비아탄의 권속 중 유일한 여성체 악마였다.

    “크아아악!!!”

    알칸은 팔이 잘린 고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알칸의 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혈액은 알칸의 머리 위에 구체 형태로 모여 있었다.

    “저거….”

    허덕륜은 즉시 화안금정을 사용하고 혈액 구체를 관찰했다.

    그렇게 허덕륜은 그 혈액 구체에 대한 끔찍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미친….”

    알칸이 몸에 축적해 놓은 혈액은 총 1,400명 분의 혈액이었다.

    지금까지 최소 1,400명의 피를 뽑아 냈다는 것이다.

    ‘아니… 일단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혈액 구체는 곧 있으면 구체에서 사방으로 수천 발의 탄환을 쏘아낼 것이다.

    그리고 그 탄환은 한 발 한 발이 대포알과 비슷한 수준의 위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젠장….’

    허덕륜은 침을 삼켰다.

    ‘지킬 수 있을까?’

    그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레비아탄의 권속 하나가 뒤에 누워 있는 윤아에게 달려들었다.

    “감히 어딜!”

    퍼억!

    허덕륜은 고민하는 중에도 윤아를 향해 달려가는 권속을 공격해 윤아를 보호했다.

    그런 허덕륜을 본 페얼은 마기를 끌어 올렸다.

    “아주 눈물이 다 나는군.”

    페얼은 윤아를 향해 수십 발의 마기 탄환을 쏘았다.

    “……!”

    퍼퍼퍼퍼퍼퍽!

    윤아를 끌어안은 허덕륜의 등에 마기로 된 탄환 수십 발이 그대로 꽂혔다.

    윤아는 아직도 허덕륜의 마법으로 인해 기절한 상태로 세상모르고 잠이 들어 있었다.

    허덕륜은 그 모습을 보고 결심이 섰다.

    ‘그래, 너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아무것도 모른 채 있어라.’아직 성인도 되지 못한 아이가 감당하기에 너무나도 두렵고 무거운 현실이다.

    ‘그 현실의 무거움과 두려움은 내 어깨에 짊어지겠다. 넌 그대로 눈을 감고 있어라.’허덕륜은 자신도 모르게 강태운을 제자가 아닌, 있지도 않은 아들로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애착이 가는 제자는 강태운이 처음이었으니까.

    그러니 아들 같은 제자의 동생도 딸과 같은 마음으로 품기로 했다.

    “와라!”

    허덕륜은 완전히 걸레가 된 등으로 윤아의 앞에 섰다.

    “끄아아아아아악!!!”

    알칸의 비명과 함께 혈액 구체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흐아아악!!!”

    허덕륜은 투기를 한계까지 끌어 올렸다.

    쾅!

    혈액 탄환이 허덕륜의 몸통에 정확히 적중했다.

    “쿨럭….”

    혈액 구체에 의해 내장이 파괴되어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콰앙!

    허덕륜의 왼쪽 어깨에 혈액 탄환이 적중했다.

    허덕륜이 가드를 올리고 있던 팔이 떨어졌다

    “하이 프로텍트…!”

    쩌적! 쾅!

    하이 프로텍트를 사용해 혈액 탄환을 막아보려 했지만, 단숨에 깨져 버렸고 다시 허덕륜의 몸으로 혈액 탄환을 막아냈다.

    “허억… 헉…!”

    쾅!

    숨조차 고를 시간이 없었다.

    수천 발의 탄환은 계속해서 쏘아졌고 조금이라도 정신을 잃으면 그대로 윤아를 잃게 되는 거니까.

    그런 허덕륜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듯, 혈액 구체가 사방으로 쏘아지는데도 허덕륜의 등 뒤… 윤아가 있는 곳은 조금의 피도 묻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허덕륜도 이제 한계였다.

    내장이 진탕되고 팔이 부러지고 어깨가 빠졌으며 온몸의 뼈가 부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서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아직… 아직인데….’

    허덕륜의 몸이 천천히 앞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터억.

    그때, 허덕륜을 부축하는 든든한 어깨가 있었으니.

    “감사합니다. 선생님.”

    “왔…구나….”

    그는 강태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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