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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51화 (351/379)

351화

꾸물꾸물….

연정아의 손에 가슴이 꿰뚫린 아르비곤은 꾸물거리며 녹아 버렸다.

‘역시… 분신이었어.’

아르비곤은 칠죄신교 내에서 분신의 귀재라고 불렸었다.

본인은 어찌 생각하는지 몰라도 연정아가 아는 아르비곤은 분신을 활용하는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윤아야. 눈 감고 있어.”

“으… 응….”

쾅!

연정아는 마기를 사용해 바닥에 구멍을 뚫은 뒤 그곳에 윤아를 들여보냈다.

그리고 그곳에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단단한 방어 마법을 사용했다.

퍼-엉!

“크윽…!”

연정아가 윤아를 땅 아래로 내려보낸 순간, 태운의 집이 폭발하며 집 자체가 말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하, 미친… 큰일 났네.”

집이 사라져 시야가 탁 트인 연정아의 눈에 들어온 것은 레비아탄의 권속 여덟이었다.

그들은 연정아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사방을 포위하고 있었다.

“강태운의 혈육을 잡으러 왔더니 아스모데우스 님의 혈육도 보게 될 줄이야.”

“그러게. 신기하…네!”

슈욱!

연정아는 말이 끝나는 순간 마기로 창을 만들어 쏘아냈다.

대상은 가장 가까이 있는 아르비곤.

푸욱!

하지만 연정아의 공격은 아르비곤이 만든 분신체에 막혀 버렸다.

“…거, 너무하네.”

연정아는 마기로 만든 창을 폭발시켜 아르비곤이 만들어내는 분신체를 소멸시켰다.

‘녀석도 적당히라는 걸 안다면 분신체를 소멸시킬 때마다 힘을 사용하겠지. 하나하나 지워나가면….’“무슨 생각인지는 알겠다만 그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은 거다.”꾸물꾸물….

아르비곤의 한마디 이후 아르비곤은 연정아의 옆에 분신체를 소환했다.

문제는 그게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르비곤이 소환한 분신체는 약 200마리.

“미친…. 이게 다 몇이야?”

연정아의 생각을 무색하게 만드는 분신체의 숫자였다.

‘막을 수 있을까…?’

모든 힘을 개방하면 녀석들을 상대하는 거야 가능은 할 것이다.

하지만 윤아를 지키면서 싸우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지금 땅 밑에 윤아를 넣어놓고 방어 마법으로 보호하고는 있지만 애초에 연정아는 방어 마법에 능하지 않다.

칠죄종의 권속쯤 되는 녀석이 마음만 먹는다면 단번에 부숴 버릴 수 있는 정도다.

게다가 그런 적이 하나가 아니라 여덟이나 된다.

‘시간을 끌면 레비아탄도 곧 오게 될 거야.’아르비곤은 레비아탄이 가는 곳에 미리 가서 상황을 알아보는 역할과 전면전을 벌일 때 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분신체를 활용해 싸우는 역할.

이 두 가지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아르비곤이 지금 그 두 가지 역할 중 무엇을 맡았든 간에 이곳에는 곧 레비아탄이 온다는 말이다.

화아악!

연정아의 몸에서 마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기를 빌려오는 사람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완전한 마기.

게다가 그녀의 피는 칠죄종의 아스모데우스로부터 이어진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녀석의 피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강해지지는 못했겠지.’연정아가 감당하기 힘든 적을 만나면 아스모데우스의 피에서 나오는 순수한 마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역시… 인간이라고 해도 아스모데우스 님의 혈육이라 그런지 그 힘은 숨기지 못하는군.”

“입 좀 닫아.”

파스스스스….

연정아가 살벌한 기운을 내뿜으며 한마디 하자 아르비곤의 분신이 전부 사라졌다.

“내가 너희들 못 이길 거 같아서 고민한 줄 알아?”연정아는 가장 약해 보이는 권속에게 달려가 그의 목을 붙잡았다.

“큭!”

스스스스스….

연정아는 그의 목을 붙잡고 마기를 빨아들였다.

“커어어억….”

연정아에게 목을 붙잡힌 권속은 과거 탐욕의 마몬 휘하에 있던 권속 중 하나였다.

현재 레비아탄의 권속 중 가장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도 마몬 휘하 최강의 권속 출신이다.

절대 약한 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스모데우스에게 치명상을 입히니 내 존재의 격도 올라가더라고. 힘도 당연히 올라갔고.”존재의 격이 올라 초월자가 되면 자신의 몸에서 아스모데우스의 흔적을 지워 버릴 수 있다.

정확히는 아스모데우스의 피를 빼내고 그 안에 새로운 힘을 가진 연정아만의 피가 흐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연정아의 현재 목표는 그것을 이뤄내는 것이었다.

“뭐 해! 도와!”

아르비곤은 순식간에 많은 분신체를 잃은 반동을 수습하고 있었다.

그런 아르비곤은 아군의 위기에도 움직이지 않는 권속들에게 화내며 소리쳤다.

“멍청한 놈들…. 나는 반동으로 못 움직이는데… 내가 못 움직이면 너희들이라도 움직여야 할 것 아니야!”레비아탄의 권속은 그 수가 적은 만큼 하나하나의 역할과 비중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권속 하나가 죽었을 때 그만큼 손실이 크다.

아르비곤의 말에 권속들은 연정아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건 큰 실책이었다.

“멍청한 거야 뭐야?”

연정아가 고개를 뒤로 돌리자 연정아의 어깨너머로 붙잡힌 권속의 얼굴이 보였다.

“……!”

“무슨….”

연정아에게 붙잡힌 권속은 평소에 넘치던 마기를 모두 잃은 뒤 미라처럼 말라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마기는 조금도 빠짐없이 연정아의 왼손에 모여 있었다.

“잘 가.”

“피… 피해라!”

연정아는 마기를 모은 왼손을 달려오던 권속들에게 뻗었다.

“흑염.”

흑염은 마기를 사용해 불꽃을 피우는 가장 기본적인 마기 활용법이다.

하지만 흑염의 장점은 한계가 없다는 것이다.

사용하는 마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양에 비례해 그대로 위력이 높아진다.

화르르륵!

연정아는 권속에게 빼앗은 마기를 전부 사용해 흑염을 쏘아냈다.

“크아아악!!!”

“크으윽….”

연정아의 손에서 산처럼 거대한 불꽃이 쏟아져나와 레비아탄의 권속들을 덮쳤다.

“이게 무슨….”

아르비곤은 눈앞에 펼쳐진 비현실적인 광경에 경악했다.

‘이 정도 힘은… 권속 중에선 일대일로 상대할 자가 없는 수준….’게다가 적의 마기를 끌어다가 사용하는 마족

한정 최악의 상성.

“불길 조절하느라 힘 좀 썼네.”

연정아와 권속들은 하늘에 떠 있었다.

그래서 직선으로 불꽃을 쏘아냈을 때 지상에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불꽃의 위력이 너무 컸기에 힘 조절을 하지 않았으면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나올 뻔했다.

그때, 누군가가 연정아에게 소리쳤다.

“이 근방 1km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대피시켰다! 네 마음대로 싸워 봐라!”연정아에게 소리친 사람은 허덕륜이었고, 허덕륜은 이 주변에 있다가 이변을 감지하고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제 아래에 윤아가 있습니다! 윤아만 데리고 도망쳐주세요!”

“그, 그래 알겠다!”

허덕륜은 가세하기 위해 왔지만 미처 예상치 못한 윤아의 존재에 급하게 윤아만 데리고 물러나기로 정했다.

하지만 레비아탄의 권속들이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어딜!”

연정아의 흑염에서 살아남은 권속 중 두 명은 즉시 허덕륜을 공격했다.

권속 중 하나는 흑염에 불타 죽어 버렸고 나머지 권속들도 큰 데미지를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허덕륜에게 달려들었다.

허덕륜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그리 크지 않았으니까.

그들 입장에서는 데미지를 입은 상태에서 연정아에게 덤벼드는 것보다 약해 보이는 허덕륜에게 덤비는 게 덜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잘못된 판단이었다.

터업.

뿌득!

허덕륜은 가장 먼저 달려와 주먹을 뻗은 권속의 손목을 잡은 뒤 팔꿈치를 반대로 꺾어 버렸다.

그리고 팔을 꺾은 채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 후,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한 발 나아가 오른 주먹을 다음 권속의 명치에 꽂아 넣었다.

“크웁…!”

이 일련의 동작이 빠르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부드러웠기에 권속들은 반응도 하지 못하고 허덕륜의 공격에 당했다.

“뭐 해? 저놈들은.”

연정아가 허덕륜에게 윤아를 맡긴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너희들이 강한 편에 속하는 권속이라도 데미지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허덕륜 팀장님은 못 이기지.”최근에 새로운 힘과 화안금정을 얻은 허덕륜은 칠죄종을 상대로도 시간을 벌 수 있을 만큼 강해졌다.

그런 허덕륜에게 데미지를 회복하지도 않고 달려들었으니 그들이 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젠장….”

지금까지 연정아와 허덕륜이 제압한 권속의 수는 총 넷이다.

둘은 팔을 부러뜨리고 명치를 때려 가슴뼈를 부순 것뿐이지만 허덕륜은 금방 그들의 목숨을 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은 것은 아르비곤을 제외하면 셋이었다.

연정아는 당혹스러워하는 아르비곤에게 말을 걸었다.

“아르비곤, 우리가 아무리 허접 같아도 대충 어느 정도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확인하는 게 기본 아닌가?”아르비곤이 그들의 정보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강태운을 제외한 핵심 전력.

구찬영, 전대섭, 허덕륜, 연정아, 하오, 김현우 등은 혼자 권속 하나 혹은 셋까지 동시에 상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중 특출나게 강한 구찬영, 전대섭은 권속 대여섯은 상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날짜를 지금으로 잡은 것이었다.

그리고 아르비곤을 비롯한 레비아탄의 권속들은 그런 어중이떠중이 권속들 열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었다.

“설마 우리가 바보처럼 시작하자마자 전력을 다해 싸울 거라 생각한 건가?”진심이지 않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싸운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애초에 지금까지 싸웠던 적 중에는 그들의 진심을 끌어낼 만큼 강한 적은 많이 없었다.

있었다 한들 전대섭과 강태운이 빠르게 제압을 해주었기에 온 힘을 끌어내 싸운 적은 별로 없었다.

“하긴 비밀리에 대련을 할 때나 꺼내던 힘인데 너희들이 어떻게 알겠어.”

“…젠장….”

아르비곤은 이를 갈았다.

“흐아아압!”

아르비곤은 자신의 힘을 굉장히 많이 소모해 천여 마리의 분신체를 소환했다.

그리고 소리쳤다.

“곧 있으면 레비아탄 님이 오신다! 그때까지만 버텨라!”

“그래, 어떻게든 해 봐라.”

허덕륜은 쓰러뜨린 두 권속의 목숨을 완전히 끊은 뒤 윤아를 데리러 연정아에게 다가갔다.

“제 발밑에 숨겨두었습니다.”

“그래, 혹시 모르니 재워둬야겠구나.”

윤아는 각성을 하긴 했지만 아직 훈련도 거치지 않았다.

마기에 잠식당할 가능성이 있으니 허덕륜은 마법을 사용해 윤아를 재웠다.

“그럼 윤아는 믿고 맡기겠습니다.”

“그래, 안전한 곳에 윤아의 보호를 맡기고 다시 오마. 레비아탄은… 아무리 너라도 힘들 테니까.”연정아는 강태운 바로 뒤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게, 태운을 제외하고 단신으로 칠죄종과 싸워 승산이 있다고 판단되는 유일한 강자였으니까.

그 승산이 극히 적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럼 다녀오마.”

허덕륜은 그렇게 말하고 윤아를 데리고 멀리 달아났다.

“크… 크크큭….”

허덕륜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아르비곤은 천천히 웃기 시작했다.

“뭘 그렇게 웃어. 실성한 거야?”

연정아는 그의 웃음이 어이가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불안했다.

“그렇게 잘 속아 넘어가다니….”

꾸물꾸물….

그 순간, 연정아와 허덕륜이 죽인 권속들의 사체가 모두 꾸물거리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들 모두 아르비곤의 분신체였던 것이다.

“……!”

“애초에 이곳에 온 것은 나혼자다.”

“그럼….”

“그래, 전부 내 분신들이지. 내가 왜 칠죄신교에서 분신의 귀재라 불렸는지…. 고작 소환할 수 있는 분신의 개수가 많다고 그렇게 불릴 일은 없지 않겠어?”연정아는 완전히 속아 넘어갔다.

“빌어먹을 놈….”

“그렇게 시간 보내도 돼? 지금 나머지 권속들은 방금 그 아저씨를 쫓아갔을 텐데.”연정아는 그 말을 듣고 순간 소름이 돋았다.

“설마….”

“그래, 그곳으로 레비아탄 님이 가실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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