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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50화 (350/379)
  • 350화

    [네놈이 정녕 죽고 싶은 게냐!]

    태운의 도발에 벨제부브는 손에 들고 있던 권속의 다리를 집어 던지고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확실히 날개가 찢어져서 속도가 빠르지는 않네….’그렇다고는 하지만 초감각을 활성화한 태운의 눈에만 빠르지 않을 뿐, 벨제부브의 속도는 음속과 비슷한 속도였다.

    ‘전력을 다한 속도는 아닐 터…. 나도 그럼 조금 간만 볼까…?’태운은 벨제부브의 공격을 정확히 눈으로 따라갔다.

    ‘지금.’

    퍼억!

    벨제부브는 오른팔로 태운을 공격하려 했지만, 태운은 에테르 피스트를 사용한 뒤 그의 팔을 빠르게 끊어 쳤다.

    가볍게 쳤지만 벨제부브의 공격이 가지고 있던 힘의 반발력으로 벨제부브의 팔은 튕겨 나갔다.

    그렇게 생긴 틈으로 태운은 벨제부브의 명치에 강하게 주먹을 내질렀다.

    ‘에테르 뉴클리어 스트라이크, 에테르 건틀릿.’핵폭발에 버금가는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에테르 뉴클리어 스트라이크를 근접 공격인 에테르 건틀릿에 녹여 낸다.

    광역 공격에 피아 구분이 가능하게 해주는 파괴신이라는 특성이 있기에 할 수 있는 발상이었다.

    “일단 한 방 크게 먹고 시작하자.”

    콰-아아앙!!!

    태운의 주먹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원래대로라면 한 번 폭발하고 사라질 충격은 에테르 건틀릿을 타고 벨제부브의 명치에 꽂혔다.

    [……!]

    벨제부브는 지금껏 당했던 공격 중 가장 강력한 공격을 경험했다.

    온몸의 갈비뼈가 부러지고 폭발의 열기로 인해 내장이 전부 익어 가는 느낌이었다.

    당연히 지금까지 느꼈던 고통 중에 가장 큰 고통이었다.

    쿠구구….

    태운이 에테르 건틀릿으로 길을 만들어 대부분의 폭발 에너지가 벨제부브의 몸으로 전달되긴 했지만, 폭발이 워낙 거대했기에 벨제부브가 만든 지하 동굴의 외벽이 크게 흔들렸다.

    ‘당장 무너지진 않겠지만… 계속 여기서 싸우다가는 좀 위험하겠는데.’자신은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져도 죽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혹여나 난리통에 벨제부브를 놓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벨제부브의 멱살을 잡고 동굴 밖으로 나가는 건 위험하다.

    태운은 아직 그의 전력을 모르고 있으니까.

    “흠… 그럼 그냥 천장을 뚫어 버리지, 뭐.”

    태운은 에테르로 메테리얼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메테리얼에 에테르를 계속해서 주입했다.

    ‘이 위는 산이야. 어지간한 힘으로는 밀어낼 수도 없어.’그러니 에테르를 한껏 사용하는 것이다.

    “물리 개변, 역중력.”

    쿠구구구….

    태운이 역중력 마법을 사용하자 동굴의 천장이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에테르 뉴클리어 스트라이크.”

    콰앙!

    태운은 대놓고 천장을 부쉈다.

    쿠구구구….

    그러자 태운의 공격에 의해 산은 완전히 박살이 났고 역중력 마법에 의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부서진 산의 파편이 하늘로 떠오르며 그 사이로 파란 하늘이 비쳤다.

    “허….”

    전대섭은 눈앞에 펼쳐진 경이로운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치 신이 세상을 재창조하려 땅을 파괴한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네놈… 무슨….]

    그것은 벨제부브도 마찬가지였는지 태운을 보고 경악했다.

    “러시아 정부한테는 미안하긴 하지만… 뭐, 별 수 없으니까.”태운은 어느 정도 떠오른 산의 파편들을 옆으로 치워냈다.

    역중력 마법의 방향을 조금 꺾으니 쉽게 치워낼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하니 금방 역중력 마법이 깨져 산의 파편이 옆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일단 거슬리는 천장을 지워 버렸으니 다시 시작해볼까?”

    [네놈이….]

    벨제부브는 그 순간 전의를 잃어버렸다.

    아니, 겁먹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힘의 크기는 자신의 본신과 비슷한 수준.

    하지만 목숨을 걸고 본신의 힘을 모두 끌어온다 해도 그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수천 년을 존재해 온 자신보다 힘을 사용하는 방법이 더 다채롭고 새로웠으니까.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변화무쌍하게 그 힘을 백분 활용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으니까.

    “뭐야, 싸우기 싫어?”

    […난 마계로 돌아가겠다.]

    “음…? 무슨 수작이야?”

    이대로 꼬리를 말고 돌아가면 조롱을 받을지언정 이곳에서 패배하는 것보다 손해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강태운은 벨페고르의 존재 자체를 지워 버렸다.

    그 사실은 벨제부브로 하여금 강태운이 악마의 존재를 지워 버리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벨제부브로 하여금 도망이라는 방법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흐음….”

    하지만 강태운은 그에게 무슨 속셈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상하지 않은가.

    방금까지 죽자고 덤비던 녀석이 갑자기 마계로 돌아가겠다고 하는데.

    ‘그냥 죽여…? 아니, 그건 좀 위험해.’

    그냥 죽여 버리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이미 마계로 돌아간다는 선택을 한 녀석이 남은 힘으로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

    실제로 첫 번째 데블스 에이지 때 벨제부브의 저주 때문에 수만 명이 죽었었다.

    ‘과거에 벨제부브가 내린 저주에 걸린 사람들은 옆에 있는 사람을 산채로 물어뜯을 정도로 식욕에 사로잡혔다고 했어. 실제로 인구가 천명 정도 되는 마을은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다가 자멸했다고도….’어차피 여기서 녀석을 죽인다고 해도 녀석은 마계로 돌아간 뒤 힘을 모아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

    벨페고르처럼 도발에 응해 존재 자체를 내놓은 게 아닌 이상 수만 명의 목숨을 담보로 걸고 싸울 가치는 없다.

    “그래, 돌아가라. 얌전히 돌아가지 않고 수작을 부리려는 것 같다면….”강태운은 벨페고르를 죽인 방법에 대해 알지 못하는 벨제부브에게 잠깐 허세를 부려보았다, “네놈도 벨페고르와 똑같은 처지로 만들어주마.”

    […….]

    벨제부브는 자존심이 크게 상했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지금은 일단 마계로 돌아가 힘을 보존하는 게 급선무였으니까.

    하지만 벨제부브도 나름 한 마계의 수장을 맡고 있는 악마.

    마지막 자존심만큼은 지켜야만 했다.

    [30년만 기다려라. 다시 네놈의 목을 따러 올 테니.]

    벨제부브가 30년을 부른 이유가 있었다.

    다른 세상 하나를 잡아먹고 힘을 키울 시간.

    그게 딱 30년이었다.

    “그래, 꼭 와라. 그때는 나 말고도 강한 사람이 많을 테니까.”30년. 이는 태운에게도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데블스 에이지로 인한 피해를 수습하고 헌터들의 전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바로 30년 정도였으니까.

    화륵.

    벨제부브는 그렇게 마계로 돌아갔다.

    ‘30년이라…. 그때도 아마 현역이겠지?’

    30년이 지나면 태운이 지금의 전대섭, 허덕륜의 나이가 되는 때다.

    힘과 노련함이 극에 달하고 이제 내려갈 일밖에 없는 시기.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벨제부브의 항복으로 벨제부브 레이드는 다소 싱겁게 끝이 났다.

    하지만 태운은 모르고 있었다.

    벨제부브의 항복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 * *

    [뭐? 벨제부브가 항복했다고?]

    “네, 그렇습니다. 레비아탄 님.”

    질투의 레비아탄.

    과거 첫 번째 데블스에이지 당시에 끝까지 살아남아 이 세상의 모든 마기를 흡수해 강해진 뒤 세상을 파괴하던 칠죄종이다.

    거대한 몸집으로 파괴 하나만큼은 일가견이 있는 레비아탄이었기에 그는 마기를 흡수하고 잠깐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도시 하나를 부숴 버렸었다.

    [어쩐지… 갑자기 몸에 활기가 돈다 싶더니…. 녀석, 생각보다 이타적인 놈이었네. 크큭….]

    레비아탄은 벨제부브를 비웃으며 말했다.

    벨제부브가 항복하고 마계로 돌아갔을 때 레비아탄의 몸에 활기가 돈 이유는 지구 안에서 뽑아낼 수 있는 마기의 총량과 관계가 있다.

    인간들의 불안감, 상황의 심각성 등등.

    모든 부정적인 감정, 상황을 총합해 한 세상에서 뽑아낼 수 있는 마기와 존재력의 총량은 한정되어 있다.

    칠죄종은 그것을 일곱이 나눠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벨페고르는 끝까지 싸우다가 패배해 자신의 할당량만큼의 마기를 사용하고 떠났다.

    그렇게 되면 다시 마기가 생성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벨제부브는 벨페고르와 달리 항복하지 않았는가.

    즉, 자신의 할당량만큼의 마기는 이 세상에 그대로 두고 간 것이다.

    그리고 그 마기들이 모두 남은 칠죄종들에게 전달되었다.

    [그 식충이 녀석도 도움이 될 때가 다 있군.]

    레비아탄은 거대한 몸을 움직이며 권속들을 둘러보았다.

    [그 덕분에 네 녀석들도 꽤 강해졌구나.]

    레비아탄의 권속은 총 8명.

    수는 적지만 그들의 수준은 모두 다른 칠죄종의 권속 다섯에서 열은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레비아탄이 이렇게 강한 권속들을 가진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사실 이 권속들은 전부 다른 칠죄종의 권속들이었다.

    자신의 권속보다 강한 권속이 보이면 레비아탄은 바로 빼앗으려 했고 그게 어지간하면 성공했다.

    그래서 다른 칠죄종과 레비아탄은 사이가 심각하게 안 좋다.

    [이제 슬슬 우리가 움직여야겠다.]

    레비아탄은 강태운이 강철운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강철운의 아들인 태운이 엇나가게 온갖 수를 다 써두었었다.

    어떻게 잘 버텨내 잘 자란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앞으로 할 일만 성공한다면 충분히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은 태운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녀석의 집이 어디라고 했었지? 지금 그곳으로 간다.]

    지금 강태운은 몽골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당장 돌아온다고 해도 반나절에서 하루는 걸릴 터. 레비아탄과 권속들이 한국에 도착해 녀석의 집을 부숴 버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 * *

    태운의 집. 그곳에서는 태운의 동생인 강윤아와 연정아가 같이 TV를 보고 있었다.

    “정아 언니는 어디 안 가도 돼요?”

    “음? 아, 나는 너 지키는 게 임무야.”

    “정아 언니는 그래도 나름 주요 전력인데… 나 지킨다고 뒤에 빠져 있으면….”윤아는 주요 전력인 연정아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후방으로 빠져 있는 게 미안한 것 같았다.

    사실 연정아는 주요 전력 수준이 아니라 ‘핵심’ 전력 중 하나였으니까.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괜찮아. 내가 지금 널 지키는 것도 전방에서 싸우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거니까.”

    “응?”

    “여기서 내가 널 지키고 있으니까 강태운이 마음 놓고 싸울 수 있는 거야. 만약에 칠죄종의 권속 중 하나가 널 노린다고 하면 태운이가 마음 놓고 싸울 수 있겠어?”강태운과 강윤아는 친척과도 거리를 두고 살아왔다.

    최근에는 강태운이 유명해지자 다시 연락이 오긴 했지만, 태운은 모른 척했다.

    태운이 정말 힘들었을 때, 그들은 부모님의 재산을 두고 싸울 뿐 도움은 조금도 주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사실상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혈육인 것이다.

    “그러니까 부담스러워할 필요도 없어. 어차피 이 근방의 치안 유지가 잘 되는 것도 내가 여기 있다는 게 알려져서 그런 거니까.”

    “응… 알겠어. 고마….”

    쾅!

    그때, 태운의 집 천장이 부서지며 누군가가 나타났다.

    “이런….”

    연정아는 그를 보자마자 힘을 개방하고 공격했다.

    푸욱!

    연정아의 손은 천장을 부수고 들어온 녀석의 가슴을 꿰뚫었다.

    “이놈은….”

    어렸을 때 하늘섬에서 배운 적이 있었다.

    레비아탄의 권속, 분신의 귀재, 아르비곤.

    그리고 아르비곤은 레비아탄이 직접 가는 곳에서만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이런 미친….”

    연정아는 오늘 윤아를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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