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349화 (349/379)
  • 349화

    콰직!

    전대섭의 마법에 권속의 머리통이 으스러졌다.

    지금까지 전대섭이 쓰러뜨린 권속은 일곱.

    “크흠….”

    전대섭은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지금까지 권속들을 상대한 것이 꽤나 부담스러운 것 같았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이 장소는 전대섭이 싸우기 좋은 장소도 아니고 동굴이 무너지지 않게 힘을 조절해야 했으니까.

    아무리 최전성기를 맞이한 전대섭이라지만 적들도 하나하나가 대원로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힘을 조절하며 싸우는 건 쉽지 않았다.

    “후우….”

    “이제 좀 쉬시는 게….”

    “아니다. 다섯 놈 정도는 더 처치할 수 있겠구나.”

    “그래도 체력은 좀 남겨두시는 게….”

    “네, 잠시 쉬세요. 제가 대장님 대신 싸우고 있겠습니다.”구찬영이 전대섭을 대신해 싸우겠다고 말했지만 전대섭은 고개를 저었다.

    “너희들의 체력은 남겨두는 게 좋다. 내 전투법은 어차피 한 명을 상대할 때보다 여러 명을 상대할 때 더 큰 효율을 보이니 말이야.”전대섭은 자신의 뜻을 굽힐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네, 알겠습니다. 대신 무리라고 판단되면 억지로라도 말리겠습니다.”

    “그래, 그때는 부탁하마.”

    그 순간, 통로 안에서 흉포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피부가 따가워질 정도로 난폭한 기운이었다.

    “…….”

    통로 안에서 나온 것은 회색 피부를 가진 권속이었다.

    오크가 비쩍 마르면 이렇게 생겼을까 싶은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난폭한 기운은 그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고 전대섭은 다시 전투 준비를 했다.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그가 입을 열었다.

    “배고프다….”

    “……?”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난폭하고 흉악한 기운과 딴판인 실없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 순간, 3명은 그 권속의 움직임을 눈치챘다.

    쾅!

    그 권속이 달려 나오기 직전, 전대섭은 통로 양옆의 벽을 조종해 권속을 짓눌렀다.

    지금까지 상대해 왔던 권속은 이 공격 한 번이면 죽거나 큰 부상을 입었다.

    꾸드득….

    하지만 지금 상대하는 권속은 여태까지 상대해 왔던 적과는 사뭇 달랐다.

    “배…고…파….”

    녀석은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벽의 틈을 타고 밖으로 천천히 빠져나오고 있었다.

    “저 녀석… 지금까지 상대하던 놈들이랑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구나.”

    전대섭은 조금 더 힘을 사용해 적을 짓눌렀다.

    콰득… 콰드득….

    녀석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지만 그의 기세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무서울 정도의 집착이었다.

    “배고파!!!!”

    콰앙!

    갑자기 녀석은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벽을 부수고 전대섭에게 달려들었다.

    “배고파배고파배고파배고파배고파배고파배고파.”녀석은 섬뜩할 정도로 배고픔에 집착하고 있었다.

    실제로 배가 고픈지 전대섭을 향해 입 먼저 들이밀고 있었다.

    “캬학!!!”

    “어스 필러.”

    녀석은 입을 크게 벌려 전대섭을 공격했고 전대섭은 그런 녀석의 아가리에 돌기둥을 꽂아주었다.

    쾅!

    녀석은 돌기둥이 아가리에 꽂힌 채 천장에 처박혔지만, 시선은 계속 전대섭을 향해 있었다.

    콰작!

    녀석은 자신의 아가리에 들어온 돌기둥을 단번에 씹어 삼킨 뒤 다시 전대섭에게 달려들었다.

    “어스… 쿨럭!”

    전대섭은 힘을 좀 더 사용해 녀석을 상대하려 했지만, 그동안 쌓인 데미지 탓에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어딜!”

    빠악!

    그때, 구찬영은 창을 휘둘러 녀석의 공격을 저지했다.

    “에테르 스매시!”

    빠악!

    그 직후, 강태운은 바닥에 쓰러진 녀석을 발로 차 멀리 날려 버렸다.

    “저놈 저거 뭡니까…?”

    “그러게 말이다.”

    지금 전대섭을 공격하고 있는 권속의 이름은 ‘글러트니’.

    그의 식탐은 벨제부브 자신과 필적할 정도였기에 벨제부브가 직접 식탐 그 자체인 ‘글러트니’라는 이름을 내려주었다.

    힘도 강하고 욕망에 대한 강한 갈망이 있기에 누군가의 권속이 되지 않고 직접 대악마가 될 수 있었으나, 잠시라도 음식을 먹지 않으면 이성을 잃고 날뛴다는 점 때문에 대악마가 되지 못한 존재다.

    그리고 온전한 상태의 글러트니는 과거 벨제부브의 권속이었던 라이칸과 비슷한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제부브가 글러트니를 전선에 내보내지 않은 이유가 있었으니.

    글러트니가 폭주하면 그를 말릴 수 있는 자가 없기 때문이었다.

    글러트니의 주인인 벨제부브 자신도 권속의 계약으로 절대적인 명령권이 없었다면 그를 막을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아니, 가끔은 그의 욕망이 권속의 계약의 구속력을 넘어설 때가 있어 벨제부브도 그를 완전히 제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제어를 할 수 있든 없든 눈앞의 적을 없애야만 했으니까.

    “캬하아아악!”

    “참 듣기 싫은 소리네요.”

    구찬영은 창을 한 번 휘둘러 통로를 확장해 창을 휘두를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

    “이번에는 저한테 맡기세요. 대장님.”

    “…알겠다.”

    고집을 부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전대섭의 몸은 한계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으니까.

    여기서 더 힘을 쓰면 정말 여차할 때 한 번의 마법도 쓸 수 없을 것이다.

    “알겠다. 여긴 너에게 맡기마. 먼저 가겠다.”

    “빨리 잡고 와.”

    “그래.”

    태운과 전대섭은 글러트니를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캬하하학!”

    “어딜 봐?”

    글러트니는 태운과 전대섭을 곱게 보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지만 구찬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둘을 보내줘야만 했다.

    “후….”

    구찬영은 숨을 길게 내쉬며 오러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몸과 창에 골고루 분배했다.

    이게 바로 구찬영이 오러를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었다.

    무기를 강화함과 동시에 자신의 몸까지 강화하는 방법.

    촥! 퍼억! 빠악! 퍽!

    “캬학!”

    글러트니가 공격해오자 구찬영은 창을 현란하게 휘두르며 글러트니의 공격을 막음과 동시에 공격했다.

    봉술과 창술을 합친 듯, 묘한 느낌을 풍기는 무기술이었다.

    “캬학!”

    글러트니는 그냥 돌격해선 안 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닫고는 입에서 촉수를 쏘아냈다.

    그 촉수들은 바닥, 천장, 벽에 박혀 빠른 속도로 크기를 키워 나갔다.

    그리고 그 촉수들은 구찬영의 팔다리를 구속하기 위해 움직였다.

    촤자자작!

    구찬영은 창을 휘두르면서 언월도 모양으로 바꾸어 촉수들을 빠르게 베어 나갔다.

    ‘젠장…. 내가 공간을 확장하긴 했지만… 동굴이라 그런지 여전히 창을 휘두르기 부담스러워….’

    “캬하하학!”

    콱!

    구찬영이 촉수와 씨름을 하던 도중 글러트니는 빠른 속도로 구찬영에게 달려들어 그의 어깨를 물어 버렸다.

    “크윽!”

    오러로 신체를 강화한 덕분에 뜯겨 나가지는 않았지만, 녀석의 치악력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어깨뼈가 완전히 으스러진 것 같았다.

    “후….”

    구찬영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결코 약한 적이 아니다.

    아니, 지금까지 자신이 목숨을 걸고 싸워 왔던 적 중에 가장 강할지도 모르는 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기지 못할 적도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지는 게 더 힘든 수준의 적이었다.

    “간만에 사용하는 것 같네. 마나경.”

    우-우우웅.

    구찬영은 주변의 마나를 모조리 끌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마나 회로와 마나 코어에 쌓기 시작했다.

    “후… 하… 후… 하….”

    구찬영이 숨을 한 번 내쉬고 들이킬 때마다 마나 코어와 회로에 있던 모든 마나들이 오러로 바뀌기 시작했다.

    “캬학!”

    구찬영이 무엇을 하는지 관심도 없던 글러트니는 호흡을 하며 마나를 오러로 바꾸고 있는 구찬영을 공격했다.

    퍼억!

    하지만 구찬영은 글러트니의 공격을 가볍게 맞받아쳤고 찬영의 몸에는 계속에서 오러가 쌓여 갔다.

    퍼억! 퍽! 퍼억!

    오러가 쌓여 점점 강해진 구찬영은 인간의 몸으로 낼 수 없는 힘과 속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마나 코어와 마나 회로에 오러가 가득 찼을 때 구찬영은 창을 쥐었다.

    ‘위력의 범위를 좁혀라.’

    과거 이 기술을 사용했을 때 산봉우리 하나가 날아갔었다.

    지금 그런 위력의 공격을 사용하면 강태운과 전대섭이 휘말릴 가능성이 있었다.

    구찬영은 창에 오러를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그리고 폭발할 것 같은 오러를 안정화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시도였지만 자신이 있었다.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오러 블레이드, 일점사.”

    그 순간, 구찬영의 창에서 일렁이던 오러는 완전한 고체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구찬영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 순간 구찬영은 셀도 오르지 못한 오러 마스터의 영역을 잠시나마, 어설프게나마 보여주었다.

    스-윽.

    살갗이 찢어지거나 뚫리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다.

    그저 공기를 가르듯 지나간 찬영의 창은 글러트니의 심장을 한 번에 앗아갔다.

    “…내, 내가 방금 뭘 한 거지?”

    그제야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깨달은 구찬영이었다.

    * * *

    “뒤의 기척이 둘에서 하나로 줄었습니다. 보니까 찬영이 이긴 것 같네요.”“금방 이겼군. 바로 따라붙을 수 있겠어.”

    구찬영에게 글러트니를 맡기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전대섭과 강태운은 찬영의 승전보에 안심했다.

    찬영이 질 것 같지는 않았지만 글러트니가 강적인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이제 곧인 듯합니다.”

    “그래, 코가 마비될 것 같은 마기가 느껴지는구나.”전대섭과 강태운은 빠른 속도로 달려서 통로 끝에 있는 공동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예상처럼 벨제부브가 앉아서 사체를 먹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조금 이상했다.

    벨제부브가 먹고 있는 것은 인간도, 몬스터도 동물도 아니었으니까.

    “너… 네 권속을 먹은 거냐?”

    어쩐지 권속의 수가 적다 싶었다.

    파스칼의 말에 따르면 권속은 스물 이상 살아남았다고 했으니까.

    지금까지 강태운, 전대섭, 구찬영이 쓰러뜨린 권속의 수가 대충 열 정도 되니 나머지 열은 벨제부브가 먹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너도 마르기가스와 별다를 게 없는 놈이었네.”그 악마에 그 신도였던 것이다.

    [강태운…. 강철운의 아들이었나.]

    “그래, 대를 이어서 너를 마계에 다시 처넣으려고 왔어.”벨제부브는 과거에도 강철운과의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고 라이칸에게 보호를 받으며 비참한 데블스 에이지를 보냈다.

    그러다가 결국, 강철운과의 리벤지 매치에서 패배한 후 마계로 돌아갔다.

    벨제부브의 입장에서 강철운은 원수나 다름없었다.

    [찾아갈 생각이었다만, 알아서 와준다면 고맙지.]

    벨제부브는 부상을 입은 것치고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리고 아무리 보아도 찢어진 날개를 제외하곤 다친 곳이 보이지 않았다.

    ‘파스칼 헌터님이 거짓말을 친…?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태운은 순간 벨제부브가 뜯어먹고 있는 존재를 떠올렸다.

    “그런 거구나. 권속을 먹으면서 권속이 가진 힘을 흡수해 치료하고 있는 거구나?”우드득.

    강태운은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녀석이 권속까지 먹어가며 회복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으니까.

    강태운, 전대섭, 구찬영이 벨제부브 입장에서 위협적이라는 의미이지 않은가.

    “벨제부브, 너도 마계로 가서 싸우자. 벨페고르처럼 존재 자체를 지워줄 테니까.”

    [네놈… 정녕 죽고 싶은 게냐!]

    그때, 강태운과 벨제부브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