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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48화 (348/379)

348화

“아… 오셨습니까….”

파스칼의 병실에 도착하자 파스칼은 쉰 목소리로 그들을 맞이했다.

그의 상태도 셀과 마찬가지로 심각했다.

파스칼도 혼자서는 밥도 먹을 수 없는 상태였다.

“괜찮으신가요?”

“후… 담배가 피우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 거 제외하고는 괜찮습니다.”태운의 말에 파스칼은 병실 침대에 누운 채로 한숨을 내쉬었다.

“강태운 헌터님.”

“네?”

“벨페고르를 혼자 상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네, 그렇습니다.”

자세한 건 알려지지 않았지만 태운이 벨페고르를 혼자 상대했다는 사실은 널리 퍼져 있었다.

“어떻게 그런 놈을 혼자서….”

파스칼은 완전히 기가 죽어 있었다.

벨제부브의 힘을 직접 느껴보고 다른 칠죄종을 혼자 상대했다는 태운의 강함에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거지….’

십수 년간 목숨을 걸고 걸어왔던 길이다.

재능있는 자에게 따라잡힐 거라는 각오는 했겠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태운이 헌터가 된 것은 해봐야 3년이다.

하지만 파스칼이 헌터가 되어 활동한 것은 15년은 넘었다.

꾸준히 경험치를 쌓고 실력을 쌓아온 파스칼은 고작 3년 동안 헌터로 활동한 태운에게 추월당한 것은 물론 등을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거리가 벌어진 것에 회의감을 느꼈다.

“그래도 이런 시국에 자네 같은 인물이 있어서 참 다행이야.”그래도 그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강태운이 없었다면 이 세상은 칠죄종에게 먹혔을 것이 분명하니까.

“벨제부브는 러시아 소치를 점령하고 그곳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서 은신처로 삼았다. 녀석은 지하에 숨어들었기 때문에 녀석이 파놓은 통로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어.”파스칼은 부상을 입어 입원한 것치고는 직접 가본 것처럼 자세히 알고 있었다.

태운은 그것을 파스칼에게 물었다.

“직접 가봤으니까 그렇지. 나는 벨제부브와의 전투에서 왼쪽 팔의 뼈가 부러지는 부상만 입었다. 다리가 다친 게 아니니 정찰대에 포함되어 같이 갔지. 기회가 되면 녀석을 마무리해야 하니까.”

“마무리라면… 혹시….”

전대섭은 칠죄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오러와 에테르, 신성력 같은 특수한 힘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특수한 힘을 다루는 것만으로도 존재의 격이 올라 칠죄종을 죽일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는 것은 파스칼도 무언가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래. 나도 최근에 새로운 힘을 얻었다.”

파스칼은 비교적 멀쩡한 오른손을 들어 올려 힘을 풀어냈다.

“오….”

아직 미숙하지만 에테르와 비슷한 힘이었다.

‘아니, 조금 다른가?’

에테르라고 하기에는 차가운 예기가 서려 있었다.

마치 오러처럼.

‘자신의 감각만으로 힘을 얻어내려다 보니 에테르와 오러가 뒤섞인 건가?’순도가 떨어져 각자의 위력이 온전히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게 나쁜 거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그건 아니었다.

에테르의 유동성과 오러의 예기가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본 느낌이었다.

“느낌이 좋은 힘이네요. 앞으로 더 잘 다룰 수 있게 힘쓰면 권속 하나쯤은 어렵지 않게 제압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하… 그런가. 자네를 보고 은퇴를 생각했었는데… 아직 이른가 보군.”“네, 제 생각에는 파스칼 헌터님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일 거 같습니다.”오러의 예기와 에테르의 유동성이 합쳐진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꽤 위력적이었다.

게다가 에테르의 핵심 특성인 ‘세상의 원리를 비트는 일’은 파스칼이 사용하는 힘으로도 충분히 가능했다.

“단순히 생각해 봐도 칠죄종을 마무리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일이다. 그러니 벨제부브 일은 걱정하지 말고 회복에만 전념하게.”“네, 알겠습니다. 한 달만 기다려주십쇼. 병상을 박차고 일어나겠습니다.”“기대하겠네. 그렇다고 괜히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전선에 서고 그러진 말거라.”전대섭과 대화할 때 파스칼은 한껏 신나 보였다.

파스칼의 세대가 딱 전대섭이 영웅으로 매체에 나올 때의 고등학생 세대니까.

파스칼도 그 세대의 헌터인 만큼 전대섭이 영웅처럼 보일 것이다.

“그럼 후딱 다녀오겠네. 벨제부브가 더 회복하면 안 되니까.”

“네, 염치없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염치는 무슨…. 그런 말 하지 말게. 어차피 해야 하는 일. 오히려 희생된 헌터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전대섭은 항상 생각해왔다.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고.

그래서 스스로를 영웅이라고 인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전대섭은 스스로가 죽을 것을 알고도 적에게 돌격해 자신의 힘을 모조리 쏟아부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대섭은 저번 전투에서 죽은 400여 명의 영웅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무슨 일이 있어도 벨제부브를 쓰러뜨릴 생각이었다.

“믿고 기다리고 있거라.”

전대섭은 그렇게 말하고 강태운과 구찬영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바로 소치로 간다.”

그리고 타고 왔던 전용기를 향해 걸어갔다.

* * *

[하… 라이칸 녀석이 있었다면 든든했을 터인데….]

벨제부브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거대한 지하 동굴 안에서 산처럼 쌓여있는 동물, 인간, 몬스터의 사체를 우득우득 씹어먹고 있었다.

벨제부브는 시체들을 끊임없이 먹으면서도 라이칸이 없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안타까워했다.

마지막 라이칸은 어째서인지 죽어있었고 라이칸 계승을 위한 척수액은 신성력에 의해 힘을 잃어버렸다.

그 때문에 라이칸은 계승이 되지 않았고 존재 자체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라이칸이 사라진 건 헌터들의 던전 공략 때였을 터…. 그런데 그때면 아직 아무도 신성력을 사용하지 못했을 것인데….]

태운은 몰랐지만 모우데라투스는 힘을 넘겨주고 소멸함과 동시에 라이칸의 척수액을 단순한 액체로 만들어주었다.

모우데라투스의 마지막 배려였던 것이다.

우드득….

찌-이익.

벨제부브의 살벌한 식사는 3시간 동안 이어졌고, 그사이에 산처럼 쌓여 있던 사체들은 모두 벨제부브의 입안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제부브의 뱃가죽은 등과 붙어 있었다.

[이 머저리 같은 권속들아! 음식이 끊겼잖느냐! 너희들의 머리통을 씹어먹기 전에 음식을 가져다 바치란 말이다!]

“네, 넵!”

벨제부브가 소리치자 1분도 지나지 않아 용달 트럭 한 대 분량의 시체가 벨제부브의 앞에 쌓였다.

[계속해서 가져와라. 내 회복 속도가 늦어지면 네놈들을 대신 씹어먹어 주마.]

“네! 알겠습니다!”

벨제부브가 데리고 온 권속의 수는 서른에 달한다.

그중 여덟은 직전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고 둘은 벨제부브의 심기를 건드려 벨제부브의 배 속에 들어갔다.

지금 남은 권속은 스물. 그중 절반은 항상 벨제부브의 은신처를 지키고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벨제부브의 힘을 회복해주기 위한 음식을 수급해오고 있었다.

[어찌 스물이나 되는 권속들이 라이칸 하나만도 못한 것인지….]

라이칸은 웨어울프들을 조종해 움식을 조달하는가 하면 단신으로 헌터들의 공격을 막아냈었다.

그렇게 유능한 인재였기에 벨제부브의 입장에서는 라이칸의 부재가 아쉬울 수밖에.

우드득.

벨제부브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앞에 쌓인 사체들을 씹어먹기 시작했다.

그때.

콰-앙!

은신처의 입구 쪽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무슨 일이냐!]

“헌터들의 습격입니다!”

[몇 명인데 이 소란이란 말이냐!]

평소라면 권속의 시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겠지만 부상을 입은 지금은 그런 일을 할 수 없었다.

“그… 3명입니다.”

[3명…?]

벨제부브는 격노했다.

[수백 명, 수십 명도 아니고… 고작 3명 때문에 내가 신경을 써야겠나!]

“죄송합니다!”

벨제부브와 권속들의 관계는 마치 과거 마르기가스와 그 직속 원로들을 보는 것 같았다.

성격이 불같아 조금만 잘못해도 잡아먹혀 버리니 공포심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빨리 가서 해치우도록 하겠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권속들은 모두 방을 나가 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그 시각, 입구의 상황은 심각했다.

물론, 벨제부브의 입장에서 말이다.

“에테르 다이너마이트.”

쾅!

태운은 에테르로 만든 폭탄을 던져두고 검을 든 뒤 돌격했다.

“적습이다!”

“이 미개한 헌터 놈들!”

푸욱!

태운의 검은 입구를 지키던 두 권속 중 하나의 가슴을 관통했다.

“크억!”

“에테르 블레이드.”

서걱!

태운은 가슴을 찌른 검을 위로 휘두르며 빼냈다.

그 덕분에 권속은 가슴에서부터 어깨까지 완전히 절단되었다.

“네놈의 머리통을 씹어먹어 주마!”

벨제부브의 수하답게 거대한 입을 크게 찢으며 태운에게 달려드는 다른 권속.

하지만 태운은 이미 대비를 해두었다.

“폭발.”

쾅!

태운은 미리 던져놓은 에테르 다이너마이트를 폭발시켰고 그 반동으로 인해 입을 벌리고 달려들던 권속은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이런 쓸데없는 반항을….”

공격은 적중했지만, 그는 대원로보다도 강한 권속답게 에테르 다이너마이트에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쓸데없다니.”

촤악!

하지만 태운이 노린 바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구찬영은 풀숲에서 순식간에 튀어나와 오러가 실린 언월도로 권속을 베었다.

푸욱!

그리고 그 즉시 무기의 모양을 창으로 바꾸어 권속의 가슴을 찔렀다.

“크윽!”

그때, 태운이 상대하던 권속은 태운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자 그 권속은 불같이 화를 내며 태운을 공격했다.

“네놈이로구나! 강태운!”

“나는 악마들 사이에서도 유명인인가 보네?”권속은 잘린 어깨를 신경 쓰지 않고 바로 강태운의 얼굴을 공격했다.

쐐애액!

스윽.

태운은 고개만 살짝 틀어 권속의 공격을 피해냈다.

콰가가가각!

그러자 태운이 피한 공격의 풍압은 태운의 뒤로 날아가 거대한 건물 하나를 무너뜨렸다.

“와우… 위력은 상당하네.”

위력은 지금까지 태운이 봐왔던 권속 중 가장 강했던 권속인 칼라보르와 견주어도 될 정도였다.

속도와 실력이 형편없었을 뿐.

퍼억!

태운은 공격에 실패한 권속의 턱을 팔꿈치로 올려쳤다.

그 직후, 아공간 벨트에서 단검을 꺼내 신성력 인챈트를 했다.

푸-욱!

“꺽… 꺼억….”

태운은 단검을 권속의 목에 깊숙이 꽂아 넣었고 권속은 기도에 구멍이 나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죽어라.”

태운은 열화를 사용해 무력화된 권속의 내부 장기를 태우기 시작했다.

“끄아… 끄아아악!!!”

그는 5초간 비명을 지르다가 결국에는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고통에 몸부림치며 절명했다.

태운이 권속 하나를 잡는 동안 구찬영도 권속의 몸에 구멍을 수십 개나 내고 목숨을 끊어두었다.

“확실히 오러 다루는 실력이 늘긴 했네.”

찬영은 경이로운 마나 회로와 경이로운 마나 코어를 가지고 있기에 대량의 오러를 사용할 수 있었다.

거기에 오러의 질까지 좋아지니 찬영은 셀 이상의 괴물이 되어 있었다.

‘내가 한 달 동안 갇혀 있기 전에 나와 싸웠으면… 내가 더 강하긴 했겠지만… 승패를 장담할 수 없었겠는데.’강해져서 구찬영을 떨쳐냈다고 생각하면 어느 순간 구찬영은 자신의 등 뒤로 바짝 붙어 달리고 있다.

상당히 부담이 되면서도 자극도 되었다.

하지만 그건 구찬영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정도 따라붙었다고 생각하면 강태운은 한 단계 더 성장하며 거리를 벌린다.

가끔은 그 사실이 고통스러웠지만 강해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헌터들을 공격해라!”

“고작 3명으로 들어오다니…. 얌전히 벨제부브 님의 밥이나 되어라!”그때, 권속 다섯이 입구를 향해 달려왔다.

“어스 레이지.”

쾅!

전대섭의 마법 한 번에 권속 하나가 완전히 찌그러져 사망했다.

“둘은 힘을 아껴라. 길은 내가 열어줄 테니.”전대섭은 근방의 땅과 자신을 동화시키기 시작했다.

과거 마르기가스와 페이지를 동시에 상대할 때 쓰던 그 기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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