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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46화 (346/379)
  • 346화

    “이까짓 감옥… 이곳에서는 금방 썩어 문드러질 것이다!”태운이 시전한 ‘신성 감옥’은 과거에 아스모데우스를 쓰러뜨릴 때 사용했던 성스러운 감옥의 강화 버전이다.

    신성력으로만 구성된 고체를 단순히 박아놓았을 뿐인 성스러운 감옥과 달리, 신성 감옥은 마나 감옥의 원리가 가미되어 더욱 강력한 억제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장소는 마계였고 마계에서는 신성력의 위력이 떨어짐과 동시에 마계에 넘치는 마기로 인해 빠른 속도로 부식될 것이다.

    태운의 예상은 그랬고 실제로도 신성 감옥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었다.

    ‘해봐야 고작 5초, 공격 한 번쯤 받아주마.’그 뒤에는 팔다리가 녹아서 회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강태운의 목숨을 끊어 버릴 생각이었다.

    단순 절단보다 피부가 녹아서 생긴 상처는 훨씬 느리게 회복되었으니까.

    ‘녀석의 경이로운 회복 능력이 있어도 회복되는 데 3분은 걸릴 것이다. 그사이에 죽인다.’벨페고르가 생각하고 있던 중에도 신성 감옥은 부식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태운은 조금도 당혹스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온전히 자신의 공격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때, 벨페고르는 직감했다.

    강태운은 자신을 단번에 죽여 버릴 생각이라는 것을.

    그리고 강태운은 그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럴 리가 없지 않나!!!”

    하지만 부정했다.

    수천 년을 존재해오면서 처음으로 느낀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공포.

    벨페고르는 그 공포라는 감정을 외면하는 것으로 회피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해라.”

    태운은 사고 가속, 초감각, 브레인 부스트를 모두 사용했다.

    두뇌 회전 속도와 반응속도가 평소의 수십 배 가까이 빨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성공률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태운의 기술.

    태운은 에테르로 메테리얼을 수십 개나 생성했다.

    태운의 역량으론 1초도 유지하지 못할 개수였지만 상관없었다.

    1초도 지나지 않아 모든 에테르를 사용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메테리얼들을 모두 벨페고르의 주변에 배치했다, 그 후, 에테르로 만든 메테리얼들의 에너지를 빠르게 회전시켜 증폭시킨 뒤 제어를 해제한다.

    회전하던 에너지가 구심점을 잃고 사방으로 퍼져 나가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기 직전, 태운은 제어력을 복구하고 폭발 에너지를 한 면에 집중시켰다.

    그리고 집중된 거대한 폭발은 공간과 시간에 간섭이 가능한 에테르의 특징과 맞물려 공간 자체를 찢어 버린다.

    서걱!

    그게 바로 태운이 사용하는 공간 절단의 원리였다.

    하나만 사용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난이도의 공간 절단이 태운의 손에서 동시에 수십 개가 펼쳐졌다.

    서걱!

    “공간 난도.”

    “……!”

    벨페고르는 그 순간 몸이 수십 개로 잘려 버렸고 회복할 새도 없이 무력화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공간 난도로 인해 생긴 공간의 상처

    공간이라는 것은 비어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힘을 발생시킨다.

    공간은 이 세상 자체를 이루는 기본 배경이다.

    공간이 찢어지는 순간 세상은 무너지지 않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빨아들이며 공간을 복구한다.

    하지만 공간 절단을 사용한 직후 상처의 사이는 에테르가 채우고 있었다.

    이때 태운이 에테르를 소멸시킨다면?

    그리고 그 공간 절단으로 인해 비어 버린 공간 사이에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가 있다면?

    보지 않아도 뻔한 결과가 펼쳐질 것이다.

    “하… 하지 말….”

    “잘 가라.”

    태운을 에테르를 소멸시켰다.

    “이 개….”

    콰과과과곽!!!

    마치 진공청소기 안으로 공기가 빨려 들어가듯 공간의 빈 자리가 벨페고르의 몸과 힘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마계도, 신계도 세상의 하나지. 그리고 그 세상에 살고 있는 존재라면 세상 자체에는 반항을 하지 못해. 단순한 방법으로는.”

    “강… 태…우….”

    벨페고르는 끝까지 태운을 노려보다가 머리까지 빨려 들어가 공간의 재료가 되어서야 말을 멈췄다.

    “죽었네.”

    벨페고르는 죽었다.

    아스모데우스 때와는 달랐다.

    다시 마계로 돌려보낸 것이 아니라 마계에서 존재 자체를 지워 버린 것이다.

    지금까지 그 어떤 세상의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태운이 해낸 것이다.

    벨페고르의 목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태운은 사고 가속과 브레인 부스트, 초감각을 해제했다.

    “우욱…! 구웨웨엑!!!”

    그러자 한 번에 두통이 몰려오며 속에 있던 모든 것을 게워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엄청난 두통을 느낄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공격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신 방벽이라는 스킬까지 가진 태운이었기에 이 정도로 끝난 것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미쳐 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후….”

    태운은 벨페고르의 소멸로 인해 천천히 좁아지는 마계 영역을 보며 돌에 등을 기대고 누웠다.

    태운은 돌에 기댄 채로 리제너레이션에 마나를 투자해 회복 속도를 키웠다.

    그리고 신들에게 보란 듯이 말했다.

    “거봐. 안 진다고 했잖아.”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하여간… 지들 위험할 때나 입 열 줄 알지.”모두 자신에게 힘을 준 존재들이긴 하나 그렇다고 태운이 그들에게 해준 것이 없는 건 아니다.

    애초에 기억의 신이 태운에게 마정석의 기억을 읽어내 흡수할 수 있는 힘을 준 것도 기억의 신이 본인의 힘과 존재력을 얻기 위해 한 일이었다.

    사랑과 순결의 신은 자신의 힘을 깎아 먹을 수 있는 존재인 아스모데우스를 잡을 수 있었고, 정진의 신, 단련의 신 등등 다른 신들도 태운의 행동으로 인해 존재력의 이득을 보았기에 태운을 인정하고 특전을 내려준 것이다.

    “오늘로 확실히 알았어.”

    태운은 덕분에 오늘 신들과의 관계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신과 나의 관계는 후원자과 후원받는 자가 아닌 계약 관계로 정의하겠어.”해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도 있는 관계.

    “난 벨페고르를 죽임으로써 지금까지 너희들이 준 것을 전부 갚았다.”여전히 대답은 없었지만 모두 듣고는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내가 하는 일은 전부 빚으로 지워둘 테니 뭘 줄지 생각이나 하고 있어.”태운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신들도 태운이 필요하니까.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낸 유능한 사람이었으니까.

    어차피 세상이 칠죄종에 의해 멸망하면 신들이 그렇게 무서워하는 존재력의 손실이 온다.

    그리고 이 세상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는 방법은 강태운을 지원하는 방법이다.

    그러니 신들은 태운을 버릴 수 없다.

    [집중의 신이 당신에게 실망합니다.]

    [집중의 특전이 사라집니다.]

    물론, 한두 명 정도는 태운의 이런 태도에 특전을 거둬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상관없었다.

    [용기의 신이 당신을 인정합니다.]

    [합리의 신이 당신을 인정합니다.]

    [정의의 신이 당신을 인정합니다.]

    태운의 이런 행동과 맞는 신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

    게다가 지성체만이 가지고 있는 개념을 맡고 있는 신은 인간이 죽으면 힘을 크게 잃기 때문에 태운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금 태운에게 지원을 끊은 신도 집중의 신으로 인간에게만 통용되는 개념이 아닌 동물에게도 통하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 신이었으니까.

    ‘한 세상의 인간들이 죽어도 다른 세상의 동물과 인간들에게서 힘을 얻을 수 있으니 손해가 크지 않다는 거겠지.’그렇기에 발을 뺀 것이다.

    하지만 집중의 신은 아마 후회할 것이다.

    “다들 후회하지는 않을 겁니다.”

    태운은 비즈니스 파트너를 후회하게 만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강태운!”

    그때, 벨페고르의 마계 영역이 완전히 걷히고 태운의 동료들이 달려왔다.

    “상태가 정말 안 좋군….”

    전대섭은 달려오며 태운의 상태를 보았다.

    녹아내린 상처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으니까.

    “일단 누워라. 응급처치는 하고 돌아가야 할 것 같으니.”

    “괜찮습니다, 어차피 곧 회복되니까요.”

    “조용히 해라. 할 수 있는 치료를 해둬서 나쁠 건 없으니까.”전대섭은 태운을 보자마자 벨페고르에 대한 것도 묻지 않고 태운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태운은 왠지 뿌듯했지만, 자신이 벨페고르를 쓰러뜨렸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벨페고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궁금하지 않으신가 봅니다.”태운이 묻자 전대섭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대답했다.

    “난 네가 조금의 힘도 쓰지 않고 벨페고르의 앞에 간 순간 승리를 확신했다.”태운은 전대섭의 말을 듣고 순간 가슴이 울리는 것 같았다.

    사실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었는데 전대섭은 자신을 믿어주고 있었으니까.

    “…감사합니다.”

    “갑자기 무슨 말이냐.”

    태운은 왠지 감사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제가 이긴 건 맞는데요.”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거냐?”

    태운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벨페고르는 이제 존재하지 않습니다.”

    “……?”

    “마계로 돌려보낸 게 아니라 제가 마계에서 죽였습니다. 이제 더 이상 벨페고르는 볼 일이 없어요.”

    “그게 무슨….”

    전대섭은 태운을 치료하던 손을 멈추고 잠시 생각했다.

    “그렇다는 건… 네가 벨페고르의 존재 자체를 지워 버렸다는 말이….”

    “네, 맞아요.”

    전대섭은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얼빠진 표정을 하고 태운을 바라보았다.

    그건 지금 전대섭의 옆에 있는 구찬영, 허덕륜, 연정아도 마찬가지였다.

    * * *

    “벨페고르 님이 패배했다고 합니다.”

    [그런가….]

    오만의 죄, 루시퍼의 성.

    그곳에서 루시퍼의 권속인 마리아네트가 무릎을 꿇고 루시퍼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하지만 보고를 하는 마리아네트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내용이 있었다.

    [알고 있다. 벨페고르 놈의 존재 자체가 사라졌다는 건 나도 느끼고 있으니까.]

    “…죄송합니다.”

    [아니다.]

    루시퍼는 가만히 앉아 천천히 생각했다.

    [벨페고르 녀석은 결코 약하지 않아. 지금까지 그의 손에 죽은 용사만 열 명이 넘는다.]

    단순히 상성이 좋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존재 자체가 지워졌다는 것은 마계까지 끌고 간 뒤에 패배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는 건, 벨페고르는 진심으로 적을 상대했다는 말인데….]

    수십 개의 세상을 파괴하고 힘을 얻어왔던 칠죄종이다.

    수천 년간 존재해왔던 칠죄종은 지금까지 죽기는커녕 죽음이라는 것을 의식한 적도 없었다.

    그들은 마계의 악마 중에서도 강한 편이고 직접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일은 거의 없었으니까.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어.]

    마계에서 진심을 다한 벨페고르를 이긴 인간.

    강태운.

    루시퍼는 잠시 고민하더니 자신의 권속인 마리아네트에게 말했다.

    [오만의 성을 잠시 은폐한다. 녀석이 찾을 수 없게 만들어. 그리고 모든 권속들을 데리고 마계로 넘어가 있어.]

    “네,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칠죄종은 다른 칠죄종과 나눠 갖던 세상의 마기를 독식하게 된다.

    그래서 그와 동시에 굉장히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녀석에게도 강해질 시간을 주어야지.]

    루시퍼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강해져라. 다른 칠죄종들을 잡아먹고 강해져서 내 앞에 서라.]

    오로지 강태운이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서 자신의 앞에 서길 바랐다.

    애초에 루시퍼는 진심을 다하는 자신이 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게 오만의 죄, 루시퍼였으니까.

    그리고 루시퍼는 그 오만의 자격에 걸맞은 실력 또한 갖고 있었다.

    [나중에 보자꾸나. 마리아네트.]

    “네,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그날, 인터넷에 미국에 있던 오만의 성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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