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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40화 (340/379)
  • 340화

    신성력과 에테르가 담긴 검이 칼라보르의 머리 위로 쇄도했다.

    태운의 검에는 그 어떤 것도 베어 버릴 수 있는 엄청난 힘이 담겨 있었다.

    카-앙!

    하지만 칼라보르는 검날이 몸에 닿기 직전 검면을 강타해 검의 궤도를 바꾸었다.

    콰가가가각!!!

    태운의 검은 칼라보르의 주먹을 맞고 옆으로 튀었고 애꿎은 지면이 반으로 갈라졌다.

    “찌릿찌릿하구나!”

    “이 자식이….”

    태운은 미스릴 검을 땅에 꽂아 넣었다.

    저릿저릿한 오른손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태운의 검과 칼라보르의 주먹이 닿는 순간 태운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안 그랬다면 검을 놓쳤을 것이다.

    “홀리 풀그.”

    태운은 미스릴 검을 땅에 꽂아두고 아스모데우스와 싸웠을 때 사용하던 마법을 시전했다.

    하지만 이번에 사용한 홀리 풀그는 전보다 더 강력한 신성력을 가지고 있었다.

    한 명의 신에게 인정받았을 뿐인 과거와 달리 지금의 태운은 여러 명의 신에게 인정을 받은 상태였으니까.

    ‘지식의 창.’

    태운은 지식의 신이 특전으로 내려준, 백만서고와 상태창 능력이 합쳐진 지식의 창이라는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칼라보르의 능력과 설명이 태운의 눈앞을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태운은 그렇게 빠르게 지나가는 칼라보르의 능력과 설명을 순식간에 이해하고 암기했다.

    ‘칼라보르, 아수라의 후보 중 하나였군….’아수라는 호전적이고 전투를 즐기는 마족

    중에 가장 강한 마족이 차지하는 자리였다.

    그 선정 방식은 아주 간단하다.

    단순한 싸움.

    아수라가 자격을 잃으면 그대로 후대 아수라를 원하는 마족들에게 신호가 가고 그들은 피가 터지게 싸운다.

    그 과정에서 죽기도 하고 크게 다치기도 하지만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아수라의 자격은 그런, 전투에 미친 자들만이 가질 수 있으니까.

    ‘다른 마족에게 아수라의 경쟁에서 밀려 평범한 마족이 되었다고…. 그래서 벨페고르의 권속이 되어 버린 거지.’태운은 칼라보르의 설명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이 녀석, 나보다 약하다.’

    수치상으로 보면 주먹 한 방으로 산도 날려 버릴 수 있고 핵미사일을 정면으로 받아내도 살아남을 정도의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는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너 왜 벨페고르에게 붙은 거냐?”

    태운은 의문이었다.

    “너랑 성향도 맞지 않는 녀석을 왜 따르고 있는 거지?”벨페고르는 나태의 죄악을 맡고 있는 칠죄종이다.

    하지만 칼라보르는 그와 완전히 반대되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마족이었다.

    “네가 사탄이나 마몬에게 붙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했을 텐데 말이지.”분노의 힘은 앞뒤 가리지 않고 싸우는 칼라보르의 완력을 두세 배 이상 강하게 만들어주었을 것이고 탐욕의 힘은 칼라보르의 힘을 향한 탐욕에 불을 지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벨페고르가 준 나태의 힘은 칼라보르에게 조금의 힘도 주지 못했다.

    아니, 힘을 주긴 했다.

    하지만 나태를 억누르기 위해 그 힘의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어 없는 것만 못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

    칼라보르는 태운의 말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그래…. 그게 무슨 상관이냐.”

    오히려 태운에게는 좋은 상황이다.

    지금도 이렇게 강한데 사탄이나 마몬에게 갔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는 일이니까.

    푸-욱!

    칼라보르의 복부는 태운의 홀리 풀그에 의해 관통되었다.

    강력한 신성력에 의해 칼라보르의 복부는 점점 타들어 갔다.

    “크으읍!”

    푸우우욱!

    하지만 칼라보르는 타들어 가는 자신의 몸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창에 관통되었지만 칼라보르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흐하하하하!!!”

    부-웅!

    칼라보르는 창을 쥐고 있는 태운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태운은 이런 상황에서도 창을 쥐고 있을 정도로 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람이 아니었다.

    “폭권, 에테르 슬러그.”

    태운은 창을 놓고 칼라보르의 주먹을 피한 뒤 폭권과 에테르 슬러그를 사용했다.

    그리고 칼라보르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퍼-억!

    “크헉!”

    태운은 칼라보르의 품 안으로 파고들며 팔꿈치로 명치를 가격했다.

    퍽! 퍼퍽! 퍽퍽퍽!

    그 후, 태운은 어깨와 명치, 골반, 허벅지, 가슴 등을 주먹과 팔꿈치로 빠른 속도로 연타했다.

    “폭권 완(完).”

    마지막 공격이 칼라보르의 얼굴에 닿는 순간.

    퍼퍼퍼퍼펑!

    태운이 지금까지 공격했던 칼라보르의 신체 부위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폭권을 사용하며 태운은 에테르와 마나를 칼라보르의 몸에 심어두었고 마지막 안면 공격을 트리거로 칼라보르의 신체에 있는 마나와 에테르를 단숨에 폭발시킨 것이다.

    이건 모두 태운의 마나 컨트롤 능력이 뛰어났기에 가능한 공격이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다른 사람의 몸에 마나를 심어두는 순간 그 마나의 제어권을 잃어버렸을 테니까.

    “크윽…!”

    칼라보르는 관통된 복부와 태운의 공격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칼라보르는 물러나지 않았다.

    “흐아아압!”

    칼라보르는 양팔을 위로 들고 양손으로 깍지를 꼈다.

    그리고 자신의 품 안에 들어와 있는 태운을 내리쳤다.

    “방패병 소환.”

    하지만 태운은 자신의 그림자 안에서 방패병을 소환했고 그 방패병은 칼라보르의 공격을 대신 맞고 소멸했다.

    “이런…!”

    태운은 손바닥을 칼라보르의 가슴에 가져갔다.

    그리고 마나와 에테르를 섞은 에너지를 주입했다.

    스윽.

    태운은 잠시 손바닥을 칼라보르의 가슴에서 떼어낸 뒤.

    “폭장.”

    쾅!

    다시 손바닥을 내질러 칼라보르의 몸에 폭발을 일으킴과 동시에 멀리 날려 버렸다.

    “공격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방패병을 한 번에 소멸시킬 줄이야.”이 정도 공격력이라면 태운이 맞았다면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갈비뼈 전부가 나갔을지도 모르겠네.”

    태운은 검은 공간에 있는 동안 자신이 리제너레이션이라는 능력에 너무나도 의존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상황에 공격을 맞아주고 적을 죽이는 방식으로 진행한 전투가 많았다.

    뼈를 주고 뼈를 취하는 방식.

    리제너레이션이 없었다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전투 방식이었다.

    검은 공간에 격리되어 있는 동안 태운은 리제너레이션에 대한 생각 자체를 바꾸었다.

    ‘리제너레이션은 보험. 예기치 못한 공격에 맞았을 때를 대비한 보험이다.’태운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리제너레이션이라는 능력을 지워 버렸다.

    보험까지 사용해 가며 싸우는 건 최후의 최후를 상정했을 때나 해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태운은 온갖 방어 수단을 생각해냈다.

    성벽 갑주는 인류 최강의 방어막이다.

    하지만 그걸로는 안 된다.

    인류 최강의 방어막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인간의 기준이니까.

    앞으로 태운이 상대해야 할 적은 인간과 몬스터의 기준을 벗어난 마족과 칠죄종이다.

    성벽 갑주는 더 이상 사용할 만한 것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태운은 에테르로 방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 보았지만 그것도 딱히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었다.

    마나는 마정석을 흡수하면서 수급할 수 있지만 에테르는 마나를 사용해 축적해야 하고 마나에서 직접 에테르를 추출하더라도 시간을 잡아먹는다.

    그런 자원을 방어로 사용하는 일은 급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태운이 생각한 것이 바로 그림자 병사들이었다.

    그림자 창병과 그림자 궁병, 그림자 방패병, 그림자 정예병.

    그들은 모두 각자 특출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림자 창병은 뛰어난 가성비와 긴 사거리, 그림자 궁병은 원거리 공격, 그림자 방패병은 뛰어난 방어력, 그림자 정예병은 훌륭한 전투력.

    태운은 여기서 그림자 방패병을 선택했다.

    태운이 인지할 수 있는 모든 그림자에서 소환할 수 있는 방패병이야말로 태운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패였다.

    그림자 방패병은 성벽 갑주와 달리 깨져도 상관없다.

    금방 회복되어 다시 태운의 앞을 지켜줄 테니까.

    완전히 소멸되어도 상관없었다.

    그림자 방패병은 그리 큰 자원을 사용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강하지는 않지만 공격 능력까지 있다.

    공격할 때 거슬리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그림자 방패병은 태운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손발과 같다.

    공격을 할 때 도움이 됐으면 됐지 방해가 될 리는 없었다.

    “크흐… 강하구나…. 지금 당장이라도 죽어 버릴 것 같다….”만신창이가 된 칼라보르는 태운을 보며 고통스러워했다.

    태운은 그런 칼라보르를 보며 비웃었다.

    “그런데 어쩌나.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태운은 칼라보르의 몸에 박힌 홀리 풀그에 담겨 있는 신성력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신성력을 해방시켜 칼라보르의 몸을 감싸게 했다.

    “열화.”

    태운의 한마디에 홀리 풀그의 신성력은 모조리 열화가 되어 칼라보르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칼라보르는 처음으로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칼라보르는 신성력을 겪어본 적이 있었다.

    그것도 태운의 어머니인 지소연에 의해서 말이다.

    그때도 비명을 지르지 않은 칼라보르였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칼라보르를 상대할 당시 지소연을 인정한 신은 고작 셋이었다.

    사랑의 신과 순결의 신, 선행의 신.

    하지만 기억, 사랑, 선행, 단련, 집중, 정신, 배움, 지식까지, 총 여덟의 신이 지금의 태운을 인정했다.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신성력이었다.

    “아프냐?”

    “끄아악….”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는 칼라보르에게 태운은 천천히 다가갔다.

    온몸에 상처를 입은 칼라보르는 열화에 전신을 휩싸인 채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태운아!”

    그때, 전대섭이 쉬고 있던 헌터들을 이끌고 입구로 나왔다.

    “무슨….”

    “아, 오셨어요? 잠시 보고 계세요. 이 녀석이랑 한 말이 있어서.”전대섭은 거의 끝나가는 상황에 멍하니 태운을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게, 전대섭이 헌터들을 모아온 것은 태운이 칼라보르를 만나고 3분도 채 지나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칼라보르. 네가 쓰러뜨렸던 하오라는 헌터를 알고 있나?”태운은 열화로 인해 타들어 가는 칼라보르의 고통을 덜어주고 물어보았다.

    “모른다. 내가 이름을 기억하는 인간은 네놈을 포함해 셋밖에 없으니까….”“흠…. 그럼 언월도를 사용하던 덩치 큰 중국인 헌터를 알고 있나?”

    “아…. 그자라면 알고 있다….”

    “그자를 어떻게 했지?”

    “직접 죽이진 않았다…. 하지만… 마계가 현현한 곳 중앙에 부상을 입은 채로 떨어졌으니… 하급 마족의 먹이가 되었겠지.”칼라보르는 하오에 대한 설명을 듣고 겨우 그를 떠올렸다.

    그리고 태운은 그 말을 듣고 꽂아두었던 미스릴 검을 뽑았다.

    “처단.”

    서걱!

    그리고 태운은 단칼에 칼라보르의 목을 날려 버렸다.

    더 이상 그에게 들을 것은 없었으니까.

    사아아.

    그러자 칼라보르는 재가 되어 천천히 사라졌다.

    처단의 효과로 완전히 소멸하는 과정인 것 같았다.

    “이게 대체 무슨….”

    “자세한 설명 없이 죄송하지만 지금 당장 베이징으로 떠나겠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말이냐?”

    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시가 급한 일입니다.”

    “무슨 일이길래….”

    “하오 헌터가 살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베이징으로 가서 하오 헌터를 찾아오겠습니다.”부상을 입었다 한들 하오가 하급 마족에게 죽었을 리가 없다.

    태운은 그렇게 믿고 하오를 데리러 가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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