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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35화 (335/379)
  • 335화

    “이걸 이렇게 하면….”

    태운은 시간조차 느껴지지 않는 공간에서 마나로 허공에 글을 쓰면서 마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았지만 태운은 집중력을 조금도 잃지 않았다.

    ‘에테르를 이렇게 사용하면 신성력과도 연계할 수 있을 거야. 밖으로 나가면 한번 실험해봐야겠어.’이 공간은 훈련과 마법 연구만을 생각하면 완벽한 공간이었다.

    시간도 느껴지지 않고 배고픔, 피로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훈련과 마법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태운은 이 장소에서 나름 괜찮은 성과를 얻어냈다.

    “후….”

    태운은 한 가지 이론에 대해 연구를 끝마치고 한 번 기지개를 켰다.

    그렇긴 했지만 태운은 조금의 피로도 느끼지 못했다.

    정신적인 피로를 느끼고 있긴 했지만, 신체적인 피로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슬슬 나갔으면 하는데 말이지….”

    강태운은 연구에 집중하고는 있었지만 밖의 상황이 걱정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칠죄종이 강림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자신이 이곳에 갇혀 있는 동안 칠죄종이 자리를 잡고 헌터들과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면 문제가 커진다.

    ‘헌터들을 믿지만… 내가 여기에 오래 있으면 안 돼.’자신은 모우데라투스에게 자격을 인정받아 강해진 이 행성의 유일한 인물이다.

    지구에서 단 한 명만 받을 수 있는 모루데라투스의 힘을 얻은 자신이 이곳에서 이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손실이었다.

    그때.

    쩌-적.

    검은 공간 한 귀퉁이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큭….”

    태운은 강렬한 빛에 눈을 가리며 그곳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나가는구나.’

    태운은 그 빛을 보며 드디어 이 검은 공간에서 벗어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쩌-적.

    쩌저저적!

    빠른 속도로 무너져내리는 검은 공간 너머로 돌아가야 할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곳은 태운이 생각하는 곳이 아니었다.

    “어…?”

    땅이 갈라져 용암이 흐르고 하늘은 붉게 물들었으며 사방에는 수많은 몬스터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이… 이게 뭐야….”

    이곳은 지옥이었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의 흔적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고 유일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침을 질질 흘리며 먹잇감을 찾아 움직이는 몬스터들 뿐이었다.

    “여긴 어디지…?”

    태운은 잊고 있었다.

    자신이 검은 공간에 갇힌 장소가 어디였는지.

    이 장소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2,0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던 베이징이라는 도시였다는 것을.

    * * *

    대한민국 서울 방위군 전선.

    “구찬영 팀장! 여기는 더 이상 막을 수가 없어!”“강구영 팀장님! 조금만 더 버텨보세요! 여기만 빠르게 정리하고 지원 가겠습니다!”촤악!

    구찬영은 창으로 단번에 거대한 몬스터의 목을 베고 전선이 흔들리는 곳으로 지원을 갔다.

    “무슨 빅포가 이렇게 많이….”

    한 던전에서 10마리도 채 나오지 않는 B급 몬스터 빅포가 지금 이 장소에만 100마리가 넘게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오크와 트롤도 수백 마리나 이곳으로 돌격해 오고 있었다.

    ‘그때 보았던 트롤크도 간간히 섞여 있어….’과거 A급 던전을 공략할 때 보았던 트롤과 오크가 섞인 트롤크도 간간히 보였다.

    “모두 전선을 유지해라!! 곧 있으면 고양시 수비 전선을 지원하러 간 전대섭 대장님이 오실 거다!”

    “““예!!!”””

    헌터들은 이를 악물고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막아냈다.

    ‘젠장….’

    한 달 전의 전쟁이 끝나고 모두 승리를 외칠 때 강태운과 쟝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헌터들은 모두 쟝이 강태운과 동귀어진의 수를 써 같이 죽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강태운의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하고 슬퍼하고 있던 그때, 칠죄종이 이 세상에 강림했다.

    그들의 강림은 온전했고 그들은 모두 자신의 권속들과 군단을 이끌고 지구에 당도했다.

    C~D급 헌터들은 그 자리에서 모두 기절했고 A~B급 헌터들은 그 자리에서 즉시 철수했다.

    한자리에서 여러 칠죄종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니까.

    어차피 그들은 같은 자리에 있으면 존재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곧 멀리 떨어질 테니 하나하나 각개격파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다.

    전대섭의 빠른 판단으로 기절하지 않은 A~B급 헌터들은 물론 쓰러진 C~D급 헌터들의 80% 정도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가장 큰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났다.

    그들은 자신의 군단과 권속들을 앞세워 국가를 공격했고 수많은 나라들이 속수무책으로 영토를 빼앗기기 시작한 것이다.

    대부분 국가의 공권력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였고 그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한국은 전대섭이라는 상징적인 인물이 있었기에 전대섭을 필두로 헌터들이 뭉쳐 큰 혼란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과거 북한 영토는 모조리 빼앗겼다.

    1차 데블스 에이지 당시 망해 한국의 영토로 편입된 군사 분계선 이북의 땅을 칠죄종의 악마들에게 빼앗긴 것이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오늘 아침부터 몬스터들이 몰려왔고 헌터들은 6시간 동안 3개 조로 돌아가며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었다.

    두 조가 싸우고 있을 때 한 조가 쉬는 방식으로 싸웠지만 고작 십여 분 만에 싸움의 피로가 사라질 리가 없었고, 헌터들이 죽어 구멍이 나면 로테이션을 할 수도 없었다.

    이미 한 조가 전멸해 두 개 조가 쉬지 못하고 싸우는 곳도 있었다.

    “허억… 허억…!”

    엄청난 체력 스탯과 신이 내린 몸, 경이로운 마나 코어, 마나 회로를 가지고 있던 구찬영도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었다.

    구찬영은 지금껏 단 1초도 쉬지 않고 몸을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어떤 조에도 속하지 않고 돌아다니며 몬스터들을 도륙 내고 있었다.

    ‘어지러워….’

    더 싸우는 건 이제 정신력의 영역이다.

    몸은 이미 한계였으니까.

    하지만 이대로 멈춰서는 안 됐다.

    아직도 몬스터들은 끝을 보이지 않았고 다른 헌터들도 이미 정신력에만 의존해 창칼을 휘두르고 있었으니까.

    우-우웅.

    구찬영은 창에서 오러를 길게 뽑아냈다.

    그리고 몬스터들을 향해 휘둘렀다.

    촤-악!

    눈 앞의 몬스터들은 단번에 몸이 반토막이 나 죽었다.

    “허억!”

    구찬영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것 같았지만 창으로 바닥을 짚어 겨우 버텨냈다.

    [크아아아악!!!]

    구찬영의 위로 수많은 몬스터들이 덮쳐왔다.

    “으아아아악!!!”

    촤-아악!

    구찬영은 땅을 짚고 있던 창을 휘둘러 몬스터들을 모조리 베어 버렸다.

    “허벅지가 찢어질 것 같아….”

    땅을 짚고 있던 창을 휘두르자 힘을 잃은 구찬영의 하체는 그의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하….”

    [크르륵….]

    C급 몬스터 놀 수십 마리가 구찬영을 천천히 노리기 시작했다.

    평소였다면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적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팔이 움직이지 않….’

    꽈득!

    무릎을 꿇고 있던 구찬영은 놀에게 어깨를 물렸다.

    카득! 콰득!

    놀의 이빨은 질긴 구찬영의 근육을 뚫고 뼈까지 들어갔다.

    “……!”

    쾅!

    그 고통에 구찬영은 순간적인 힘을 발휘해 놀을 가격했다.

    그러자 구찬영의 어깨를 물고 있던 놀은 상체가 터져 나갔다.

    “허억… 허억….”

    구찬영은 마지막 힘을 짜내 창을 쥐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남은 모든 에너지를 창에 담아냈다.

    오러, 마나, 그리고 남은 생명력까지.

    동귀어진의 기세로 창을 휘두르면 자신의 전방에 있는 몬스터들은 모두 처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대섭이 이곳에 올 때까지 시간을 끌 수 있을 것이다.

    구찬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후….”

    구찬영은 자신의 모든 힘이 담긴 창을 내지르기 직전, 눈을 감고 생각했다.

    ‘태운아, 네가 있었으면… 버텨 낼 수 있지 않았을까…?’이 지옥 같은 세상이라도 강태운이라면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명운 아카데미, 최악의 열등생이라 불리던 그가 한국 아니, 세계 최강의 헌터가 된 것만으로도 그는 기적을 일으킨 거니까.

    구찬영은 애써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고 창을 든 손에 힘을 쥐었다.

    “하… 강태운 말대로 마법이나 좀 배워둘걸.”

    “그래, 좀 배워둬.”

    그때, 구찬영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창에서 힘 좀 빼. 그러다 죽는다.”

    “강태운…?”

    스-윽.

    강태운은 천천히 구찬영의 옆으로 떨어졌다.

    “힘 빼. 그러다 죽어.”

    강태운이 찬영이 창을 쥔 손을 잡자 찬영의 몸에 들어간 힘이 천천히 빠졌다.

    그리고 창에 담긴 힘은 다시 구찬영의 몸으로 돌아갔다.

    “몬스터들이랑 뒤엉켜 싸우던 사람은 너뿐이야?”구찬영은 말할 힘도 없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걱정 없이 터뜨려도 되겠네.”

    강태운은 확성 마법을 사용했다.

    “모두 귀막고 눈 감아!!!”

    헌터들에게는 그 소리가 굉장히 익숙했다.

    과거 드레이그 고흐를 상대할 때 확성 마법을 사용한 강태운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목소리는 헌터들에게 신뢰의 목소리이자 승리와 구원의 목소리로 각인되어 있었다.

    “에테르 뉴클리어 스트라이크.”

    콰-.

    눈과 귀를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있었다.

    “무슨….”

    폭발이 끝나고 눈을 뜬 구찬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천 마리의 몬스터 중 약 70%가 태운의 마법 한 번에 소멸했고 나머지 몬스터들은 얼굴의 온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도대체….”

    구찬영은 강태운의 에테르 마법의 위력을 직접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털썩.

    구찬영은 태운을 보고 긴장이 풀려 그대로 기절했다.

    “하여간… 무리했나 보네.”

    태운은 구찬영의 몸상태를 보며 말했다.

    “온몸의 근육에 엄청나게 혹사당한 흔적이 있어.”그럴 법도 했다.

    6시간 동안 조금도 쉬지 않고 계속 싸워 왔으니까.

    “홀리 큐어.”

    구찬영의 몸에 따스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이제 좀 쉬어라.”

    태운은 쓰러진 구찬영에게 돔 형태의 방어막을 씌워주고 말했다.

    그리고 한 번 더 확성 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정하게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다들 쉬셔도 좋아요.”태운은 그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스킬을 사용했다.

    “소환, 그림자 병사들.”

    태운은 방금 마법으로 죽인 몬스터들을 모조리 생명 에너지로 흡수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림자 병사들을 소환했다.

    “모두 돌격! 이 땅에 있는 모든 몬스터들을 섬멸해라!”두두두두두!!!

    그림자 병사들은 거센 발소리를 내며 몬스터들에게 달려들었다.

    쾅!

    그림자 방패병은 헌터들을 공격하는 몬스터를 방패로 밀쳐냈다.

    푸욱!

    그리고 밀쳐낸 몬스터를 그림자 창병이 처치했다.

    “쏴라!”

    푸푸푸푸푹!

    그림자 궁병들은 화살을 쏴 접근하는 적들을 견제했고.

    서걱!

    그림자 정예병들은 적들의 사이로 들어가 몬스터들을 도륙했다.

    “다들 수고했습니다.”

    지금뿐만 아니라 내가 없는 근 한 달 동안.

    “아주 잘 버텨주셨어요.”

    칠죄종이 강림한 세상에 강태운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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