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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34화 (334/379)
  • 334화

    밀레는 자신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 허덕륜 탓에 자존심이 상했다.

    “데블 래피드 애로우 레인.”

    밀레가 마법을 사용하자 하늘에 검은 구름이 떠올랐다.

    “블리자드.”

    그 순간, 검은 구름에서 쏟아져나오는 검은 화살이 허덕륜에게 일제히 쏟아지기 시작했다.

    데블 래피드 애로우 레인은 방금 사용했던 데블 래피드 스피어보다 하나하나의 위력이 떨어지는 대신 그 수와 속도가 더 빠르다.

    그리고 대원로가 된 밀레는 이 마법을 30분 넘게 유지할 수 있었다.

    마치 비처럼 떨어지는 엄청난 수의 화살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칠죄신교 안에서도 없었다.

    “확실히… 이건 피할 수 없겠어.”

    피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피하려면 최소한 공격 사이에 자신의 몸을 집어넣을 만한 틈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공격은 몸은커녕 머리도 집어넣을 틈도 없었다.

    이 마법을 피하려면 마법의 범위 밖으로 도망치는 방법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이 자리에 있는 헌터들이 모두 목숨을 잃을 것이다.

    “후….”

    허덕륜은 마나를 팔과 다리에 회전시켜 부상 입기 전의 과거의 몸 상태를 이끌어냈다.

    아직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공격에 대응하려면 방법이 없었다.

    제천대성에게 받은 ‘이것’을 사용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화안금정이 있는 한 마법의 근원을 파악하고 파괴할 수 있다.’우수수수수!!!

    하늘의 검은 구름에서 수많은 화살이 허덕륜에게 쏘아졌다.

    그것을 본 허덕륜은 뒷주머니에서 쇠구슬을 하나 꺼냈다.

    허덕륜이 그것에 마나를 주입하자 손가락 한 마디 만했던 쇠구슬은 주먹만 한 쇠공이 되었다.

    “후읍!”

    허덕륜은 쇠공을 힘껏 던졌고 쇠공은 수많은 화살의 비를 뚫으며 하늘로 솟구쳤다.

    그리고 허덕륜은 쇠공이 만들어준 공간으로 도약해 하늘로 뛰어올랐다.

    허덕륜은 공중에서 서너번 더 도약해 구름에 도달할 수 있었다.

    ‘1년 동안 그의 모든 것을 배우진 못했지만, 어느 정도 활용하면 이 정도는 할 수 있지.’쇠공의 크기를 키우거나 줄이는 것, 공중에서 구름을 밟고 도약하는 것.

    그것 모두가 제천대성에게 배운 도술이라 불리는 기술이었다.

    ‘마나를 사용하는 것은 같지만 그 방법이나 원리가 마법과는 완전히 다르더군.’그 덕분에 허덕륜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과 도술을 섞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여기로군.”

    데블 래피드 애로우 레인은 강력한 마기로 메테리얼과 같은 구체를 만들어 하늘에 띄워놓은 뒤 구름을 끌어모아 마기와 구름의 수분을 결합해 화살처럼 쏘아내는 마법이다.

    즉, 구름을 끌어모으고 수분과 결합해 발사될 마기가 없다면 이 마법은 사라지는 것이다.

    ‘화안금정…. 보면 볼수록 좋은 눈이란 말이지.’허덕륜은 화안금정으로 이 마법의 원리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힘의 이동과 변화가 단번에 눈에 들어왔으니 마법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럼 이걸 소멸시키면….”

    허덕륜은 뭉쳐진 마기 구체에 주먹을 내질렀다.

    쩌-정!

    원래대로라면 일반적인 신체는 마기에 영향을 줄 수 없지만 허덕륜은 달랐다.

    허덕륜은 에테르, 오러, 신성력과 동급이지만 그 누구도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종류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마기 구체는 완전히 박살 나 소멸했고 허덕륜은 천천히 땅으로 내려왔다.

    “너… 도대체 뭐야.”

    밀레는 자신의 마법을 완전히 파훼한 허덕륜을 보고 경악했고 벨 또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원로가 된 이후 단연 칠죄신교 최강의 완력을 가지고 있던 자신을 압도하는 완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모자라 밀레의 마법을 간파할 수 있는 눈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어떻게 한 것인지 가늠도 가지 않는 새로운 기술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뭐긴. 나는 헌터다.”

    허덕륜은 땅에 내려오자마자 밀레에게 달려들었다.

    어린 여자아이를 공격한다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별수 없지 않은가.

    밀레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본인이 죽게 생겼는데.

    “어딜!”

    “스위치!”

    벨은 자기가 선 자리에서 자신의 팔을 교차로 했다.

    밀레는 벨과 자신의 위치를 바꿔 벨이 대신 허덕륜과 맞서게 했다.

    “호….”

    허덕륜은 그 모습에서 밀레의 능력 중 하나인 스위치에 대해 알게 되었다.

    “스위치라는 거. 생각보다 제약이 좀 있구나?”

    “……!”

    허덕륜은 그렇게 말하고 벨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벨은 허덕륜의 공격에 당해 멀리 날아갔고 허덕륜은 다시 밀레를 노렸다.

    허덕륜의 주먹에 밀레가 닿기 직전,

    “스위치!”

    밀레는 스위치를 사용해 벨과 자신의 위치를 바꾸었다.

    허덕륜은 덕분에 밀레가 사용하는 기술의 제약이라는 것을 완전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알았다.”

    허덕륜은 다시 한번 벨을 공격했고 이번에는 밀레에게 돌아가지 않고 벨을 계속 공격했다.

    “가속, 마갑!”

    밀레는 벨을 지원해주며 간간이 허덕륜을 공격했다.

    터텁!

    허덕륜이 벨의 다리를 걸어 벨이 중심을 잃자 밀레는 벨에게 스위치를 사용했다.

    “거기로구나.”

    하지만 이번에 허덕륜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벨이 텔레포트될 장소로 미리 달려갔다.

    “어떻게…!”

    “어떻게는 무슨. 그런 얕은수에 계속 넘어가 줄 줄 알았나?”스위치는 ‘바꾸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밀레가 사용하는 스위치는 바꾼다는 의미와 달리 벨을 원하는 장소에 보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밀레는 시간과 공간에 관여할 수 있는 특성을 가졌다.

    시간과 공간에 관여할 수 있는 특성을 가졌다는 건 가속 스킬을 사용할 때 화안금정으로 알아냈다.

    밀레는 그 시간과 공간에 관여하는 특성을 섞은 것이다.

    그렇게 ‘과거의 벨과 지금의 벨의 위치를 스위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결과를 도출해냈고 대원로가 된 이후 힘을 얻어 가능하게 되었다.

    즉, 지금 벨은 과거의 벨과 위치를 바꾸고 있던 것이다.

    ‘그것 사실만 안다면 화안금정으로 얻어낸 정보로 위치를 예상할 수 있지’벨은 순식간에 자신의 위치를 알아낸 허덕륜을 보고 급하게 방어를 준비했지만.

    “늦었다.”

    꾸드득….

    허덕륜의 오른팔이 빠르게 팽창했다.

    부-웅.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지는 허덕륜의 주먹이 벨의 복부에 꽂혔다.

    “벨!!!”

    “쿨럭….”

    벨은 피를 토했고 허덕륜은 그런 벨을 봐주지 않았다.

    “잘 가라.”

    허덕륜은 한 방에 무릎 꿇은 벨의 얼굴에 주먹을 내질렀다.

    벨의 얼굴에 허덕륜의 주먹이 닿기 직전.

    “스위치!”

    밀레는 벨과 위치를 바꾸었다.

    ‘……!’

    퍼억!

    주먹을 멈추기에는 너무나도 늦었고 허덕륜도 멈출 생각이 없었다.

    벨에 비해 약한 몸을 가지고 있던 밀레는 허덕륜의 주먹에 단번에 목숨이 끊어졌다.

    “이… 이 개자식아!!!”

    벨은 밀레의 죽음에 격분하며 허덕륜에게 달려들었고 벨의 세상을 향한 차가운 분노는 허덕륜을 향한 격한 분노로 바뀌었다.

    그러자 벨의 마기는 벨의 몸 밖으로 뛰쳐나와 날뛰기 시작했다.

    “커억….”

    하지만 이미 큰 부상을 입고 밀레를 잃어 반쪽짜리 대원로가 된 벨은 허덕륜의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허덕륜은 벨의 명치에 주먹을 박아넣었고.

    퍼억!

    그의 안면에 주먹을 다시 한번 꽂아 넣었다.

    그 공격에 벨은 두개골이 반쯤 깨져 죽고 말았다.

    “싸워 이기고도 찝찝한 건 처음이야.”

    허덕륜은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걸었다.

    아직 싸우고 있을 동료들을 돕기 위해서.

    * * *

    전대섭과 페이지, 마르기가스의 전투가 이뤄지던 곳은 이미 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져 있었다.

    “허억… 허억….”

    “미친 거 아니야?”

    마르기가스와 페이지는 숨을 몰아쉬며 전대섭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이곳은 건물은 물론이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 살고 있던 풀마저 모두 사라져 있었다.

    포장된 도로는 다시 흙으로 돌아가 있었고 구조물들은 전부 흔적도 없이 파괴되어 자연으로 돌아갔다.

    이 모든 것은 전대섭, 그가 홀로 한 일이었다.

    “천벌.”

    쾅!

    전대섭의 말 한마디에 하늘에서 낙뢰가 떨어졌고 지진이 일어났다.

    “저게 신이 아니면 도대체 뭐가….”

    지금 전대섭의 모습은 가히 신이라 불러도 될 정도였다.

    전대섭은 마나와 에테르, 그리고 마도를 활용해 이 근방의 자연과 자신을 동화시켰다.

    마나와 체력 소모가 심하긴 했지만 전대섭의 의지 하나로 이 주변의 자연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

    “어스 레이지.”

    쾅!

    “크아아악!”

    땅에서 솟아난 돌기둥에 마르기가스가 밀려났다.

    “이딴 돌기둥!”

    쾅!

    마르기가스는 자신을 공격한 돌기둥을 가격해 박살 내고 시야를 가리는 흙먼지들을 치웠다.

    하지만 고비를 하나 넘긴 마르기가스의 앞에 펼쳐진 것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스무 개의 돌기둥이었다.

    “마르기가스! 조심해라!”

    페이지는 공격을 피하는 도중에도 마르기가스를 텔레포트해 살려주었다.

    “네놈이 죽으면 전대섭의 공격이 모두 나에게 올 것 아니냐!”

    “젠장….”

    마르기가스와 페이지는 살기 위해 몸부림쳤다.

    “지금 모습이 신 같기는 하지만… 녀석도 인간이다. 어떻게 버티다 보면 기화가 올 거야.”페이지는 너덜너덜해진 모습으로 마르기가스에게 말했다.

    “천벌.”

    쾅!

    페이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늘에서 낙뢰가 떨어졌다.

    “크윽!”

    낙뢰에 직격 당하지는 않았지만 온몸이 저릿저릿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쓰나미.”

    콰아아-.

    이번에는 어디선가 물이 쏟아져나와 마르기가스와 페이지를 덮쳤다.

    “미친…. 여긴 내륙인데 무슨 쓰나미가…!”

    “천벌.”

    쾅!

    “끄아아아악!!!”

    쓰나미에 떠밀려 가던 마르기가스와 페이지의 위로 낙뢰가 떨어졌다.

    ‘저걸 사람이 이길 수 있는 건가…?’

    페이지와 마르기가스는 그제야 의문이 들었다.

    한계가 있을 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지만 그 한계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때까지 버틴다고 해도 그때 공격할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을까?

    애초에 살아남는 것이 가능은 한 것인가?

    페이지와 마르기가스는 인간으로서는 막아 내거나 대응할 수 없는 자연재해를 연속으로 겪고는 정신이 나가 버렸다.

    “항복하겠다! 목숨만은… 커억!”

    “페이지! 이 병신이….”

    페이지는 눈 앞의 공포 때문에 전대섭에게 투항하려 했다.

    하지만 이는 페이지가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판단이었다.

    대원로는 칠죄종과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는 인물 중 하나다.

    즉, 그가 어떤 마음을 먹고 있는지 칠죄종은 바로 알 수 있는 것이다.

    페이지가 항복하겠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낸 순간 칠죄종은 손에 쥐고 있는 페이지의 목숨줄을 잘라 버렸다.

    “페이지, 이 멍청한 놈!”

    쓰나미가 지나가고 마르기가스는 페이지의 상태를 확인했다.

    페이지는 싸늘하게 죽어 있었고 마르기가스는 낙담했다.

    홀로 전대섭을 상대로 살아나갈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까.

    “칠죄종들께 기도합니다. 저희의 복수를 꼭….”

    “어스 레이지.”

    콰콰콰쾅!

    수십 개의 돌기둥이 마르기가스를 덮쳤고 마르기가스는 그대로 온몸이 짓눌려 즉사했다.

    “쿨럭.”

    전대섭은 자연과의 동화를 끝내고 땅으로 내려와 피를 토했다.

    심한 내상을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꽤나 무리를 하긴 한 것 같았다.

    “마르기가스와 페이지… 둘 다 죽었다.”

    전대섭은 무전기를 들고 그렇게 보고했다.

    “연정아입니다. 색욕의 대원로 처치했습니다.”

    “하오다. 메이란을 죽였다.”

    “전대섭 형님, 나야. 분노의 대원로들을 처치했어.”

    “구찬영입니다. 바이튼을 죽였습니다.”

    그렇게 이 전장에 남아 있던 모든 대원로가 사라졌다.

    그리고 전대섭이 대원로들을 상대하던 여파로 칠죄신교의 전사와 원로들의 태반이 죽었으니 이미 전쟁의 승패는 기울어져 있었다.

    “그럼 이제 강태운 쪽만 남은 건가….”

    전대섭은 강태운이 쟝과 전투를 벌이던 곳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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