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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32화 (332/379)
  • 332화

    쾅!

    “아아악!!! 내 팔!!!”

    “젠장… 저 어린놈이 대원로였을 줄이야….”“도망쳐라! 대원로는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주로 C~D급 헌터들을 배치했던 후방에서는 분노의 대원로인 벨과 밀레의 학살이 벌어지고 있었다.

    벨은 거대한 팔로 헌터들을 쓸어버리고 있었고 밀레는 마기를 활용한 마법으로 헌터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벨과 밀레 개개인의 힘은 대원로라고 하기에는 조금 약했지만 그 장소에 있는 헌터들은 C~D급 헌터들뿐.

    벨과 밀레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가진 헌터는 없었다.

    “거인화.”

    쾅!

    그때, 어디선가 거대한 팔이 나타나 벨의 공격을 막아냈다.

    “음…?”

    “공전하! 이설아! 지금이다!”

    “아이스 필드.”

    “발도, 속공(速攻).”

    서걱!

    어디선가 날아온 공격에 벨은 순식간에 왼팔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후방에는 C~D급 헌터 밖에 없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벨은 팔을 회수하고 회복했다.

    어차피 왼쪽 어깨에 달려 있는 팔의 개수는 수백 개다.

    그중 서너 개 정도 달아난다고 해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

    “조강현, 나이스 오더.”

    벨의 공격을 막아선 사람들은 후방의 소란을 빠르게 눈치채고 돌아온 조강현, 공전하, 이설아였다.

    “밀레, 너는 계속 헌터들을 공격해라. 난 이 세 명을 정리하겠다.”꾸드득….

    벨은 팔을 회복한 뒤 다시 팔을 크게 전개했다.

    “어째… 더 커진 거 같네….”

    벨의 팔은 헌터들을 공격할 때보다 훨씬 더 커져 있었다.

    “더 징그러워진 거 같기도 하고.”

    이설아는 백여 개의 팔이 넓게 펼쳐진 모습을 보고 미간을 좁혔다.

    “그럼 일단 방금처럼 간다.”

    “그래.”

    조강현은 거인화를 사용해 벨의 팔을 붙잡았다.

    “후읍!”

    실력과 완력, 체력이 꾸준히 늘어 최근에 A급 헌터가 된 조강현은 힘 하나만큼은 태운에게도 인정받은 사람이다.

    실제로 A급 헌터가 된 이후로 조강현은 힘에서 밀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거인화를 사용하면 힘이 수 배에서 수십 배까지 늘어나니까.

    거인화를 사용한 조강현과 맞붙어서 밀리지 않은 상대는 없었다.

    “어…?”

    하지만 벨은 아니었다.

    “힘이 꽤… 강하구나!”

    벨은 조강현의 완력을 버텨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조강현을 압도하고 있었다.

    콰드득….

    “크윽…!”

    조강현은 어떻게든 버텨 보려고 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벨의 완력에 계속해서 밀려났다.

    “발도 섬(嬐).”

    공전하가 조강현이 밀리는 것을 보고 그를 지원하기 위해 벨에게 다가가 공격하려 했다.

    퍼억!

    “크윽…!”

    하지만 벨은 그것을 눈치채고 조강현을 들어 공전하에게 휘둘렀다.

    “우리 개개인의 힘이 약하다곤 하지만 이제 막 A급이 된 애송이 몇에 당할 정도는 아니야.”

    “콜드 헤븐.”

    이설아는 아이스 필드로 얼어붙은 바닥을 타고 벨에게 접근해 그의 왼쪽 팔과 상체 일부를 얼러 버렸다.

    “빨리 뒤로 물러나!”

    이설아는 벨의 움직임을 막아 조강현과 공전하가 뒤로 물러날 시간을 벌어주었다.

    “고마워!”

    조강현과 공전하는 이설아 덕분에 뒤로 물러나 태세를 정비할 수 있었다.

    “저 녀석, 힘은 물론이고 속도도 빨라. 게다가 전투 센스도 나쁘지 않은 편이야.”“과감하게 전투를 풀어가는 걸 보니 빈틈을 잘 노려 봐야 할 거 같아. 대신 그만큼 우리도 조심해야 해. 공격 한 번에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조강현과 공전하는 한 번의 공방으로 벨의 특성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강태운이 가장 중요하게 강조했던 것은 적의 강함을 파악하는 것이었으니까.

    강태운은 항상 ‘적이 강하더라도 그 강함을 명확하게 알고 있으면 죽을 일은 없습니다.’라며 적의 강함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확실히 덕분에 어떻게 싸워야 할지 감이 와.’분명한 것은 벨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공전하의 공격에도 상처를 입었고 조강현의 완력도 밀리긴 하지만 벨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다.

    이설아의 마법에 몸이 얼기도 하니 충분히 상대할 만하다.

    하지만 그건 세 명의 착각일 뿐이었다.

    “미안하지만 적당히 하는 건 여기까지다.”

    콰직!

    벨은 얼어 버린 자신의 팔과 상체를 움직여 얼음을 깨트렸다.

    “밀레 미안하지만 나도 좀 신경 써 줬으면 좋겠어.”“미친놈아… 그럴 거면 처음부터 도와달라고 하든가.”“그 정도는 아니야. 그냥 가끔 한 번씩 봐주면 돼.”벨은 백여 개의 팔을 펼친 뒤 압축했다.

    그걸 본 조강현은 그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재밌네. 지원해 줘.”

    조강현은 오른팔에 거인화를 사용한 뒤 근육을 압축했다.

    조강현은 벨과 정면 승부를 한번 해보려는 것이었다.

    “하여간…. 지원할게.”

    이설아는 조강현을 말리지 않았다.

    자신의 지원을 받은 조강현의 주먹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으니까.

    상대가 벨이라고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스 인챈트, 하이 부스트.”

    조강현의 근육이 압축되면서 과열된 팔의 열을 낮춰 조강현의 부담을 덜고 더욱 안정적으로 만들어준다.

    조강현은 이설아의 도움으로 근육을 더욱더 압축해 위력을 끌어 올린다.

    그리고 오른팔에 집중된 거인화를 대신해 하이 부스트가 조강현의 각력과 코어의 힘을 보충해준다.

    주먹의 힘이 아무리 강해도 하체와 코어가 버텨주지 못하면 그 위력은 온전히 담기지 못하니까.

    “간다.”

    조강현은 준비를 마치고 벨에게 달려 나갔다.

    벨도 방금 막 준비를 끝마치고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더 빠르다…!’

    조강현은 늦은 벨의 움직임에 자신이 먼저 공격을 꽂아 넣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조강현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말았다.

    “가속.”

    벨도 혼자는 아니라는 사실을.

    밀레의 가속 버프를 받은 벨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콰-앙!

    “……!!!”

    벨의 공격은 조강현의 복부에 정확히 꽂혔고 조강현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내장이 온통 망가져 버린 조강현은 이를 악물었다.

    쾅!

    한번 당했으면 그대로 갚아줘야 하는 법.

    조강현은 벨의 공격에 맞아 정신이 아득한 상태에서 벨에게 주먹을 꽂아 넣었다.

    “큭….”

    조강현의 공격은 벨의 왼쪽 어깨에 적중했고 벨의 왼쪽 어깨를 완전히 부숴 버렸다.

    “강현아!”

    조강현은 거인화가 풀려 바람 빠진 풍선마냥 그대로 뒤로 날아갔고 공전하는 날아가는 조강현을 받아냈다.

    “크윽….”

    조강현의 입에서는 피가 흘러나왔고 내장이 엉망이 되어 숨을 쉴 때마다 고통이 느껴졌다.

    “일단 이거부터 마셔.”

    공전하는 포션을 먹이고 눕혀 주었다.

    그러자 조강현은 속이 천천히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조금만 쉬었다가… 다시 가세할게. 조금만 버텨줘.”“걱정 말고 푹 쉬라고 하고 싶은데… 부탁한다. 빨리 회복하고 일어나줘라. 네가 없으면 저 녀석을 억제할 방법이 없어.”공전하는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했다.

    저런 괴물을 상대로 탱커 없이 오래 버티는 건 무리였으니까.

    ‘후… 버티겠다고 말은 했지만… 어떻게 버텨야 할지….’벨의 공격은 광범위한 공격이다.

    게다가 벨은 집중하면 어깨에 달린 수백 개의 팔을 하나하나 조종할 수도 있다.

    그것 하나하나의 위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니, 탱커가 없는 공전하와 이설아가 각개격파 당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때, 그런 그들의 뒤에 사람들이 나타났다.

    “선배님들, 가세하겠습니다.”

    “음…?”

    공전하와 이설아의 뒤에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동아리인 언더독의 초기 멤버들이 서 있었다.

    “탱커는 제가 맡겠습니다.”

    언더독에서 유일하게 탱커 역할을 맡고 있던 김철이 앞으로 나섰다.

    “김철! 네가 막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김철이 앞으로 나서자 벨이 거대한 팔로 주먹을 날렸다.

    “괜찮아요. 임시 등급이긴 하지만 저도 A급 헌터니까요.”

    “A급…?”

    조강현은 손에 들려 있던 금속 조각을 입에 털어넣었다.

    “본 이터.”

    쾅!

    그 순간, 김철과 벨의 주먹이 충돌했다.

    “철아!”

    공전하는 김철이 크게 다쳤을 거라 생각해 소리쳤지만, 김철은 아무렇지 않았다.

    “후… 역시 빡세네요….”

    김철은 자세를 낮추고 벨의 주먹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임시 등급으로 A급을 받은 이유는 제가 어떤 금속을 먹었는지에 따라 등급이 판이하게 달라져서예요.”김철은 자신이 먹은 소재로 자신의 뼈를 재구성할 수 있는 스킬과 자신의 뼈를 구성한 물질로 자신의 피부를 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김철이 먹은 금속은 ‘미스릴’과 ‘만근철’.

    지금까지 발견된 금속 중 가장 단단한 금속과 가장 무거운 금속이었다.

    “호오….”

    김철은 벨의 공격에 조금도 밀려나지 않았다.

    큰 충격에 조금 머리가 울리긴 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버틸 만했다.

    “안심하고 공격하세요. 방어 마법은 제가 걸어 드릴게요.”

    “신동연…!”

    신동연은 최근에 수호자 특성이 진화해 수호신으로 각성했다.

    신동연이 사용하는 방어 마법은 강태운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완벽하게 막지는 못하더라도 한 번에 받는 충격을 줄여줄 수는 있을 겁니다.”신동연이 그렇게 말하며 방어 마법을 사용하자 공진영이 앞으로 나섰다.

    “진(眞) 염군(炎君).”

    그러자 공진영의 주변에서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엄청난 열기가 공진영을 감쌌다.

    “설마 너도….”

    공진영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힘은 어설프긴 해도 분명히 A급 헌터라 불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캬하~ 이런 싸움 오랜만이야!”

    김기열은 긴장을 했는지 어느새 김지열로 바뀌어 있었고, 홍유리는 진동 마법으로 지진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라일렌은 SNS 라이브를 켜고 관심을 받으며 힘을 모으고 있었다.

    “아직 공표는 안 됐지만, 언더독 초기 멤버 8명 모두 A급으로 판정받았습니다.”신동연, 김기열, 홍유리, 공진영, 김철, 라일렌, 김효신, 박성윤.

    모두 졸업 이후 등급 평가를 받았고, 그 자리에서 A급 헌터로 인정받았다.

    “든든하네.”

    조강현, 이설아, 공전하를 포함해 A급 헌터 총 11명.

    게다가 탱커의 실력도 뛰어나고 조합도 좋은 편이다.

    “이 정도면 할 만하지.”

    공전하는 승산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벨도 상황이 안 좋아졌다는 것을 깨달았고, 더 이상 오기를 부리지 않았다.

    “밀레, 상황이 안 좋아졌어. 부탁할게.”

    “알았어.”

    밀레도 말버릇처럼 붙이던 욕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그들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가속.”

    까앙!

    벨의 주먹이 김철을 가격했다.

    “으웁…!”

    김철은 예상보다 강력한 주먹에 수 미터나 날아갔다.

    “귀갑!”

    신동연은 급하게 김철에게 방어 마법을 사용했다.

    “공간이동.”

    “너 먼저.”

    퍼-억!

    “크억…!”

    밀레가 신동연의 앞으로 벨을 이동시켜주자 벨은 순식간에 신동연을 기절시켰다.

    “무슨….”

    대원로는 본래 A급 헌터 수준의 힘을 가진 원로 중에 압도적인 무위를 가진 사람이 후보가 되어 경쟁해 얻는 자리다.

    그러니 고작 A급 헌터 몇 명에게 당할 리가 없었다.

    “장난은 끝이다.”

    벨과 밀레가 그들을 모두 쓰러뜨리려던 순간.

    “지금까지 버텨주느라 수고했다.”

    “허덕륜 선생님…?”

    한동안 한국을 떠나 있던 허덕륜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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