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330화 (330/379)
  • 330화

    “다시 말해봐….”

    태운은 쟝에게서 칠죄신교의 목적을 듣고 눈이 돌아가서 쟝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하지만 쟝은 여전히 태운을 비웃으며 천천히 말했다.

    “뭘 들은 거냐…. 우리의 목적은 칠죄종의 완전한 강림이다.”

    “이런 비열한….”

    태운은 이를 갈며 쟝의 멱살을 놓았다.

    어차피 쟝은 오래 살지 못한다.

    지금 말하는 것만 봐도 5분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젠장….”

    태운은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서 의식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

    태운은 미스릴 검을 들고 검에 에테르를 주입했다.

    ‘신성력이 없으니 에테르로 이 벽을 부숴야 한다.’태운은 에테르를 담은 미스릴 검으로 검은 벽을 가격했다.

    “무슨….”

    하지만 검을 통해서는 조금의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고, 미스릴 검은 그대로 벽을 통과했다.

    “뭐야….”

    태운은 미스릴 검을 집어넣고 마법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스페이스 디스트럭션.’

    폭발을 일으키거나 속성을 바꾸는 일반적인 마법과 달리 스페이스 디스트럭션은 에테르의 힘으로 공간 자체를 찢어 버리는 마법이다.

    물리적인 힘이 통하지 않는다면 공간 자체를 찢어 밖으로 나가겠다는 마인드였다.

    “하… 내가 이 마법을 고안했을 때 네가 공간을 찢을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이나?”그때, 쟝이 태운에게 말했다.

    “닥치고 있어. 어차피 죽을 놈이라 일부러 손을 안 대고 있는 거니까.”

    “허. 그래… 알겠다.”

    태운은 쟝의 말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쟝의 말대로 공간 파괴 마법은 검은 공간에 통하지 않았다.

    “괜히 힘 빼지 말고 얌전히 한 달 동안 가만히 앉아서 기다려.”

    “…….”

    공간 파괴 마법도 통하지 않은 이상 태운은 더 이상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이 공간을 부술 수 있을 지는커녕 이 공간의 정체도 제대로 가늠할 수도 없었으니까.

    “하….”

    태운 그 자리에 앉아서 마나로 허공에 글자들을 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포기가 빠르군….”

    “방법이 없으니까.”

    태운은 별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냥 앉아서 글자들을 끄적였다.

    “밖에는 전대섭 선생님도 있고 구찬영도 있다. 셀도 있고 하오도 있어. 그리고 정일준, 연정아, 시저, 조강현, 이설아, 신가연, 공전하도 있다.”태운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믿을 수 있는 헌터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르치던 헌터들도 이제 제 한몫할 수 있는 헌터로 성장했어. 그리고 이제 다른 국가의 헌터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지.”이 세상에는 수많은 헌터들이 있다.

    “나 하나 사라진다고 멸망할 세상이 아니야.”고작 한 명에게 의지하는 세계는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멸망하게 된다.

    그 한 명이 아무리 강한 힘과 의지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 사람이 혼자라면 세상을 지켜낼 수 없다.

    ‘그나저나… 가도의 세상은 아수라의 침략을 막아낼 수 있으려나….’과거에는 가웨인, 단 한 명이 아수라를 막아냈다.

    물론, 동료는 있었지만 그 동료는 신전에서 지원해준 성기사일 뿐이었다.

    그들은 아수라와 조우하자마자 모두 죽었고, 결국에는 가웨인 혼자 싸워야만 했다.

    ‘가웨인, 그래도 이번에는 믿을 만한 동료가 있으니… 막아낼 수 있을 거다.’태운은 가웨인이 아수라를 상대로 세상을 지켜냈으면 했다.

    “그래… 동료를 믿고 기다린다니…. 네가 그렇게 한가한 성격이었다니….”

    “내가 언제 기다린다고 했어?”

    하지만 태운은 남은 한 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너무 바빠서 할 수 없었던 에테르에 대한 연구를 지금 할 거다.”이 장소는 허기도 느껴지지 않고 피곤함도 느껴지지 않으며 심지어 청각적으로도 우웅거리는 약간의 백색 소음만이 날 뿐이라서 무언가에 집중하기에는 완벽한 장소였다.

    잘 필요도 먹을 필요도 없는 이 장소에서의 연구는 태운이 밖으로 나갔을 때 큰 성장을 불러올 것이다.

    “네가 이곳에 날 가둔 건 실수다.”

    “강태운…!”

    쟝은 왜인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고 그 때문에 짜증이 치솟았다.

    “이제 난 집중해야 하니 잠들어줬으면 좋겠군.”태운은 마나로 메테리얼을 만들었다.

    “칠죄신교 최강의 대원로였던 네 최후가 이렇게 초라하다니. 아쉽겠군.”태운의 손에서 하얀색 광선이 나갔고 그 광선은 쟝을 소멸시켰다.

    ‘시체가 옆에 있으면 집중이 안 될 테니까.’태운은 화염 마법까지 사용해 남아있는 모든 흔적을 없앴다.

    ‘조금만 버텨주세요. 강해져서 돌아가겠습니다.’

    * * *

    칠죄신교와 헌터들의 격전지.

    “마르기가스, 쟝이 강태운과 함께 불침의 감옥에 갇혔다.”페이지가 전장의 뒤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마르기가스에게 전했다.

    “그럼 이제 나가도 되는 건가.”

    “그래, 마음대로 해라.”

    마르기가스는 인간을 상대하는 데 특화되어 있는 대원로다.

    악어처럼 생긴 커다란 입, 손에는 날카로운 손톱이 달려 있고 그것들을 백분 활용할 수 있는 강한 치악력과 완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마르기가스는 많은 사람을 먹으면 먹을수록 감각이 예민해지고 힘이 강해지는 특성까지 가지고 있다.

    즉, 마르기가스는 대량 학살과 지속 전투에 특화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강한 적들이 다들 대원로들에게 붙잡혀 있을 때를 노려 전투에 참여한 것이다.

    “크아아아앙!!!”

    마르기가스는 커다란 입을 열고 헌터들에게 달려들었다.

    “괴… 괴무….”

    콰직!

    마르기가스는 가장 앞에 있던 헌터를 통째로 집어삼키고 다시 헌터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으아아악!”

    “저 괴물은 뭐야!”

    “싫어! 잡아먹혀 죽는 건 싫다고!!!”

    동료가 잡아먹힌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헌터들은 마르기가스에게 큰 공포를 느꼈다.

    본래 자연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였던 인간에게는 잡아먹힌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공포였고 마르기가스는 그런 공포감을 헌터들에게 심어줄 수 있었다.

    “크하하하학! 맛이 좋구나!!!”

    이날을 위해 마르기가스는 배를 오래 비워두었다. 그는 마치 미친 것처럼 헌터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50명 정도 잡아먹었을까.

    그때, 마르기가스를 막아줄 사람이 나타났다.

    “야, 악어. 약한 사람 그만 괴롭히고 나랑 싸워.”

    “엉?”

    마르기가스는 뒤에서 들린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너는….”

    “이젠 기억하나 보군.”

    마르기가스의 앞을 막아선 사람은 김현우였다.

    “하늘섬에서 보았던, 나에게 가장 먼저 날아든 날벌레가 아닌가.”

    “그래. 그 날벌레가 나다.”

    김현우는 두 자루의 단검을 품에서 꺼냈다.

    “넌 내가 막을 거다.”

    “크… 기억 상실증이라도 걸렸나? 아니면 내가 우스워 보이는 거냐!!!”마르기가스는 입을 열고 김현우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김현우는 마르기가스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내고 단검을 휘둘렀다.

    “아니, 전혀.”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죽음과 가까웠던 기억 두 가지가 모두 마르기가스가 만들어낸 것인데.

    ‘무섭다.’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

    손에는 땀이 흐르고 지금 당장이라도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해내야 했다.

    하지 못하면 다른 헌터들의 지원이 올 때까지 수십 명의 헌터들이 더 죽을 것이다.

    “날벌레답게 잘 피하는구나!”

    쩌-억.

    마르기가스가 입을 벌리자 김현우는 그의 입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의 혀에 단검을 찔러넣었다.

    “이 개자식이….”

    터-업!

    촤악!

    마르기가스가 김현우의 손을 자르기 위해 입을 닫기 직전에 김현우는 마르기가스의 혀를 자르며 손을 빼냈다.

    “크아아악!!!”

    혀는 통각에 예민한 곳 중 하나다.

    게다가 지금 마르기가스는 50명이 넘는 헌터들을 잡아먹은 상태.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마르기가스의 감각은 그 고통을 극대화했다.

    “아프지?”

    김현우는 마르기가스의 입에서 손을 빼내고 조금도 멈추지 않고 바로 몸을 회전해 마르기가스의 오른쪽 다리에 단검을 꽂아 넣었다.

    그리고 단검을 뽑은 직후 몸을 180도 돌려 등을 보인 뒤 마르기가스의 허벅지에도 단검을 꽂아 넣었다.

    그와 동시에 마르기가스의 목에 단검을 찔러넣으려 했다.

    “적당히 해라! 벌레 자식아!”

    “크윽!”

    마르기가스가 마기를 방출했고 김현우는 수 미터나 날아가 내동댕이쳐졌다.

    “이 벌레 자식이!”

    마르기가스는 격노해 김현우에게 달려들었다.

    휘릭!

    김현우는 옆으로 굴러 마르기가스의 공격을 피해냈고 역으로 공격을 준비했다.

    ‘마나 고체화.’

    김현우가 마나 고체화를 사용하자 단검이 3배는 길어지고 더 예리해졌다.

    푸-우욱!

    김현우는 마르기가스의 비늘을 뚫고 그의 몸통에 단검을 꽂아 넣었다.

    “크아악!”

    그리고 마르기가스의 등에 올라타 그의 몸통을 난도질했다.

    “기… 김현우 헌터가 원래 저렇게 강했었나?”그때, 옆에 있던 한국 헌터 협회 소속의 헌터가 그 전투를 바라보며 놀랐다.

    김현우는 원래 대원로를 이기기는커녕 상대하는 것도 버거워했다.

    하지만 칠죄종이 강림하고 이 세상에 악이 만연해지자 김현우의 정의의 파동은 그 어떤 때보다 더 강하게 발현되었다.

    그리고 정의의 파동은 이제 악인의 수가 아닌 악인의 강함에 따라 반응하게 되었다.

    게다가 칠죄종의 악은 지구 전체에 퍼져 김현우의 정의의 파동은 칠죄종을 기준으로 발현되고 있었다.

    즉, 지금 마르기가스는 칠죄종의 강함에 대응하기 위해 강해진 김현우를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현우가 칠죄종을 상대할 정도로 강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 순간.

    “으아아악!!!”

    마르기가스가 바닥에 입을 처박더니 흙을 씹어 삼켰다.

    “갑자기 무슨….”

    펑!

    그 순간, 마르기가스의 몸 안에서 폭발이 일어나 흙먼지가 만들어졌다.

    마르기가스의 비늘 사이로 흙이 터져 나온 것 같았다.

    터-업.

    마르기가스는 그 흙먼지 탓에 시야가 흐려진 틈을 타 김현우를 붙잡았다.

    “잡았다. 벌레 같은 놈.”

    마르기가스는 전처럼 김현우의 머리채를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김현우는 마르기가스의 습관과도 같은 이 나쁜 버릇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촤-악!

    김현우는 마르기가스의 팔을 벰과 동시에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머리채 잡는 건 왜 이리 좋아해?”

    김현우는 마르기가스의 발목과 허벅지에 있는 힘줄을 끊었고 마르기가스는 순간 다리에 힘이 빠져 움찔했다.

    ‘방심 따위 하지 않는다.’

    마르기가스에게 죽을 뻔했던 김현우이기 때문에 마르기가스가 죽을 때까지 그의 앞에서는 결코 일말의 방심조차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김현우는 안일한 판단으로 기회를 놓친 마르기가스를 계속해서 압박할 수 있었다.

    ‘한 번의 공격으로도 전세가 역전될 수 있다.’촥! 촥! 촤악!

    김현우는 더욱 빠르게, 더욱 부드럽게 움직였다.

    마르기가스가 대응하지 못하도록.

    그 순간.

    “마르기가스 뭐 하는 거냐!”

    퍼-엉!

    페이지가 김현우의 옆구리에 마법을 쏘아 김현우를 날려 버렸다.

    “크윽. 저 벌레 같은 놈이….”

    “벌레 같은 놈이라 하기 전에 유효타 한 번은 먹여라. 멍청아, 더 이상 방심하지 마라. 내가 너를 돕겠다.”

    “젠장….”

    아무리 강해진 김현우라 해도 방심하지 않고 달려드는 마르기가스는 버겁다.

    애초에 처음에 잡아두었던 승기와 유리함 덕분에 이렇게 몰아세울 수 있었던 거니까.

    ‘게다가 두 명은… 무리다.’

    그때.

    “하이 큐어, 하이 힐링.”

    따스한 치유의 기운이 김현우를 감쌌다.

    “이곳에서 대원로의 힘이 느껴져서 와보았다. 괜찮나?”

    “전 괜찮습니다.”

    “그쪽도 두 명이니 이쪽도 머릿수를 맞췄네, 불만 없겠지?”지금 나타난 사람은 급하게 달려온 전대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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