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329화 (329/379)

329화

쟝은 그동안 무기를 사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무기를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강력한 힘과 천부적인 전투 센스만으로 적들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오만의 좌에 앉은 이후로는 오히려 기술을 배우고 무기술을 배우는 것 자체가 페널티로 작용했기에 굳이 사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강태운과의 전투에서 기술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마침 칠죄종이 강림하면서 그 페널티가 줄었다.

그래서 긴 고민 끝에 쟝은 일주일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단검술을 배우고 마기를 더욱 효율적으로 다루는 방법에 대해 연구했다.

결과적으로 힘을 조금 잃기는 했지만 그 대가로 쟝은 엄청난 기술이라는 것들을 얻었다.

“후… 적당히 해야지. 일주일만에 무슨….”강태운은 짜증을 내면서 검을 들어 올렸다.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강태운은 수년간 훈련한 끝에서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실력을 쟝은 일주일 만에 얻은 거였으니까.

“됐고 나도 이제 제대로 해야겠네.”

태운은 눈을 감고 육감과 초감각을 활성화했다.

브레인 부스트나 사고 가속과 달리 초감각과 육감은 사용 시 페널티가 크지 않다.

태운은 이 전투가 끝나기 전까지 초감각과 육감을 해제할 생각이 없었다.

‘너는 오늘 못 살아 간다.’

태운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신체 강화 마법을 사용했다.

꾸드득….

강태운의 근육이 부풀며 태운의 몸집이 약간 커졌다.

지속적으로 근육에 큰 무리가 갔지만 태운의 회복력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한 정도였다.

그 직후, 태운은 미스릴 검에 신성력과 에테르를 동시에 주입했다.

그러자 에테르와 신성력이 충돌하며 엄청난 위력의 에너지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

쾅!

태운이 발을 구르자 땅이 크게 울리며 태운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흐읍!”

부-웅.

태운은 쟝의 뒤에서 나타나 검을 휘둘렀다.

카-앙!!!

쟝은 태운의 공격은 보지도 않고 단검을 들어 막아냈다.

“큭…?”

하지만 쟝은 공격을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검 자체의 물리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수십 미터나 날아갔다.

“큭… 무슨 위력이….”

“말할 여유가 남아 있냐!”

쟝이 날아가 처박힌 곳에서 일어나 태세를 정비하기도 전에 태운이 날아들었다.

휘릭!

쟝은 몸을 회전시켜 태운이 찔러오는 검을 피하고 단검을 휘둘러 반격했다.

태운도 허리를 뒤로 휘어 단검을 피해냈고 쟝은 다른 손에 들린 단검으로 상체가 뒤로 젖혀진 태운을 공격했다.

덥석!

태운은 검을 잡은 두 손 중 오른손을 빼내 쟝의 손목을 붙잡았다.

“힘이 많이 늘었구나!”

“너야말로 실력이 많이 늘었어!”

쟝은 늘어난 태운의 완력에, 태운은 늘어난 쟝의 실력에 감탄했다.

이런 짧은 시간에 이렇게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스페이스 디스트럭션.’

태운은 힘에서 자신이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계속 붙어서 싸워도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근접전에서 유리함을 이끌어내기 위해 쟝의 심장이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공간 파괴를 사용했다.

“어디서 똑같은 수를…!”

“어딜 가려고!”

꽈-악.

쟝은 위험을 감지하고 물러나려 했지만 태운은 잡고 있는 손을 놓을 생각이 없었다.

“이 자식….”

쟝은 태운이 잡고 있는 팔의 어깨를 일부러 빼낸 후 몸을 회전시켜 공간 파괴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그 때문에 쟝은 태운에게 등을 보이고 말았고 태운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태운은 붙잡은 쟝의 팔을 놓지 않고 그대로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타 검을 들어 올렸다.

“이게…!”

쟝은 이 공격을 맞으면 위험할 거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마기를 빠르게 끌어모았다.

“데빌 레인.”

쟝을 중심으로 마기가 터지며 사방으로 수많은 마기의 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큭!”

태운은 그것을 보고 멀찍이 떨어졌고 숨을 몰아쉬었다.

‘이 기회를 못 살린 건 아쉽지만… 이 정도면 할 만하다.’쟝은 천부적인 전투 센스와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직 예상치 못한 상황에는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부분의 전투가 자신의 뜻대로 흘러갔을 테니까.

실제로 쟝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이나 강한 사람과는 싸워보았지만 대등한 사람과는 싸워본 적이 없었다.

쉽게 이기거나 빠르게 패배한 적밖에 없는 쟝은 이런 변칙적인 공격에는 잘 대응하지 못했다.

“에테르 어스퀘이크.”

태운은 에테르를 쟝과 자신 사이의 땅에 주입하고 그것을 터뜨려 지진을 일으켰다.

그리고 지진으로 생겨난 사각지대를 통해 움직여 다시 쟝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공방을 빠르게 연속으로 벌이다 보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야.’변칙적인 공격은 수많은 스킬과 특성을 지닌 태운의 강점이자 특기였다.

하지만 쟝에게도 전투가 태운의 마음대로 흘러가게 둘 생각은 없었다.

“그게 언제까지 통할 거라 생각하는 거냐!”쾅!

쟝이 손짓 한 번 하자 태운이 만들어낸 방해물이 모조리 소멸했다.

그리고 그 순간에 쟝과 태운이 눈을 마주쳤다.

“거기 있었구나.”

쟝은 태운의 위치를 파악한 순간 바로 달려들었다.

그때, 태운은 빠르게 움직이며 공중에 떠 있던 상태였다.

‘이건 못 피….’

촤악!

태운은 어쩔 수 없이 즉사만은 피하고자 목과 주요 장기들이 있는 위치에 검을 두고 방어했다.

쟝도 그것을 보고 태운의 복부를 길게 베었다.

“크읍….”

태운에게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지만, 태운은 배에 힘을 주어 장기가 흘러나오지 못하게 막았다.

절단된 상처 자체는 금방 회복되지만 흘러나온 장기가 있다면 회복하는 데 힘들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쟝이 대등한 상대를 만난 적은 단 한 번뿐.

쟝은 태운에게 적의 약점과 불리함을 계속해서 공략하는 집요함까지 배웠다.

덥석.

쟝은 태운의 뒷목을 붙잡았다.

“이거 한번 버텨봐라.”

퍼억!

쟝은 길게 베어진 태운의 복부를 강하게 가격했다.

“크윽!”

울컥!

태운의 복부에서 피가 역류해 입으로 흘러나왔다.

“이 개자…식이….”

태운은 입에 피가 가득 고인 상태로 쟝을 노려보았다.

“크흐… 아직은 버티는구나. 그럼 한 번 더….”

“퉤!”

“큭!”

태운은 입에 가득 고인 피에 신성력을 주입해 쟝의 눈에 뱉어냈다.

치이….

마기를 오래 사용해 마기와 하나가 된 쟝은 신성력이 담긴 피에 닿자마자 화상을 입었고, 쟝은 순간 시력을 빼앗겼다.

‘기회다.’

이 타이밍에 뒤로 물러나 상처를 회복하고 체력을 보존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태운은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다.

태운이 고른 선택지는 바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흐아아악!!!”

태운은 아직도 붙지 않은 복부의 상처를 부여잡고 다른 팔로 쟝을 베었다.

촤악!

쟝은 시야를 잃은 탓에 태운의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태운의 공격은 쟝에게 적의 위치라는 정보를 전해주었다.

푸욱!

쟝은 공격을 당함과 동시에 공격을 시작해 태운의 가슴에 단검을 꽂아 넣었다.

“크윽….”

“강태우우운!!!”

푸욱!

쟝은 태운이 뒤로 물러나려는 자세를 취하자 검을 갈고리처럼 안쪽으로 찔러넣어 태운을 붙잡았다.

시야를 빼앗긴 이상 거리를 벌린다는 선택지가 더욱 나았을 텐데도 왜인지 쟝은 태운을 놔주지 않았다.

“그래… 한번 해보자!”

태운은 가슴에 쟝의 단검이 꽂힌 채로 앞으로 다가갔다.

쟝의 손으로 단검이 태운의 가슴에 더욱 깊게 꽂히는 감각이 전해졌다.

“에테르 스파이크, 에테르 건틀릿.”

태운은 거리상 검을 휘두르는 게 힘들다고 판단했고 에테르 건틀릿에 에테르로 만든 스파이크를 덧씌웠다.

그러자 애초에 강했던 위력에 관통력까지 더해진 흉기가 완성되었다.

뻐억!!!

“지금이다!”

태운의 주먹이 쟝의 주먹에 닿는 순간, 쟝은 크게 소리쳤고 그 순간 태운과 쟝의 주변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크억!”

쟝은 그대로 데미지를 입었지만 웃고 있었다.

“성공이다….”

“무슨 짓을 한 거냐!”

“하…하…하….”

쟝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태운은 쟝의 몸에서 마기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슨… 잠깐 왜 신성력도….”

태운은 그 순간 깨달았다.

“이 공간은… 그 어떤 존재도 간섭할 수 없는 ‘불침의 감옥’이다. 우리의 힘이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외부의 힘이 이 안으로 들어올 수도 없지. 내 마기와 네 신성력이 사라진 것도 그것 때문이지.”

“그렇다는 건….”

“그래, 네가 후방을 지원하기 위해 보낸 소환수들도 지금은 전부 사라져 있을 거란 소리지.”

“쟝!!!”

퍼억!

태운은 쟝에게 주먹을 날렸지만 죽일 수는 없었다.

“이곳에서 나가는 방법을 이야기해라.”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쟝은 그대로 누워 태운에게 말했다.

태운은 그런 쟝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

“안 그러면 내가 널 죽여 버릴 거니까.”

“하….”

쟝은 마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애초에 쟝의 힘은 그 대부분이 오만의 칠죄종, 루시퍼에게서 온 것이었다.

이 공간에 들어와 그 지원이 끊어졌으니 쟝은 이제 태운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어차피 이런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마기를 잃은 이상 난 곧 죽는다. 너에게 목숨을 구걸할 의미가 없지.”“죽음을 각오하고 날 이곳에 가둔 거냐? 고작 군대의 후방을 교란하고 피해를 주기 위해서?”쟝은 태운의 말을 듣고 그를 비웃었다.

“내 목숨이 고작 그 정도와 맞바꿀 정도로 가치가 없지는 않다.”

“그럼….”

“넌 이곳에서 한 달 동안 갇혀 있어야 한다. 이 공간은 루시퍼 님에게 간청해 빌린 근원의 마기로 만든 공간, 꽤 많은 근원의 신성력을 쏟아붓는 게 아니면 절대 부술 수 없어.”“내가 없다고 헌터들이 질 것 같아? 내가 없어도 전대섭 선생님이 있고 하오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백 명의 A급 헌터들이 너희를 괴멸시킬 거다.”쟝은 태운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겠지…. 칠죄신교 만으로는 너희를 이길 수 없어. 그때의 기습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기도 했고 급하게 채워 넣은 녀석들도 힘을 가지고는 있지만 사용할 줄도 모르는 애송이들뿐이니까. 하지만 내 목표는 이 전쟁에서 너희를 이기는 게 아니다.”

“뭐…?”

태운은 쟝의 말에서 왜인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이 전쟁에서 칠죄신교의 모두가 죽고 모두가 소멸한다고 해도 결국에 우리는 이길 것이다.”

“그게 무슨….”

“우리가 왜 강한 헌터들이 많고 주변에서 빠르게 지원을 올 수 있는 베이징에 떨어졌다고 생각하나?”사실 이상하긴 했다.

중국 베이징에는 수많은 헌터들이 있고 주변에는 헌터 강국인 대한민국과 러시아, 인도가 있다.

게다가 미국의 헌터들도 영토가 넓은 중국의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에 상주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베이징에 떨어진 것은 칠죄신교가 우리 좀 잡아달라는 것과 별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이곳에 떨어진 이유는 단 하나다. 인구수가 많았으니까. 혼돈 에너지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

“그게 무슨….”

“그리고 우리가 이 전쟁에서 이뤄내야 할 것은 단 세 가지였다.”쟝은 거의 죽을 때가 되었는지 넋을 놓고 태운을 무시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의식을 방해할 수 있는, 신성력을 지닌 너를 가두는 것. 그리고 헌터들을 최대한 많이 죽여 전력을 줄여놓는 것.”

“잠깐… 의식이라고…?”

태운은 그 순간 자신의 불안한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마지막은… 지구에 강림하지 않은 다섯 칠죄종을 이 세상에 강림시키는 의식에 성공하는 것.”칠죄신교의 목적은 전쟁 같은 게 아니었다.

그들의 목적은 모든 칠죄종의 강림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