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327화 (327/379)
  • 327화

    ““전원 돌격!””

    “““우오오오오!!!”””

    전대섭과 쟝의 명령에 그 장소는 순식간에 전쟁터가 되었다.

    헌터들과 칠죄신교들의 전사가 서로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언뜻 보면 둘의 전력이 비슷한 것 같았지만 전세는 천천히 헌터들 쪽으로 기울었다.

    칠죄종의 강림으로 인해 칠죄신교측의 전력 개개인의 힘이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헌터들의 전력도 전체적으로 늘어나기도 했고 칠죄신교와 달리 계속해서 같이 싸워온 헌터들은 팀워크가 굉장히 잘 맞았다.

    거기에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힘 사용과 전투에 미숙한 칠죄종 전사들의 실력까지 겹쳐 전황은 천천히 헌터들에게 유리해져 가고 있었다.

    “이제 슬슬 가야겠군.”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전황을 보고도 쟝을 포함한 대원로들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덤덤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저쪽도 움직이는 것 같군.”

    “저도 먼저 가보겠습니다. 선생님.”

    헌터 측 우두머리들도 대원로들이 움직이려는 낌새를 눈치채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움직인 헌터는 강태운과 구찬영이었고 대원로 중 가장 먼저 움직인 사람은 얼마 전에 질투의 좌에 앉은 메이란과 이정석의 몸을 빼앗은 나태의 좌, 바이튼이었다.

    그렇지만 태운의 목표는 따로 있었다.

    태운이 상대할 사람은 쟝. 그 말고는 아무도 태운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대원로들이 태운이 쟝에게 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리가 없었다.

    특히 태운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강태운,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는 거냐.”

    “이정석… 아니, 바이튼.”

    태운의 앞을 막은 사람은 이정석 헌터의 몸을 빼앗은 바이튼이었다.

    “네놈만큼은 내가 죽이겠다….”

    사실 바이튼은 칠죄신교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었다.

    애초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해 칠죄신교에 들어온 바이튼이었으니까.

    그런 바이튼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태운을 막으러 온 것이다.

    “네 성격에 이렇게 앞으로 나올 줄은 몰랐는데…. 어지간히 나한테 화가 많이 났나 봐?”

    “신의 심부름이나 하는 졸개 놈이….”

    “헛소리하고 있네. 너야말로 벨페고르의 졸개가 아닌가?”

    “까불지 마라!”

    태운의 도발에 바이튼은 바로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공격은 태운에게 닿지 않았다.

    “이놈은 내가 맡을게.”

    “그래, 부탁한다.”

    태운을 공격하는 바이튼의 손을 구찬영이 붙잡았다.

    “넌 또 뭐….”

    “일단 실력 한번 볼까?”

    구찬영은 바이튼의 말을 끊고 바로 엎어치기로 넘겨 바이튼은 바닥에 내리꽂았다.

    “크윽….”

    “뭐야. 반응도 못 하네?”

    찬영은 일부러 바이튼을 조롱했다.

    싸우는 상대를 조롱하는 것은 구찬영답지 않은 행동이었지만 바이튼에게만은 제외였다.

    “매일 잠이나 퍼질러 자니까 그러지.”

    “이게 무슨 말을….”

    매일 잠이나 자면서 얻은 힘으로 상대방을 농락하듯 공격한다는 바이튼의 정보를 들은 구찬영은 알 수 없는 불쾌함을 느꼈다.

    잠만 자는데 강한 힘을 얻었다는 것은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설령 그것이 악마와의 계약으로 얻은 것일지라도 그의 강점이자 재능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구찬영은 그렇게 쉽게 얻은 힘으로 다른 사람들의 노력을 농락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실력이 그따위니까 강태운한테 힘도 못 쓰고 당하는 거야.”

    “이… 버러지가!”

    바이튼의 찬영의 말에 격노하며 마기를 방출했다.

    일반인이 이 마기에 노출되었다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가진 마기였다.

    일반인이 아닌 헌터가 당했더라도 큰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실제로 바이튼의 마기에 노출된 헌터 몇몇이 순식간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뭐 하냐?”

    하지만 구찬영은 일반적인 헌터가 아니었다.

    “무슨….”

    “그딴 공격에 당할 리가 없잖아!”

    쾅!

    구찬영은 무릎을 꿇고 있는 바이튼의 안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사람이 사람을 때렸다고는 믿을 수 없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그때, 찬영의 몸에서 희미하게 흰색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 기운의 정체는 구찬영이 최근에 갈고닦고 있는 오러였다.

    찬영은 지금까지 계속 오러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기의 영향에서도 무사할 수 있었다.

    “크윽….”

    “넌 상대할 가치도 없다.”

    구찬영은 등에 메고 있던 창을 꺼내 손에 쥐었다.

    그 후, 바로 오러를 주입해 위력을 끌어 올렸다.

    “이거 못 막으면 너 죽어.”

    “……!”

    인충회의 사건으로 인해 얻은 경이로운 마나 회로와 마나 코어.

    그로 인해 얻은 엄청나게 넓은 마나 회로, 찬영은 그 덕분에 한 번에 많은 양의 마나를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웬만한 A급 헌터들을 압도하는 힘을 가진 찬영이다.

    그런데 그 회로 안에 오러가 흐른다면?

    우-우웅.

    찬영의 창에 엄청난 양의 오러가 흐르기 시작했다.

    바이튼은 직감했다.

    이 공격을 정통으로 맞으면 다음을 기약할 것도 없이 죽을 거라는 사실을.

    콰-.

    찬영의 공격이 바이튼을 향해 날아간 순간, 바이튼이 각성했다.

    스-윽.

    찬영이 내지른 창이 땅에 닿은 순간, 바이튼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그래…. 남의 노력을 짓밟으려면 적어도 그 정도는 해줘야지.”바이튼은 반쯤 찢어져 잘리기 직전인 오른팔을 쥐고 구찬영을 노려보았다.

    “이 힘은 강태운을 위해 아껴두려고 했건만….”바이튼의 몸에서 강렬하지는 않지만 짙은 마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마기는 천천히 바이튼의 몸을 휘감아 갑옷의 형태를 갖추어 갔다.

    그 후, 바이튼의 손에는 그의 주무기인 연검이 쥐어졌다.

    “이 모습을 꺼낸 이상 널 대충 상대해줄 생각은 없다.”

    “뭐라는 거야. 죽을 뻔한 주제에.”

    구찬영은 계속해서 바이튼을 자극했다.

    하지만 상황이 방금과 같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긴장해야겠어.’

    창을 쥔 구찬영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 * *

    찬영의 도움으로 바이튼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던 태운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태운의 앞길을 막는 것은 바이튼 하나가 아니었다.

    “강태운. 이 앞으론 못 간다.”

    태운의 앞에 선 이는 질투의 좌에 앉아 있는 메이란이었다.

    “하… 미치겠네.”

    태운은 메이란을 보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설마설마했는데 그 소문이 진짜일 줄이야.”메이란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하오의 길드인 금호 길드의 2군 공격대 중 3번 공격대의 공대원이자 중국의 A급 헌터였다.

    하지만 최근에 실종되어 행적을 알지 못하게 되었고 칠죄신교의 학살 현장에서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는 제보가 종종 나와 그녀가 칠죄신교에 몸을 맡긴 것이 아닌가, 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데 그 소문이 실제였다고 생각하니 엄청난 배신감이 들었다.

    “그래도 너는 나름의 정의감을 가지고 칠죄신교와 싸우던 헌터였지 않나?”“그래. 그랬었지.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공적을 세워도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으니, 내가 헌터 생활에 신물이 나지 않고 어떻게 버티라는 거야?”메이란에게는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 봐야 다시 넘어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만.

    “여기 있었군. 메이란.”

    “하… 참 오랜만입니다. 길드장님.”

    그때, 태운의 뒤로 하오가 걸어 나왔다.

    “이 녀석은 내가 상대해도 되겠나. 할 이야기도 많으니 말이야.”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태운은 이번에도 하오의 도움으로 대원로에게 벗어나 쟝에게로 향했다.

    그때, 하오는 이를 악물고 메이란에게 말을 걸었다.

    “왜 그런 거냐. 네가 그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늘….”“허… 생각도 못 했다니. 그게 가해자인 네가 할 말인가?”메이란은 진심으로 하오를 경멸하며 말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가해자라니.”

    “참… 뻔뻔하기는.”

    하오는 갑자기 영문도 모른 사이에 가해자가 되어 있었다.

    “내가 말해줘야 알겠어?”

    메이란은 하오를 향해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챙!

    하오는 그녀의 검을 가볍게 막아내고 말했다.

    “가해라니.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군.”

    “끝까지 뻔뻔하다니….”

    메이란은 엄청난 속도로 하오를 베며 소리쳤다.

    “승진 평가 때가 기억나지 않는 거냐! 나보다 실적은 물론이고 실력도 떨어지는 2군 공격대원을 1군으로 올렸잖아!”하오는 그 공격을 모두 막아내고 창대로 메이란을 가격해 밀어냈다.

    “허… 고작 그것 때문이었나?”

    “고작? 고작!!!”

    메이란은 하오의 말에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한 번도 아니고 자그마치 3번이다! 그때마다 항상 나는 최고의 실적을 가지고 평가의 자리에 섰다. 그런데도 네 녀석은 계속 내가 아닌 다른 녀석을 1군의 자리에 올렸어!”“그건 다 이유가 있었다. 이유 없는 승진은 존재하지 않아.”그 말에 메이란은 잘 걸렸다는 듯이 자신 있게 소리쳤다.

    “이유? 이유야 있었겠지! 하오, 너는 내가 여자라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야! 다른 남자 길드원보다 여자 길드원이 높은 자리에 서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지! 아니야? 아니면 내가 못 생겨서 그랬던 건가? 내 출신이 지방이어서 그런 건가? 집안이 가난해서 그런 건가? 어서 말해보라고!”“하… 내가 사람을 잘못 봐도 한참을 잘못 봤군….”하오는 머리를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

    “네가 승진 평가에서 떨어진 이유를 알려줄까?”하오는 그녀의 말에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나갔다.

    “네가 승진 평가에서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인성이다.”

    “뭐…?”

    “공격대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나? 그건 바로 팀워크와 신뢰다. 그런데 너는 어느 곳에 들어가던 그곳의 팀워크와 신뢰를 박살 내더군.”

    “무슨….”

    “네가 공격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정치질이었다. 팀원 간의 신뢰를 쌓기도 전에 자신을 위주로 공격대가 돌아가도록 정치질을 시작했어. 나는 1군 공격대만큼은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랐고 그래서 널 계속 2군에 남겨둔 거야.”메이란은 반박이 생각나지 않는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떼지 못했다.

    그사이 하오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큰 이유는 바로 실적을 낸 방식에 있지.”

    “…….”

    “자신의 편으로 만든 팀원들을 이용해 쉽게 얻어낸 실적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그, 그걸 어떻게….”

    “네가 공격대에 들어갈 때마다 소외되던 헌터들이 한 명씩은 꼭 있었지 않나? 네가 무리의 중심에 서기 위해 이용한 사람들 말이야. 그 사람들이 너의 비밀을 지켜줄 거라 생각했나?”메이란은 이를 갈았다.

    “이제 그딴 건 의미 없어! 죽어라! 하오!”

    “하… 내가 이딴 것을 길드원이라고 끌어안고 있었다니….”하오는 언월도를 위로 들어 올렸다.

    “언월참.”

    서걱!

    “끄아아아악!!!”

    그 순간, 메이란의 팔이 하늘을 날았다.

    “참, 그리고… 남자 길드원들 위에 여자 길드원이 서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랬다고? 헛소리 좀 적당히 하거라. 전 부길드장이 죽은 이후 지금 금호 길드의 부길드장이 누구인지를 생각해라.”

    “…….”

    지금 금호 길드의 부길드장은 화염과 전격 계열의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뛰어난 카리스마로 길드원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지닌 A급 헌터이자 여성인 샤오란이었으니까.

    “인정해라. 내 승진 평가에는 일말의 편견과 차별도 없었다. 그저 효율적인 판단이었을 뿐이지.”

    “…닥쳐라!”

    하지만 메이란은 인정할 수 없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느꼈던 패배감과 열등감이 진정으로 자신이 부족해서 느꼈던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까.

    “별수 없군. 어차피 너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니….”하오는 다시 한번 언월도를 들었다.

    “적어도 수치스럽지 않게 죽여주마.”

    메이란도 잘린 팔을 마기로 대체해 검을 쥐었다.

    “나도 쉽게 죽어줄 생각은 없다….”

    방금과는 다른 기운을 내보이는 메이란을 보고 하오는 집중했다.

    “그동안 내 길드에서 일해줘서 고마웠다. 메이란.”하오는 언월도를 메이란에게 겨눴다.

    그건 하오가 무슨 일이 있어도 죽여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적에게만 하는 루틴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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