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325화 (325/379)
  • 325화

    태운은 연정아, 구찬영과 함께 댓글의 작성자를 찾아갔다.

    댓글 작성자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 연락을 쉽게 취할 수 있었다.

    “완전 시골이네.”

    태운이 찾아간 곳은 눈을 아무리 씻고 봐도 밭과 논만 보이는 시골이었다.

    쿵쿵.

    태운은 철문을 두드려 안에 있는 사람을 불러냈다.

    끼익.

    “누구십니까…?”

    태운이 철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50대 중후반의 남성이 나왔다.

    “이거 봐라….”

    연정아는 그걸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심한데?’

    그의 얼굴에는 시퍼런 멍이 가득했고 팔도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었다.

    “아, 저는 명운 길드의 길드장인 강태운이라고 합니다”태운은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허… 제가 영웅을 못 알아봤군요. 그런데 저희 집에는 어쩐 일로…?”“저희는 아드님이 인터넷 기사에 남긴 댓글을 보고 사탄의 꼬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찾아왔습니다.”

    “인터넷 기사요…?”

    “아버지, 누구 오셨…. 헌터님? 정말 오셨군요!”밖의 소란에 방 안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한 명 나왔다.

    “하… 어떻게 된 건지 알겠네.”

    그리고 연정아는 그를 보자마자 이 사건의 전말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니, 사실 연정아가 아닌 그 누가 그를 보았더라도 이상함을 눈치챘을 것이다.

    “너구나? 네 아버지를 때린 놈이.”

    “네?”

    그 고등학생의 눈이 마기에 잠식된 것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으니까.

    * * *

    “왜 신고하지 않으신 거죠?”

    강태운은 거실에 앉아 아들에게 폭행을 당한 아버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전 해준 것 없는 무능한 아버지입니다. 돈도 많이 벌어오지 못해 아내와도 이혼을 했고 다른 애들은 2~3개씩 다니는 학원을 보내준 적도 없습니다. 한데 이런 일까지…. 이 이상 아들에게 짐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그는 혹여나 아들이 감옥에 가거나 감금당하지 않을까 걱정되어 비밀로 한 것이다.

    “…괜찮습니다. 아드님도 사탄의 피해자입니다. 잠시 격리되었다가 사탄을 쓰러뜨리면 다시 격리 해제되어 집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의 말을 들어보니 아들은 집안의 변변찮은 지원에도 한국 최고의 대학교를 노릴 정도의 성적을 내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지금 아들은 고3이다.

    어쩌면 격리되는 과정에서 겪는 환경의 변화가 악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효심이 강한 아들이 사탄에 의해 아버지를 폭행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아주 크게 상심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말해야 합니다.”

    그런 이유가 있다고 한들, 이건 아니다.

    아들에게 맞아 깁스까지 할 정도로 크게 부상을 입고 있다.

    이러다가 잘못 맞으면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아드님은 살인자가 되는 거고 이 사실을 알리는 것보다 더 어두운 나락으로 떨어질 겁니다.”

    “그렇지만….”

    “어떤 게 정말 아드님을 위한 일인지 생각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격리 시설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협회에서도 이 사태를 파악하고 격리 시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부는 물론 여가 시간도 잘 보낼 수 있게 준비하고 있습니다.”태운은 이곳에 오기 전에 아들이 아버지를 폭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충 알아차리고 이런 케이스가 없는지 확인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케이스는 한국에만 수십 명이나 있었다.

    강태운은 전대섭에게 이 사실을 전했고 전대섭은 바로 협회에 연락을 취해 격리 시설을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알겠습니다. 아들에게 말하겠습니다. 잠시 나가주시겠습니까. 둘이 말하고 싶네요.”

    “네.”

    태운은 연정아와 구찬영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참…. 이런 비극적인 일이 있을 수가….”

    구찬영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보니까 아들이 나쁜 놈은 아닌 거 같던데….”

    “그러게 말이다.”

    아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변변찮은 지원에도 군말 하나 하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는 근성 있는 학생이었다.

    사탄에게 영향을 받기 전에는 아버지에게 언성 한 번 높인 적 없는 착한 아들이었다고 했다.

    “이런 사람들이 있으니 우리가 빨리 사탄을 잡아야 하는 거야.”

    “그러니….”

    쾅!

    태운과 연정아, 구찬영이 대화를 하고 있을 때 안에서 큰 소리가 났다.

    “무슨….”

    태운은 그 소리가 나자마자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뭐 하는 거야!”

    아들은 눈물을 흘리며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었고 집의 마루가 박살 나 있었다.

    아버지는 그 옆에 앉아서 그런 아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들은 천천히 태운을 돌아보고 울며 말했다.

    “헌터님…. 제발 저 좀 말려주세요….”

    아들은 마기에 잠식되어 있었고 몸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휘릭! 쾅!

    구찬영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달려들어 그의 주먹을 휘감은 뒤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수현아!”

    “괜찮습니다. 잠깐 기절한 것뿐이니까요. 것보다… 무슨 일인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아들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말했더니… 아들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더니 아들이 돌변해서 저를 공격했습니다.”“그렇군요, 도움이 됐습니다. 일단 아드님은 저희가 데려가겠습니다. 아드님과 면회를 하고 싶으시면 제 명함에 적힌 번호로 연락주시면 됩니다.”태운은 그렇게 말하고 집 밖으로 나왔다.

    집에서 멀어지던 중 태운은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가 마음이 참 착잡해졌다.

    집안에 홀로 남아 아들이 앉아 있던 마루를 멍하니 바라보던 아버지의 모습은 태운의 머릿속에서 한참이나 지워지지 않았다.

    ‘칠죄종 놈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아.’그리고 그 모습은 태운의 칠죄종 처치를 향한 열망을 더욱 강하게 불태워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 * *

    “현재 62명의 분노의 저주 피해자를 격리 시설에 격리했습니다.”태운은 협회에서 나온 직원에게 보고를 받았다.

    “사망자는 없는 모양이군요.”

    “네, 아직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태 파악이 빨라서 다행이었습니다. 강 헌터님이 아니었다면 분명 사망자가 나왔겠죠.”“분노의 저주는 이제 시작일 겁니다. 나중에는 수천 명이 저주에 걸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그렇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벌써부터 막막하군요.”태운은 협회 직원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말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녀석들을 잡아야죠. 하지만 사탄을 잡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지금 지구에 있는 칠죄종은 사탄뿐이다.

    칠죄신교가 힘이 부족해 칠죄종을 순차적으로 소환했기 때문에 괴거의 데블스 에이지보다 피해도 크지 않고 대응하기도 한결 쉬워졌다.

    하지만 칠죄종이 하나둘씩 나타나게 되면 인류의 피해는 점점 커질 것이고 결국에는 전과 다를 바 없이 지구의 문명은 파괴되어 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우리가 칠죄신교를 칩시다.”첫 강림 당시에는 몬스터들 중 자신의 권속을 섞어 보낸 뒤 의식을 치르게 하는 방식으로 이 세상에 강림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때는 던전에 대해 무지했고 대응할 수 있는 힘도 적어 권속을 몰래 섞어 세상에 잠입시킬 수 있었지만, 지금은 헌터들과 시스템으로 인해 권속은커녕 몬스터 한 마리도 던전 밖으로 나올 수 없다.

    그렇기에 칠죄종이 이 세상에 강림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그건 바로 칠죄신교의 의식이었다.

    “칠죄신교만 무너뜨리면 칠죄종은 더 이상 지구에 강림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하늘섬의 위치만 알아내면 즉시 공격을 감행할 겁니다.”그때, 태운이 켜두었던 TV에서 긴급 뉴스가 흘러나왔다.

    동시에 태운의 휴대폰과 협회 직원의 휴대폰이 올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태운에게 전화한 사람은 전대섭이었다.

    -큰일 났다. 지금 중국 베이징에….

    “…지금 뉴스 봤습니다.”

    태운은 뉴스를 보고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현재 기자는 중국 베이징의 상공입니다. 지금 베이징은 칠죄신교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던 하늘섬이 추락해 난장판이 되어 버렸습니다. 중국의 헌터들이 공격을 하고 있긴 하지만 엄청난 수의 칠죄신교 전사들과 원로, 강한 힘을 가진 대원로들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빌어먹을 놈들….”

    칠죄신교는 하루라도 빨리 혼돈 에너지를 채워 칠죄종을 강림시키기 위해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인 중국의 수도를 공격한 것이다.

    -뉴스를 봤으면 알겠지. 준비하거라.

    “네, 알겠습니다.”

    태운은 전화를 끊고 세계에 위치해 있는 명운 길드의 수많은 지부의 지부장들에게 연락했다.

    “모두 결사전을 준비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한다.”이 전쟁으로 칠죄신교가 무너질지 인류가 무너질지 결정된다.

    태운은 그렇게 말하고 길드 건물 밖으로 향했다.

    전투에 나가기 전에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을 한 번쯤은 보고 싶었으니까.

    * * *

    “미치겠네…, 이거 왜 이래?”

    태운은 한국의 헌터들을 이끌고 먼저 베이징에 도착해 전초기지를 세웠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텐트의 줄이 끊어지거나 목책이 무너지는 등 불길한 일이 계속 이어졌다.

    “하… 미치겠네.”

    “빨리하라고! 뭐 하는 건데!”

    “뭐라고 했냐?”

    큰 전투를 앞둔 헌터들은 불길한 일이 계속 이어지자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상태였다.

    특히 이미 자리를 잡고 전초기지를 만들어둔 헌터들은 중국의 헌터들이었고, 그들은 국가의 수도가 무너져 이미 예민함이 극에 달해 있었다.

    “비켜보십쇼.”

    그때, 조강현이 나타나 헌터들의 텐트를 대신 쳐주자 그들은 민망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해봐야 20대 중반의 헌터가 자신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니 민망할 수밖에.

    “언성을 높여 미안하네.”

    “아닐세. 내가 멍청했어. 전투를 앞둔 상황에서 동료와 싸워서 뭐가 좋다고….”그들은 모두 천천히 마음을 진정시키며 전투 시작을 기다렸다.

    명운 길드 한국 지부의 헌터들이 전초기지를 세우고 하루가 지난 뒤에야 명운 길드, 미국, 일본, 캐나다, 멕시코, 영국 지부의 헌터들도 도착했고, 그 수는 무려 1,000명에 달했다.

    그들은 모두 최소 D급 이상의 헌터들로, 등급 이상의 실력을 뽐내는 실력자들뿐이었다.

    칠죄신교의 전사들과 비교해 힘 자체는 밀릴지언정, 실력과 노련함으로 적들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태운과 구찬영을 제외한 명운 길드 한국 지부의 A급 헌터는 7명.

    다른 지부의 헌터들은 전부 합쳐 12명으로 총 21명의 A급 헌터를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뛰어난 실력과 힘으로 상대방을 빠르게 제압해 강태운, 구찬영, 연정아, 전대섭이 마음 놓고 대원로를 상대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줄 것이다.

    “명운 길드원은 모두 모였습니다. 중국 헌터들과 곧 있으면 도착하는 전 세계 헌터들까지 모두 합치면 족히 12,000명은 될 것입니다.”

    “적들의 수는?”

    “원로 300명, 전사 3,000명, 키메라 4,000기입니다.”

    “그새 전력을 꽤나 모았군.”

    전력상으로 보면 칠죄신교 측이 밀린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존재한다.

    ‘대원로….’

    태운은 쟝이 나태함을 벗었을 때의 힘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번에는 너를 꼭 죽여주마.’

    태운이 그렇게 각오하는 순간, 전 세계의 헌터들이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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