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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24화 (324/379)
  • 324화

    “사랑의 신과 순결의 신이십니까?”

    태운은 목소리가 들리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제법 눈치는 있구나.]

    사랑의 신의 목소리였다.

    “당신이 사랑의 신이시군요.”

    [흐음. 그대는 내 외형을 처음 보지 않는가?]

    “그 목소리를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사랑의 신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태운을 칭찬했다.

    [말을 제법 예쁘게 하는구나. 여자에게 사랑을 꽤나 많이 받겠어.]

    “딱히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그러길 바란다면 내가 그렇게 만들어줄 수 있다만.]

    “괜찮습니다. 아직은 그럴 생각 없습니다. 할 일이 많거든요.”

    [그런 점 또한 이성에게 매력이 될 수 있겠구나.]

    “……?”

    태운이 알 수 없는 사랑의 신의 말을 듣고 의아해하고 있을 때, 순결의 신이 앞으로 다가왔다.

    [간만에 보는 마음에 드는 남자로군.]

    “네…?”

    [그래서 말이다. 네가 듣고 싶은 정보를 한두 가지 정도 말해주고 싶은데… 궁금한 게 있나?]

    태운은 순결의 신의 말에 번뜩 떠오르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제 어머니에 대해 아십니까?”

    [지소연을 말하는 거라면 잘 알고 있지.]

    순결의 신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참… 아직도 그걸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어?]

    하지만 사랑의 신은 지소연의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한층 경쾌해졌다.

    [조용히 해.]

    [어머~ 이래서 노처녀 히스테리가 무섭다는….]

    둘은 다른 신과 달리 마치 인간처럼 아웅다웅했다.

    [방금 우리가 인간 같다고 생각했지?]

    “아, 네… 그렇습니다.”

    [그건 우리가 인간에게만 통용되는 개념을 맡고 있어서 그런 거야.]

    애초에 사랑과 순결은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개념이니까.

    인간에게서 힘을 얻는 비율이 많기 때문에 그 성격 또한 그렇게 변한 것이다.

    “그렇군요.”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자고. 지소연에 대해 궁금하다고 했지?]

    “네.”

    태운은 사랑의 신이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지소연은 참… 불쌍하지만 대단한 여자였지.]

    지소연은 한 사이비 교단의 신자였던 여자의 딸로 태어났다.

    다른 아이와 달리 총명하고 아름답게 태어난 지소연은 5살이 된 해에 사이비 교단의 교주가 교통사고로 죽고 신도들에 의해 성녀로 추대받았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청렴하고 정돈된 생활을 강요받은 지소연은 엇나갈 법도 했다.

    하지만 천성이 착했던 그녀는 성녀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다.

    같은 교단의 신자들과 함께 힘든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를 다니기도 했고 스스로를 희생해 더욱 힘든 사람들을 도왔다.

    [그때, 지소연이 우리의 눈에 띄었지.]

    [하도 성녀라고 추대받기에 궁금해서 가봤더니 마음도 행실도 다른 세상에서 보았던 다른 성녀들보다 더 성녀 같더군. 그래서 우리가 그녀를 인정하고 직접 성녀로 만들어주었지.]

    그렇게 성녀가 된 후, 지소연은 더욱 성녀처럼 사람들을 도왔다.

    그 이후, 8년간 열심히 사람들을 돕던 지소연과 신성교는 데블스 에이지가 세상에 펼쳐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지소연에 의해 새롭게 변했다 하지만 근본은 사이비 교단이었기에 데블스 에이지를 신에 의한 종말이라고 생각했고, 사이비 교단은 지소연을 따르는 온건파와 새로운 교주를 따르는 급진파로 바뀌었다.

    결국은 급진파에게 밀려 온건파는 모두 거세당해 성녀의 호위대가 되고 지소연은 꼭두각시처럼 돌아다니며 헌터들과의 전투로 다친 급진파 신도들을 치료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급진파 교주의 앞에 칠죄종이 나타났고 칠죄종은 그들을 지원해주기 시작했다.

    교주는 그다음 날 신성교의 이름을 칠죄신교로 바꾸었고 지소연과 그의 추종자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그곳에서 탈출했다.

    “칠죄신교의 탄생이 그렇게 된 거였다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는 이야기다. 그 시대를 살았고 직접 싸웠었던 사람들도 모르고 있을 테니.]

    지소연은 그렇게 호위대와 함께 칠죄종을 토벌하러 다녔다.

    처음에는 칠죄종의 수하와 싸우며 헌터들을 지원했지만 결국에는 아스모데우스와 싸우게 되었고 아스모데우스를 쓰러뜨리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하지만 싸움을 거듭하자 지소연도, 그녀의 추종자들도 점점 지쳐 갔고 죽어 갔다.

    그렇게 사탄과의 전투에서 지친 심신 탓에 분노의 욕망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멸하고 말았다.

    홀로 남은 지소연은 혼자서라도 싸움을 이어가려 했지만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점점 마음이 죽어 가던 지소연의 앞에 누군가가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강철운이었다.

    [네 아버지와 어머니의 첫 만남이 그렇게 성사되었지.]

    사랑의 신은 그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았지만 순결의 신은 조금이지만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강철운에 의해 지소연이 자신을 되찾은 게 그녀가 25살이 되는 해였어.]

    [음….]

    [뭘 그렇게 계속 꿍해 있어? 요즘 세상에 25살까지 순결을 지킨 거면 할 만큼….]

    [알았으니까 조용히 하고 할 말이나 더 해.]

    [하여간….]

    지소연은 그 뒤에 한국의 수비를 맡은 헌터들과 함께 생활하며 능력을 보여주어 부대장의 위치까지 올라갔고, 지소연의 고백으로 강철운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이게 이 이야기의 끝이다. 이 정도면 됐나?]

    “네, 감사합니다.”

    이 세상에서 잊힐 뻔했던 부모의 자랑스러운 이야기다.

    자식 된 자로서 그 이야기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감사합니다.”

    [별말을 다 하는군. 오히려 별 지원도 해주지 않았는데 아스모데우스를 잡아준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이지.]

    순결의 신의 말이었다.

    확실히 색욕과 순결, 사랑은 굉장히 다른 개념이다.

    두 신이 아스모데우스를 싫어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앞으로는 네가 싸울 때 우리도 함께 있을 것이다.]

    [신성력의 영향력과 힘도 강해질 테니 앞으로 잘 활용해 보거라.]

    “감사합니다.”

    태운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내 힘으로 네 동생은 저주 같은 것에 걸리지 않게 지켜주마. 너는 안심하고 다른 칠죄종이나 죽이러 다니면 돼. 그 정도는 해주마.]

    순결의 신의 호의였다.

    “그건 근원의 신성력으로만 가능한….”

    [그건 아니다. 다른 신들이라면 그래야겠지만 나는 순결의 신이니까. 순결한 이를 지키는 거라면 내 힘만으로 충분하다.]

    “그렇군요….”

    이제 앞으로는 윤아 걱정 없이 칠죄종을 죽이러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마음 놓고 칠죄종들을 죽이고 다닐 수 있겠네요.”

    [그래. 우리도 이제 돌아가 봐야겠군. 네 꿈에 현현하는 게 꽤나 피곤하구나. 너도 이제 일어날 시간이니.]

    사랑의 신이 그렇게 말한 순간, 천천히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네 활약을 기대하마. 강태운.]

    [기대하고 있겠다.]

    태운은 마지막으로 두 신의 응원을 받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 * *

    태운은 일어나 연정아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소파에 누웠다.

    간만에 느껴 보는 느긋함이었다.

    “아, 맞다.”

    태운은 아스모데우스를 쓰러뜨리고 두 명의 신에게 인정을 받았다.

    그것은 아마 태운의 상태창에도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태운은 그렇게 생각하며 상태창을 열었다.

    [사랑의 신에게 인정을 받았습니다.]

    [순결의 신에게 인정을 받았습니다.]

    [두 신에게 인정을 받아 신성력의 위력과 활용도가 더욱 높아집니다.]

    [신성력의 위력이 높아짐에 따라 열화의 위력이 높아집니다.]

    [더욱 많은 신의 인정을 받아 특성 ‘용사’가 더욱 강렬하게 활성화됩니다.]

    [신체 능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강태운

    LV:104

    마나 총량:150,000

    에테르 총량:10,000

    체력(133+10+5) 근력(135+10+5) 민첩(130+5) 유연성(75+5) 지력(182) 초감각(30+10) 마나친화력(64) 용기(50) 재생력(70)

    특성

    특수 특성-한계돌파[S]

    상위 특성-명장(3개)

    상위 특성-용사(자격-활성화, 기억의 신, 사랑의 신, 순결의 신)죽지 않는 자(자격-비활성화)

    마나의 근원(LV.9)

    천재 사냥꾼(LV.6)

    리제너레이션(LV.5)

    냉철(LV.M+1)

    수호신(LV.M+1)

    파괴신(LV.3)

    회피의 귀재(LV.9)

    명사수(LV.6)

    스킬

    마정석 흡수(LV.M+3)[S]

    마정석 저장(LV.M+3)[S]

    상급 마법(LV.M+5)

    웨폰 마스터리(LV.M+3)[S]

    마법 파괴(LV.M+4)[S]

    파마의 영역(LV.3)[S]

    사고 가속(LV.M+5)[S]

    피어(LV.3)[S]

    고정(LV.M+3)[S]

    오버 서플라이(LV.M+3)[S]

    육감(LV.M+5)[S]

    그림자의 기술(LV.5)[S]

    열화(LV.M+3)[S]

    달빛 추락(LV.9)[S]

    더블링(LV.9)[S]

    직감(LV.9)

    괴력(LV.7)

    정신 방벽(LV.M+4)

    마력 폭풍(LV.M+1)

    태운은 한층 강해진 자신을 보고 감탄했다.

    길지는 않았지만 밀도 높았던 아스모데우스와의 전투에서 얻은 것도 많았으며 신들의 인정을 받아 신성력과 특성 용사가 강해진 것도 큰 영향을 주었다.

    “신에게 인정받은 것만으로 이렇게 강해지다니….”태운은 감탄하며 상태창을 받고 휴대폰을 들어 인터넷 기사를 둘러보았다.

    사이트 인터넷 기사란은 어제 있었던 일과 관련된 기사로 가득 차 있었다.

    [어제 2시경에 시작된 한일 연합 공격대가 아스모데우스를 격퇴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특히 강태운, 구찬영, 전대섭, 연정아 헌터의 활약이 뛰어났다고 하며 그 밖에는….]

    다음날, 뉴스와 인터넷은 한국 헌터들에 대한 이야기로 굉장히 떠들썩했다.

    -그곳에서 싸우신 모든 분들이 영웅이십니다. 전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일본 헌터들 가서 퍼질러 자기만 했다는데? 숟가락 얹기 개에바;

    └그래도 가서 싸우다 돌아가신 분도 있는데 그렇게 말해야 하나.

    └솔직히 일본 헌터 협회장이 아스모데우스한테 붙은 건 진짜 아니잖아;

    └그렇긴 하다만….

    인터넷은 언제나 개판이었다.

    “어휴….”

    태운은 이번만은 다르겠지 싶어 들여다본 인터넷 기사 댓글이었지만 역시나 똑같은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기사를 닫으려 했다.

    그 순간.

    태운의 눈에 들어온 장문의 글이 있었다.

    요약하자면 홀로 아버지를 모시는 고등학생 아들이 쓴 글이었다.

    요새 아버지가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시기만 하면 어딘가 다쳐서 돌아오신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을 부른다고 하면 아버지가 극구반대하신다고 한다.

    글쓴이는 이를 칠죄종의 소행이라 여겨 빨리 칠죄종을 죽여달라는 이야기를 적어두었다.

    “이거 좀 이상하지?”

    태운은 그 인터넷 기사의 댓글을 연정아에게 보여주었다.

    “그러게. 지금 강림한 게 분노의 사탄이긴하지만… 뭔가가 이상해. 지금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폭력을 당하고 신고도 안 하시다니…. 대충 각이 보인다.”

    “너도 그렇게 생각해?”

    이건 분명히 글쓴이의 추측대로 사탄의 소행이 분명했다.

    하지만 글쓴이가 모르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여기 가보자.”

    그곳에서 사탄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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