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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22화 (322/379)
  • 322화

    아스모데우스의 무기는 색욕의 무구라 불린다.

    창, 검, 궁, 방패, 갑옷, 편, 암기

    아스모데우스는 모두 7가지의 무구를 사용한다.

    그 무기들은 하나같이 모두 사기적인 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스펙이 사기적인 만큼 사용하는 데 제약도 따랐다.

    첫 번째로 마계가 아닌 다른 세계에 강림할 때 가지고 올 수 없다는 점.

    그래서 사용할 때마다 자신의 힘을 꽤나 많이 소모해 가지고 와야 한다.

    그때 소모되는 힘이라는 것은 단순히 체력처럼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는 마기가 아니라 아스모데우스의 힘 그 자체이기 때문에 아스모데우스에게도 상당히 부담되는 제약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용할 때마다 그의 존재력이 천천히 깎여 나간다.

    사용하고 있을 때는 그 힘이 줄어들지 않지만, 전투가 끝나면 아스모데우스의 힘이 크게 줄어든다.

    그렇게 때문에 그 리스크들을 전부 지고도 그 무구들을 모두 다루기 시작한 것은 아스모데우스가 진심을 다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나에게 이 무구들을 사용하게 한 책임을 묻겠다.]

    “…….”

    아스모데우스의 가장 무서운 점이라고 할 수 있는 색욕의 저주는 연정아 덕분에 파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스모데우스의 모든 것은 아니었다.

    [너희들이 얼마나 비루하고 쓸모없는 존재인지 알려주마.]

    아스모데우스는 검은 갑옷, 색욕의 마갑을 입고 5개의 무기를 주변에 띄운 채로 말했다.

    아스모데우스가 가장 처음으로 잡아든 무기는 색욕의 마궁이었다.

    [이것도 한번 받아 보거라.]

    화-악!

    아스모데우스가 활줄을 당기자 아무것도 없던 활시위에 엄청난 기운이 서려 있는 마기의 화살이 만들어졌다.

    척 봐도 방금 연정아가 쏘아낸 데몬 스피어와 비슷한 수준의 위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신성 지역, 에테르 월.”

    “어스 프로텍트.”

    태운은 바로 주변에 신성 지역을 시전하고 에테르 월을 사용했다.

    그것만으로도 막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 전대섭은 방금 사용했던 어스 퓨리를 즉시 개량해 만든 어스 프로텍트를 사용했다.

    [멍청한 놈들.]

    파-앙.

    아스모데우스의 말과 동시에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전대섭의 보호 마법과 태운의 보호 마법을 모조리 관통하고 태운의 왼쪽 팔과 어깨를 모두 날려 버렸다.

    “끄아아악!!!”

    “태운아!”

    고통에는 익숙해졌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 고통은 지금까지 결코 느껴본 적 없는 고통이었다.

    아주 작은 개미 수만 마리가 상처를 야금야금 갉아먹는 듯한 고통이 태운을 덮쳐왔다.

    그뿐만 아니라 상처 부위에 진득하게 들러붙은 마기는 태운의 회복까지 막고 있었다.

    “이런… 아스모데우스!”

    태운은 고통에 울부짖으며 아스모데우스를 노려보았다.

    스-릉.

    서걱!

    태운은 남은 오른팔로 검을 꺼내 상처 부위를 도려냈다.

    그러자 태운의 팔은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후….”

    태운은 보호 마법을 해제했다.

    지금의 아스모데우스에게 방어 마법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방어는 의미가 없습니다. 모두 공격에 맞지 않도록 해주세요.”태운은 미스릴 검을 들고 아스모데우스에게 돌격했다.

    ‘이런 감각 오랜만이야.’

    최근에는 자신이 워낙에 강해져 웬만한 적들을 상대로 이런 긴장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즉사만 하지 않는다면 팔이 달아나도 10초면 회복되는 괴물 같은 신체를 가지고 있으니 전투에 있어 긴장감을 느끼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즉사.

    실수 한 번으로 이 세상을 떠날 수도 있는 전투다.

    씨-익.

    태운은 이 상황에 나오면 안 될 표정을 지어 버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간만에 만난 강적.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이길 거라 장담할 수 없는 상대를 만난 건 오랜만이었으니까.

    ‘내가 악마였다면 아수라였겠어.’

    태운의 잡생각이 끝나자 아스모데우스는 활을 내던지고 검을 쥐었다.

    [방금 공격 한 번에 죽었다면 편했을 텐데 말이지. 안 그래?]

    “일부러 빗맞힌 거 알고 있다.”

    [호오.]

    아스모데우스는 이렇게 된 거 녀석들을 단순히 죽이는 데서 그치지 않기로 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의 고통을 맛보여주고 싶었다.

    카-앙!

    태운의 검과 아스모데우스의 검이 맞닿자 청아한 소리가 공동을 울렸다.

    그리고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개미 발소리도 들리지 않는 완전한 침묵.

    그게 이 전투에서의 마지막 침묵이었다.

    카카카카카캉!!!

    엄청난 속검을 선보이며 아스모데우스를 베려 하는 태운과 그 공격을 모조리 피하거나 막아내는 아스모데우스.

    평범한 A급 헌터들은 둘의 공방을 눈으로 좇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곳에서 둘의 전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단 3명뿐이었다.

    전대섭과 연정아, 구찬영.

    이 3명을 제외하고는 둘의 전투가 어디서 벌어지고 있는지만 알 수 있을 뿐, 끼어들기는커녕 상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태운….’

    구찬영은 정말 자신이 다가가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태운을 보고 침울해졌다.

    하지만 그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했다.

    “심중현 헌터. 지금 저거 안 보이죠?”

    “자존심 상하지만… 그래. 안 보인다.”

    심중현은 과거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헌터 연합 대회의에서 연정아의 반대편에 서서 태운과 잠시 척을 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진심으로 인류를 위해 그런 발언을 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태운은 오히려 심중현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디서 전투가 벌어지는지는 대충 알 수 있죠?”

    “그래, 그건 보인다.”

    “그럼 타이밍에 맞춰서 절 공간 왜곡으로 거기로 옮겨주세요. 그리고 다시 공간을 원래대로 만들어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세요.”

    “음…? 뭘 하려고…?”

    “그런 게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전세를 뒤집을 수도 있어요.”구찬영이 그렇게 계획을 꾸미고 있을 때, 아스모데우스와 싸우고 있던 태운은 주변 소리는 들리지도 않게 되었다.

    태운의 감각은 오로지 아스모데우스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와 그의 마기가 어디서 날아오는지에 집중되어 있었다.

    [벌레답게 잘 피해 다니는구나!]

    “…….”

    아스모데우스가 수십 개의 마기 줄기를 쏘아냈지만 태운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나 월.’

    휘-릭!

    태운은 허공에 마나 벽을 세운 뒤 그것을 발로 차 자세를 바꿔 수십 갈래의 마기 줄기를 피해냈다.

    퍼퍼퍼퍽….

    마기 줄기는 벽에 닿자마자 벽을 관통해 버렸다.

    약해 보이는 외견과 달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태운은 조금도 겁먹지 않았다.

    ‘강하면 뭐 해. 안 맞으면 되는 거야.’

    초감각, 육감, 브레인 부스트, 사고 가속.

    이 모든 것을 총동원해 아스모데우스를 상대하고 있는 태운은 아스모데우스의 움직임이 마치 명운 아카데미 학생의 것만큼이나 느리게 느껴졌다.

    실제로 아스모데우스는 빛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말이다.

    [장난은 여기까지다. 이제 제대로 해주지.]

    시간이 너무 끌린다 싶었던 아스모데우스는 채찍을 꺼내 들었다.

    휘리릭!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이는 채찍에 태운은 회피 동작을 바꾸었다.

    태운의 특성 중 하나인 ‘회피의 귀재’가 알려주는 동작을 참고한 것이다.

    ‘공격 기회가 줄었어.’

    아스모데우스의 무기가 검에서 채찍으로 바뀌며 위력 자체는 줄었지만 피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마기 폭발.]

    ‘신성 지역, 열화, 에테르 갑주.’

    태운은 채찍에 깃든 마기가 폭발하는 것을 느끼고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판단, 순식간에 온몸에 보호 마법을 둘렀다.

    콰콰콰콰쾅!

    아스모데우스의 채찍에서 엄청난 수의 폭발이 일어났고 태운은 폭발에 의해 죽은 것 같았다.

    [보호 마법은 의미가 없다는 걸 모르….]

    “거기구나.”

    아스모데우스가 태운의 큰 부상, 혹은 사망을 예상하고 입을 연 순간, 태운이 폭발의 연무를 헤치며 아스모데우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아스모데우스의 예상이 빗나간 것은 아니었다.

    강태운은 온몸이 불타는 엄청난 부상을 입고 있었다.

    두 눈 또한 모두 열기 때문에 각막이 녹아내려 실명한 것 같았다.

    고막도 터져 귀까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푸-욱.

    태운의 검이 아스모데우스의 복부를 꿰뚫었다.

    태운이 보호 마법을 사용한 이유는 몸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태운은 뇌와 심장, 주요 장기, 폭발 직후 아스모데우스를 공격하기 위한 최소한의 근육들만을 보호했다.

    즉, 즉사만 피하고 반격을 꾀할 수 있게 작전을 짠 것이다.

    폭발을 예상하고 보호 마법을 사용하는 아주 짧은 그 시간에.

    [크윽… 눈도 보이지 않는 놈이… 어떻게….]

    아스모데우스의 의문은 태운에게 들리지 않았지만, 태운은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답은 아주 간단했다.

    ‘진동.’

    태운은 아스모데우스가 말하는 진동과 움직임을 감지해 바로 그곳에 검을 꽂아 넣은 것이다.

    정말 간단했지만 태운이 아니었다면 할 수 없는 과감하고 대단한 공격이었다.

    ‘그리고 간만에 잡은 공격 기회인데 여기서 끝낼 수는 없지.’태운은 리제너레이션의 재생력을 한쪽 눈에 집중해 시력을 회복했다.

    “홀리 풀그, 인챈트.”

    태운은 홀리 풀그를 시전하고 미스릴 검에 인챈트했다.

    태운이 통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이 태운의 검에 깃든 순간, 미스릴 검은 엄청난 신성력과 에테르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악!!!]

    그 미스릴 검이 아스모데우스의 복부에 꽂힌 채로 홀리 풀그를 받아들이자 아스모데우스는 엄청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흐아아압!”

    태운은 홀리 풀그를 담은 미스릴 검을 위로 베어 내며 아스모데우스의 복부에서 뽑아냈고 홀리 풀그의 기운이 폭발하며 아스모데우스의 상체가 날아갔다.

    “이긴 건가…?”

    “아스모데우스를… 쓰러뜨린 거야?”

    헌터들은 아스모데우스의 덩그러니 놓인 하반신을 보고 승리를 예감했다.

    하지만 태운은 아니었다.

    “빌어먹을…. 얼마나 목숨이 질긴 거야?”

    [마갑이 아니었다면… 정말 마계로 돌아갔을지도 모르겠군.]

    태운의 뒤에서 아스모데우스가 나타났다.

    색욕의 마갑은 본체와 아주 똑같은 분신을 만들어내 자신이 입는 피해의 90%를 대신 입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빌어먹을….”

    태운은 마기의 폭발로 인해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음과 동시에 청각, 시각, 근육까지도 모두 파괴되었다.

    조금 더 버티면 어떻게든 회복해 싸울 수 있었겠지만 부들거리는 두 팔과 두 다리로 아스모데우스의 공격을 막아내는 건 무리였다.

    [벌레치곤 훌륭했다. 네놈의 죽음은 내 업적의 거름이 되어 나의 힘이 될 것이다.]

    아스모데우스는 지금까지 사용했던 모든 무구를 사용해 태운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할 생각이었다.

    창, 검, 채찍, 암기.

    하나하나 공격을 준비하던 아스모데우스는 활을 집으려는 순간 당황했다.

    아스모데우스가 사용했던 활이 사라진 것이다.

    [나의 활이 어디에….]

    “여기 봐.”

    태운은 방금 막 돌아온 청각으로 연정아의 목소리를 들었고, 흐려져 있는 시야로 연정아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무슨…!]

    “……!”

    그곳에는 완전히 각성한 후 ‘색욕의 마궁’의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연정아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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