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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21화 (321/379)
  • 321화

    [벌써 끝난 건가….]

    이 건물에 헌터들이 들어오고 고작 1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힘을 준 게이치로는 물론, 그의 부하들과 키메라까지 한 놈도 남김없이 사라졌다.

    [강태운이라… 강철운의 아들이라고 했었나….]

    아스모데우스는 강철운과 싸워본 적이 없었다.

    강철운과 만나기 전에 성녀라 치켜세워지는 자와 만나 싸워서 패배해 마계로 돌아갔으니까.

    [꽤나 반반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년은 정말이지 끔찍했지.]

    아스모데우스는 그녀를 매우 싫어했다.

    아스모데우스의 수하들은 그녀를 바라보기만 해도 눈이 멀어 버렸고 손짓 하나에 불타 사라졌다.

    아스모데우스 본인도 성녀라 불리는 여성을 상대로 고전했다.

    [그년의 추종자들이 엄청 까다로웠지….]

    성녀 혼자였다면 그렇게 힘들지 않았겠지만 그녀의 추종자들이 생각 외로 까다로웠다.

    성녀가 씌워준 신성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아스모데우스를 귀찮게 했다.

    게다가 그들은 아주 독했다.

    무슨 교육을 받고 무슨 세뇌를 받았는지, 그들은 성녀를 모시기 위해 50여 명의 남자가 물리적으로 거세까지 감행했다.

    그 탓에 그들에게는 아스모데우스의 저주가 통하지 않았고 아스모데우스는 결국 패배해 마계로 돌아갔다.

    [그것 때문에 힘을 얼마나 잃었는지….]

    같은 악마들에게조차 성불구자가 천적인 녀석이라며 엄청나게 조롱받으며 힘을 크게 잃었다.

    [그 힘을 회복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생각해보면 아주 끔찍하군.]

    하지만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성녀는 자신을 속박하는 ‘신성교’를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났고, 성녀 없는 ‘신성교’에 남은 신자들은 모두 다른 악마들에 의해 죽었다.

    그 이후, 그 성녀도 레비아탄에 의해 죽었다고 한다.

    즉, 이 세상에 더 이상 아스모데우스의 저주에 저항할 수 있는 집단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번식 능력이라는 게 존재하는 개체들이라면 내 저주에 저항할 수 없지.]

    생명체라면 번식 욕구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절제할 수 있다면 바람직하고, 필수적인 것이지만 그 욕구가 절제할 수 없이 강해진다면 매우 큰 문제가 된다.

    아스모데우스는 그 번식 욕구라 불리는 성욕을 증폭시킨다.

    그리고 성욕이 증폭되고 그것을 절제하지 못하게 되면 그것은 바로 색을 탐하는 욕구, ‘색욕’이 되는 것이다.

    아스모데우스는 그 증폭되어 흘러나오는 색욕을 힘으로 다루고 조종할 수 있다.

    성녀와 거세까지 하며 그녀를 따르는 신성교의 광신도들이 아닌 이상 아스모데우스의 저주에 저항할 수 없다.

    하지만 이건 아스모데우스의 생각일 뿐이었다.

    [왔군.]

    “홀리 풀그.”

    쿠구구구….

    쾅!

    마치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전류가 흐르는 흰색 창이 아스모데우스에게 날아갔다.

    그 공격은 아스모데우스에게 적중했고 아스모데우스는 감전당해 고통스러워하며 방금 방으로 들어온 태운을 노려보았다.

    [이 자식이….]

    “강렬한 축복.”

    태운은 아스모데우스의 말에 반응조차 하지 않고 모든 헌터들에게 축복을 내려 신체 능력을 높이고 신성력을 부여했다.

    “돌격.”

    태운의 한마디에 수백 명의 헌터들이 일시에 튀어 나갔다.

    아스모데우스는 평범한 인간 남성의 외견을 하고 있었기에 감전당해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헌터들에게 쉽게 공격을 허용했다.

    덩치라도 컸다면 작은 몸부림에도 헌터들이 나가떨어졌을 테니까.

    촥! 촤작! 촥!

    수백 명의 헌터 중 속도가 빠른 수십 명의 헌터들이 먼저 아스모데우스를 베고 지나갔다.

    원래대로라면 아스모데우스에게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을 공격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태운에게 신성력을 부여받은 헌터들의 검은 마계의 존재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무기가 되어 있었으니까.

    [이 버러지 같은 놈들!]

    “신성 지역.”

    파-앙!

    아스모데우스가 마기를 방출해 감전 상태를 이겨내고 헌터들을 밀어냈다.

    “크윽!”

    “쿨럭!”

    태운은 범위 안에 있는 마기를 소멸시키고 물리 피해를 절반 이하로 줄여주는 신성 지역을 시전했다.

    하지만 칠죄종이 직접 사용하는 마기는 빌려오는 신성력에 비해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었고 태운의 신성 지역은 온전히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마기를 어느 정도 사라지게 할 수 있었지만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게다가 아스모데우스가 뿜어내는 마기는 엄청난 물리력 또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물리력을 절반 이하로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B급 이하의 헌터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어떤 헌터는 코피를 흘리기도 했고 어떤 헌터는 피를 토하기도 했다.

    신체 능력이 약한 헌터는 수 미터나 밀려나 쓰러져 기절했다.

    ‘그래도 아직 사망자는 없어.’

    여기까지가 태운이 짜두었던 계획이다.

    아스모데우스에게 최대한 큰 타격을 누적시키면서 피해를 최소화한다.

    이 정도면 태운의 계획대로 잘 흘러간 편이다.

    기절한 사람이 열 명 정도 있었지만 사망자는 없었으니까.

    “부상자들을 챙겨서 후방으로 빠집니다!”

    그때, 태운과 구찬영이 정면으로 돌격했다.

    둘이 아스모데우스를 견제하고 그사이에 헌터들이 부상자들을 데리고 후방으로 빠져 태세를 정비할 생각이었다.

    [네놈의 여동생은 좋아하던가?]

    “입 털지 마.”

    태운은 미스릴 검에 에테르와 신성력을 동시에 주입했다.

    찬영도 마찬가지로 창에 오러를 주입해 아스모데우스를 공격했다.

    하지만 아스모데우스도 공격을 대놓고 받아줄 생각은 없었다.

    [색욕의 마창.]

    아스모데우스는 창을 소환해 태운과 찬영의 공격을 동시에 막아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쾅!

    “윽… 이게 무슨….”

    찬영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오러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있었기에 다행히 큰 부상은 입지 않을 수 있었다.

    아스모데우스의 손에 들린 창은 힘을 발산해 찬영을 날려 보냈다.

    아스모데우스의 손에 들려 있는 창은 색욕의 마창으로, 아스모데우스가 가지고 있는 7개의 ‘색욕의 무구’ 중 하나다.

    모든 공격을 흡수해 그대로 돌려주는 사기적인 능력을 가진 무기였다.

    [이걸 막다니. 꽤 실력이 대단하구나. 내 밑으로 들어오지 않….]

    “이거나 까 잡수세요.”

    찬영은 멀리서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오늘따라 왜 이리 나한테 스카웃 제의가 많이 오지? 그것도 별 버러지 같은 놈들한테만.”

    [그래… 네놈에게는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지옥을 보여주마.]

    아스모데우스는 마창을 휘둘러 태운을 견제해 밀어냈다.

    그리고 천천히 날아 뒤에 있는 커다란 의자에 앉았다.

    [일단 귀찮은 놈들부터 정리해야겠구나. 그런데… 잘 정리 못 하면 이대로 끝날 거다. 한번 잘해 보아라.]

    따악.

    아스모데우스가 손을 튕기자 그의 몸에서 마기가 흘러나가 그 자리에 있는 수백 명의 헌터들에게 흘러 들어갔다.

    “으…윽….”

    “아으으….”

    아스모데우스가 손을 튕기자 B급 이하의 헌터들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이상한 낌새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치 좀비처럼 성욕을 해소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스모데우스가 수를 쓴 것인지 저주에 걸린 사람들은 서로에게 눈을 돌리지도 않았다.

    저주에 걸린 사람들은 A급 헌터들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스모데우스는 이런 식으로 서로를 분열시키는 방법을 자주 사용한다.

    이렇게 되면 저주가 걸린 편이 강하든 걸리지 않은 편이 강하든 어쩔 수 없이 둘 중 하나는 괴멸해야 사태가 진정된다.

    “이럴 줄 알았다. 더러운 변태 자식.”

    하지만 태운은 이 사태를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정아야. 부탁한다.”

    “그래.”

    연정아는 오른손을 들어 올리고 헌터들에게 주입된 마기를 흡수했다.

    이게 지금까지 연정아가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이유였다.

    마족의 피가 흐른다고 해도 아스모데우스의 마기를 직접 흡수해 다루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끄으억….”

    연정아가 마기를 흡수하자 헌터들은 색욕을 잃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 기절했다.

    덤벼드는 헌터들을 조금의 상처 없이 제압한 연정아는 의자에 앉아 있는 아스모데우스를 노려보았다.

    [왜 그러는가? 내가 아니었으면 태어나지도 못했을 년이.]

    “그런 지옥 같은 삶을 살 거였다면 안 태어나는 게 나았어.”연정아는 아스모데우스의 마기를 흡수해 자신만의 마기로 변환시켰다.

    “데몬 스피어.”

    마기를 사용하는 마법 중 가장 간단하면서 뛰어난 위력을 가지고 있는 데몬 스피어.

    마기를 많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위력이 더욱 강해지는 데몬 스피어가 아스모데우스로부터 흡수한 마기를 모조리 싣고 날아갔다.

    “에테르 강화.”

    그리고 태운은 그 데몬 스피어에 에테르를 씌워 한 단계 더 강화시켰다.

    [……!]

    아스모데우스는 예상치도 못한 위력으로 날아오는 데몬 스피어를 보고 피하려 했지만….

    “어딜.”

    어느 순간 다가온 구찬영과 시저가 그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개미만도 못한 것들이…. 색욕의 마방.]

    아스모데우스는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색욕의 무구를 꺼내 데몬 스피어를 막아내려 했다.

    데몬 스피어는 색욕의 마방에 막혀 천천히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그들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대못만 가지고는 벽에 못을 박을 수는 없는 법이지.”전투 시작 직후부터 전개했던 전대섭의 마법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마도라는 자신만의 마법을 사용해 에테르를 얻기 전부터 인지를 벗어난 힘을 보여준 전대섭.

    그가 이제는 에테르로 마도 마법을 사용했다.

    “어스 퓨리.”

    쾅!

    그 순간, 땅에서 엄청난 크기의 기둥이 솟아 나와 데몬 스피어의 뒤를 강하게 가격했다.

    [크헉!]

    데몬 스피어는 전대섭이 시전한 어스 퓨리 덕에 엄청난 추진력을 얻어 색욕의 마방과 아스모데우스를 동시에 관통할 기세로 날아들었다.

    쩌-적.

    그 순간,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색욕의 마방에 금이 갔고.

    쩌저저적!

    그 금의 틈새로 데몬스피어가 파고 들어갔다.

    푸-욱.

    결국, 데몬 스피어는 아스모데우스를 관통했다.

    아스모데우스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났고, 그 사이로는 새까만 피만 뚝뚝 흘러나왔다.

    […….]

    아스모데우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숨도 쉬지 않았다.

    하지만 아스모데우스를 상대했던 그들은 알 수 있었다.

    “아직 살아 있다.”

    큰 타격을 입었을지언정 그는 절대 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녀석을 지금 마계로 돌려보내….”

    [하.]

    아스모데우스가 짧게 헛웃음을 친 순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공기가 얼어붙었다.

    [하. 하. 하. 하.]

    마치 기계처럼 웃는 듯한 규칙적이면서 기괴한 헛웃음.

    헛웃음이 멈춘 순간, 아스모데우스의 몸에서 엄청난 양의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래… 내 힘을 모두 잃는다 해도 너희는 모두 죽여야 하겠다.]

    아스모데우스의 몸에 검은 갑옷이 씌워졌고 그 주변으로 5개의 무구가 떠다니기 시작했다.

    방금 깨진 색욕의 마방을 제외한 6개의 ‘색욕의 무구’였다.

    [마계에서 무기를 가지고 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소모되어 꺼렸지만… 네놈들을 상대로는 아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아스모데우스가 자신의 힘을 소모하면서까지 색욕의 무구를 모두 가져온 의도는 단 한 가지였다.

    [너희는 이곳에서 절대 살아 나가지 못할 것이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존재를 죽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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