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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20화 (320/379)
  • 320화

    “전부 돌격.”

    “하지만….”

    헌터들은 방금 보았던 그 광경에 겁먹은 듯했다.

    그럴 만도 했다.

    에테르 돔을 사이에 두고 죽음을 경험했으니까.

    사실 방금 그런 모습을 보고도 이런 명령을 내리는 지휘관은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방법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태운에게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저 믿고 전부 돌격하세요.”

    태운은 에테르 돔을 해제하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미친….”

    “어쩔 수 없어! 파고들어!”

    헌터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을 지켜주던 에테르 돔이 사라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달려들었다.

    방금 보았던 엄청난 수의 마법에 의해 죽고 싶지 않다면 마법이 시작되기 전에 키메라들 사이로 파고들어야 했다.

    게이치로가 아무리 미친놈이라고 해도 아군에게 마법을 쏟아부을 리는 없으니까.

    “멍청한 지휘관을 뒀구나!”

    게이치로가 달려드는 헌터들을 조롱하며 손을 들어 올렸다.

    “너희는 그 멍청한 판단 때문에 죽는 거다.”그러자 키메라들이 중얼거리며 허공에 마법진들이 떠올랐다.

    “아….”

    늦었다.

    허공에 마법진들이 빼곡히 채워진 순간, 그 자리에 있던 헌터들은 모두 죽음을 직감했다.

    구찬영, 전대섭처럼 태운을 믿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파마의 영역.”

    콰자자자장!

    허공에 떠 있던 마법진들이 한순간에 깨졌다.

    “무슨….”

    게이치로는 처음으로 당혹함을 표정으로 드러냈다.

    게이치로는 수백 개의 마법이 단번에 깨져 버리는 광경을 처음 봤으니까.

    게다가 방금 마법이 사라진 모양새로 볼 때, 압도적인 양의 마나로 억눌러 깨뜨린 거였음을 알 수 있었다.

    놀랐지만 게이치로는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래… 이렇게 많은 양의 마나를 어떻게 가지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짓을 여러 번 할 수는 없겠지.”게이치로는 다시 한번 마법을 사용해 녀석들을 싹 쓸어버리려 했다.

    하지만 게이치로가 모르는 게 하나 있었다.

    “누가 멍청하다는 거야?”

    파마의 영역은 마나를 많이 소모하는 스킬이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많은 마법을 파괴하면 동시에 파괴된 마법의 마나를 빨아들이니 마나를 아낄 수도 있었다.

    “무슨….”

    게이치로는 마법이 사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당황했다.

    “신장의 룬, 에테르 블레이드.”

    그사이에 태운은 에테르 블레이드를 사용하고 키메라들을 뚫어내며 게이치로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게이치로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이딴 위력으로…!”

    태운이 휘두른 검의 위력은 구찬영의 창보다 분명히 낮았다.

    게이치로는 태운의 공격을 쉽게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블랙 실드를 시전했다.

    하지만 그건 오만이고 방심이었다.

    “열화.”

    태운의 에테르 블레이드와 게이치로의 블랙 실드가 맞붙기 직전에 태운이 열화를 시전했다.

    쩌저적!

    열화의 신성력과 블랙 실드의 마기가 맞붙어 순식간에 블랙실드가 사라졌다.

    “……!”

    서걱!

    태운은 게이치로의 손목을 잘라 버리는 데 성공했다.

    “이 자식…. 강태운!!!”

    “아주 정신이 나간 건 아닌가 보네.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게이치로는 아스모데우스의 종이 되면서 이성을 어느 정도 잃은 것처럼 보였지만, 협회장일 때의 기억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 얼굴은 기억하려나.”

    태운은 마스커레이드를 사용해 김가도의 얼굴로 바꾸어 보여주었다.

    “기, 김가도…!”

    게이치로는 김가도를 보고 얼굴이 일그러졌다.

    “네놈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그래도 내가 너를 협회장의 자리에 올려준 거랑 별다르지 않은데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지.”

    “허….”

    게이치로는 김가도에게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고 스카우트하려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김가도는 그 직후 반년 동안 잠수를 탔다.

    그 때문에 마음을 꽤나 졸였었다.

    “그래… 생각해보니 강태운 네가 김가도였다면, 바로 협회에서 제명당한 뒤 반년 동안 잠수를 탄 이유가 설명되는군.”

    “생각보다 반응이 격하지는 않네.”

    “너 때문에 Z가 잡혀서 키메라를 더 많이 만들지 못한 게 아쉽기는 하지만 이제 나는 내 목표를 이뤘으니까.”“목표? 아스모데우스의 종이 되는 게 네 목표였다는 거냐? 버러지 같은 놈….”어떻게 인간으로서 태어나 헌터들의 보호를 받고 헌터로 돈을 버는 위치에서 살았으면서 칠죄종의 종이 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지.

    태운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닥쳐라! 내가 어떨 삶을 살아왔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리 쉽게 말하지 마라!”게이치로는 태운의 말을 듣고 분노하며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말을 들어봤을 때 그에게도 어떤 사연이 있는 것 같았지만 태운은 신경 쓰지 않았다.

    “네가 어떤 삶을 살아왔든 네가 한 짓은 절대 용서되지 않아.”헌터를 속이거나 납치해서 키메라로 만드는 행위는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강렬한 축복, 신장의 룬.”

    태운은 자신의 몸에 두 가지 버프를 사용했다.

    엄청난 양의 마나가 순식간에 빠져나갔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두 가지 버프를 사용한 태운은 지금만큼은 이곳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빠르고 강했으니까.

    “열화, 에테르 블레이드, 16연격.”

    태운은 순식간에 게이치로에게 달려들어 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촤자자자작!

    “크아아악!”

    게이치로는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태운의 공격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다.

    게이치로의 사지가 잘려 나갔고 몸통은 난도질당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이 개 같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어 봐야 사용하지 못하면 그런 꼴이 나는 거다.”게이치로는 헌터도 아니었고 무술을 배운 적도, 마법을 배운 적도 없는 일반인이었다.

    호신용으로 복싱조차 배워본 적 없는 게이치로가 힘을 얻었다고 해서 수년간 사선을 넘는 전투를 해왔던 태운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힘이 압도적인 힘이라면 모를까 게이치로는 태운과 비슷한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더 피해가 커지면 안 되니 이만하자.”

    태운이 검을 위로 들어 휘두르려는 순간.

    촥!

    “큭!”

    누군가가 날아와 태운의 가슴을 길게 베었다.

    빠르게 반응해 피하긴 했지만 옷이 길게 찢어졌다.

    “괜찮으십니까. 게이치로 님.”

    태운이 뒤로 물러난 순간 4명의 사람이 나타나 게이치로를 데리고 뒤로 물러났다.

    “무슨… 벌레야?”

    갑자기 나타난 놈들은 광택이 나지 않는 검은색 외골격을 가지고 곤충의 날개 같은 것을 등에 달고 있었다.

    그들은 게이치로가 아스모데우스를 만났을 때 같이 갔던 그 헌터들이었다.

    파라라락!

    게이치로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 그들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 태운에게 다가왔다.

    “우리의 주인을 공격한 자. 처단해야 마땅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녀석을 처단한다.”

    “와… 완전히 정신이 나가 버렸네.”

    태운은 그들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곤충같이 생긴 외견에 주인만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로 벌이나 개미를 보는 것 같았으니까.

    “조금 힘을 아껴두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지.”태운은 파마의 영역을 해제했다.

    이제 헌터들이 모두 키메라에 접근해 마법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안전을 확보했으니 괜찮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어 어쩔 수 없이 내린 판단이기도 했다.

    태운은 검을 검집에 넣어놓고 메테리얼을 만들어냈다.

    “아스트라페.”

    태운은 과거 드래이그 고흐를 잡았던 고위력의 마법을 시전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에 사용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태운은 아스트라페를 쏘아내지 않고 그대로 손으로 잡았다.

    “크으….”

    저릿저릿한 전류가 태운에게 흘렀고 태운의 근육이 전기에 의해 움찔거렸다.

    하지만 태운은 절대 아스트라페를 놓지 않았다.

    “열화, 에테르 블레이드.”

    그리고 아스트라페에 열화와 에테르 블레이드까지 사용했다.

    지금까지 이 세상에 존재했던 그 어떤 무기보다도 강력한 무기가 지금 태운의 손에 들렸다.

    그 창의 이름은 홀리 풀그.

    스스로 명명하기로, 악마조차 태워버릴 수 있는 강력한 창이었다.

    “흐읍!”

    태운은 비상의 룬을 사용해 날아들었다.

    첫 번째 타깃은 방금 자신의 가슴을 베었던 녀석이었다.

    푸-욱!

    파지지지직!

    태운은 지금 강렬한 축복과 신장의 룬으로 엄청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비상의 룬까지 사용했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든 태운을 보지도 못하고 첫 번째 곤충 인간이 사망했다.

    ‘다음.’

    태운은 전부 타버려 즉사한 시체를 발로 밟은 뒤 도약해 다음 타깃으로 날아갔다.

    이번에는 찌를 만한 각이 보이지 않아 그냥 후려치기로 했다.

    퍼억!

    “크헉!”

    태운은 홀리 풀그에 맞아 날아가는 두 번째 타깃의 멱살을 잡고 다시 끌어왔다.

    “에테르 건틀릿”

    그 상태로 잠시 홀리 풀그를 허공에 띄워두고 그의 안면에 에테르 건틀릿을 박아넣었다.

    쾅!

    “도와라.”

    슈욱!

    태운이 두 번째 곤충 인간을 공격하자 나머지 둘도 태운에게 접근해 공격했다.

    하지만 태운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정확히는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마력 폭풍.”

    후-우웅!

    태운은 오버 서플라이로 지금까지 모아두었던 마력 폭풍을 시전했고 그 순간 폭발한 마력 폭풍은 그들의 몸을 난도질했다.

    “접근할 수가 없다.”

    “다른 방법을….”

    마치 기계처럼 게이치로가 내린 명령만을 따르는 그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굉장히 당황했고, 그사이에 태운은 두 번째 곤충 인간까지 죽이는 데 성공했다.

    터업.

    태운은 공중에 띄워두었던 아스트라페를 다시 쥐었고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뭐… 너희가 게이치로의 사천왕 그런 거냐?”

    “…….”

    그들은 도발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뭐, 어찌 됐든 상관없어. 너희는 곧 죽을 테니까.”태운은 창을 역수로 쥐었다.

    꾸드드득….

    그리고 오른팔을 뒤로 당기며 근육을 팽창시켰다.

    힘이 최대로 모인 순간.

    퍼엉!

    창의 속도가 음속을 돌파하며 소닉붐이 일어났다.

    쾅!

    창에 직접 맞은 적은 상반신이 날아가 즉사했고 약간 빗맞은 적은 팔이 날아가고 온몸의 외골격이 부서진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음 생이 있다면 제발 이런 곳에 발을 들이지 말기를.”태운은 그에게 다가가 검을 뽑아 숨을 끊어주었다.

    “자, 이제 남은 건 게이치로인가.”

    태운은 곤충 인간이 게이치로를 대피시킨 곳으로 걸어갔다.

    게이치로는 그곳에서 체력을 회복하며 태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태운… 내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겠나.”

    “무슨 소리야?”

    게이치로는 고개를 떨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과 말투와는 달리 게이치로는 등 뒤로 마기를 모으고 있었다.

    “사실 나는 헌터를 응원하고 동경하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네…. 그런데 그때 한 헌터에게….”퍼-억!

    “그딴 거 안 궁금해.”

    태운은 에테르 건틀릿을 사용하고 게이치로의 안면에 주먹을 박아넣었다.

    “그런 건 하늘에 가서 너 때문에 죽은 사람들 앞에서 떠들어라.”

    “자, 잠깐….”

    태운은 게이치로를 넘어뜨리고 그의 머리통을 수없이 가격했다.

    그렇게 게이치로는 사망했고 태운은 급하게 키메라와 싸우고 있는 헌터들에게 가세하기 위해 뒤를 돌았다.

    전대섭과 구찬영, 그리고 성장한 A급 헌터들에 의해 천천히 정리되어가던 키메라들은 태운의 가세로 순식간에 정리되었고, 그들은 큰 피해 없이 첫 번째 관문을 넘길 수 있었다.

    “다들 준비됐죠?”

    “그래.”

    이제 아스모데우스와 싸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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