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318화 (318/379)
  • 318화

    신에게 신성력이라는 것은 인간이 사용하는 마나와 별다르지 않다.

    약한 신이든 강한 신이든 무한히 사용할 수 있지만 신의 강함에 따라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가 다르다.

    하지만 근원의 신성력은 그냥 신성력과는 조금 다르게 설명할 수 있다.

    신에게 근원의 신성력은 무협 소설에서 나오는 선천진기와 같다.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신의 존재가 깎여 내려가고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회복되지 않아 결국에는 소멸하게 된다.

    ‘기억의 신….’

    태운에게는 고마운 존재인 것인 확실하다.

    자신에게 힘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신성력까지 사용할 수 있게 특전까지 내려준 신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건 알아야 해. 신은 나에게 원하는 게 있어서 그러는 거라는 사실을.’일반적인 신은 절대 호의로 인간을 돕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보면 신도 악마과 별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인간을 죽이고 혼돈에 빠뜨리는 것으로 힘을 얻느냐 아니면 인간에게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개념을 주지시키는 것으로 힘을 얻느냐.

    그 차이인 것이다.

    태운은 윤아에게 신성력을 주입시키는 것을 멈추고 일어섰다.

    “윤아야. 한동안 나랑 연정아가 집에 없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쉬고 있어. 일주일 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일을 마치고 돌아올 테니까.”

    “으, 응.”

    태운은 그렇게 말하고 연정아와 함께 집을 나섰다.

    ‘아스모데우스, 너는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존재 자체를 잘근잘근 씹어서 땅바닥에 뱉어주마.’태운은 지금껏 해본 적 없는 살벌한 표정을 하고 전대섭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한국의 A급 헌터들을 모두 인천 공항으로 소집해주세요. 아스모데우스는 한국이 잡습니다.”-갑자기 무슨 일이냐. 지금은 허덕륜도 없어. 전 세계 헌터들을 모아 처치하는 게 더 안전하지 않은가.

    “괜찮습니다. 한국 헌터들이면 충분히 가능합니다.”만용이 아니었다.

    방금 태운이 느껴보았던 아스모데우스의 힘. 그건 태운과 전대섭, 연정아가 충분히 감당 가능한 힘이었다.

    “그리고 제가 열화로 헌터들의 무기를 강화시켜주면 다른 헌터들도 아스모데우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알겠네. 아스모데우스의 위치는 알고 있나?

    태운은 연정아에게 눈빛으로 아스모데우스의 위치를 물었다.

    “일본 도쿄.”

    -그럼 도쿄행 비행기를 대기시켜놓으라고 말하겠네. 2시간 뒤에 인천 공항에서 보지.

    “부탁드립니다.”

    태운은 전대섭과 전화를 끊고 인천 공항으로 달려갔다.

    “일본이라…. 조금 걸리는 게 있었는데… 이참에 완전히 정리하고 와야겠네.”

    “무슨 일 있어?”

    “그런 게 있어. 나중에 알려줄게.”

    * * *

    “아스모데우스 님….”

    한 중년의 남자가 도쿄의 한 골목에서 아스모데우스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그 중년의 남자는 상당히 지위가 높은 사람인지 뒤로 4명의 B급 헌터를 수행원으로 데리고 있었다.

    [머리 빠진 늙은이에게는 관심이 없다. 나의 호기심을 일으킬 만한 무언가를 가져오지 않는다면 너는 이 자리에서 뒤에 있는 놈들과 함께 죽는다.]

    아스모데우스의 살벌한 말에도 중년의 남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만들어낸 성과를 보여주었다.

    [이게 무엇이지?]

    중년의 남성이 아스모데우스에게 보여준 파일에는 징그럽지만 굉장히 강력해 보이는 몬스터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이 몬스터들은 저의 말만 듣는 키메라입니다.”

    [키메라…. 아, 칠죄신교의 아이들이 전사 부적합 신도를 뭉쳐놓는 그런 것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든 키메라는 그런 것과 성능이 다릅니다.”

    [성능이 다르다?]

    성능이 다르다는 말에 아스모데우스는 살짝 키메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한번 말해보라.]

    “고작 큰 덩치로 돌진하고 독을 내뿜고 불을 뿜는 그런 괴물이 아닌, 제가 만든 키메라는 사람의 검술과 체술에 대한 이해도가 있으며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300마리의 개체 중 50여 마리는 A급 헌터와의 대련에서도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다른 개체들도 대부분 B급 상위에서 A급 하위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오….]

    아스모데우스는 다른 칠죄종과 달리 군대를 거느리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핏줄을 세상에 심어두고 그를 세뇌해 자신의 종으로 삼는데, 그 종의 힘이 수천의 군대와 맞먹을 정도였다.

    그래서 아스모데우스가 연정아를 데리고 가려고 했던 것이다.

    [재미있구나.]

    하지만 이번 침공에서는 종을 만들지 못했기에 군대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눈앞의 중년 남성이 만들어낸 키메라라는 괴물은 그 군대가 되기에는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내 친히 너에게 힘을 주도록 하마. 입을 열어 하늘을 향해라.]

    아스모데우스는 손에 마기를 모은 후 날카로운 손톱으로 손가락을 찔렀다.

    그러자 색욕의 마기가 듬뿍 담긴 칠흑의 피가 한 방울 떨어져 중년 남성의 입으로 들어갔다.

    “흐하… 끄으으윽!”

    그는 환희에 젖었다가 고통스러워하기도 하며 진화의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그는 천천히 일어나 아스모데우스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일본의 헌터 협회 협회장 게이치로입니다. 제 목숨이 다하는 한이 있어도 아스모데우스 님을 따르겠습니다.”

    [그래. 날 실망시키지 마라.]

    “믿어주십시오.”

    [일본 헌터 협회의 건물을 보니 수성에 참 괜찮을 것 같더군. 그곳을 내 임시 기지로 삼겠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아스모데우스는 일본 헌터 협회의 협회장인 게이치로를 아래로 둘 수 있었다.

    [나는 먼저 가 있겠다. 서둘러 오도록.]

    아스모데우스는 그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게이치로는 아스모데우스가 사라지자마자 일어서 뒤를 돌았다.

    그곳에는 아스모데우스의 힘에 매료되어 게이치로를 따라온 사람들이 서 있었다.

    “너희도 수고 많았다. 그러니 너희들에게도 상을 주어야겠지.”게이치로는 그들에게 마기를 흩뿌렸다.

    “끄윽!”

    “으아아악!”

    “끄아아….”

    그들은 모두 고통스러워하며 주저앉았지만 게이치로는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충실한 종이 되어 있을 테니까.

    그렇게 5분이 지났을까.

    고통스러워하던 수행원들은 어느새 마기에 잠식되어 게이치로의 종이 되어 있었다.

    “수고했다. 이제 너희들은 평범한 헌터들 따위는 상대도 되지 않을 만큼 강한 존재가 되었다.”

    “““평생을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태운이 출국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아스모데우스의 군세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 * *

    [현재 서울과 도쿄에서 아스모데우스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피해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아랫배가 갑자기 답답해져 보았더니 처음 보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모두 이런 모양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고 하니 자신의 배에 이런 문양이 새겨졌다면 신속히 자진 신고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태운은 연정아와 함께 인천 공항으로 가는 차량 안에서 뉴스를 보고 있었다.

    문신은 남성의 손바닥 만했으며 둥그런 틀 안에 산양과 염소, 전갈, 토끼가 뒤섞여 있는 기괴한 모양이었다.

    “윤아만 당한 게 아니야.”

    “이럴 줄 알았어. 개 같은 자식….”

    연정아는 이를 갈았다.

    아스모데우스는 한두 사람에게만 자신의 씨를 뿌리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무책임하게 씨를 뿌린 후, 죽는 사람은 죽는 것이고 사는 사람은 평생을 지옥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연정아의 어머니도 수백, 수천 명의 피해자 중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 때문에 연정아의 어머니는 평생을 지옥에서 살아야만 했다.

    그때는 아스모데우스의 저주라는 인식도 없었기에 16살의 나이에 임신을 한 발랑까진 아이라는 오명을 쓴 채 부모에게까지 버림받아야 했다.

    연정아가 아스모데우스를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아스모데우스는 무조건 죽여야 해. 절대로 이 고통을 다음 세대까지 겪게 할 수는 없어.”

    “아니.”

    태운은 연정아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번 세대에도 그 고통을 겪게 해선 안 돼.”아스모데우스의 마기의 안정화가 완료되고 모든 피해자들이 임신이 된다면 그 어떤 짓을 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스모데우스의 씨는 극독. 살아남는 사람이 100명 중 1~2명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아스모데우스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던 중, 둘은 인천 공항에 도착했고 그곳에는 이미 모든 A급 헌터들이 모여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윤아를 달래주느라….”

    “이해하네.”

    전대섭이 태운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이번 작전의 핵심 인물인 강태운이다. 모두 알고 있겠지만 강태운이 없으면 아스모데우스를 이기는 건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진다. 알고 있겠지?”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알고 있습니다.”

    에테르와 신성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비행기 안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모두 타시죠.”헌터들은 급하게 전대섭이 준비해준 비행기 안에 올라탔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A급 헌터를 보유하고 있다.

    애초에 적지 않은 수였지만 마이클 케이 헌터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하고 정일준과 시저가 A급 헌터가 된 후, 최근에 이설아, 공전하, 조강현이 A급 헌터가 되었으니까.

    그리고 인류 최강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전대섭과 명실상부 최강의 헌터, 강태운이 있는 국가다.

    게다가 인류 역사상 두 번째로 오러를 사용하는 헌터인 구찬영도 있고, 지금은 없지만 현역으로 뛰는 몇 안 되는 구세대의 영웅 중 한 명인 허덕륜.

    그 외에도 3명의 A급 헌터가 있었다.

    한국의 전력은 결코 아스모데우스에게 밀리지 않았다.

    태운과 전대섭은 오히려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스모데우스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조심해야 할 것은….”태운이 잠깐 마주친 것만으로 알아낸, 아스모데우스의 전투에서 조심해야 할 것을 브리핑하고 있을 때 충격적인 뉴스가 떠올랐다.

    [현재 일본 헌터 협회의 건물 꼭대기에 아스모데우스가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일본 헌터 협회의 게이치로 협회장이 서 있습니다. 그리고 아스모데우스의 옆에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이…. 야! 공격한다! 피….]

    “무슨….”

    “게이치로가 왜….”

    태운은 혀를 찼다.

    “젠장…. 한발 늦었어.”

    태운은 게이치로가 이상한 괴물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약 공급책이었던 Z를 잡고 난 뒤에 저절로 수그러들 것으로 알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게 이렇게 크게 돌아올 줄은 몰랐다.

    “작전을 수정합니다. 일본의 헌터들과 협력해야겠습니다.”일본의 A급 헌터들은 물론 B급에서 D급 헌터까지 모두 끌어다 모아서 싸워야 할 것 같았다.

    ‘생각보다 사상자가 많이 나오겠는데.’

    태운은 헌터들의 눈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전투에서는 누군가의 실수 하나로 모두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태운은 다소 무거운 분위기로 다시 브리핑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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