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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09화 (309/379)
  • 309화

    전대섭은 허덕륜을 처음 봤을 때를 회상하며 물었다.

    “아직 그 흉터는 남아 있나.”

    전대섭에게도 너무나도 소중했던 동료인 김상철의 시신을 안고 왔을 때 도려냈던 상처를 말하는 것이었다.

    “웬만한 상처는 다 낫는데 이것만큼은 안 지워지더라고.”그 당시에도 허덕륜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름도 모르는, 처음 본 사람에게 스승의 정을 느끼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욕하는 사람도 있었다.

    개중에는 김상철을 죽여놓고 연기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칠죄신교의 첩자라고 틈만 나면 공격하려고 노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강철운이 막아줬다.

    그 정도로 허덕륜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허덕륜은 스스로를 변호할 수 없었다.

    자기조차 김상철에 대한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그때, 강철운은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며 스스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허덕륜은 그 어떤 사람보다도 진지하게 강함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그 당시의 허덕륜은 기술의 가치를 잘 알지 못했고 누군가에게 배우지도 못했다.

    그랬던 허덕륜에게 김상철은 기술의 가치를 알려주었고 작은 배움까지 전해주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준 김상철에게 스승으로서의 감정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심한 상처도 아닌데 왜 낫지 않는 건지….”허덕륜은 자신의 왼쪽 가슴에 있는 흉터를 만지며 말했다.

    “괜찮아. 오히려 안 없어졌으면 하는 흉터니까.”자신을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게 한 상처이기도 했고 개과천선의 증표이기도 했으니까.

    “이제 가볼게. 태운이한테는 형님이 잘 말해줘.”

    “그래,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라.”

    허덕륜은 전대섭의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며 말했다.

    전대섭은 직감했다.

    다음에 만났을 때 허덕륜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 있을 거라고.

    * * *

    태운은 명운 아카데미에서 급하게 명운 길드의 훈련 시설로 갔다.

    차를 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최대한 빨리 그곳에 도착해야 했으니까.

    그냥 비상의 룬을 사용하고 날아서 훈련 시설로 날아갔다.

    비행기만큼 빠른 속도로 날아간 태운은 5분 만에 훈련 시설에 도착했다.

    “길드장님! 지금 빨리 제4 훈련장으로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훈련 시설에 도착한 태운은 급하게 직원이 말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태운은 서로 싸우며 난리가 난 훈련장을 상상하며 복잡한 머리로 훈련장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태운이 상상하던 것과 다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찬영아?”

    구찬영이 홀로 제4 훈련장의 중앙에 서 있었고 다른 헌터들이 모두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설마….”

    태운은 찬영이 등을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 표정을 볼 수 없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오러를 얻은 찬영이 질투와 분노에 잠식당했다면 태운도 쉽게 제압할 수 없을 테니까.

    태운이 긴장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 순간

    “어, 왔구나?”

    “어? 멀쩡했구나.”

    “당연하지. 설마 내가 저렇게 미치기라도 했겠냐.”태운은 안심했다.

    “그런데 이건 뭐야?”

    태운은 옆에 쓰러져 있는 헌터들을 보며 물었다.

    “아, 이러다가 진짜 사상자 나오겠다 싶어서 내가 다 제압해놨어. 다른 훈련장도 다 제압해놓고 제4 훈련장이 마지막이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어… 내가 네 전화 받은 지 10분이 안 넘었는데?”해봐야 7~8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그 안에 건물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100명이 넘는 헌터들을 전부 제압했다고?”게다가 이 시설을 사용하는 헌터들은 A급에서 C급 사이의 헌터들이었다.

    지금 이곳에 A급 헌터들은 없었지만 70% 이상이 B급 헌터였을 것이다.

    즉, 찬영은 B급 헌터 수십 명을 10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빠르게 제압한 것이다.

    그것도 마법을 사용한 것도 아닌 체술만으로.

    “뭐, 그렇게 힘들지도 않던데?”

    “오러를 얻은 덕분에 확실히 강해지긴 한 거 같네.”“오러를 다루면 다룰수록 신체 능력이 상승하더라고.”“그건 아마 신체가 오러에 익숙해지고 있는 걸 거야.”찬영은 에테르와 달리 오러는 몸에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신체가 튼튼해지고 강력해진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신체의 재생력까지 높아지고 반사 신경까지 강해져 정신까지 맑아진다고 한다, 오러를 얻기 전에도 괴물 같았던 찬영의 집중력이 오러를 얻은 후 더욱 강해졌다.

    “그나저나 이거 왜 이런 거야? 갑자기 헌터 몇 명이 누구한테 시비를 걸더니 갑자기 말도 안 하고 싸우기 시작하던데.”“지금 여기만 그런 거 아니야. 밖이 더 심해.”

    “뭐?”

    “잘 들어.”

    태운은 찬영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었다.

    “하… 칠죄종 새끼들….”

    찬영이 한숨을 쉬며 욕했다.

    그러다가 가족이 생각났는지 바로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찬영은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고 안심했다.

    “괜찮으셔?”

    찬영은 태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괜찮아. 둘째 형이 갑자기 소리 지르면서 아버지한테 달려들었는데 아버지가 뒤통수쳐서 기절시킨 다음에 묶어놨다네.”

    “그거… 괜찮은 거 맞지?”

    “당연하지. 그래도 아버지가 C급이긴 했지만 헌터셨거든. 일반인 기절시킬 때는 힘 조절 못 할 것도 없어.”“오… 헌터셨구나. 어쩐지 몸이 튼튼하시더라.”태운은 마정석 창고의 소장이었던 찬영의 아버지를 생각하며 말했다.

    “근데 네 동생은 괜찮아?”

    “괜찮아. 아까 정아한테 문자 왔어.”

    강윤아는 요즘 항상 연정아와 붙어 다닌다.

    아스모데우스의 핏줄인 연정아가 다른 칠죄종의 저주에 걸릴 일도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서 윤아를 지키지 못할 리도 없으니 크게 걱정하지도 않았다.

    “그나저나 빨리 이곳을 수습해야 할 텐데….”태운은 급하게 울리는 자신의 휴대폰을 보고 찬영에게 말했다.

    “여기는 너한테 부탁해도 될까?”

    “음?”

    “지금 다른 시설에서도 터진 거 같거든. 메디컬 센터에서도 일이 터져서 일단 의료진들 대피시키고 건물 폐쇄해서 겨우 막고 있다고 보고 올라왔어. 그리고… 여기 케이 헌터 보내면 될 거 같으니… 너는 일단 여기만 관리해주고 있으면 될 거 같아.”찬영은 태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빨리 가봐. 메디컬 센터에 있는 장비들 전부 비싼 것들이잖아. 그거 부서지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그래. 여기는 믿고 맡길게.”

    태운은 훈련 시설에서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메디컬 센터로 급하게 날아갔다.

    “길드장님! 오셨군요!”

    거기에는 밖으로 나와 대기하고 있는 의료진들과 경호 인력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건물을 폐쇄했을 뿐 그 안에 있는 문제의 근원은 조금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건물 안에서 큰 충격음이 연속으로 울리고 있었다.

    “지금 안에서 50여 명의 헌터들이 갑자기 날뛰고 있습니다!”

    “문 열어요.”

    태운은 대충 보고를 듣고 앞으로 나섰다.

    어차피 내부 상황은 육감으로 전부 알고 있었으니까.

    그때, 메디컬 센터장이 태운에게 다가와 말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안에서 날뛰고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센터의 환자들입니다. 크게 상처 입지 않게 조심해주셨으면 합니다.”

    “괜찮습니다.”

    태운은 센터장을 안심시키고 열린 센터의 문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손끝 하나 안 다치게 제압해놓겠습니다.”

    태운이 센터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센터의 문이 다시 폐쇄되었다.

    “아이고… 쯔쯧… 이게 얼마짜린데….”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태운은 난장판이 된 센터를 보고 혀를 찼다.

    “으아아악!!!”

    “으아아아아!”

    태운은 육감을 활성화해 1층에 있는 헌터들을 파악했다.

    “1층에는 3명밖에 없네.”

    태운은 그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바로 마법을 시전했다.

    “마나 로프, 강화, 타게팅, 발사.”

    태운이 마나 로프를 발사하자 마나로 만들어진 밧줄은 마치 바다를 유영하는 바다뱀처럼 날아가 날뛰고 있는 헌터들을 속박했다.

    ‘아마 5시간 동안은 꼼짝도 못 할 거다.’

    최근에 메디컬 센터에 입원할 정도로 크게 다친 B급 헌터는 5명에 불과했다.

    그들이 아니라면 전부 C급 이하의 헌터들.

    마나 밧줄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1층은 클리어.”

    태운은 그렇게 한 층 한 층 천천히 올라가며 헌터들을 제압해나갔고 마지막 5층에 도착한 순간 뭔가 이변이 일어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지?”

    지금 여기서 날뛰고 있는 사람들은 저주에 당했을 뿐이라 그들에게서 마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5층에 들어선 순간 갑자기 마기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강한 건 아니지만…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야겠어.”태운은 이번에는 마나 로프를 사용하지 않고 에테르 로프를 사용해 5층에 있는 모든 헌터들을 제압했다.

    그리고 가장 깊숙이 숨어 있는 마기를 내뿜는 존재를 향해 다가갔다.

    “크윽… 살려… 살려주세요….”

    “뭐야?”

    그곳에는 마기를 내뿜는 헌터 한 명이 에테르 밧줄에 묶어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의 목덜미에는 꿀렁이는 기분 나쁜 모습을 한 벌레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태운은 약하게 열화를 사용해 그 벌레를 무력화한 뒤 그의 뒷목에서 떼어냈다.

    그리고 태운은 그의 뒷목에서 칠죄종의 전사임을 뜻하는 문신이 새겨진 것을 발견했다.

    “무슨….”

    태운은 자신이 방금 떼어낸 벌레의 입 모양을 살펴보았고.

    “이거… 미친 거 아냐?”

    벌레의 이빨 모양이 칠죄종의 문신과 똑같음을 확인했다.

    태운은 벌레를 일단 에테르 볼로 가둬놓고 열화를 사용했다.

    “조금 아플 겁니다.”

    그리고 묶여 있는 헌터의 뒷목에 있는 문신에 손을 가져갔다.

    치이익….

    “으아아악!!!”

    그러자 묶여 있는 헌터는 열화의 열기에 타오르는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처음에만 그랬을 뿐 시간이 조금 지나자 조금의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태운은 손을 뗀 뒤, 그의 목덜미에서 문신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안심했다.

    “방금 당신, 칠죄신교의 신자가 될 뻔했습니다.”

    “네?”

    확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태운이 추측하는 바로, 저 벌레는 누군가를 강제로 칠죄신교의 종으로 만드는 장치였다.

    “이 미친놈들은 언제까지 저런 걸 만들 생각인 거야…?”태운은 일단 제압한 헌터들을 전부 데리고 1층으로 내려갔다.

    메디컬 센터의 엘리베이터는 다른 건물의 엘리베이터보다 더 높은 중량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에 금방 헌터들을 데리고 내려올 수 있었다.

    “끝났습니다.”

    태운은 헌터들을 1층으로 데리고 내려온 후 메디컬 센터 경호팀장에게 연락했다.

    그러자 메디컬 센터의 문이 열렸고 의료진들이 빠르게 다가와 헌터들의 상태를 체크했다.

    ‘내가 의사들은 잘 뽑았네.’

    명운 메디컬 센터의 의사들은 전부 직업의식이 철저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태운은 그만큼 높은 연봉을 그들에게 주고 있었다.

    “센터장님.”

    “네?”

    태운은 센터장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주변에 몬스터 관련해서 연구하시는 분 없으십니까?”태운은 에테르 볼로 가둬놓은 벌레를 내밀며 말했다.

    “이게 뭐죠…?”

    “저도 모릅니다. 그런데 뭔가 위험해 보여서요.”태운은 이 꾸물거리는 벌레의 정체를 확실하게 밝혀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곧 있을 칠죄종과의 전투를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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