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305화 (305/379)

305화

“태운아! 무슨 일이냐!”

태운과 신태연의 전투가 끝나자 근처에 있던 허덕륜이 급하게 달려왔다.

“늦으셨어요.”

“허… 신태연 아니냐.”

“기억하시는군요.”

“아무리 못난 놈이어도… 아니, 못난 놈이라서 기억하고 있는 것 같구나.”아무리 못난 놈이어도 신태연도 허덕륜의 제자였다.

그러니 허덕륜도 기억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스윽.

허덕륜은 반으로 갈라져 죽은 신태연의 웃옷을 들춰보았다.

“역시… 멀리서도 느껴지던 폭발적인 마기의 힘은 신태연의 것이었구나.”“네. 질투와 분노의 대원로를 동시에 맡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두 개의 좌를 동시에…?”

허덕륜은 뭔가 심각한 얼굴을 했다.

“잠깐….”

하지만 이내 허덕륜은 뭔가 깨달은 듯 태운에게 말했다.

“태운아, 이게 끝이 아닐 수 있다. 전투 태세를 유지해라.”허덕륜은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휴대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형님, 칠죄종의 짐승이 지금 명운 아카데미에 나타날지도 모르….”허덕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태연의 시체에서 마기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 마기가 어찌나 강력했는지 이미 죽은 신태연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경련하기 시작했다.

“크윽… 이미 시작됐어! 빨리 와!”

허덕륜은 마기를 느끼고 전대섭에게 말했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긴장해라. 지금까지 네가 싸워온 그 어떤 녀석보다 강할 테니.”

“칠죄종의 짐승…. 그게 뭐죠?”

태운은 방금 전대섭과 허덕륜의 대화에서 칠죄종의 짐승이라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 신태연의 시체에서 마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칠죄종의 짐승이란 게 나타날 징조라는 것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칠죄종의 짐승은… 데블스 에이지 당시에 딱 한 번 나타났던 녀석이다.”“다른 건 나중에 듣겠습니다. 얼마나 강하죠?”상황이 급박했다.

자세한 건 들을 시간이 없었다.

“최소 거대화한 드래이그 고흐다.”

태운은 순간 움찔했다.

과거에 거대화한 드래이그 고흐와 싸웠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직접 전선에 나서 싸우지는 않았지만 드래이그 고흐는 멀리서 봐도 위압적인 녀석이었다.

그 덩치만으로 수천 명의 사람을 압살할 수 있는 녀석이 바로 드래이그 고흐였다.

결국은 그 덩치가 스스로의 발목을 붙잡아 죽게 되었지만 말이다.

“긴장해라. 너도 많이 강해졌지만 녀석은 강하다. 그때 한국과 중국의 헌터들이 전부 전투에 참여했고 천여 명이 희생당했다. 그런 피해를 입고도 강철운 대장님과 지소연 부대장님이 와서야 전투가 끝났다.”

“…긴장해야겠네요.”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나도 전성기 때의 힘을 어느 정도 회복했으니 전대섭 형님이 오기 전까지 버틸 수는 있을 거야.”태운은 눈을 감고 육감을 활성화해 주변의 사람을 찾아보았다.

폭주하는 마기 탓에 조금 감지가 힘들었지만 그것을 뚫고 확인해보니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행히 다들 잘 도망친 것 같네.’

주변 사람들은 전투 시작 전의 태운이 지른 소리에 반응하고 멀리 도망친 듯했다.

목소리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일시에 대피시킬 수 있다니.

이게 바로 피어의 힘이었다.

‘그리고 언더독 멤버들이 교통 정리를 잘해 주고 있겠지.’그렇지 않았다면 대피를 했다가도 대피를 하는 이유를 몰라 다시 돌아왔을 것이다.

그러지 않은 것을 보니 언더독의 멤버들이 상황을 잘 전달한 듯했다.

‘기껏 도망치게 했더니 다시 돌아오진 않을지 걱정하긴 했는데… 잘해 줬네.’태운은 몸을 풀고 마기를 뿜어내고 있는 신태연의 시체와 조금 거리를 두었다.

“곧 나타나겠구나.”

“괜찮으십니까…?”

허덕륜은 긴장보다는 굉장히 착잡한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 태운아 잘 들어라.”

허덕륜은 태운에게 말했다.

“우리가 이 녀석을 잡아내든 못 잡든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거다.”

“네…?”

일곱 개의 죄악에는 각각 그것을 대표하는 동물들이 있다.

그 동물들처럼 생긴 괴물들을 인류는 칠죄종의 짐승이라 부른다.

과거 데블스 에이지 시절에 나타났던 칠죄종의 짐승은 케르베로스와 그리폰이 합쳐진 듯한 모습을 한 강력한 몬스터였다.

그때, 수천 명의 헌터가 칠죄종의 짐승과 싸워 수백 명이 죽은 끝에 강철운과 지소연이 나타난 뒤에야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칠죄종의 짐승’이 무서운 이유는 그 강함 때문만이 아니다.

칠죄종의 짐승의 가장 무서운 점은 이 세상과 마계와의 연결 고리가 되어준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칠죄종의 악마들은 칠죄종의 짐승이 열어준 틈을 타 온갖 공작을 벌일 것이다.

이 세상에 혼돈을 만들어 더욱 빨리 이곳에 강림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 강림이 한참 앞당겨지겠지.”

“흠… 준비를 해야겠네요.”

태운은 허덕륜에게 짧게 설명을 듣고 태연하게 말했다.

어차피 언젠가 있을 일이었다.

칠죄종을 상대하다 보면 이런 허튼수작들을 수도 없이 당할 게 뻔하다.

그러니 막을 수 없는 일에 심력을 낭비하지 말고 눈앞에 닥친 것을 빨리 해결하고 그 피해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파아악!

그때, 죽은 신태연의 몸에서 더욱 강한 마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신태연이 무슨 죄악의 좌를 담당했는지 아나?”

“질투와 분노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순간, 신태연의 몸이 찢어지면서 하나의 포탈이 생성되었다.

“나온다. 긴장해라.”

태운도 느낄 수 있었다.

그 문 너머에 있는 엄청난 존재감을.

터억.

포탈에서 드래곤의 앞다리처럼 생긴 발이 튀어나와 땅을 짚었다.

“공격해라.”

녀석의 몸이 전부 나오기 전에 최대한 피해를 누적시켜야 한다.

“네.”

태운은 자신의 몸과 허덕룬의 몸에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버프를 때려 박았다.

“에테르 부스트, 에테르 블레이드.”

태운은 마치 쏘아지듯 날아가 칠죄종의 짐승의 다리를 공격했다.

카-각!

하지만 그 다리를 감싸고 있는 비늘은 굉장히 단단했고 태운의 에테르 블레이드를 막아냈다.

“태운아, 여분 검을 챙기는 버릇은 안 버렸겠지?”허덕륜은 힘을 모아 태운의 검을 강하게 쳤다.

차창!

그러자 태운의 검은 부서지며 드래곤의 다리에 박혔다.

[프스스스슷!]

포탈 너머에서 뱀이 우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크윽…!”

그 괴성은 마치 피어를 사용한 것처럼 머리를 울렸다.

“엄청난 녀석이야…”

허덕륜과 태운은 그 괴성에 놀라 포탈에서 멀어졌다.

태운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검을 꺼내려는 순간터업!

“크윽!”

“태운아!”

칠죄종의 짐승은 포탈에서 나와 한 번에 태운에게 달려들어 태운의 왼쪽 어깨를 물고 계속 달려 나갔다.

“이놈… 무슨 힘이랑 속도가….”

태운이 녀석의 움직임을 인지한 순간 녀석은 이미 태운의 어깨를 물고 있었다.

게다가 에테르 부스트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녀석의 힘에 조금도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치잇….”

태운은 에테르 건틀릿을 사용해 자신을 물고 있는 녀석의 얼굴을 가격했다.

찌지직….

“끄아아악!!!”

녀석의 이빨에 의해 반쯤 잘린 어깨가 에테르 건틀릿에 의해 완전히 찢어졌고 태운은 덕분에 녀석의 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크윽…”

태운은 바로 녀석에게서 멀어졌고 그 모습을 확인해 보았다.

“무슨 저런 괴물이….”

몸길이는 30M 정도 되고 머리는 드래곤의 머리, 다리는 10쌍이 존재했다.

그리고 꼬리에는 거대한 뱀의 머리가 달려 있었다.

“뱀과 드래곤이 합쳐진 것 같군. 드네이크라 부르지.”

“정말 못생긴 괴물이네요.”

그 말을 들은 듯 드네이크는 다시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태운이 같은 수에 또 당해줄 리가 없었다.

휘릭!

태운은 몸을 회전시켜 드네이크의 공격을 피했다.

“마각(魔脚)”

빠악!

태운은 에테르를 사용해 다리를 강화한 후 드네이크의 얼굴을 가격했다.

하지만 녀석에게 치명상을 줄 수는 없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다시 보니 저 녀석, 그렇게 빠르지 않아요.”첫 공격이 빨랐던 이유는 도약 시점이 마계였기 때문일 것이다.

마계에서는 모든 마물의 신체 능력과 힘이 한 단계 강해지니까.

“그럼 해볼 만하겠구나.”

어느새 태운의 팔은 완전히 회복되었고 태운의 손에는 아공간에서 꺼낸 검이 들려 있었다.

부-웅!

그때, 드네이크가 뱀의 머리처럼 생긴 꼬리를 휘둘렀다.

태운과 허덕륜은 그 공격을 피해 내며 드네이크에게 접근했다.

드네이크는 입에서 독의 브레스를 쏘아냈지만.

“만독불침의 룬.”

태운과 허덕륜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독의 브레스를 무시하고 달려 나간 허덕륜과 태운은 드네이크의 약한 부위인 복부를 노렸다.

다른 부위의 비늘은 두꺼웠지만 복부만큼은 약해 보였기 때문이다.

푸욱!

태운의 검이 드네이크의 복부를 꿰뚫었고

퍼억!

허덕륜의 주먹이 드네이크의 복부를 가격했다.

치이익….

하지만 상상도 못 한 고통이 태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크윽….”

허덕륜이 복부를 때린 탓에 드네이크의 혈액이 검상을 통해 쏟아졌고 그곳에 있던 태운의 손이 드네이크의 혈액에 노출되었다.

드네이크의 혈액은 강력한 산성 용액이었고 태운의 만독불침의 룬을 뚫고 태운의 손과 검을 완전히 녹여 버렸다.

“이런 미친….”

태운은 다시 멀어졌다.

“괜찮나?”

“네, 어차피 회복됩니다. 그런데 피가 산성이라니….”그것도 철까지 순식간에 녹여 버릴 정도의 엄청난 산성이다.

하지만 대응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안티 에시드.”

애초에 산성 공격은 간단한 마법으로도 막을 수 있다.

“산성 혈액이랑 독 브레스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태운이 사용하는 만독불침의 룬은 장현수가 사용하는 백독불침의 룬보다 훨씬 더 강력한 안티 포이즌 마법이다.

“그래도 조심해야 할 거다. 녀석의 공격 수단이 이게 끝일 리가 없으니까.”

“네. 명심하겠습니다.”

태운은 다시 아공간에서 검을 꺼냈다.

“후… 임시로 쓰고 있는 검이긴 하지만 이 검들도 나름 명품들인데.”전에 쓰던 검보다 성능이 크게 떨어지긴 하지만 이것들도 하나에 3,000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들이다.

그런데 그런 검을 벌써 두 개나 잃어버렸다.

“안티 에시드.”

태운은 검에도 안티 에시드 마법을 사용하고 다시 드네이크와의 전투에 돌입했다.

[프스스스슷!]

드네이크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다행히 내가 어그로를 받았어.’

산성 혈액에 독성 브레스, 게다가 강력한 힘까지.

회복 능력이 없는 허덕륜보다 리제너레이션이라는 강한 회복 능력을 가진 태운이 공격을 받아내는 것이 훨씬 나았다.

그렇지 않으면 허덕륜이 부상으로 전투에서 빠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여차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니 내가 계속 어그로를 받아내야 해.’부-웅.

퍼-억!

“크윽!”

태운은 드네이크가 휘두르는 뱀의 머리를 한 꼬리를 일부러 피하지 않고 받아냈다.

충분히 대비를 하고 있었지만 내장과 뇌를 울리는 듯한 고통에 순식간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흐아압!”

푸욱!

태운은 꼬리에 있는 뱀의 눈을 검으로 찔렀다.

[프스스스스!]

그러자 뱀의 머리가 소리를 지르며 태운을 날려 버렸다.

태운은 운동장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래도 타격이… 음?”

태운은 다시 일어나면서 오른팔을 움직이려 했지만 오른팔에 감각이 없었다.

그 이유는 태운의 오른팔이 석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석화까지….”

태운은 드네이크의 수많은 공격 수단에 경악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