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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04화 (304/379)
  • 304화

    “나는 칠죄신교 질투와 분노의 좌를 맡은 신태연이다.”

    “네가 대원로라고…?”

    신태연이 대원로가 되었다는 사실은 믿기 힘들었지만 지금 신태연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그것 말고는 설명할 수 없었다.

    일반인이 칠죄신교가 된 사례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보통은 능력 있는 헌터에게 칠죄신교 측이 먼저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신태연은 능력 있는 헌터는커녕 밑바닥을 기는 F급 헌터였다.

    ‘하늘섬 타격 작전으로 전투 인원이 많이 줄어서 신태연 같은 녀석도 영입한 건가?’그렇다고 하더라도 대원로의 자리까지 갔다니.

    그것도 하나도 아닌 두 개의 좌를 동시에 차지했다는 게 놀라웠다.

    하지만 신태연이 자신 앞에서 칠죄신교가 되었다는 거짓말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태운이 칠죄신교와 악인에 한해 얼마나 잔인해지는지 세간에 아주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강태운… 네 녀석 때문에 내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졌다.”“그게 왜 나 때문이지? 네가 노력도 안 하고 놀다가 그렇게 된 거잖아.”신태연은 자신이 잘못된 이유를 항상 남에게서 찾았다.

    그러던 중에 자신이 가장 무시하던 태운이 성공해 잘 나가는 모습을 보고 증오를 키웠고 자신이 실패한 이유를 강태운에게 돌렸다.

    자신의 실패를 태운에게 돌릴 만한 정당한 이유는커녕 핑계조차 없었지만 그냥 태운을 탓했다.

    그래야만 밑바닥에서 기어오르기 위해 이 악물고 버티는 자신을 보고 버틸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키워왔던 감정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고 강해진 지금도 태운을 증오하고 있었다.

    “한심한 놈.”

    신태연을 본 태운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태운의 말에서는 진심이 여실히 느껴졌다.

    그리고 신태연도 태운이 자신을 진심으로 한심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심…? 한심!!!”

    쾅!

    신태연은 마기를 날려 태운을 공격했다.

    “크윽…!”

    태운은 급하게 성벽 갑주를 시전하고 공격을 막아냈지만 수미터나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단순히 마기를 분출했을 뿐인데 이 정도 위력이라니….’태운은 바로 태세를 정비하고 아공간 벨트에서 검을 꺼냈다.

    그리고 에테르 블레이드를 시전했다.

    그러자 신태연은 에테르를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 힘이 에테르인건가?”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에테르라는 힘은 헌터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힘이다.

    칠죄신교 측에서도 이 힘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정말… 페이지가 말한 그대로군.”

    “페이지… 탐욕의 좌에 앉아 있는 녀석이었나.”“그래, 네가 여기 올 거라는 것도 녀석이 알려준 거지. 그래서 그렇게 하기 싫었던 복학까지 하고 널 기다린 거다.”태운은 명운 아카데미의 졸업식만을 기다리며 유능한 학생들을 스카우트하려 했다.

    그리고 태운은 능력 있는 헌터를 영입할 때만큼은 계약서를 쓰기 전에 항상 그 사람을 직접 만나보는 편이다.

    페이지는 그것을 알아채고 바로 신태연을 아카데미로 보낸 것이다,

    “후….”

    이곳에서 저 정도 힘을 가진 사람과 격돌하게 되면 아카데미는 쑥대밭이 될 것이다.

    ‘그건 문제가 아니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 나라 아니, 인류의 미래라고 부를 수 있는 학생들이 죽고 말 것이다.

    “피어.”

    태운은 피어를 활성화하고 확성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크게 외쳤다.

    “죽기 싫으면 다 도망쳐!!!”

    태운의 외침은 피어를 싣고 아카데미 전체를 울렸다.

    이렇게 하면 아카데미 학생들은 상황은 몰라도 왠지 모를 공포심에 도망치게 될 것이다.

    구구절절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것보다 이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을 먼저 챙기는 건가…,”신태연은 그런 태운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마기를 끌어 올렸다.

    “나는 그런 너의 위선적인 모습이 꼴보고 싫다고!”콰아-.

    신태연이 마기를 쏘아내자 태운은 에테르로 신태연의 마기를 반으로 갈라 버렸다.

    ‘마기를 사용하는 방법이 서툴러.’

    아주 못 사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쟝과 페이지 같은 대원로와 비교하면 한참이나 뒤떨어졌다.

    “넌 그런 기회를 얻었는데도 노력을 하지 않았구나.”태운은 마기를 반으로 갈라 버리고 신태연에게 달려들었다.

    신태연이 태운에게 마기를 한 번 더 쏘아냈지만 태운이 맞아줄 리가 없었다.

    ‘신장의 룬.’

    버프 마법을 사용해 순간 가속을 걸어 아슬아슬하게 마기를 피해냈다.

    “날파리 같은 놈이!”

    “죽어!”

    서걱!

    태운은 신태연의 품 안으로 뛰어들어 길게 사선으로 베었다.

    신태연은 본능적으로 겨우 목이 달아나는 것을 면했다. 하지만 왼쪽 팔이 허공을 날았다.

    “으아아악!!!”

    신태연은 고통에 소리 지르며 태운은 공격했다.

    쾅! 쾅! 쾅! 쾅! 쾅!

    신태연의 몸에서 마기가 수십 줄기나 뿜어져 나와 벽에 박혔다.

    “미친….”

    그 하나하나가 성벽 갑주를 뚫고 태운을 관통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힘을 쟝이나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닌 신태연이 가지고 있다는 게 참 다행이었다.

    “으아아아!!!”

    신태연의 잘린 왼팔은 마기가 대신하고 있었고 신태연은 왼팔을 구성한 마기로 태운을 공격했다.

    콰자자자작!

    신태연의 왼팔은 마치 채찍처럼 늘어나 태운을 공격했고 태운이 피하자 벽을 부수고 층 전체를 박살 냈다.

    “후….”

    “강태운… 강태우우우운!!!”

    신태연은 눈이 반쯤 돌아간 채로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속도는 굉장히 빨랐지만 생각 없이 마구 휘두르는 공격에 태운이 맞아줄 리가 없었다.

    ‘이러면… 기회만 잡으면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신태연의 공격을 피하며 기회를 보던 태운은 천천히 무너져가고 있는 신태연의 신체를 보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신태연이 어떻게 대원로의 자리에 앉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었다.

    “너… 일회용이었네.”

    “뭐라는 거냐!”

    신태연도 자신의 몸이 붕괴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힘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자신의 몸이 망가져 가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으니까.

    이대로라면 자신은 죽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죽는다는 사실에 절망해 있을 시간은 없었다.

    이왕 죽는 거, 눈앞의 강태운을 같이 데려가고 싶었으니까.

    “내가 죽어도 널 데려가겠다!”

    “이렇게 되기 전에 그렇게 생각을 했어야지!”태운은 이쯤 되니 화까지 났다.

    “이렇게 되기 전에 티끌만큼의 노력만 했어도 네가 F급 헌터가 됐을 리가 없잖아!”질투라는 한심한 감정 때문에 이 지경까지 온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신태연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덥석!

    태운은 신태연의 공격을 피하고 신태연의 멱살을 잡았다.

    “여기는 너무 사람이 많아. 밖에 나가서 제대로 싸워보자.”태운은 신장의 룬과 하이 부스트, 괴력까지 사용해 신태연을 운동장으로 던졌다.

    지금까지 태운은 운동장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대피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 사람까지 운동장 밖으로 나간 것을 확인한 태운은 전투의 장소를 운동장으로 바꾼 것이다.

    “크억!”

    “이제 제대로 시작해보자.”

    태운은 운동장으로 나가자마자 마력 폭풍을 사용했다.

    마력 폭풍은 계속해서 회전하면서 신태연의 살을 완전히 찢어놓았다.

    하지만 신태연은 조금도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신태연이 입을 열었다.

    “난 이렇게 됐는데… 왜 넌 그 위에 있는 거야?”신태연의 마기가 더욱 강해지기 시작했다.

    “어? 말해봐! 말해보라고! 나는 이렇게 망가졌는데 왜 너는 그렇게 잘 살고 있는 거냐고!”신태연의 마기는 계속 강해져 폭주하기 시작했다.

    신태연에 의해 사람의 형상으로 남아 있던 마기는 더 이상 형상을 유지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커억…!”

    태운마저 숨이 턱 막히는 엄청난 위압감이었다.

    태운은 피어를 사용해 마기의 위압감을 버텨냈다.

    “으아아아!!!”

    신태연은 자신의 몸이 붕괴되어 가는 것을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의 살기는 오로지 강태운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폭주하는 마기는 온갖 형태로 변화되어 태운에게 쏟아졌다.

    “크윽….”

    태운은 폭주하며 날아오는 마기를 대부분 피하거나 막아냈다.

    하지만 어떤 것은 칼날의 모양을 하고 있었고 폭발하는 마기도 있었으며 폭풍처럼 다가오는 마기도 있었기에 그것을 전부 막아낼 수는 없었다.

    “젠장….”

    폭주하는 마기는 신태연이 단순히 쏘아내던 마기와 달리 형태와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신태연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신태연의 숨통을 끊어내야 한다…!’

    마기의 소유자를 죽이면 마기는 소멸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

    저 미친 공격들을 멈추기 위해서는 신태연을 죽여야만 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태운과 신태연의 사이에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마기들의 덩어리가 수백 개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공격들은 마기가 스스로 변화한 것. 태운의 스킬인 마법 파괴나 파마의 영역으로는 파괴되지 않는다.

    ‘하지만… 할 수 있다.’

    그렇다고는 하나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신장의 룬, 비상의 룬, 신속의 룬, 가속의 룬.”태운은 속도와 관련된 모든 버프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자신과 신태연의 사이에 있는 공간에 에테르를 심었다.

    “스페이스 디스트럭션.”

    그 순간, 태운과 신태연 사이의 공간이 파괴되며 태운을 향했던 모든 공격들이 반으로 갈라졌다.

    태운은 파괴되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無)의 세계로 들어갔다.

    그 안에서는 숨조차 쉬어지지 않았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빛조차 없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태운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걸어왔는지, 신태연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자신이 언제 검을 휘둘러야 하는지.

    그건 바로 지금이었다.

    “에테르 블레이드.”

    서걱!

    태운이 검을 휘두르는 순간 파괴된 공간에서 빠져나왔고 모든 감각이 돌아왔다.

    태운의 눈앞에는 어깨부터 가슴까지 베어져 반으로 나뉜 신태연이 있었다.

    태운을 공격하던 마기는 신태연의 목숨이 꺼짐에 따라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하… 하….”

    신태연은 완전히 실성한 채로 태운을 보면서 웃었다.

    “이렇게 하면… 널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그런 마인드로는 내 발끝에도 닿지 못해.”

    “넌 끝까지… 그런 말을….”

    신태연은 그렇게 마지막 말을 끝까지 마치지도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 * *

    칠죄신교 죄악의 식탁.

    “멍청한 놈… 그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강태운에게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다고?”쟝, 페이지, 마르기가스는 모두 식탁에 앉아 신태연의 전투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실력이 없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쓰레기일 줄은 상상도 못 했군.”

    “그러게 말이다.”

    쟝과 페이지는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르기가스, 일어나라.”

    “음?”

    마르기가스는 입에 음식을 욱여넣다가 쟝을 바라보았다.

    “신태연의 죽음을 레비아탄 님과 사탄 님이 인지하시기 전에 폭주 의식을 마쳐야 한다.”쟝은 신태연의 죽음으로 마지막 폭탄을 떨어뜨릴 생각이었다.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군. 페이지.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확실한 건, 명운 아카데미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다.”페이지와 쟝은 천천히 제단으로 걸어갔다.

    “레비아탄 님과 사탄 님의 마기를 동시에 받아 태어날 녀석이니… 아마 거대화한 드래이그 고흐보다 강한 녀석이 태어나지 않을까 싶군.”“뭐… 그것도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죽겠지만 말이야.”쟝과 페이지가 신태연을 제물 삼아 소환하려는 것은 바로 ‘칠죄종의 짐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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