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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03화 (303/379)
  • 303화

    콰아아-.

    태운과 찬영의 무기가 격돌하자 찬영의 마나 블레이드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엄청나게 압축되어 오러나 에테르 못지않은 위력을 가지게 된 마나 블레이드.

    그 마나들이 모두 찬영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상태에서 태운의 에테르 블레이드와 격돌했다.

    변화는 그때 일어났다.

    찬영의 마나 블레이드가 에테르와 격돌하며 폭발하는 과정에서 마나가 에테르를 흡수했고 에테르 비율이 높아진 마나는 순간 변화를 맞이했다.

    에테르는 폭발하며 융화된 마나와 함께 증발했고 찬영의 검에는 마나 안에 있는 순수한 한 가지 힘만 남게 되었다.

    “……!”

    “무슨….”

    그리고 둘은 그 힘이 무엇인지 직감적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마나가 모두 증발하고 남은 그 힘은 바로 지금껏 셀만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던 ‘오러’였다.

    창에 남은 것이 오러라는 것을 알아차린 둘은 놀라서 대련을 중지했다.

    “야, 잠깐만… 그거 오러지?”

    “그, 그런 것 같은데….”

    태운은 물론 찬영도 놀란 것 같았다.

    하지만 찬영은 금세 정신을 차리고 오러를 느껴보기 시작했다.

    “잠깐만 나한테 말 걸지 말아줘.”

    “알았어.”

    찬영은 집중하고 있었다.

    창에 모여 있는 오러의 감각을 익히고 있는 것이다.

    찬영은 눈을 감고 천천히 창을 움직여 보았다.

    전보다 정적이고 차가운 힘이 찬영의 창에 은은하게 배어 있었다.

    폭발적이었던 마나 블레이드와는 달리 날카롭고도 서늘한 힘이었다.

    하지만 절대 전보다 약할 것 같지 않았다.

    마나 블레이드가 풍선이었다면 지금 찬영이 다루고 있는 힘은 마치 바늘과 같았다.

    크기는 작지만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힘을 가진 힘.

    그게 바로 지금 찬영이 가지고 있는 오러였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대련 중지야?”

    “그러게.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그때, 조강현과 공전하가 다가와서 물었다.

    “잠시만요, 지금은 찬영이가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음?”

    “찬영이가 들고 있는 창에서 뭔가 새로운 힘이 느껴지지 않아요?”

    “잠깐만….”

    공전하와 조강현은 찬영의 창을 보며 거기서 느껴지는 힘을 느껴보았다.

    “뭔가… 작은데 위압감이 엄청난 힘이 느껴져….”“이렇게 정적인 힘은… 어디선가 느껴본 것 같기도 하고….”“맞아. 처음 보는 것 같긴 한데 낯설지는 않아.”둘은 찬영의 창에서 느껴지는 힘을 낯설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둘 다 이 힘을 어디선가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하늘섬 타격 작전 때 기억나세요?”

    “어…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 그런 대승이 어디 있다고 까먹겠어.”“그때 저희 공격대에 셀 헌터님이 있었잖아요.”

    “그랬지. 아… 잠깐, 설마 그거야?”

    공전하가 놀라며 물었고 태운은 고개만 끄덕였다.

    “지금 찬영이가 들고 있는 창에 오러가 깃들어있습니다.”

    “정말이야? 그게 무슨….”

    “잠깐 조용히 해주세요. 찬영이가 오러를 느낄 수 있게.”

    “아, 미안.”

    공전하가 놀라서 큰 소리를 내자 태운이 공전하의 입을 막았다.

    그렇게 30분이 지났다.

    점점 희미해져 가던 오러가 완전히 사라졌고 찬영은 그제야 눈을 떴다.

    “어때?”

    “엄청 깔끔해. 오러라는 힘 자체가 굉장히 깨끗해. 그 때문인지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거 같아.”

    “이제 오러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찬영은 눈을 감고 천천히 창에 마나를 주입해 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느꼈던 오러를 제외한 잡다한 요소를 전부 날려 보냈다.

    그러자 창에 있던 마나들이 천천히 오러로 바뀌기 시작했다.

    마나의 다른 요소들을 완전히 날려 보내지 못한 탓에 그 순도는 낮았지만 확실히 오러였다.

    “축하한다.”

    “…….”

    찬영은 아직 오러를 얻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오러에 대한 감을 조금도 잡지 못하고 방황할 때 이런 우연에 의해 오러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덕분에 오러를 얻은 것이니까.

    우연에 의해 얻은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태운은 알고 있었다.

    오러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이 수백 번 있어도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은 그 기회를 완전히 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즉, 찬영은 한 번의 우연으로 얻은 단 한 번의 기회로 오러를 얻어낸 것이다.

    태운은 찬영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러의 감각을 느껴보기 위한 찬영의 집중력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수준이었다.

    ‘참 대단한 놈이야.’

    찬영은 태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한데 대련은 다음으로 미루자. 지금은 오러를 조금 사용해 보고 싶어서.”“알았어. 집중해서 더 발전시켜봐. 아직은 오러의 순도가 셀 헌터의 발끝에도 못 미치니까.”

    “그래.”

    우연에 의해 오러를 얻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일까.

    찬영은 오러를 발전시키는 데 더욱 큰 관심을 보였다.

    “그래. 수고해라.”

    태운은 집중하고 있는 찬영은 내버려두고 공전하와 조강현, 이설아에게 다가갔다.

    “이제 뭐 하실 거예요?”

    “훈련하려고.”

    “한번 봐줄 수 있어?”

    셋은 찬영의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은 것 같았다.

    “당연히 봐드려야죠.”

    명색이 명운 길드 1군 공격대의 멤버들인데 안 봐줄 수가 없지 않은가.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한번 봅시다.”

    태운은 계획과 달리 그날 하루를 모두의 훈련을 도와주는 데 사용했다.

    * * *

    “흐아… 어제 훈련 도와주는 거 적당히 했어야 했는데….”태운은 훈련을 도와주며 할 일을 제때 하지 못하고 미뤄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말았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았지만 시간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도 늦지 않게 다 끝냈다.”

    태운은 일을 전부 끝내고 기지개를 켰다.

    하지만 이제 가장 중요한 일이 하나 남았다.

    “내일이 명운 아카데미 졸업식이니까… 오늘 한번 가봐야겠네.”태운은 명운 아카데미의 유망주들을 추려서 만나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명운 아카데미에는 한 분야뿐이지만 태운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칠죄신교를 상대로 굉장히 유용한 힘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 전 아카데미 다녀오겠습니다.”

    “네, 다녀오세요, 대표님.”

    태운은 사무실에서 나가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곧장 명운 아카데미로 향했다.

    명운 길드의 사무실은 아카데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차를 타고 오니 10분 만에 아카데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태운이 아카데미 정문에 들어서자 태운을 발견한 학생들 때문에 순식간에 교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야… 저 사람 강태운 헌터님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대박! 내일 졸업식이라서 왔나 보다!”

    “누구 스카우트하려고 온 건가?”

    “진짜 몸 봐라…. 저게 사람 어깨고 사람 비율이야?”“강태운 헌터님 학생 시절 사진 봤어? 지금이랑 완전 다른 사람이던데… 키도 저렇게 안 컸고 어깨도 엄청 좁더라. 스탯 성장시키면서 몸이 변한 거라고 하더라.”

    “헌터님이….”

    태운은 자신만 보면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어색하지 않았다.

    아카데미에 들어오고 마나의 총량이 10이라는 것이 밝혀진 순간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 내용은 완전히 반대가 되어 있었다.

    과거에는 태운을 조롱하고 깎아내리기 위한 관심이었다면 지금 그들은 태운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헌터 등록 2년 만에 전 세계 헌터의 정점에 올랐고 한국 최강 길드의 수장까지 맡고 있지 않은가.

    그 누구도 이뤄내지 못한, 앞으로도 없을 엄청난 업적이었다.

    태운은 그 시선들을 가볍게 웃으며 넘긴 후 한 동아리의 동아리실을 향했다.

    그 동아리실은 바로 언더독의 동아리실이었다.

    “안녕. 오랜만이네.”

    “그러게요. 다들 잘 지내셨죠?”

    태운이 동아리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 있던 언더독 멤버들이 전부 태운을 반겨주었다.

    그들은 모두 초기 언더독 멤버들이었다.

    현재 언더독은 총 멤버가 120명이나 되는 대형 동아리가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동아리장이 된 공진영은 동아리원이 120명이나 되는 대형 동아리가 언더독의 이름을 계속 사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과거에 사용했던 ‘교학상장’이라는 이름을 다시 사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120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을 받은 이유도 바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 한다는 이상을 이루기 위한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교학상장을 이루기 위해 모든 동아리원들이 노력한 끝에 다들 나름대로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야 잘 지냈지. 예전에 있던 서울 침공 사태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B급 헌터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김철은 인터넷 사람들에게 스피디 월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로 큰 성장을 이뤘다.

    다른 사람들도 학생치고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칠죄신교의 서울 침공 당시에 차출되어 전투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친구나 동료를 잃은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한동안 명운 아카데미는 굉장히 침울하고 조용했다고 한다.

    “그래도 그 전투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해.”분위기를 바꾼 이는 홍유리였다.

    “내 진동 마법은 실전에서 사용하는 게 정말 어렵거든. 아무리 실전과 비슷한 훈련을 한다 해도 실전에서는 머리가 굳을 수밖에 없지. 그런 의미에서 그때 그 전투는 나한테 큰 도움이 됐어.”홍유리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그때 얻은 실전 경험을 토대로 칠죄신교 녀석들을 죄다 죽여 버리면 되는 거야.”신동연과 공진영도 그 말에 동의했다.

    “맞다. 태운아, 홍유리랑 신동연 사귀는 거 알고 있냐?”“아, SNS 봤어요. 그리고 뭐… 예전부터 대충 감을 잡고 있었어서….”그 이후로 그들은 별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훈련 이야기, 공진영이 누구한테 고백했다가 차인 이야기, D급 이상 헌터들은 군대가 면제라 다행이라는 이야기 등등.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들을 나눴지만 태운은 이것이 간만의 여유였던 탓인지 상당히 즐거웠다.

    그러자 어느 순간 과거에 재수 없었던 일진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 누구였지? 기사단에 번개 쓰는 정성현이었나? 첫인상은 진짜 별로였는데 친해지고 보니까 나쁜 애는 아니더라고.”

    “걔 동생이 엄청 천재라며?”

    “됐다. 걔 아티팩트로 구라치던 거 들통난 지가 언젠데….”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니 태운도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신태연….’

    과거 태운을 굉장히 심하게 괴롭히던 사람이었다.

    시간만 나면 때리고 훈련 중 일부러 밀어 넘어뜨리기도 했다.

    모욕적인 발언들도 서슴지 않았다.

    “근데 신태연은 어떻게 됐어? 학교 졸업하고 소식을 못 들었는데.”“어떻게 되긴 어떻게 돼. 훈련도 안 하고 놀다가 부모님 돈 다 떨어져서 휴학하고 F급 헌터로 밑바닥 기면서 산다던데?”

    “아쉽네….”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이제 그에게 별 감정도 들지 않았으니까.

    그냥 그가 가지고 있던 버서커라는 특성이 아까웠다.

    그것만 잘 가다듬는다면 A급 헌터도 노려볼 만했을 것 같았는데 그걸 나태함 때문에 버려 버리다니.

    안타깝지 않을 수 없었다.

    “근데 걔 최근에 학교 다시 나오기 시작하지 않았나?”“맞아. 최근에 강해졌다는 말도 있던데….”“근데 그 쓰레기 같은 인성은 그대로라더만.”

    “그래?”

    그때.

    쾅!

    동아리실의 문이 거세게 부서지며 누군가가 나타났다.

    “신태연?”

    “이야~ 강태운! 왔다더니 정말이네?”

    문을 부수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신태연이었다.

    그리고 태운은 바로 메테리얼을 만들어 그 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성벽 갑주를 씌워주었다.

    “모두 창문으로 뛰어내리세요.”

    “음?”

    “빨리!”

    태운은 눈앞의 신태연에게 마법을 사용했다.

    전력을 다한 공격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살상력을 가진 마법이었다.

    “역시 강태운. 눈치가 빨라.”

    하지만 신태연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검은색 기운을 쏘아내 태운의 마법을 소멸시켰다.

    “잠깐… 방금 그거 마기야?”

    공진영이 눈치채고 말했지만 태운은 말을 듣지 않는 멤버들을 염력으로 밀어내 창밖으로 던져 버렸다.

    “신태연, 미친 거냐?”

    “어차피 들켰으니 이건 필요 없겠네.”

    신태연은 자신의 오른 손목에 있던 팔찌를 뜯어 버렸다.

    그러자 신태연의 몸에서 주체할 수 없는 양의 마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칠죄신교 질투와 분노의 좌를 맡은 신태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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