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300화 (300/379)
  • 300화

    [‘새로운 기회, 그리고 새로운 세상’의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지금까지 마정석 안에서 일궈낸 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세상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구축하시겠습니까?]

    태운은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보고 앞에 서 있는 가도, 레일로프, 잭, 라온, 가웨인을 바라보았다.

    “다들 수고 많았어요,”

    태운의 말을 들은 사람들 중 가웨인을 제외하고는 그 말의 뜻을 알 수 있었다.

    “그래, 너도 수고했어.”

    가장 먼저 입을 연 이는 라온이었다.

    그 뒤로 가도가 말을 이었다.

    “그동안 고마웠네. 평생의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겠네.”“후… 더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그러게 말이야.”

    모두 태운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들을 했지만 가웨인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들 왜 그러십니까? 태운 형님이 어디 가시는지….”헤온 제국을 무너뜨린 뒤 두 달간 가웨인은 태운에게 마법을 배우며 많이 친해졌다.

    오히려 태운에 대한 존경심까지 느끼게 된 가웨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사람이 떠나는 것처럼 이야기하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말했잖아. 나는 다른 세상에서 다른 악마와 싸우고 있다고.”

    “그랬었지만….”

    “나는 그곳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태운은 지구의 최강의 헌터 중 한 명이다.

    태운이 없으면 인류는 칠죄신교를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인류가 더 우세한 편이지만 칠죄종이 지구에 강림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사실은 지금 내 몸은 아직도 거기 있고 내 정신만 이곳에 온 거기 때문에 안 갈 수가 없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가웨인은 굉장히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18살의 나이에 용사라는 짐을 지고 의지할 곳 없이 살아왔던 가웨인이 처음으로 만난 믿음직한 사람이 바로 태운이었으니까.

    “괜찮아. 너는 해낼 수 있을 거야. 이번에는 옆에 든든한 동료들도 있으니까.”

    “…….”

    가웨인은 근 두 달간 태운과 지내며 태운이 미래에서 온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충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안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었다.

    가웨인은 태운을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아수라는 자신이 큰 부상을 입어도 자신의 분신을 흡수해 회복할 수 있다. 그러니 분신이 남아 있다면 절대 방심하지 말고 분신이 본체에 다가갈 수 없도록 해야 해.”태운은 마지막으로 가웨인에게 조언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수라는 분신을 처치하면 처치할수록 약화되니 많은 수의 분신을 최대한 빨리 처치해야 할 거야. 그리고 아수라를 몰아세우면 녀석은 아수라의 힘을 포기하고 힘 대신 기술에 치중해 너를 공격할 거다. 그때를 조심해야 한다. 힘 대신 기술을 얻은 녀석은 약하지만 너를 죽일 정도의 공격은 할 수 있으니까.”태운은 가웨인에게 다시는 홀로 남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신들의 세상에 들여보내는 일은 없었으면 해.’태운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다들 수고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해봐야 미련만 남을 것 같네요.”가도, 잭, 레일로프, 라온, 가웨인.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태운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다.

    태운이 처음으로 맞이한 스토리 있는 마정석.

    그 주인이었던 가도와 태운의 첫 제자라고 할 수 있는 잭, 레일로프, 라온.

    태운이 아직 명운 아카데미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던 시절에 큰 애착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때 만났던 레일로프와 잭, 라온은 전부 허상이었지만 태운의 마음속에서는 사람이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의 미래는 스스로 만들어가시는 겁니다.”“…그래. 잘 가라. 너도 그쪽 세계를 잘 지켰으면 좋겠구나.”태운은 가도의 말을 마지막으로 알림창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세상을 구축함과 동시에 마정석을 흡수하시겠습니까?]

    [시전자의 에테르로 새로운 세상의 뼈대가 만들어집니다.]

    [‘기억의 신’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관여합니다.]

    태운의 몸에서 에테르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탈력감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개운함이 느껴졌다.

    [새로운 세상을 구축하는 데 일조하셨습니다.]

    [기적을 일으켜 에테르의 총보유량이 5,000으로 늘어납니다.]

    [‘기억의 신’이 당신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마정석 흡수를 진행합니다.]

    태운의 의식은 천천히 꺼지기 시작했다.

    태운은 감겨가는 눈으로 가도, 잭, 레일로프, 라온, 가웨인을 끝까지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보는 그들의 모습일 테니까.

    마정석도 태운의 마음을 안 것일까?

    태운의 의식은 더욱 천천히, 기억 속에 그들을 담을 수 있게 아주 천천히 꺼져갔다.

    * * *

    마정석을 흡수한 태운은 사방이 온통 하얀 공간에서 눈을 떴다.

    평소 마정석의 주인과 조우하던 그 공간과 똑같이 생겼지만, 뭔가가 조금 달랐다.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기운에서 거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때, 태운의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했다.

    [강태운, 너의 활약은 인상 깊게 보았다.]

    4살짜리 개구쟁이도 듣는 것만으로 얌전해질 것같이 성스러운 여성의 목소리였다.

    태운은 천천히 뒤를 돌아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신…이십니까.”

    목소리가 들린 곳에는 거대한 눈동자가 태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신을 만날 때마다 느껴졌던 그 특유의 위압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너를 배려해주고 있으니 당연한 것이지.]

    눈앞에 있는 신은 태운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대답해주었다.

    “그, 그렇군요….”

    [내가 누군지 궁금한 것 같군.]

    신이라고는 하지만 신도 종류가 있다.

    악신도 있고 선한 신도 있으며 중립을 지키는 신도 있는 법이다.

    [음… 나는 선한 신도 아니고 악한 신도 아니다. 나는 그저 기억을 관장하는 ‘기억의 신’이니까.]

    태운은 방금 마정석을 흡수하면서 보았던 알림창에서 ‘기억의 신’이라는 단어를 본 것을 떠올렸다.

    “혹시 가도 일행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이….”

    [그래, 그게 나다.]

    태운은 확인을 받고 고개를 숙였다.

    “감사드립니다.”

    그러자 기억의 신은 태운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이렇게 타인을 위하는 인물은 오랜만에 보는군. 뭐… 그래서 내가 너에게 마정석을 흡수하는 능력을 내려준 것이지만.]

    “네?”

    [말 그대로다. 너에게 마정석 흡수 능력을 내려준 이가 바로 나다.]

    태운은 마정석을 흡수하는 능력을 내려준 이가 기억의 신이라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물론, 마정석에서 나오는 마나를 흡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네가 목에 걸고 있는 펜던트 안에 있던 마정석이 가지고 있던 힘이다. 그냥 우연에 우연이 겹친 기연일 뿐.]

    “그렇군요….”

    [그러나 네놈이 특별한 마정석이라 부르는 ‘기억의 수정’을 흡수하는 능력은 내가 쥐여준 것이다.]

    “기억의 수정이라면… 마정석의 주인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마정석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태운은 기억의 수정이라는 말을 머릿속에 기억해두었다.

    [나는 네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사실과 기억이 왜곡당한 것을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감사합….”

    [오해하지 마라. 난 기억의 신으로서 칠죄종 따위가 사람의 기억을 왜곡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니까.]

    기억의 신은 신 중에서도 감정에 굉장히 솔직한 신 중 하나다.

    기억과 감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으니까.

    [그러던 중에 강철운과 지소연에 대한 기억과 사실을 되돌려 놓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았다. 그게 바로 너, 강태운이다. 그래서 너에게 기억의 수정을 읽고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준 것이다.]

    태운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문을 모두 풀 수 있었다.

    “그래서 저를 이곳에 불러오신 이유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신들은 보통 자신을 사람들에게 내비치는 것을 꺼려 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의 신이 태운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뜻이었다.

    [굉장히 당돌하구나.]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인지라….”

    [그래, 할 말이 있긴 하지.]

    기억의 신은 천천히 태운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거대한 눈동자 같았던 모습은 점점 작아져 한 여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굉장히 아름답고 고상한 외모를 가진 여성이었다.

    “내가 너에게 할 말은 하나뿐이다.”

    이제는 육성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칠죄종이 지구에 강림할 것이다. 가장 먼저 질투의 칠죄종인 레비아탄을 죽여 강철운과 지소연에 대한 기억을 되돌려라. 그렇게 되면 강철운과 지소연에 대한 왜곡된 기억과 사실이 원래대로 돌아올 테니.”

    “알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왜곡된 사실로 인해 힘을 잃었던 1세대 헌터들이 기억을 얻음과 동시에 힘을 돌려받게 될 거다. 그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꽤 도움이 될 거다.”1세대 헌터. 칠죄종이 깨어나기 전에도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스스로를 갈고 닦으며 굉장히 강한 힘을 가지게 된 12명의 헌터들을 말한다.

    그중 하나가 강철운과 지소연이었고 둘이 죽고 난 뒤 전대섭과 셀을 제외한 모두가 실종되었다고 말한다.

    강철운보다는 아니었지만 그들 모두 굉장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조언 감사합니다.”

    “그래. 앞으로 너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수난을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네가 이겨내기 불가능한 수난은 없을 것이니 절대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라.”기억의 신은 천천히 그 형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정석 흡수를 마치고 돌아가면 네 상태창을 한번 들여다보아라. 내가 큰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넣어두었으니.”그 말을 끝으로 기억의 신은 사라졌고 태운이 서 있던 하얀 공간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태운은 길고 길었던 마정석 흡수를 끝낼 수 있었다.

    * * *

    취이익….

    태운이 앉아 있던 캡슐의 문이 열렸다.

    태운은 캡슐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고 자하르는 그 모습을 잠깐 바라보고는 연구에 몰두했다.

    “일단 기억의 신님이 말씀하신 대로 상태창을 한번….”태운은 기억의 신이 말한 대로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굉장히 충격적인 것을 찾을 수 있었다.

    강태운

    LV: 104

    마나 총량: 150,000

    에테르 총량: 5,000

    체력(133+10) 근력(135+10) 민첩(130) 유연성(75) 지력(180) 초감각(30+10) 마나친화력(62) 용기(45) 재생력(65)

    특성

    특수 특성-한계 돌파[S]

    상위 특성-명장(3개)

    상위 특성-용사(자격-활성화, 기억의 신)

    죽지 않는 자(자격-비활성화)

    ….

    태운은 상태창을 천천히 내려보다가 특성 칸에서 눈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상위 특성-용사(자격-활성화, 기억의 신)]

    특성 용사가 기억의 신에 의해 활성화되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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