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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94화 (294/379)

294화

펜달 왕국의 군대는 이제는 모란트 백작으로 바뀐 멀른 백작의 영지와 병사들을 흡수한 뒤 파죽지세로 황성으로 진격했다.

제국 내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병사를 거느리고 있던 케빈 모란트의 항복으로 제국의 기세는 크게 꺾이고 말았다.

그 이후 50일이 지났고 태운이 이끌고 있는 펜달 왕국군은 황성 바로 옆에 있는 도시까지 함락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태운은 황성을 쉽사리 공격할 수 없었다.

케빈에게 들은 충격적인 사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벨자하보다 강한 3명의 기사가 있다?”

“네.”

“흠, 조금 곤란하군.”

가도는 한숨을 쉬었다.

“물론, 벨자하보다 마법을 잘 사용한다든가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더 강할 뿐이죠.”“흠, 벨자하보다 강하다는 건 강태운, 네가 싸워도 쉽지 않은 전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말 괜찮겠나?”“저도 벨자하보다 강하다는 말에 조금 놀랐는데, 얼마나 강할지는 감이 잘 안 오네요. 더 자세한 정보는 없습니까?”태운은 벨자하 따위는 5명이 와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신중을 기하기 위해 그 기사들이 벨자하보다 얼마나 더 강한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했다.

“포터스 경과 인테로 경은 벨자하와의 대련에서 8할의 승률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벨자하와 어느 정도 경쟁은 되는 수준이었던 건가? 그 정도면 혼자 둘을 상대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웨인 경입니다.”

“가웨인?”

가웨인의 이름을 말할 때 케빈의 얼굴에 잠깐이지만 존경심이 피어올랐다.

“가웨인 경은 15살이 되는 해에 제국 최강자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 이후 제국의 예언가 사벤에 의해 미래에 있는 인류의 종말을 막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존재라는 사실도 밝혀졌죠. 즉, 용사인 겁니다.”

“용사….”

태운은 용사라는 말을 듣고 한숨을 쉬었다.

‘마계 녀석들…. 도대체가 녀석들의 손이 닿지 않는 세상은 존재하지를 않네.’태운의 한숨 소리를 들은 케빈은 가웨인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용사인 것 때문인지 18살인 지금 제국은 물론이고 대륙 내에서도 상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강해졌습니다. 본인은 겸손하게 스스로를 벨자하보다 조금 강할 정도일 뿐이라고 하지만 제 생각에는 벨자하는 스무 명이 와도 가웨인 경을 이길 수 없을 겁니다.”

“그 정도라고요?”

이 세계에서 그 정도의 강자를 만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평소와 똑같은 마정석 흡수를 하고 있었다면 강자에게서 한 수 배울 수 있을 거라며 좋아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가도, 레일로프, 잭, 라온에게 새로운 세계와 기회를 주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지금은 결코 상황을 가볍게 생각할 수는 없다.

조금의 실수나 변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

“가도 님.”

“음?”

“그림자 야수 30마리를 붙여드릴 테니 포터스와 인테로의 상대를 맡겨도 되겠습니까?”태운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가도도 태운의 생각을 대충 알 수 있었다.

“가웨인은 제가 혼자 상대하겠습니다.”

가웨인이 최대 변수라면 태운이 그를 상대하는 것이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일 터였다.

“그래, 알겠다. 간만에 전투다운 전투를 할 수 있겠어.”가도는 마법사와의 싸움보다 기사 간의 전투에 능했다.

“벨자하와 싸울 때 보여주지 못한 진짜 실력을 보여주마. 기대해도 좋아.”

* * *

“이 벨자하 개자식….”

헤온 제국의 황제인 헬리온 2세가 황좌에 앉아 머리를 붙잡고 벨자하의 욕을 하고 있었다.

“벨자하, 네녀석이 벌집을 건드리고 잠적을 해?”벨자하가 80만의 대군을 이끌고 옆 대륙의 펜달 왕국을 침략한다고 했을 때 허가하지 않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실패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고 그들이 헤온 제국으로 넘어와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뭐냐? 이 미친 진군 속도는!’

헬리온 2세는 그동안 벨자하와 능력 있는 부하들, 선대 황제가 이뤄낸 업적으로 태평성세를 이뤘을 뿐이다.

헬리온 2세는 굉장히 무능력하고 화만 낼 줄 아는 그런 황제였던 것이다.

그런 사람이 이런 위험을 타파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폐하, 진정하십시오. 헤온 제국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불안해하는 헬리온 2세의 옆에서 기사, 포터스가 입을 열었다.

“그래. 이제 믿을 건 그대들밖에 없구나.”

벨자하를 잃은 헬리온 2세의 옆에는 세 명의 기사들이 남아 있었다.

귀족들은 이 기사들을 전장에 내보내자는 의견을 냈지만 헬리온 2세는 자신의 호위를 전장에 내보낼 수 없다며 거절했다.

헬리온 2세는 그저 자신의 옆에 자신을 지켜줄 기사가 없다는 것이 불안했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전장에 나서는 것을 허가해주셨으면 합니다.”그때, 가웨인이 헬리온 2세에게 출전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포터스와 인테로는 동시에 가웨인을 바라보았다.

헬리온 2세의 성격을 아는 둘은 가웨인의 행동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안 된다. 그대들은 나의 기사, 나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어찌 나의 옆을 떠나려 하는가!”하지만 20살밖에 되지 않은 젊고 무능력한 황제는 불안감에 가득 차 있었고 자신의 기사들을 절대 전장에 내보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렇지만 가웨인도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저희가 전장에 나서는 것은 폐하를 지키기 위해 내린 결론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폐하를 지키는 가장 든든한 벽은 고작 세 명뿐인 기사도 아니며 이 황성 헬리언의 성벽도 아닙니다. 폐하를 지키는 가장 튼튼하고 높은 벽은 바로 헤온 제국 그 자체입니다.”가웨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헤온 제국의 근간이 되는 모든 기관들이 있는 이 황성 헬리언이 정복당한다면 헤온 제국은 머지않아 무너지게 될 겁니다.”“가웨인, 아무리 너라도 그런 말을 하는 건 용서할 수 없….”“황성 헬리언을 지키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가 죽을 겁니다. 병사들은 물론이고 수많은 장군, 기사들이 목숨을 잃게 될 겁니다. 저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 황성 헬리언을, 헤온 제국을 지킬 수 있다면 폐하 또한 지킬 수 있을 겁니다.”가웨인의 말에 헬리온 2세는 크게 감명을 받았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전장에 나선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바뀌었다.

“허가한다. 가웨인, 포터스, 인테로 모두에게 명한다. 나와 헤온 제국을 위해 전장에 나서 승리를 쟁취하라.”“예! 폐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가웨인은 포터스, 인테로와 함께 황제 알현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포터스와 인테로가 가웨인에게 시비를 걸었다.

“어이, 가웨인. 무슨 생각이지?”

“왜 굳이 사지로 걸어 들어가려는 거냐! 죽으려면 혼자 죽으란 말이다!”가웨인과 달리 포터스와 인테로는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깊지 않았다.

뛰어난 실력으로 황제의 눈에 띄어 등용된 뒤 편안하고 윤택한 삶을 사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으니까.

“용사라고 괜히 위선 떨지 말라고. 그러다 죽으면 누가 알아주나?”인테로는 가웨인보다 7살 많은 25살의 기사다.

기사가 된 이후 언제나 가웨인과 비교를 당하며 살아왔기에 가웨인을 싫어하고 있었다.

가웨인은 그런 인테로에게 일침을 날렸다.

“전장에 꼭 한 명을 데려가야 한다면 나는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도 두려움에 사용할 때를 놓치는 사람보다 농기구를 든 용감한 농민을 데려갈 거다.”

“뭐?”

인테로는 가웨인의 멱살을 잡았다.

“이 개자식이 용사라고 떠받들어지기에 조금 봐줬더니 어디까지 기어오르려고….”“놔라. 전투를 앞둔 기사의 몸을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이 개자식이!”

인테로는 가웨인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인테로의 주먹은 가웨인의 몸에 닿지 못했다.

부-웅!

가웨인은 스탯 ‘초감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에게 인테로의 주먹 따위는 아주 느리게 보였다.

그런 주먹에 맞아줄 정도로 가웨인은 착하지 않았다.

“피해?”

인테로가 한 번 더 주먹을 휘두르려는 순간, 가웨인은 인테로의 손목과 목덜미를 잡고 제압했다.

“이쯤 하지. 내 손으로 동료… 아니, 소속이 같은 기사를 죽이고 싶지 않으니까.”가웨인은 인테로를 제압한 후 전투 준비를 하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젠장. 용사로 지목되어 강해진 주제에….”인테로는 목을 붙잡고 천천히 일어났다.

“그래도 녀석의 강함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린 그걸 활용해야지.”30대 초반의 기사인 포터스는 인테로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전쟁을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보고서 속에 있는 괴물은 도무지 일반 병사들이 상대할 수 없는 적들이었다, 유일하게 앞서고 있던 것은 병력의 수였지만 케빈이 돌아서면서 그 수적 우세도 크게 힘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우리 헤온 제국은 옆 대륙의 작은 나라에 패배한 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포터스는 다시 뒤를 돌았다.

“폐하를 다시 설득하러 가야겠다.”

“네?”

포터스는 악랄한 미소를 지었다.

“우린 가웨인을 미끼로 살아 나간다.”

* * *

“헤온 제국의 몰락이 눈앞이다! 돌격하라!”준비를 마친 펜달 왕국군은 헤온 제국의 황성으로 돌격했다.

전투의 시작은 비슷했다.

그림자 야수들은 진형을 부수고 병사들을 지키며 돌진했고 그림자 괴수들은 성벽 위에 있는 궁수들과 마법사들을 견제했다.

간단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전략.

하지만 그 이후 전투의 양상은 전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헤온 제국은 이렇게 무너지지 않는다!”

성벽 위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며 뛰어올라 그림자 괴수에 올라탔다.

“저놈이 가웨인이라는 놈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태운은 그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 그의 전투를 계속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아무리 강하다 해도 그림자 괴수를 죽이려면 빛이 필요한데….’태운이 그렇게 생각하며 전투를 지켜보던 중에 가웨인이 들고 있는 검에서 엄청난 빛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뭐지? 저 검, 뭔가 익숙한데?”

“저건 가이아 교단에서 내려준 성검입니다. 헤온 제국에 속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용사니까요.”

“성검이라.”

태운은 뭔가 이상함과 익숙함을 동시에 느꼈다.

그때, 가웨인의 손에서 태운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기술이 시전되었다.

“열화, 용사의 축복.”

가웨인의 몸과 검에서 하얀색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러자 가웨인이 타고 있던 그림자 괴수는 순식간에 불타 사라졌다.

“열화, 용사의 축복. 설마….”

그사이에 가웨인은 성벽 아래로 내려가 그림자 야수들의 사이로 뛰어들었다.

가웨인이 떨어지자 열화의 새하얀 불꽃이 주변에 있는 그림자 야수들을 순식간에 불태웠다.

그러고는 가웨인은 성검을 가로로 넓게 휘둘러 베었다.

성검의 빛에 노출된 그림자 야수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

태운은 그 순간 가웨인과 눈이 마주쳤고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게 되었다.

“아수라와 싸웠던 용사.”

그게 바로 가웨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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