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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90화 (290/379)
  • 290화

    “호오….”

    금속으로 된 가도의 오른팔을 본 벨자하는 그렇게 많이 놀라지 않는 것 같았다.

    “가도… 너도 능력을 가지고 있었군.”

    “능력? 특성이나 스킬을 그렇게 부르는 건가?”“그쪽에선 능력을 특성이라고 부르나 보군.”벨자하도 특성과 스킬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직접 마법을 만들고 개발까지 하는 사람이 특성과 스킬로 발현되는 것이 마법과는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게 이상한 일이니까.

    “그나저나 존재하지 않는 신체를 다른 물질로 구성하는 능력은 처음 보는데… 역시 자네는 죽이지 말고 연구를 위해 써야겠어.”“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 역시… 너는 양보할 수 없겠어.”가도는 라온과 레일로프에게 사과했다.

    “너희도 한이 많은 걸 알고 있지만….”

    실제 역사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라온과 레일로프는 벨자하에게 큰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행복한 가정을 일궈내 조용히 살고 있는 그들을 어떻게든 찾아내 죽이고 아들과도 이별을 하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라온과 레일로프도 알고 있다.

    태운의 생각이 맞다면 실제의 역사는 허구가 되고 이 세상이 진짜가 된다는 것을.

    그렇기에 미래에 실제가 될 이 세상의 원한을 조금 더 중시하기로 했다.

    “벨자하와 싸우는 건 나와 잭이 하겠다.”

    “잭…? 그 녀석은 죽었다고….”

    가도의 말을 듣고 벨자하는 당황했다.

    라온, 레일로프, 잭, 가도 중에 벨자하가 가장 경계하고 있던 사람은 바로 잭이었으니까.

    “그건 네놈이 멋대로 생각한 거고.”

    그 순간, 뒤의 언덕에서 잭이 나타나 벨자하와 마차를 같이 베어 버릴 기세로 검을 휘둘렀다.

    콰콰콰쾅!

    잭의 검에서 나온 검기에 마차가 완전히 박살 났다.

    “잭… 살아 있었구나.”

    벨자하는 방어막을 생성해 잭의 검기를 막아냈다.

    벨자하도 그동안 가만히 손가락만 빨면서 지낸 것은 아니었는지 마법의 퀄리티에 있어서 큰 성장을 이룬 것 같았다.

    “팔 하나 잘렸다고 적응 못 하고 죽을 정도로 나약하진 않아서.”“그동안 자네도 많이 변한 것 같군. 이렇게 빈정거리는 타입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쾅!

    벨자하가 손짓하자 마차의 파편들이 한데 뭉쳐 잭에게로 날아갔다.

    잭은 방어막을 생성해 부서진 마차의 파편들을 막아냈고 그 틈을 타 가도가 벨자하에게 달려들었다.

    가도에게 등을 보인 벨자하는 가도의 접근조차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

    가도가 벨자하를 제압하려는 순간 벨자하의 후드가 벗겨지며 그가 스스로 몸에 어떤 짓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뭐 하는 거냐!”

    벨자하의 뒤통수에는 10여 개의 눈과 3개의 입이 붙어 있었다.

    “……!”

    그 끔찍한 모습을 본 가도는 순간 놀라 몸을 주춤거렸다.

    덥석!

    가도가 주춤거린 그 짧은 순간에 벨자하의 후드 안에서 근육질의 팔이 튀어나와 가도의 목을 붙잡았다.

    “크윽…!”

    “이게 누구의 팔인지 알겠나?”

    “이 미친놈….”

    가도는 붙잡힌 순간 알 수 있었다.

    이 팔은 벨자하가 잘라간 자신의 팔이었다.

    “더 신기한 걸 보여줄까?”

    뚜-두둑.

    벨자하는 목을 뒤로 꺾으며 가도와 눈을 마주쳤다.

    기형적으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보니 그의 광기가 직접 느껴졌다.

    하지만 벨자하가 말한 더 신기한 것은 고작 목이 꺾이는 게 아니었다.

    “무슨….”

    벨자하의 몸에 달려 있는 가도의 팔이 점점 금속으로 변하고 있던 것이다.

    “크윽!”

    어느새 금속으로 변한 벨자하의 손은 가도의 목을 파고들어 오기 시작했다.

    가도도 목을 금속으로 바꾼 후 몸을 비틀어 빠져나왔다.

    “후….”

    “자네의 능력 중에 신체를 금속으로 바꾸는 능력이 있더군.”

    “그걸 어떻게….”

    벨자하는 자신이 입고 있던 후드를 벗어 던졌다.

    그러자 잭과 가도의 팔, 사람의 눈과 귀가 이식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미친놈….”

    “난 내 능력을 키메라 장인이라고 부르고 있다.”벨자하의 특성인 키메라 장인은 자신의 몸에 타인의 신체의 일부를 이식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벨자하는 그 특성을 더욱 발전시켜 신체를 이식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의 특성과 스킬까지 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네놈과 아주 어울리는 특성이군.”

    “칭찬 고맙네.”

    가도는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녀석의 몸에는 수십 개의 눈과 귀가 붙어 있다. 그렇다는 건 최소 그만큼의 특성이나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벨자하는 자신의 예상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게 된 것 같았다.

    “라온, 레일로프. 너희도 가세해야 할 것 같다.”

    “알겠습니다.”

    “하… 징그러운 놈.”

    되도록 생포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라온은 빨간색 신호탄을 하늘로 쏘아 올렸다.

    혹시 모를 변수에 대비해 태운과 정해놓은 신호였다.

    “라온, 무슨 짓을 한 거냐!”

    “그냥… 네가 무서워할 법한 사람을 좀 불러봤어.”벨자하는 잭과 함께 라온도 경계하고 있었다.

    라온도 잭과 마찬가지로 벨자하를 뛰어넘는 천재성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화-륵.

    라온은 메테리얼을 생성한 후 자신의 특기 마법인 화염 마법을 시전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오기 전에 우리가 너를 죽일지도 모르겠다.”“크흐… 너도 아주 재밌게 성장했구나. 싸우는 맛이 있겠어!”벨자하는 온몸을 금속으로 뒤덮고 라온에게 달려들었다.

    마법사라고는 믿기 힘든 속도였다.

    ‘헤이스트, 부스트, 신속, 각력 강화, 풍신의 축복.’벨자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스킬 중 속도와 관련된 것을 모두 사용했다.

    동시에 속도를 높여줄 수 있는 마법까지 사용했으니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

    라온에 비해 반사 속도가 빠른 레일로프가 앞에 서서 공격을 막아주려 했지만 벨자하의 특성과 스킬은 그 수가 많고 활용 폭이 너무 넓었다.

    “움직이지 마라!”

    벨자하의 몸통에 붙어 있던 눈 하나가 레일로프를 노려보았고 레일로프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 버렸다.

    벨자하는 과거에 정복했던 한 왕국의 맹장을 생포해 눈을 뽑아 자신의 몸에 이식했고 그가 가지고 있던 ‘맹수의 시선’을 빼앗았다.

    화륵!

    라온은 불의 장막을 세워 벨자하를 막아내려 했지만, 온몸이 금속으로 된 벨자하는 아무렇지 않게 불의 장막을 뚫어냈다.

    그리고 라온을 향해 금속으로 된 주먹을 휘둘렀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오로지 마법만 사용해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라온이 맞으면 한 번에 쓰러질 수도 있는 공격이었다.

    “아이스 월!”

    쾅!

    벨자하의 공격이 라온에게 닿기 직전에 잭이 특기인 얼음 마법으로 라온을 보호해주었다.

    “레일로프! 정신 차려라!”

    “윽…!”

    가도의 외침에 레일로프는 맹수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샤프니스 스나이핑.’

    잭은 얼음 마법을 사용한 다음 태운에게 배운 정확하고 관통력이 뛰어난 저격 마법을 사용했다.

    잭이 노리는 것은 방금 레일로프의 몸을 굳게 만들었던 바로 그 눈이었다.

    “어딜!”

    하지만 벨자하는 맨손으로 그 공격을 쳐냈다.

    “크흐… 나에게 그딴 공격이 먹힐 거라고 생각한 거냐?”눈이 온몸에 수십 개씩 달려 있는 벨자하에게 사각지대란 없었고 벨자하에게는 사방에서 오는 공격을 전부 막아낼 능력이 있었다.

    “다들 조심해라. 우리가 성장한 만큼 저 녀석도 강해졌어.”태운이 예상한 성장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은 벨자하의 성장에 모두가 긴장했다.

    * * *

    그림자 야수와 그림자 괴수들이 날뛰고 있는 전선.

    그들이 싸우고 있는 곳의 뒤에 태운이 서 있었다.

    “검은 괴물들은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다! 우리의 땅을 침략한 헤온 제국군을 공격하라!”태운의 외침에 병사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방금 태운의 공격에 압도당해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내 공격에 아군이 겁을 먹을 줄이야….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태운이 당황한 때 헬켄이 입을 열었다.

    “여기서 적들을 막아내지 못하면 우리의 땅이 적들에게 유린당한다! 가족들에게 이 끔찍한 전쟁을 경험시키고 싶은 것이냐!”병사들은 지금 적들의 죽음을 보고 공포에 질린 상태였다.

    전쟁의 참혹함과 끔찍함은 사람의 몸을 굳게 만들 정도로 공포스럽다.

    하지만 헬켄은 오히려 그 점을 이용했다.

    “전쟁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어리다고 봐주지 않고 여자라고 배려해주지 않으며 아픈 사람이라고 살려주지 않는다! 그대들의 가족을 생각해라! 그대들은 이 전쟁을 이겨낼 만큼 강인하다! 게다가 전황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거늘 어찌 도망치려 하는가!”헬켄은 가족을 건드리며 수치심까지 건드리고 있었다.

    “젠장….”

    “이런 건 나만 겪으면 돼….”

    “딸아이에게 전쟁을 겪게 해서는 안 된다….”“살아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가족들에게는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헬켄의 말에 병사들의 마음은 기울었고 모두가 한 번에 적군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병사 다루는 건 오히려 헬켄이 낫네.’

    평범한 일반인의 입장에서 전쟁의 공포를 느껴보지 못한 태운보다 약한 헬켄이 그 공포를 더욱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니 병사들의 마음을 헤아려 그들을 움직이도록 한 것이다.

    “그나저나 그림자들이 죽인 생명체의 생명 에너지가 나에게 다시 들어오네. 그림자 괴수를 더 소환할 수 있겠는데.”그림자 야수들은 창칼 따위에 찔려도 신경 쓰지 않고 날뛰었다.

    물론, 죽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빛 계열의 마법에 노출되면 크게 약화되었고 그때 그림자 야수의 심장을 창이나 칼로 파괴하면 소멸했다.

    하지만 이런 아수라장에서 그런 연계를 갖출 수 있는 명장이 적에게는 없었다.

    ‘이렇게 난리가 났는데 벨자하가 나타나지 않는 걸 보니… 뒤에서 잘해주고 있나 보네.’태운은 가도와 레일로프, 라온을 후방에 배치해두었다.

    잭은 측면의 전투가 끝남과 동시에 가도 일행과 합류하도록 해두었다.

    그때, 태운은 가도 일행이 있을 장소의 하늘을 보았고 그곳에서 빨간색 신호탄을 보았다.

    “잠깐… 빨간색 신호탄이라고…?”

    빨간색 신호탄은 벨자하가 생각보다 강해 4명이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을 때 쏘라고 말해두었다.

    ‘벨자하가 그렇게 강해졌다니.’

    태운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그림자 괴수를 하나 더 소환했다.

    “그림자들은 이곳에서 헤온 제국군을 죽여라!”그리고 태운은 방금 소환한 그림자 괴수의 등에 올라갔다.

    “적의 후방으로 전속력으로 날아라.”

    그림자 괴수는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후, 적들의 후방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벨자하가 얼마나 강해졌길래….’

    태운은 벨자하가 강해져도 잭이나 라온 이상으로 강해지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잔인한 인체 실험을 하며 정보를 얻었다고 한들 그것을 가지고 새로운 마법과 기술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이 걸리니까.

    ‘녀석이 키메라를 너무 많이 만들어서 물량 공세에 밀리고 있는 건가?’태운은 수많은 걱정을 하며 후방을 향해 날아갔고 도착한 순간 예상과는 다른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후우….”

    “크헉….”

    잭의 검이 벨자하의 왼쪽 가슴을 관통하고 있었다.

    정확히 심장이 있을 자리였다.

    잭은 벨자하의 가슴에서 검을 뽑았고 벨자하는 그대로 쓰러졌다.

    “후… 힘들었다.”

    “다들 고생했다.”

    “생각한 것보다 약한데?”

    모두 가벼운 타박상과 찰과상 정도는 있었지만 그렇게 고전을 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태운은 안심을 하고 천천히 그림자 괴수를 하강시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태운은 이상한 점을 하나 알아차렸다.

    ‘벨자하의 심장 소리가… 하나가 아니야.’

    그것을 알아차린 태운은 소리쳤다.

    “벨자하는 죽지 않았어!”

    “강태운? 어디에 있….”

    태운의 목소리를 들은 잭이 하늘을 바라본 순간.

    푸-욱.

    벨자하의 왼팔이 잭의 복부를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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