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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83화 (283/379)
  • 283화

    [어젯밤, 부산 해운대에서 사람들이 일순간에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80여 명의 사람이 일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인데요. 그 시각, 가게 안에서 마감을 하고 있던 식당 주인 김모 씨의 증언에 따르면 사건 직전 해변가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합니다. 경찰 측에선 이번 범행 역시 칠죄신교가 벌인 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태운아, 네 생각은 어떠냐.”

    태운은 밤새 마정석을 흡수하다가 아침이 되어 잠깐 캡슐 밖으로 나와 몸을 풀고 있었다.

    “무슨 일 났어요?”

    자하르는 뉴스를 본 후 태운에게 물었지만 밤새 마정석을 흡수하던 태운이 밤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뉴스 한번 봐라.”

    태운은 그 자리에 서서 휴대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았다.

    [해운대에 80여 명의 실종자 발생, 칠죄신교의 범행은 언제까지 이어지는가.]

    태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거 무슨 일이죠.”

    “한국어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칠죄신교의 원로 중 한 명이 해변에 있던 사람들을 어떻게 한 거 같구나.”태운은 인터넷 기사에 보이는 사건 현장을 보았다.

    ‘이거… 왜 파라솔들과 벤치들이 땅에 박혀 있지?’파라솔이 서 있으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만 쓰러진 파라솔들이 하나같이 땅에 박혀 있었다.

    “잠깐….”

    태운은 그대로 전대섭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그래. 태운아, 무슨 일이냐.

    태운은 전대섭이 전화를 받자마자 인사도 하지 않고 말했다.

    “전대섭 선생님. 해운대 사건 피해자들, 지금 해운대 바닥에 묻혀 있을 겁니다.”-뭐…?

    “파라솔하고 벤치들이 하나같이 전부 땅에 박혀 있었어요. 그렇다는 건 칠죄신교 녀석이 해변의 모래를 죄다 들어 올린 다음에 사람들을 한 번에 묻어 버렸다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파라솔과 벤치들이 같이 묻힌 거겠죠.”-알겠다.

    전대섭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전대섭도 태운의 말이 맞다면 한시를 다투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빠르게 조치를 취하기 위해 전화를 끊은 것이다.

    “이런 젠장….”

    태운은 한숨을 쉬며 의자에 앉았다.

    ‘너무 안일했어. 하늘섬 타격 작전에 성공했다고 녀석들의 움직임이 소극적으로 바뀔 거라고 예상했어.’칠죄신교도 사람들의 마음이 풀어진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을 가장 경계했어야 했다.

    하늘섬 타격 작전 때문에 입은 피해를 메우기 위해 녀석들이 더욱 과감하게 움직일 가능성도 고려했어야 했다.

    태운은 다시 휴대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찬영아. 혹시 지금 바쁘냐?”

    -훈련 중이긴 한데 이야기 정도는 들을 수 있어. 유산소 중이라.

    “그럼 일단 들어봐.”

    태운은 자신이 방금 알아낸 사실을 구찬영에게 말했다.

    -흠… 그 사건은 들었는데 그런 줄은…. 그럼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거 아니야?

    “지금 전대섭 선생님에게 말해뒀어. 조치를 취하실 거야.”-전대섭 선생님이면 믿을 만하지.

    “그래서 너한테 부탁 하나 하려고.”

    -뭔데?

    태운은 구찬영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려고 전화를 한 것이다.

    “나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원로가 벌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그렇다면?

    “너도 알겠지만, 한순간에 해운대의 모래를 전부 들어 올려 사람들을 생매장하는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원로라고 해도 쉬운 일은 아니겠지.”-하긴…. 할 수 있다면 굳이 어렵게 그런 일을 하지 않고 그냥 죽였겠지.

    “그렇지. 그럼 이런 일을 벌였다는 건 무슨 뜻일까?”-무슨 뜻인데?

    “그리 어렵지 않게 모래사장을 한 번에 들어 올릴 수 있는 사람이 벌인 일이라는 거지.”그때, TV에서 전대섭이 나타났다.

    “TV 한번 보고 있어 봐.”

    전대섭은 텔레포트를 사용해 순식간에 해운대로 달려갔다.

    ‘사건이 벌어진 지 벌써 8시간이 넘게 지났어. 만약 사람들이 진짜 생매장되어 있는 거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었겠지.’하지만 기적이 일어난다면 한두 명이라도 살아 있을 수도 있다.

    그들에게 범인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살려야 한다.

    [갑자기 해운대 상공에 전대섭 헌터가 나타났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것일까요…?]

    현장 리포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대섭은 에테르로 메테리얼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메테리얼로 해운대 해변의 전체에 리버스 그래비티를 시전했다.

    [갑자기 전대섭 헌터가 해운대의 모래들을 들어 올리기 시작했…. 잠깐만… 저거 사람 아니야?]

    리포터는 모래사장 아래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사람들을 보고 경악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전대섭 선생님 정도 되는 녀석이 이런 일을 벌였다는 거겠지.”-그렇다는 건… 대원로가 이 일을 벌였다는 거야?

    “그래.”

    태운은 지금 남아 있는 대원로 중 후보를 생각해 보았다.

    “지금 남아 있는 대원로는 4명이야. 쟝은 이런 일을 벌이지 않을 거야.”애초에 직접 앞에 나서는 타입이 아니니까.

    쟝은 어느 정도 이상으로 강한 사람이 아니면 직접 힘을 쓰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굳이 해운대까지 와서 일반인들을 죽였을 리가 없다.

    “페이지는 그 정도 힘을 가지고 있지 않고.”페이지도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대규모 공격은 잘하지 못한다.

    마르기가스도 마찬가지였다.

    마르기가스는 근접 전투를 잘할 뿐, 모래사장 전체를 들어 올릴 만한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남는 건 만나본 적도 없는 나태의 좌. 그 녀석이겠네. 이름은 바이튼이라고 했었나?’연정아에게 들었던 이름이다.

    하지만 연정아도 바이튼을 본 적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그의 힘을 본 적은 고사하고 그가 움직이는 장면도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연정아가 바이튼을 봤을 때 그는 항상 눈을 감고 반쯤 자고 있었다.

    -그래서 나한테 부탁할 게 뭐야?

    “나는 지금 해야 할 게 있어서 녀석에게 신경을 쓸 수가 없어. 그래서 너에게 부탁하려고.”강태운은 이 일의 위험성을 구찬영에게 충분히 알려주었다.

    구찬영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구찬영도 이제 A급 헌터 중에서도 강한 편에 속하는 인물이다.

    “든든한 지원군을 불러줄 테니 바이튼을 막아줘.”-그래. 알겠어. 수고해라.

    “고맙다.”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은 구찬영이었지만 그는 엄청나게 긴장을 하고 있을 것이다.

    구찬영도 대원로의 힘이 어느 정도 인지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쁠 것이다.

    모든 것을 혼자 하려고 했던 태운이 자신을 믿고 일을 맡겨준 것이니까.

    찬영은 이 일을 무조건 성공시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입을 열었다.

    -실패할까 봐 걱정은 안 해도 될 거다.

    “알아. 믿고 있어.”

    태운은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캡슐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며 자하르에게 말했다.

    “바로 시작할게요.”

    태운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 * *

    “후우….”

    가도의 선언 이후 벌써 5일이 지났다.

    레일로프와 잭, 라온은 그사이에 태운의 수업을 들으며 나름대로 성장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가도는 마나를 감지하는 방법과 다루는 방법만을 배웠을 뿐 마법은 익히지 못했다.

    왜냐하면 아직 가도의 마나 회로를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가도의 마나 회로를 태운이 정리해줄 예정이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도가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도가 태운의 마나와 자신의 마나를 융화시켜 움직임을 따라와 줘야 안전하게 마나 회로를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가도는 이제야 자신의 마나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마나 코어에 모여 있는 마나를 느낄 수 있게 되었어.’5일, 느린 것은 아니었지만 잭과 레일로프, 라온에 비하면 빠른 편도 아니었다.

    ‘물론, 마나 회로가 거의 닫혀 있는 상태였으니 마나를 느끼기 더 힘들었겠지.’가도는 다행히 레일로프와의 대련 전에 자신의 마나를 느끼고 다루는 게 가능해졌다.

    느리지만 스스로 마나 회로 정리가 가능해질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래서는 속도가 너무 안 나오니 내가 대신해 주는 거지.’오늘이 바로 태운이 가도의 마나 회로를 청소해주는 날이었다.

    “여기 상의 벗고 앉으세요.”

    “알겠다.”

    가도는 상의를 벗고 의자에 앉았다.

    가도의 상체에는 엄청난 양의 흉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잠시 엿볼 수 있는 흉터들이었다.

    ‘…벨자하 녀석.’

    가도가 상의를 벗자 그의 잘린 오른팔의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미 아물긴 했지만, 어깨뼈를 기점으로 근육까지 전부 잘라간 모양새였다.

    ‘후….’

    태운은 감정을 애써 삭히고 가도의 등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가도의 마나 코어 안에 고여 있는 마나들을 느껴보았다.

    ‘마나 자체에 불순문들이 많아.’

    마나도 흐르지 않으면 고이고, 고이면 썩는다.

    거의 30년 동안이나 고여 있던 마나는 이미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져 있었다.

    “일단 제 마나로 가도 님의 마나를 정화하겠습니다. 들어오는 마나를 받아들이세요.”

    “알겠다.”

    그래야만 가도의 마나 회로를 청소할 수 있었다.

    태운은 30분에 걸쳐 천천히 자신의 마나를 주입해 가도의 마나를 희석했다.

    그리고 희석되어 조금은 깨끗해진 가도의 마나에서 불순물을 단번에 끄집어냈다.

    “쿨럭!”

    그러자 가도는 입으로 그 불순물을 피와 함께 토해냈다.

    “후우… 이제 제대로 시작하겠습니다.”

    태운은 마나를 천천히 움직여 가도의 마나 회로 안을 계속해서 청소하기 시작했다.

    가도는 태운의 마나를 따라 자신의 마나를 움직이며 마나 회로 청소를 도왔다.

    ‘이제 이걸 반복해야 해.’

    태운과 가도는 땀을 뻘뻘 흘려가며 가도의 마나 회로를 청소했다.

    그렇게 3시간 정도 지났을 때 태운은 가도의 등에서 손을 떼었다.

    “수고했습니다.”

    “끝난 건가…?”

    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 회로에 흐르는 마나를 한번 느껴보시겠어요?”가도는 태운의 말대로 눈을 감고 자신의 몸에 흐르는 마나를 느껴보았다.

    “느껴지는구나. 코어에 남아 있던 마나와는 달리 더욱 강한 힘이 느껴져.”당연한 일이었다.

    마나 코어에 고여는 마나는 그 자체로 힘을 발산하지 못한다.

    마나는 흐르고 있을 때와 연소하고 있을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럼 제가 알려드린 대로 메테리얼을 만들어 보시겠어요?”

    “…….”

    가도는 자신의 마나로 메테리얼 만들기를 시도해보았다.

    “크음…. 제대로 안 되는구나.”

    하지만 메테리얼이 한 번에 만들어져 유지되지는 않았다.

    허공에 잠깐 형태만 잡혔을 뿐 순식간에 흩어질 뿐이었다.

    “원래 처음에는 그렇습니다. 지금은 마나 회로가 제 기능을 하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는 게…. 잠깐 지금 뭐하신 거죠?”태운은 가도의 움직임을 보다가 두 눈을 번쩍 뜨고 말았다.

    “나도 잘은 모르겠다만….”

    가도의 잘린 오른팔에서 회색의 단단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팔이 솟아났다.

    동시에 그 오른팔에서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태운은 그것을 보고 가도의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태운은 가도의 상태창에서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특성을 발견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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