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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78화 (278/379)
  • 278화

    태운의 눈앞에 곰만 한 덩치를 가진 그림자 야수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태운의 앞으로 다가왔다.

    ‘설마 공격하는 건….’

    녀석이 태운을 공격하는 건 별문제가 아니다.

    태운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 소환한 그림자 야수가 자신을 맹목적으로 따르는가였다.

    그때, 그림자 야수는 태운의 앞에 앉아 자세를 낮췄다.

    명백한 복종의 자세였다.

    ‘다행히 나를 따르는 것 같기는 하네.’

    그렇다면 확인하고 싶은 것들이 조금 있었다.

    “엎드려.”

    태운은 강아지 훈련 시키듯 그림자 야수에게 명령을 내려보았다.

    그러자 그림자 야수는 태운의 생각과 완전히 일치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잠깐… 이거 생각보다 내 명령을 잘 따르는데? 설마….’태운은 조금 더 구체적인 명령을 내려보기로 했다.

    “한 바퀴 돌아봐라.”

    태운은 머릿속으로 왼쪽으로 도는 그림자 야수를 상상하며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그림자 야수는 태운의 생각대로 왼쪽으로 한 바퀴 돌았다.

    그 후, 태운은 여러 가지 명령을 내려보았고 한 가지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림자 야수는 내 생각대로 움직인다.’

    처음에는 그림자 야수가 자신의 생각을 읽고 그대로 따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을 읽는다고 해도 같은 사람이 아닌 이상 그사이의 간극이 존재할 테니까.

    그렇게 태운은 그림자 야수가 이성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림자 야수는 단순히 그림자로 만들어진 형체일 뿐이고 명령을 내리면 태운의 상상이 그림자 야수의 행동을 통해 구현화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엄청 유용해.’

    상당한 난이도를 가진 움직임도 그림자 야수의 능력치가 허락만 해준다면 어렵지 않게 수행했다.

    이 점은 추후 태운이 수많은 그림자 야수들을 조종할 때 엄청난 이점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나하나 세세하게 조종할 필요 없이 단순히 상상만 하고 명령만 내리면 그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 아닌가.

    현실에서도 전투를 지휘해 보고 마정석 안에서도 전장을 지휘해본 태운은 이것의 장점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지휘관의 생각 그대로 움직여주는 군대.

    지휘관의 생각이 바뀌면 그것을 그대로 반영하여 움직이는 군대.

    이 얼마나 엄청난 군대인가.

    병사들도 패닉에 빠질 일이 없고 함정에 빠지더라도 그 사실만 지휘관이 빠르게 알아차린다면 그에 대한 대책도 빠르게 이행할 수 있다.

    ‘이제 칠죄신교에 물량으로 밀릴 일은 없겠는데.’태운은 칠죄신교와 전투를 할 때마다 수적 열세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소수에 속한 사람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적의 수가 많으면 지켜야 할 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

    태운은 아니, 인류는 지금껏 그래왔다.

    칠죄신교의 전사들이 테러를 벌일 때, 헌터들의 전체적인 전력은 칠죄신교보다 앞섰다.

    하지만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없던 이유는 바로 칠죄신교의 압도적인 물량 때문이었다.

    칠죄신교는 사람을 억지로 각성시키고 강하게 만드는 방법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헌터는 그런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질적으로는 나을지 몰라도 수적으로는 항상 열세였다.

    ‘하지만 이제 그딴 건 없다.’

    평소에 그림자 에너지만 충분히 축적해놓기만 한다면 물량에서 밀릴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태운도 전투 중에는 수많은 적을 죽일 테니 계속해서 그림자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자 야수가 죽인 적에게서도 그림자 에너지를 추출할 수 있다면….’아직 실험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말 그대로 죽지 않는 무적의 군단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설레발은 그만 치고….”

    태운은 그림자 야수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그나저나… 들여보낼 수는 없나?”

    그림자로 만들어진 녀석이니 자신의 그림자 안에 보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태운의 눈앞에 알림창이 하나 떠올랐다.

    [그림자 야수를 회수하시겠습니까? 그림자 야수를 만들 때 사용했던 그림자 에너지의 70%를 돌려받습니다.]

    “아하… 이런 식이구나.”

    그림자 야수를 소환한 상태로 보관하는 방법은 없었다.

    대신 그림자 야수를 해체해 다시 그림자 에너지로 만들어 보관하는 방법은 존재했다.

    ‘오히려 이게 더 나을지도 몰라.’

    태운은 아까 떠올랐던 알림창 중 하나를 떠올렸다.

    [그림자의 기술, 첫 번째. 그림자 야수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그림자의 기술, 첫 번째라고 했어.’

    첫 번째가 있으면 두 번째가 있지 않겠는가.

    그림자의 기술의 숙련도를 올리면 사용 방법도 다양해질 것이다.

    그러면 그림자 야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보다 그림자 에너지 형태로 보관하는 것이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하기 용이할 것이다.

    “일단 새로 얻은 스킬을 체크하는 건 이쯤하고….”태운은 지금까지 계속 켜놓고 있던 마력 폭풍을 해제하고 자하르에게 문을 열어줄 것을 요청했다.

    “이제 만족스럽나.”

    “네, 이 정도면 제가 얻은 스킬이 뭔지는 대충 감을 잡았어요. 그리고 가뜩이나 간만에 왔는데 시간을 더 잡아먹을 수는 없죠.”태운은 캡슐이 있는 방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정석 준비해주세요.”

    그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만들었다.

    이제 슬슬 시작할 때가 되었다.

    * * *

    태운이 라온의 마정석을 흡수하자 그는 바로 레일로프의 몸으로 들어왔다.

    눈을 뜬 태운의 앞에는 귀티 나는 남자 한 명과 라온이 서 있었고 옆에는 기사 한 명이 있었다.

    ‘하… 얼굴 까먹겠네. 진짜….’

    앞에 있는 귀티 나는 남자는 이곳, 바인트로를 개혁하고 있는 헬켄이라는 영주였다.

    그리고 옆에 있는 기사는 알레한드로였다.

    “레일로프 님?”

    태운이 괜히 감상에 젖어 있자 알레한드로가 태운에게 말을 걸었다.

    “아, 아니다. 잠시 오랜만에 보는 사람이 있어… 으윽…!”그 순간 태운의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마정석 내의 시간이 멈췄다.

    그리고 태운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마구 들어오기 시작했다.

    [연결된 마정석이 존재합니다.]

    [사용자가 에테르의 소유자입니다.]

    [마정석의 역사 개변을 시작합니다.]

    [보유한 에테르의 양이 부족해 일부의 역사만이 개변됩니다.]

    [연결된 마정석의 주인이 온전히 마정석에 등장합니다.]

    [에테르로 마정석 내의 신체를 구성합니다.]

    [사용자의 신체인 ‘강태운’의 신체를 베이스로 마정석 내의 신체를 구성합니다.]

    [보유한 에테르의 양이 부족해 강태운의 신체를 온전히 구성할 수 없습니다.]

    [사용자의 신체 ‘강태운’의 힘을 일부만 구현합니다.]

    [신체 구현 시작-1.82%]

    [역사 개변 시작-0.08%]

    [신체 구현 시작-3.26%]

    [역사 개변 시작-0.17%]

    …….

    엄청난 속도로 들어오는 정보에 태운은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정신을 붙들고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진정하자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는 바로 ‘역사 개변’이었다.

    ‘연결된 마정석, 에테르, 역사 개변.’

    이 정도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연결된 마정석에서 내가 바꾼 역사와 실제 역사가 바뀌고 있다는 거겠지.’에테르의 양이 부족해 일부의 역사만 바뀐다는 말도 있었으니 모든 역사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모든 역사가 바뀌었다면… 레일로프나 라온이 이 대륙으로 넘어올 일도 없었겠지? 애초에 왕국이 망하지도 않았을 거고….’태운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음 키워드를 떠올렸다.

    ‘다음은… 연결된 마정석의 주인이 온전히 등장한다….’태운은 ‘연결된 마정석의 주인이 온전히 등장한다’라는 말의 의미를 바로 알아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다음 문장을 떠올리고 무슨 뜻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내 신체를 구성한다는 말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레일로프의 몸에 레일로프가 들어오고 나는 만들어질 내 몸에 들어간다는 말이지.’사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온 내용을 종합해 보았을 때 이렇게 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신체 구현 시작-98.93%]

    [신체 구현 완료]

    그때, 역사 개변이 완료되기에 앞서 태운의 신체가 구현되었다.

    그러자 붕 뜨는 느낌과 함께 태운의 정신이 레일로프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화아악!

    그 직후 태운의 정신은 새로 구현된 태운의 몸과 결합했다.

    “오호….”

    몸을 되찾은 태운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강태운

    LV: 40

    마나 총량: 75,000

    체력(50) 근력(50) 민첩(50) 유연성(20) 지력(90) 마나친화력(20) 용기(20) 재생력(10)

    특성

    상위 특성-명장(3개)

    수호신(LV.1)

    파괴자(LV.1)

    회피의 귀재(LV.1)

    스킬

    상급 마법(LV.M)

    웨폰 마스터리(LV.M)[S]

    마법 파괴(LV.3)[S]

    고정(LV.3)[S]

    오버 서플라이(LV.3)[S]

    육감(LV.3)[S]

    더블링(LV.1)[S]

    직감(LV.3)

    “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에테르는 물론 특성과 스킬이 대거 사라지고 남아 있는 특성과 스킬들은 레벨이 엄청나게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 비해 마법의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이 세계관에서는 충분한 힘이었다.

    “문제는 부족한 마나 총량….”

    태운이 가지고 있던 마나의 양은 150,000이었다.

    현실에서는 딱 평균이었다.

    하지만 부족한 에테르로 태운의 몸이 구현되면서 마나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현실에서는 마정석 흡수를 사용해 마나를 수급할 수 있었지만 마정석 흡수 스킬이 사라진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다.

    ‘수십 명을 상대하는 건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수백 명 이상이 되면 조금 껄끄럽겠어.’7만5천의 마나. 최대한 아끼면서 싸운다면 대규모 전투에서도 싸울 수 있을 것이다.

    ‘뭐, 지금 걱정해 봐야 방법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태운은 마나가 부족한 상황에서 싸우는 법을 연습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역사 개변 시작-99.98%]

    [역사 개변 완료]

    태운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동안 역사 개변이 완료되었고 세상의 일부가 무너진 후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촤라라라락!

    무너진 공간에 새로운 물체가 나타나 그 공간을 채웠고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무언가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렇게 1분이나 지났을까?

    역사 개변으로 인한 세상의 재구성이 끝났다.

    “끝난 건가…?”

    세상의 전체적인 모습이 바뀌지는 않았다.

    하지만 태운는 눈앞에 보이는 두 명의 인물을 보고 입을 제대로 닫을 수 없었다.

    “왜… 둘이… 그렇게….”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었다.

    아니,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들이 나타나는 것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이런 모습으로 나타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 순간, 재구성된 세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고 멈췄던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왜 그런 몰골로….”

    “강태운, 반갑네.”

    “이렇게 만나는 건 처음이지?”

    잭과 가도가 태운의 앞에 서 있었다.

    그런데 잭과 가도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왜 둘 다 오른팔이 잘려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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