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271화 (271/379)
  • 271화

    열등감.

    질투의 재료 중에 가장 연비가 좋은 감정이다.

    ‘그리고 분노.’

    칠죄의 감정 중 식탐, 다음으로 단순한 감정이다.

    그 때문에 순수한 분노의 양으로 분노의 좌의 자격을 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분노의 좌의 경쟁은 심한 편이다.

    분노의 자격은 누구나 가질 수 있기에 실력에 자신이 있는 원로들이 많이 도전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도 양의 분노라면 분명히 경쟁을 할 필요도 없이 분노의 좌에 앉을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페로가 가장 눈여겨본 것은 바로 신태연의 형편없는 실력이었다.

    페로는 신태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당신은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기회를 만나지 못했을 뿐….”

    “넌 누구냐!”

    벽에 처박힌 지동현이 소리쳤다.

    “닥쳐라. 미래의 대원로가 되실 분의 앞에서 어딜 큰 소리를 내느냐.”

    “크윽!”

    “무슨….”

    강하다.

    신태연이 페로를 본 순간 들었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느낀 감정은 우습게도 우월감이었다.

    이렇게 강한 사람이 자신을 두둔하고 존대를 해주고 있었으니까.

    부족한 능력, 열등감, 쓸데없이 높은 자존심,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상황그것들 때문에 만들어진 감정인 것이다.

    “신태연 님, 당신은 강해질 수 있습니다. 저런 벌레는 바라볼 수도 없을 정도로 위로 올라가실 수도 있죠.”

    “내… 내가?”

    페로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싫어하는 강태운을 죽일 수도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겁니다.”

    “강태운…!”

    지금 페로는 마법으로 신태연의 정신에 간섭하고 있었다.

    술에 취한 상태여서 눈치채지 못하게 정신 간섭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내가…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신태연은 강태운의 이름을 듣자마자 지금 대화를 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생각도 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직감적으로 칠죄신교의 인물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정의감이나 도덕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었으니까.

    “그저… 받아들이시기만 하면 됩니다.”

    페로는 칠죄신교의 원로 중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다.

    대원로에게 보고를 올리지 않아도 한두 명 정도에게 전사를 만드는 의식인 세례를 해줄 수 있다.

    물론, 대원로의 좌에 올리는 의식은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아직은 당신에게 힘을 온전히 드릴 수는 없습니다. 제 능력이 부족한 탓입니다.”페로의 손에서 마기가 흘러나와 신태연의 얼굴의 절반을 칠죄신교의 전사들에게만 있는 문신으로 채웠다.

    “아….”

    페로는 별거 아닌 힘이라고 했지만 신태연은 자신의 몸에 흘러넘치는 힘에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실제로 대원로가 되었을 때 얻을 힘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미약한 힘이었지만 F급에 불과한 신태연이 여태껏 가질 수 없었던 힘인 것도 분명하니까.

    “이거지….”

    신태연의 손에서 마기가 천천히 흘러나왔고 신태연은 그것을 바로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신태연은 본능적으로 마기를 다루는 법을 깨달은 것이다.

    ‘호오… 이건 예상 밖인데….’

    메테리얼을 만들고 이미지를 생각한 후 그에 맞는 수식까지 짜야 하는 마나와 달리 마기는 단순히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으로 다룰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기가 다루기 쉽다는 말은 아니었다.

    신태연은 마기에 걸맞은 이미지를 만드는 능력이 뛰어났던 것이다.

    ‘이놈… 특성도 나쁘지 않고… 떠올리는 이미지도 굉장히 뚜렷하다. 그런데 왜 고작 F급에 멈춰 있던 거지? 다른 녀석만큼의 노력만 했더라면 B급 헌터는 되었을 재능인데 말이지…. 뭐, 우리에게는 오히려 잘됐지.’페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신태연은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바로 뒤를 돌아 방금까지 자신을 제압하고 있던 지동현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야.”

    그리고는 마기로 둘러싸인 손으로 지동현을 들어 올렸다.

    신태연은 80kg이 넘는 건장한 남성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릴 정도로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마기 탓에 완력이 몇 배나 상승한 상태였기에 지동현의 저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참… 이렇게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는 녀석이었는데 말이지.”신태연은 지금 느끼고 있는 우월감은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정말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었고 그것을 지금에서야 드러내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동현, 조금 강해졌다고 까부는 꼴이라니!”신태연은 지동현은 왼쪽 벽면에 집어 던졌다.

    쿵!

    “크윽….”

    지동현은 페로의 마기에 의해 저항도 쉽사리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신태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페로는 자신이 지동현을 제압해두고 있다는 사실을 신태연이 알 수 없게 만들었다.

    그가 지금의 우월감을 더욱 느끼게 하기 위해서였다.

    ‘우월감은 한순간, 열등감은 뼛속 깊이 베어 쉽게 사라지지 않지.’하지만 한순간뿐인 우월감을 잃은 순간 뼛속 깊이 배어 있던 열등감은 전보다 더욱 예민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것을 위한 장치인 것이다.

    “지동현. 너는 오늘 죽는다. 대신 쉽게 죽지는 않을 거야.”신태연은 마기로 꺼지지 않는 불을 만들어 지동현의 얼굴을 태우기 시작했다.

    ‘시간이 좀 걸리겠군.’

    페로는 자신의 마기로 식당 안에 결계를 쳐두었다.

    온전히 제어되지 않는 마기는 감지하기 쉽다.

    그러니 헌터들이 마기를 감지하고 몰려드는 일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다.

    “끄아… 끄아아악!!! 그만해! 흐아아악!”

    “이제 시작인데 벌써 그러면 어떡해?”

    신태연은 약자의 입장에 있었기에 숨겨둘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가학성을 온전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식당 아주머니와 지동현과 같이 밥을 먹고 있던 남자는 신태연의 모습을 보고 덜덜 떨었다.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신태연이야말로 악마의 대리자라는 이름에 걸맞은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 * *

    “그럼 ‘하늘섬 타격 작전’에 대한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약 200명의 A급 헌터들을 모아놓은 회담장 앞에서 협회 본부의 직원이 앞의 단상에 올라 브리핑을 시작했다.

    그가 노트북의 키보드를 누르자 거대한 모니터에 연정아의 사진이 떠올랐다.

    “이번 작전의 주요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이름은 연정아로 국적은 한국입니다. 연정아는 칠죄신교에서 연락을 받았고, 그 연락을 받은 후 강태운 헌터님과 연락해 하늘섬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인물입니다.”태운의 얼굴은 그것을 보자마자 일그러졌다.

    ‘연정아를 묻어 버리겠다는 생각이네.’

    연정아의 얼굴 사진을 작게 첨부하고 그 옆에 마기를 사용하고 있는 연정아의 사진을 크게 박아두었다.

    연정아의 마기는 워낙 강한 탓에 조절하지 않고 전력으로 사용하면 육안으로도 보랏빛 기운이 진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 보랏빛 기운은 사진으로도 분명하게 보였다.

    “연정아는 마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게다가 그 마기는 대원로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마기는 사람을 죽이면 죽일수록 강해진다.

    그게 헌터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이었다.

    ‘그렇다면 헌터들은 연정아가 얼마나 많은 살인을 저질렀는지부터 생각하겠지.’악질적인 방식이었다.

    태운이 아는 한, 연정아가 죽인 사람은 칠죄신교의 전사와 원로들….

    ‘그리고 페이지의 환술에 걸려 어쩔 수 없이 한 살인들뿐.’연정아는 결코 자신의 의지로 무고한 사람을 죽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연정아는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습니다.”그다음으로 연정아의 정보를 화면에 띄웠다.

    “연정아는 14살이 되던 해 전대섭 헌터에 의해 신분이 만들어졌습니다. 그전에는 정보가 하나도 없었죠. 이 정보는 심중현 헌터에게 제공받았습니다.”

    “심중현 헌터….”

    태운은 그 이름을 듣고 심중현 헌터를 바라보았다.

    심중현 헌터는 일부러 태운과 전대섭의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좋은 사람은 아니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럴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심중현 헌터는 한국 헌터계가 길드 위주의 체계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전대섭의 존재로 한국 헌터계는 헌터 협회 위주로 돌아가고 있었다.

    전대섭의 힘으로 만들어진 권력은 심중현의 가온 길드의 돈과 인력으로도 이길 수 없었다.

    그러니 이렇게 해서라도 전대섭의 입지를 낮추려는 것이다.

    ‘평소였다면 똑똑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지금 상황에 이런 권력 다툼을 하다니. 심중현 헌터가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었는데….’하지만 상관없었다.

    심중현 헌터가 돌아섰다고 해도 힘의 균형은 무너지지 않았으니까.

    “그 이후 연정아는 명운 아카데미 내에서 학생으로 마법과 전투 방법을 배우며 사람처럼 살아왔습니다. 물론, 연정아가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는 증거는 없지만 그렇다면 그 방대한 양의 마기의 출처를 밝혀야 할 것입니다.”궤변이었다.

    사람을 죽였다는 증거가 없으니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증거를 대라는 꼴이니까.

    삑.

    그때, 전대섭이 마이크의 전원을 켜고 입을 열었다,

    “정말이지… 못 들어주겠군.”

    전대섭의 거친 발언에 헌터들이 모두 전대섭을 바라보았다.

    “연정아가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증거를 대라는 건가? 연정아가 사람을 죽였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면 그쪽에서 증거를 가져와야 하는 것 아닌가?”

    “그 말이 아니라….”

    전대섭이 이렇게 거칠게 반응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협회의 직원이 말을 돌리려 한 순간 누군가가 말을 가로챘다.

    “전대섭, 자네가 할 말인가?”

    그는 바로 어드벤처 길드의 길드장인 코르벤이었다.

    ‘저놈이 바로 영우의 동생에게 몹쓸 짓을 한 녀석이란 말이지?’몸이 좋지 않은 창영우의 동생을 치료해준다는 명목으로 창영우를 부려 먹었다.

    하지만 오히려 영우의 동생을 치료해주기는커녕 치유 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던 악인이다.

    “연정아는 마기를 가지고 있는 칠죄신교의 전투원이었다. 그런 사람은 숨겨준 것 아닌가? 국가 안보적인 문제가 있는 행위인 걸 모르고 있지 않았을 텐데.”코르벤의 말에 그 자리에서 강태운과 전대섭, 연정아를 매장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동조하기 시작했다.

    “하여간… 본인 힘만 믿고 아무런 생각도 안 한단 말이지.”“인류의 적이 될 수도 있는 녀석을 무슨 생각으로 숨겨준 건지 모르겠어.”“혹시 모르지. 전대섭도 칠죄신교의 편일지….”수군거리는 말 중에 선을 넘은 발언을 들은 순간 강태운이 마이크를 켰다.

    “연정아는 아스모데우스의 혈통입니다.”

    “뭐…?”

    강태운의 폭탄 발언에 헌터들이 잠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걸로 연정아가 사람을 죽이지 않았음에도 그런 큰 힘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를 댄 것 같군요.”태운은 헌터들이 다시 입을 열기 전에 스킬 ‘적의’를 최대한으로 활성화했다.

    “크흡….”

    “큭….”

    그러자 A급 헌터들도 태운의 적의에 압박당해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A급 헌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수한 지위에 있어 초대받은 B급 헌터들은 숨도 쉽게 쉬지 못했다.

    “다른 분들, 하실 말씀 없으면 제가 계속 발언해도 되겠습니까.”태운은 헌터들의 입을 막고 계속 말하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