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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70화 (270/379)

270화

‘오늘 조심하게. 자네를 매장시키려고 작정하고 온 놈들이 태산이니까.’‘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는 예상했으니까요.’쟝신은 태운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안심이군.”

쟝신은 그렇게 말하고는 앞으로 걸어가면서 덧붙였다.

“난 입장상 자네를 도와줄 수 없어. 중국의 헌터들은 거의 대부분이 자네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참… 조금 그렇네요.”

태운은 중국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드래이그 고흐가 나타났을 당시에 태운이 없었더라면 중국은 멸망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당시 태운의 제자로 알려져 있던 신정훈의 신분으로 과한 발언을 하며 중국의 길드에게 돈을 받아냈었다.

당시는 태운이 길드를 세울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을 때였으니까.

‘그래도 비즈니스 정도로 생각할 줄 알았는데… 이건 좀 너무하네.’환영받지 못할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이런 식일 줄은 몰랐다.

“아무렴 어때.”

태운은 헌터들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지우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주변이 확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이 소리는… 나를 향한 게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들자 태운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아….”

그 자리가 소란스러워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강태우우운!!!”

협회 본부의 입구에서 누군가가 태운을 불렀다.

2M가 넘는 키에 거대한 근육을 가진 백인이었다.

“하필… 평소에 오지도 않던 놈이 이럴 때….”

“그러게 말이야.”

헌터계 역사상 최악의 문제아.

하지만 그 강함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실력자.

미국 헌터계의 망나니, 마이클 케이였다.

“강태운! 네놈이 내 동생을…!”

“케이 님…! 진정하세요…!”

케이는 하늘섬 타격 작전에서 동생을 잃었다는 소식을 SNS로 알렸다.

‘그리고 회담장을 폐허로 만드는 한이 있어도 나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겠다는 말도 했었지.’태운은 한숨을 내쉬었다.

케이는 자신을 말리는 협회 직원들을 질질 끌고 강태운의 앞으로 왔다.

‘굉장한 힘이군.’

헌터 협회에 속해 본부에 발령받은 헌터들은 대부분 B급 헌터다.

그런데 헌터 협회 직원 5명을 달고 아무런 힘도 들지 않는다는 듯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 완력만큼은 나보다 강하겠어.’

태운이 그의 힘에 대한 감상을 생각하고 있을 때 케이가 눈앞까지 다가왔다.

“내 동생… 제이크 케이… 네놈, 내 동생을 왜 죽였나!”“당신의 동생이 제 작전에 참가했다가 목숨을 잃었다면 참으로 유감입니다. 하지만 작전에 참가한 것은 동생분의 선택입니다. 저에게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저는 그 당시 제 지휘와 명령에 한 치의 틀림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제이크 케이,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헌터였다.

그러니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명령을 내렸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고 가장 피해가 적은 방식이었다고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이 개자식이….”

케이는 자신을 붙잡고 있는 헌터 협회 직원들을 떼어내고 태운의 어깨를 붙잡았다.

“말을 그따위로….”

부하의 죽음은 상급자의 책임이다.

하지만 부하의 죽음에 비굴해지는 지휘자는 없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하이에나들이 있었다.

“그의 죽음에 제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헌터는 항상 죽음을 곁에 두고 사는 직업.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면 헌터를 그만두라고 했어야죠.”평소보다 더욱 강하게.

약점을 절대 보이지 마라.

태운은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강태운…! 너는 오늘 이 자리에서 살아 나갈 수 없을 거다!”케이는 태운에게 주먹을 날렸다.

케이의 주먹이 올라간 순간 그 옆의 헌터들은 사고가 터졌다고 생각했다.

최강의 마법사, 전대섭과 동급의 평가를 받고 있는 강태운과 미국의 헌터 중 가장 강한 완력을 가지고 있는 케이의 격돌그 둘이 맞붙는다면 결코 사태가 가볍게 끝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쾅!

태운은 케이의 주먹을 피하지 않고 맞아주었다.

“뭐 하시는 거죠?”

성벽 갑주와 더블링을 사용해 두 배로 튼튼한 갑옷을 입은 태운은 단순한 공격에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 자식이….”

“먼저 공격하신 겁니다.”

퍼억!

태운은 그 누구도 보지 못할 속도로 케이의 턱을 가격했다.

그러자 케이는 다리의 힘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음…?”

“뭐야!”

“지금 케이가 기절한 거야?”

모든 힘이 온전히 턱에 집중되자 큰 힘을 쓰지 않아도 케이를 제압할 수 있었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 회담을 방해하면 안 되니 여기서 가장 먼 병원에 옮겨주셨으면 좋겠네요.”태운은 헌터 협회의 직원들에게 말했다.

“네, 넵, 알겠습니다!”

“빨리 옮겨!”

“너, 너무 무겁습니다…!”

헌터 협회의 직원들이 거구의 케이를 옮기느라 고생하고 있을 때 태운을 지켜보고 있던 헌터들은 굉장히 소란스러워졌다.

“어…? 저거 케이 아냐?”

“맞네!”

“잠깐….”

그리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을 들것에 실려 나오는 케이를 보고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빨리 기사 올려!”

“제목은 최대한 자극적으로! 자세한 내용은 틀려도 좋으니까 일단 올려!”밖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이 난리를 치기 시작했고 또 인터넷은 강태운의 의해 난리가 났다.

* * *

“강태운….”

헌터 협회의 회담으로 세상이 한창 시끄럽던 도중 한국의 골목길에서는 태운과 같은 나이의 남자가 술을 퍼마시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도 나름 각성자였는데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제대로 몸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강태운, 강태운… 그놈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그는 왜인지 모르게 강태운에 대해 큰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걷다가 식당 안의 TV에서 강태운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 소리쳤다.

“강태운! 그놈 아주 찌질이 같은 놈이야! 내가 말이야! 명운 아카데미에 있었을 때 그놈을 아주 패고 다녔다고!”

“뭐야…? 저 미친놈은….”

“아이고 아직 어린 청년 같은데 낮부터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 집에 들어가서 자!”식당 주인아주머니가 그를 밖으로 내보내려고 다가간 순간

“내 몸에 손대지 마!”

그는 식당 아주머니를 밀쳤다.

술에 취했다지만 각성자는 각성자, 일반인에 나이도 드신 아주머니에게는 단순히 밀치는 동작도 공격과 마찬가지였다.

아주머니는 세 걸음 정도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아주머니 괜찮으세요!”

“저 미친놈이….”

그러자 식당의 단골로 보이는 남자가 술 취한 남자에게 다가갔다.

“저리 가라… 컥!”

식당 손님은 술 취한 남자의 목을 붙잡아 순식간에 제압했다.

“너 신태연 맞지? 강약약강의 대명사라고 하더니 넌 달라진 게 없냐!”

“커… 커억….”

술 취한 남자의 정체는 태운이 명운 아카데미의 최약체라고 불리던 시절, 태운을 주도적으로 괴롭히던 신태연이었다.

“브론즈 C반에서 새로운 능력을 각성해 단번에 실버 B급으로 올라가 놓고도 노력은커녕 양아치 짓이나 하다가 재능을 탕진해 버린 멍청이.”

“나… 날 어떻게….”

“나도 너랑 같은 해에 입학한 명운 아카데미 브론즈 C반의 학생이었으니까.”“뭐…? 잠깐 설마 너… 지동현…? 어떻게….”신태연은 브론즈 C반의 학생이 어떻게 자신보다 강한지 의문을 가졌다.

“어떻게라니? 열심히 훈련했어. 남들과 비교해도 특출날 것 없는 재능에 노력이 없으면 아무것도 될 수 없었을 테니까. 그래서 F급 헌터로 시작해 D급 헌터까지 올라간 뒤 지금은 경호팀에 들어가서 일하고 있다. F급 중의 F급인 너랑은 다르게.”

“무슨….”

신태연은 F급 헌터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했다.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이 없었으니까.

마법도 쓰지 못하고, 자신의 피를 보면 강해지는 버서커 특성을 활용해야만 E급 헌터 끝자락에 걸칠 수 있는 형편없는 힘.

게다가 몬스터 상대로 주먹질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자란 실력.

그는 F급 중의 F급이었고 그의 성격과 평소 행실까지 F급 헌터계에 소문이 나서 일자리도 구할 수 없게 되었다.

F급 인지라 혼자서 던전을 돌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모아놓은 돈도 전부 잃고 술만 마시며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처지였다.

각성자라면 던전을 도는 일 말고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었겠지만 신태연은 이미 삶의 의지를 잃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강태운의 소식이 들리면 그를 깎아내리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모자란 놈….”

하지만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했던 녀석의 아래에 깔리자 그 일도 할 수 없었다.

드디어 현실을 마주하고 만 것이다.

“아주머니 괜찮으셔?”

“모르겠어. 다행히 머리를 부딪히지는 않으셨는데 일단 병원은 가 봐야 할 것 같아.”“알겠어. 너는 일단 119에 전화부터 하고 나는 이놈 좀 경찰에 넘겨야겠어.”신태연은 몸부림쳐 보았지만 꿈쩍도 할 수 없었다.

F급 헌터 중에서도 실력이 없다고 소문이 난 신태연이 D급 중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대기업 경호팀에 들어간 그를 힘으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으아아악!!! 이거 놔! 이 개자식아! 나한테 왜 그래! 이 개 같은 것들아아아!!!”신동연은 자신의 현실을 마주하고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자신의 이 처지를 세상의 탓으로 돌리고 세상 그 자체에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음속 한켠에 있던 강태운에 대한 ‘질투’도 잊지 않았다.

“이놈이… 가만히 있어!”

지동현은 신태연을 더욱 강하게 짓눌렀다.

“커컥…!”

신태연은 숨도 쉽게 쉬지 못할 정도로 짓눌렸다.

“이 작은 나라에서 이런 재밌는 녀석을 발견할 줄이야.”그때, 신태연의 앞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는 호리호리한 몸을 가진 남자였다.

“너는… 크윽…!”

지동현은 눈앞의 남자에게서 마기를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바로 뒤로 날아갔다.

남자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신태연아게 다가섰다.

그는 바로 쟝의 명령으로 지상으로 내려온 칠죄신교의 원로 페로였다.

“열등감의 집합체… 분노 그 자체를 내뱉는 인간은 레이지 이후로 처음이야.”칠죄에 대한 감정은 그 자체로 마기의 연료가 된다.

그 때문에 페로는 강한 사람 말고 분노와 질투에 대한 감정이 강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바로 그 사람을 찾은 것이다.

“신태연이라고 하셨습니까?”

“넌 누구….”

“당신을 강하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

페로는 신태연에게 손을 내밀었다.

“칠죄신교에 당신의 자리를 마련해놓겠습니다. 분노와 질투의 자격을 갖춘 분이시여.”역사상 최초로 두 가지 죄악의 좌를 동시에 이을 대원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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