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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66화 (266/379)
  • 266화

    쾅!

    “후웁…!”

    허덕륜은 태운이 걸어준 버프를 적절히 활용하며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허덕륜이 상대하고 있는 적에게는 맞지 않았다.

    “허덕륜! 어떻게 살아 있나 했는데 같은 사람 맞아? 왜이리 나약해진 거냐!”허덕륜의 상대는 바로 분노의 좌를 맡고 있는 레이지였다.

    레이지는 약해진 허덕륜을 조롱하며 일부러 공격을 피하기만하고 반격은 하지 않았다.

    “후….”

    “허덕륜! 네가 정말 나와 분노의 좌를 경쟁했던 그 녀석이 맞냔 말이다!”

    “닥쳐라!”

    부-웅.

    퍼-억!

    “크윽…!”

    “그러게 화를 내면 안 되지! 동작이 커지면 그렇게 처맞는 거야!”허덕륜은 레이지의 조롱에도 겨우겨우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지가 자신의 흑역사를 꺼내 들자 평정심이 잠시 깨지고 말았다.

    “젠장….”

    “그나저나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아무리 내가 팔다리를 잘랐다고 해도 지금 팔다리가 달려 있다는 건 재생을 했다는 건데…. 재생에 성공한 이상 네 수준의 각성자라면 지금까지 재활을 못 했을 리가 없는데 말이지.”레이지는 과거에 마르기가스와 함께 허덕륜을 습격해 양팔과 양다리를 자른 후 해안 절벽에서 떨어뜨렸다.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던 그때, 한 노인이 허덕륜을 물속에서 꺼내주었다.

    그 노인은 데블스 에이지 시절에도 숨어 살던 회복 계열 각성자였다.

    그리고 그 노인은 허덕륜의 생명의 은인임과 동시에 지금 허덕륜이 사용하고 있는 팔다리의 주인이었다.

    * * *

    “이놈….”

    해안가에 오두막을 짓고 혼자 산 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 한 노인이 물고기를 낚다가 엄청난 양의 피를 흘리며 둥둥 떠다니는 사람을 발견했다.

    살기 위한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기절한 후에도 마나를 사용해 출혈을 최대한으로 막고 익사하지 않도록 몸은 위쪽으로 향해 있었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건… 전선에서 싸우던 각성자였겠구먼….”노인은 잠시 낚시를 멈추고 바로 바다에 몸을 던졌다.

    ‘부끄럽구나. 이런 젊은이도 몸이 이렇게 될 지경까지 싸우는데….’노인은 세상이 이렇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위해 힘쓰지 않은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미약한 자신의 힘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합리화했었다.

    ‘단지 겁을 먹은 것뿐인 것을….’

    노인은 허덕륜을 바다에서 꺼내 출혈을 멈추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회복 마법을 사용했다.

    마나를 전부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건 목숨을 연명하는 것뿐이었다.

    “가는 길이라도 편하게 해주는 게 나았으려나….”원래 그렇게 해줄 생각으로 바다에서 그를 건져낸 것이었지만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미약하게나마 뛰는 심장과 끈질긴 호흡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이렇게 간절하게 살아보겠다고 숨 쉬는 생명체의 목숨을 어떻게 끊을 수 있겠는가.

    “그래도 출혈은 멈췄으니 앞으로 10시간은 더 살아 있겠구만.”노인은 평소보다 일찍 배를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그 시간 동안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 * *

    ‘깨어났을 때 내 옆에는 팔다리가 없는 노인의 시체와 피 웅덩이, 그리고 짧은 편지가 하나 적혀 있었지.’편지의 내용은 허덕륜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죽고 싶었을지 살고 싶었을지는 모르겠다만. 죽고 싶었던 거라면 내 독단으로 살려내서 미안하네. 하지만 죽고 싶었더라도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겠나? 대충 짐작했겠지만 지금 자네의 팔다리는 나의 것이라네. 나는 이 힘을 가지고 평생을 떵떵거리며 살았지만 진정 힘이 필요할 때는 나서지 못한 늙은 겁쟁이라네. 그런 늙은이의 팔다리라도 괜찮다면 이것으로 싸워주게. 부탁일세.’두서없이 짧은 글이었지만 허덕륜의 의지를 다잡아주기에는 충분했다.

    ‘그 이후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 장소에서 재활을 계속했었지.’처음에는 쉽게 일어나지도 못했다.

    그렇게 1년 이후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고 2년이 지났을 때는 고블린과 싸워 이길 수 있게 되었다.

    5년 동안 재활한 끝에 B급 헌터 수준의 강함을 얻게 되어 다시 세상에 나가 싸우려 했지만 이미 세상은 평화로워져 있었다.

    허무했지만 기뻤다.

    허덕륜은 그 길로 바로 한국으로 돌아갔다.

    과거 동료였던 전대섭을 만나 강철운 대장이 죽었다는 소식과 사실이 어떻게 왜곡되었는지를 들었고 큰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아직 대원로 중 쟝, 마르기가스, 레이지까지 3명이 살아남아 칠죄신교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 한다는 사실도 전대섭에게 들었다.

    그 이후 전대섭에게 자본을 지원받아 최고급 시설에서 다시 재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5년, 과거의 힘을 전부 되찾지는 못했지만 국내에선 전대섭 말고는 대적할 자가 없을 만큼 힘을 되찾았다.

    허덕륜이 C급 헌터로 허위 등록을 하고 활동을 재개하자 한국의 뒷세계는 씨가 말랐다고 할 정도로 싹 정리가 되었다.

    그 이후 일이 없어지자 C급 헌터의 자격으로 명운 아카데미에서 교사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게 절벽에서 떨어진 이후 허덕륜의 삶이었다.

    * * *

    “허덕륜, 너는 역시 신경 쓸 필요도 없는 놈이었던 것 같아.”

    “…더 이상 못 들어주겠군.”

    갑자기 허덕륜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직 팔다리의 단련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 적당히 조절을 하려 했는데… 담당 의사에게 크게 혼나겠구만.”허덕륜의 팔다리가 갑자기 더욱 탄탄해지고 커졌다.

    허덕륜은 몸통에 비해 팔다리가 조금 작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 팔다리도 다른 이들에 비하면 작은 편이 아니었기에 별로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레이지, 데블스 에이지 시절 기억은 잊은 건가?”데블스 에이지 당시 쟝을 제외한 대원로들과 원로들, 전사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적이 누구였는가.

    칠죄종과 비견되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 강철운?

    엄청난 위력의 마법을 난사하는 전대섭?

    아니었다.

    “이 자식이… 허세는….”

    “다시 떠오르게 해주마.”

    살이 찢어지고 창에 몸이 꿰뚫려도 적의 사지를 찢어 버릴 기세로 달려드는 허덕륜.

    칠죄신교의 전사들과 원로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사람은 바로 허덕륜이었다.

    그리고 다시는 그 힘을 볼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지금.

    그때의 허덕륜이 돌아왔다.

    “네놈이 날 절벽에 떨어뜨리면서 했던 말 기억하나?”

    “허덕륜…!”

    레이지는 순간 떨었던 자신의 몸에 수치심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수치심은 곧 분노로 이어졌다.

    “‘이렇게 싱거운 놈인 줄 알았으면 내가 혼자 상대했어도 됐을 텐데…’라고 했었지.”레이지는 허덕륜을 절벽에서 떨어뜨리며 온갖 조롱을 했었다.

    하지만 허덕륜의 귀에는 그 문장만 들렸었다.

    “그 말이 어림도 없었다는 것을 지금 확인시켜주마.”

    “허덕륜!!!”

    허덕륜은 소리를 지르는 레이지에게 달려들어 안면을 가격했다.

    콰-직!

    레이지의 안면은 허덕륜의 주먹에 맞아 바로 주저앉았다.

    “레이지, 네놈은 예나 지금이나 나에겐 상대가 되지 않아.”

    “헛소리 마라!”

    퍼-억!

    레이지는 허덕륜의 복부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허덕륜은 입에서 피를 흘렸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뻐-억!

    허덕륜은 레이지의 어깨를 붙잡고 명치를 가격했다.

    “흐어억…!”

    “퉤!”

    허덕륜은 입에 고인 피를 침을 뱉듯이 아무렇지 않게 뱉어내고 다시 레이지를 공격했다.

    “너희들이 왜 나를 무서워했는지 오늘 다시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마.”허덕륜은 레이지의 머리를 잡고 니킥을 안면에 꽂아 넣었다.

    “흐아아악!!!”

    레이지는 허덕륜의 팔을 뿌리치고 허덕륜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었지만 허덕륜은 아무렇지 않게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허덕륜은 냅다 레이지의 다리에 로우킥을 날린 후 바로 안면에 러시안 훅을 꽂아 넣었다.

    레이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레이지는 허덕륜의 러시안 훅의 충격을 반쯤 흘려내고 다시 반격을 가했다.

    이번 레이지의 공격은 허덕륜의 안면에 정확히 맞았고 허덕륜의 코뼈가 부러졌다.

    하지만 허덕륜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다시 레이지를 공격했다.

    “왜…! 왜 공격이 통하지 않는 거냐!”

    “네놈의 공격이 약한 모양이지.”

    뻐-억!

    레이지는 허덕륜의 공격에 맞고 벽에 처박혔다.

    “크으윽….”

    레이지는 부러진 갈비뼈 탓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하지만 허덕륜도 피해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레이지의 복부 공격에 내장은 엉망이 되었고 코뼈와 이빨이 부러져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허덕륜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게 바로 적들이 허덕륜을 무서워했던 이유다.

    특성으로도, 스킬로도 표시되지 않는 허덕륜의 능력.

    ‘집중 상태의 무통증.’

    허덕륜은 진심으로 레이지를 상대하기 시작한 이후 레이지의 공격에 고통을 느낀 적이 없었다.

    “오늘 네가 죽든 내가 죽든 끝을 보자.”

    허덕륜은 태운이 걸어준 버프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렸다.

    전력을 다한 지금의 상태는 아마 1분도 지속하지 못할 것이다.

    1분 후면 허덕륜의 팔다리는 서서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다가 결국에는 멈춰 버릴 것이다.

    “그래… 이젠 내 수명을 깎아서라도 네놈을 죽여야겠다.”레이지 또한 마기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레이지의 몸에 마기 거부 반응이 일어나며 검은 반점과 핏줄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레이지의 몸은 마기와 완전 상성인 신체.

    1분, 그 이상 마기를 사용하면 레이지의 몸은 천천히 무너져내릴 것이다.

    ‘팔다리가 버텨주는 동안 녀석을 죽인다.’

    ‘내 몸이 무너져내리기 전에 허덕륜을 처죽인다.’둘은 서로 같은 목적을 가지고 격돌했다.

    그 순간에 다른 대원로와 전투를 시작한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페이지.”

    “연정아 아가씨 아니십니까~.”

    그런 바로 탐욕의 좌, 페이지와 연정아였다.

    왠지 페이지를 바라보는 연정아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 차있었다.

    “연정아 아가씨는 어째서 이런 일을 벌이신 겁니까? 순순히 와주셨다면 최고의 대우를 해드렸을 텐데 말이죠.”“닥쳐, 네 녀석을 믿고 따랐던 어릴 적 기억을 도려낼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을 지경이니까.”“아, 그걸 원하고 계셨던 겁니까? 지금이라도 칠죄신교로 돌아온다고 말만 하신다면 해드릴 수 있습니다만.”“그래,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겠어. 말을 말자.”비아냥거리는 페이지를 보고 연정아는 힘을 개방했다.

    “저를 상대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아스모데우스의 아이시여.”

    “날 그딴 식으로 부르지 마!”

    연정아의 손짓 한번에 페이지의 사지가 찢겨 나갔다.

    “지금 뭘 하시는 겁니까?”

    “또 그 더러운 기술을….”

    연정아가 죽인 것은 페이지도, 허상도 아니었다.

    “당신이 어릴 적 좋아했던 그 남자아이가 커서 이렇게 멋지게 자랐는데… 왜 당신의 손으로 죽인 겁니까?”페이지가 서 있던 장소에는 연정아가 어릴 적 좋아했던 남자가 온몸이 토막이 난 채 죽어 있었다.

    “아, 당신은 하늘섬을 탈출할 때도 평생 자신을 돌봐준 유모를 죽였었지요?”

    “닥쳐….”

    “그것뿐이었나요.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당신과 놀았던 그 아이들도 모두 죽였었죠? 연정아 님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죽이는 취미라도 있던 겁니까?”

    “닥치라니까!”

    연정아는 페이지의 목을 붙잡았다.

    “이 목을 꺾어 버리기 전에 그만해….”

    그 순간, 페이지의 표정이 싹 굳더니 분위기가 급변했다.

    “빨리 꺾어 버리든가. 왜 못하고 있어? 왜? 이번에는 누구일 거 같은데?”굳었던 페이지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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