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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65화 (265/379)
  • 265화

    쟝은 망가진 하늘섬 그리고 쓰러져 있는 전사들과 원로들을 보고 이를 갈았다.

    “이 더러운 계집년이….”

    아스모데우스의 피를 이어받아 큰 노력 없이 큰 힘을 얻어놓고 왜 칠죄신교를 등지는가?

    쟝은 연정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칠죄신교가 무너지면 아스모데우스의 피를 가진 연정아가 당할 일은 뻔하다.

    인류를 지키는 데 일조했음에도 사람들의 시선은 달라질 것이 없을 게 분명하다.

    심하면 인류를 위한 것이라는 명목하에 온갖 실험을 당할 것이다.

    쟝은 그게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익을 따졌을 때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자신에게도 그런 상황이 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연정아에게는 아니지 않은가?

    평생을 끔찍한 시선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며 실험실에 틀어박혀 고통을 받아야 할 텐데 왜 멍청하게 이런 짓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정의 같은 알량한 것 때문에…. 정말로 그런 거냐, 연정아…?’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연정아!!!”

    쟝은 소리치며 연정아에게 달려들었다.

    “……!”

    연정아는 원로 수십 명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었기에 쟝의 공격에 쉽게 대응할 수 없었다.

    “어딜!”

    “……!”

    연정아를 공격하려는 쟝에게 태운이 달려들어 제지했다.

    “강태운…!”

    쟝은 강태운의 얼굴을 보자마자 열불이 치솟았다.

    쟝이 아는 연정아는 이렇게까지 영악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작전을 생각한 녀석은 바로 이놈이다.’쟝은 짧은 순간에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쟝의 판단은 아주 정확했다.

    연정아가 태운에게 칠죄신교로 다시 돌아간다고 말을 했을 때 태운이 제안한 게 바로 이 작전이다.

    칠죄신교의 하늘섬을 급습하여 공격한다면 초반에 빠른 속도로 녀석들의 전력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

    그리고 지금까지 지키는 싸움만 해왔던 헌터들과 칠죄신교 측의 입장을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에 승산이 충분하다고 느꼈다.

    그랬기에 3일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급하게 준비해 칠죄신교의 하늘섬을 급습한 것이다.

    ‘다른 대륙 국가들의 헌터들은 은밀하게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 태평양에 있는 항공모함에 집결해 있어. 신호를 보낸 지금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겠지.’전대섭과 함께 진입한 선봉대는 전대섭의 텔레포트 덕분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전대섭 선생님이 없었다면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작전이었어.’전대섭이 없었다면 이런 부실한 급습 작전 따위를 받아들이는 국가는 없었을 것이고 연정아에 대한 정보를 보호하면서 설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이번 작전이 끝나면 연정아에 대한 정보는 숨길 수 없게 되겠지만 처음부터 알렸다면 이 작전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겼을 것이다.

    “네가 모시는 칠죄종이 오만이라더니 딱 맞네.”강태운은 쟝을 밀어낸 후 검을 뽑았다.

    “네가 방심만 안 했어도 연정아 옆에 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을 텐데.”

    “이 버러지 같은 놈이….”

    강태운은 쟝을 조롱했다.

    그를 최대한 자극해 침착함을 잃게 만들어야 조금이라도 승산을 높일 수 있을 테니까.

    “연정아, 너는 다른 곳을 도와줘.”

    “알았어.”

    연정아는 태운의 말에 그곳에서 멀어져 다른 대원로를 상대하기로 정했다.

    쟝에게 가진 원한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녀석을 죽이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

    다른 대원로였다면 모르겠지만 쟝만큼은 이길 수 없었으니까.

    쟝은 대원로 중에서도 특출나게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평범하지 않은 강함과 뛰어난 실력.

    그것이 바로 오만의 자격이었으니까.

    연정아도 대원로가 되는 의식을 치렀다면 쟝과 비슷한 힘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연정아는 대원로가 되는 의식을 받지도 않았고 받을 생각도 없었다.

    때문에 지금의 연정아는 쟝을 이길 수 없었다.

    “강태운, 맡기고 간다.”

    “걱정 마. 네가 다른 대원로를 쓰러뜨리기 전까지는 안 죽고 버티고 있을 테니까.”연정아가 떠나자 강태운은 쟝에게 집중했다.

    쟝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널 죽였어야 했는데.”

    과거 기간트 에이지 당시 태운은 쟝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

    쟝은 마르기가스의 말을 듣고 강태운을 죽이기 위해 그곳에 간 것이었고 강태운은 거대화한 몬트리를 죽이러 간 것이었다.

    그때, 태운의 힘은 쟝에게 한참 미치지 못했고 죽을 뻔했었다.

    아니, 단순히 죽을 뻔했다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지금까지 겪었던 그 어떤 일보다도 죽음에 가까웠으니까.

    “그때 하지 못했던 일을 지금 해야겠다.”

    “그때랑 똑같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

    쟝은 빠른 속도로 태운의 앞으로 달려와 태운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태운은 쟝의 공격에 반응해 검으로 쟝의 공격로를 틀어막았다.

    콰창!

    그 순간, 태운의 검이 산산이 조각났고 쟝의 주먹은 태운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큭…!”

    태운은 쟝의 주먹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그러고는 부러진 검을 순식간에 역수로 바꿔 잡고 양손으로 쟝의 옆구리에 꽂아 넣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반격에 쟝은 반응하지 못했다.

    쟝의 옆구리에는 부러진 검이 박혀 버렸다.

    “네 이놈…!”

    퍼-억!

    쟝은 옆구리에 꽂힌 검과 검을 잡고 있던 태운의 손을 동시에 잡았다.

    그 탓에 태운은 꼼짝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팔 하나는 가져가마.”

    쩌-억.

    쟝은 태운의 어깨를 잡고 팔을 그대로 뜯어 버렸다.

    “……!”

    태운은 엄청난 고통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눈이 돌아갔다.

    “다음은 네놈의 목을….”

    “…에테르 건틀릿”

    쾅!

    태운은 뜯겨나간 오른팔 대신 왼팔에 에테르로 만든 건틀릿을 만들어 쟝의 안면을 가격했다.

    쟝은 그대로 날아가 하늘섬에 있던 건물 서너 개를 관통한 후에서야 멈췄다.

    “저놈이….”

    쟝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순식간에 태운과 전투를 벌이던 곳으로 돌아왔다.

    태운은 쟝에게 팔을 잃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래, 팔을 잃고 어디까지….”

    쟝은 태운을 도발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을 보고 바로 멈춰야만 했다.

    스스스스…

    태운의 뜯겨나간 팔은 뼈부터 근육, 피부까지 엄청난 속도로 재생되고 있었다.

    쟝이 태운의 팔을 가져가고 10초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태운의 팔은 이미 완치에 가까운 상태였다.

    “강태운…. 그래, 그때와는 많이 다르다 이거지…?”쟝은 생각했다.

    오늘 오만의 힘을 조금 잃을지도 모르겠다고.

    * * *

    전대섭은 태운의 조언대로 마나를 아끼고 에테르를 쌓아놓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나서서 싸우고 싶었지만 곧 나타날 강적을 대비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강적은 머지않아 전대섭의 앞에 나타났다.

    “흑염탄.”

    갑자기 한쪽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어둠 속에서 검은색의 불덩이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성벽 갑주.”

    전대섭은 에테르를 얻고 난 뒤 태운이 알려준 성벽 갑주를 사용해 검은 불덩이들을 막아냈다.

    “생각보다 위력이 낮… 음…!”

    그런데 전대섭의 성벽 갑주에 들러붙은 흑염탄들이 성벽 갑주를 천천히 녹이며 전대섭의 몸을 파고들고 있었다.

    파-앙!

    전대섭은 급하게 에테르와 마나를 섞은 후 방출해 흑염탄을 소멸시켰다.

    주르륵.

    흑염탄이 파고들었던 전대섭의 어깨는 5cm 정도 파여 있었고 그곳에서 상처의 크기보다 큰 출혈이 발생했다.

    “과거 인간의 무기 중 백린탄이라는 것이 있더군.”흑염탄이 발사되었던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사람의 피부에 들러붙어 살을 태울 때까지 계속해서 연소해 결국에는 사람을 불태워 죽이는 끔찍한 무기더군. 그것에서 착안해 만든 마법이다.”전대섭은 그 설명을 듣자 갑자기 한 테러 사례를 떠올렸다.

    “이 마법을 처음 만들었을 때 아프리카의 한 도시에 무차별 폭격을 가한 적이 있었지.”전대섭이 떠올린 테러 사례의 피해 지역도 아프리카에 있던 작은 도시였다.

    “그 도시에 이 마법을 처음 사용했을 때 이 마법의 위력을 깨달았다. 이 마법은 약한 인간에게 더욱 큰 효율을 보이더구나.”그 도시에는 헌터가 많지 않았다.

    “마나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인부터 훈련을 받지 않은 각성자까지. 마나를 조금만 다룰 수 있어도 대응할 수 있지만 마나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다면 자신의 살이 흑염탄에 파먹히고 타들어 가는 것을 보며 죽을 수밖에 없지.”

    “…너였군.”

    “나는 이 마법으로 한 번에 13만 4천 명을 죽이고 단번에 대원로의 자격을 얻어 이 자리에 올랐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마법이라고 할 수 있지.”그는 질투의 좌에 앉아 있는 소르코프라는 인물이었다.

    칠죄신교 안에서 대량 학살에는 쟝보다 뛰어난 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전대섭, 너는 흑염탄에 제대로 대응했군. 그래도 몸에 구멍을 5개 정도는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말이지.”“이딴 마법에 당할 거라 생각했다면 날 아주 잘못 봤다.”전대섭은 자신의 어깨에 난 상처를 회복했다.

    “에테르 스트라이크.”

    전대섭은 전방으로 에테르로 만든 충격파를 쏘아냈다.

    소르코프는 코웃음을 치며 간단하게 점프해 전대섭의 공격을 피해냈다.

    “위력은 뛰어나다만 이런 공격을 맞아줄 생각은 없….”

    “어차피 맞출 생각 따위는 없었다.”

    전대섭은 소르코프가 공격을 피하기 위해 뛰어오른 직후 동시에 뛰어올랐다.

    “내가 뒤에서 마법만 쓰는 그런 평범하기 짝이 없는 마법사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데블스 에이지는 정말 난세였다.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난전만이 벌어졌던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법만 잘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마법사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커다란 덩치, 그리고 탄탄한 근육.

    그건 장식이 아니었다.

    “에테르 건틀릿.”

    쾅!

    전대섭은 소르코프의 멱살을 잡고 안면에 주먹을 날렸다.

    소르코프는 바닥에 처박혔고 전대섭은 멱살을 잡고 거기까지 따라갔다.

    “크허억….”

    소르코프는 마기를 사용해 다시 한번 흑염탄을 사용했지만 전대섭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딴 마법에는 두 번 당하지 않는다.”

    전대섭은 에테르를 사용해 흑염탄과 그것을 쏘아내는 어둠 자체를 소멸시켰다.

    “에테르 건틀릿!”

    쾅!

    소르코프의 안면에 한 번 더 전대섭의 주먹이 꽂혔다.

    “끄어억… 흑염차….”

    “에테르 건틀릿!”

    쾅!

    전대섭은 소르코프가 만들어 낸 마법을 다시 한번 소멸시키고 한 번 더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암흑 방패….”

    “에테르 건틀릿!”

    소르코프가 물리 공격을 모두 방어하는 암흑 방패를 만든 후 양팔을 들어 얼굴을 방어하자 전대섭은 소르코프의 복부를 가격했다.

    “크허헉…!”

    “소르코프. 네놈은 지금 나에게 죽는다.”

    수십만의 죄 없는 목숨을 앗아가고도 죄의식 없이 살아가는 녀석은 인간이라고 불릴 자격도 없고 이 세상에서 숨 쉴 자격도 없다.

    전대섭은 마지막으로 양손으로 에테르 건틀릿을 사용해 정신을 못 차리는 소르코프를 난타했다.

    전대섭은 그 순간 에테르을 얻은 직후 태운이 해준 말을 떠올렸다.

    ‘마법의 귀재인 전대섭 선생님이 에테르를 얻었다니… 솔직히 이제는 전대섭 선생님이 고전하는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네요.’그 당시에는 에테르의 위력을 몰라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똑같이 고전하는 것이 상상되지 않는 인물이 하나 더 있었다.

    전대섭은 소르코프를 죽이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태운아. 네가 상대하고 있는 그놈도 고전하는 것이 상상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놈이다.’전대섭이 떠올리고 있는 사람은 바로 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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