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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59화 (259/379)
  • 259화

    “크윽…!”

    예상치도 못했던 태운의 강력하고 예리한 공격에 모우데라투스는 굉장히 당황했다.

    “크윽…!”

    하지만 태운도 멀쩡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태운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겨우 중심을 잡았다.

    “어떻게든 성공은 한 것 같네….”

    바보가 보아도 방금 공격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후우….”

    태운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다시 마정석을 흡수했다.

    “뭘… 어떻게 한 거지?”

    “적한테 알려줄 수는 없지.”

    태운은 초감각, 브레인 부스트를 사용하고 사고 가속을 5번 중첩으로 사용했다.

    그로 인해 빨라진 두뇌 회전 속도와 에테르를 활용해 공간 자체를 비틀었다.

    일그러진 공간에 모우데라투스의 어깨가 있었고 그의 어깨가 공간 채로 뜯겨나간 것이다.

    ‘심중현의 공간 왜곡과는 다르지.’

    심중현의 특성 ‘공간 왜곡자’로 사용하는 공간 왜곡과는 다른 마법이다.

    심중현의 공간 왜곡이 쉽게 설명해 텔레포트 마법을 기반으로 사용하는 ‘마법’의 개념이라면 태운이 사용한 것은 달랐다.

    에테르는 마나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일들을 가능케 한다.

    태운은 그것에서 착안해 공간 자체에 에테르를 융합시키고 에테르의 모양을 비튼 후 소멸시킨 것이다.

    ‘한 번도 안 해봐서 그런가… 난이도가 괴랄하네.’원래는 초감각과 브레인 부스트, 사고 가속의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 안에 두 번 이상의 공격을 하려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난이도 탓에 한번 밖에 공격하지 못했다.

    ‘체감 시간은 거의 20분이 넘었는데… 한번 밖에 못 했어.’아직 요령이 없고 에테르를 다루는 방법을 몰라 효율이 떨어진 탓도 있겠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았다.

    지금까지 봐왔던 그 어떤 마법보다도 어려웠으니까.

    ‘수식 같은 것과는 관련 없이 단순히 내 감각과 이미지로만 해야 하니 더 어려웠던 것 같아.’지금까지 태운은 수식을 사용해 마법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싸워왔다.

    물론, 검에 마나를 주입한다든가 몸에 마나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싸웠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다루는 것이 익숙하지도 않은 에테르를 형체도 없는 ‘허공’에 융합시킨다는 것은 수준이 달랐다.

    “한 번 더….”

    태운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한 번 더 초감각을 사용했다.

    그런데 그 순간 들린 모우데라투스의 말에 태운은 스스로 초감각을 해제했다.

    “대단하군.”

    모우데라투스는 어느새 뜯겨 나간 자신의 어깨를 회복한 후 태운에게 말을 걸었다.

    “방금 공격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너라면 칠죄종을 막을 수는 있겠군.”“고작 이걸로 끝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생각보다 빨리 꼬리를 내린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에테르를 이 정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말해준다면 다행이군.”

    모우데라투스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에 안심했지만 뭔가 거슬리는 게 하나 있었다.

    “그나저나 ‘막을 수는’ 있다는 게 무슨 말이지…? 내가 뭔가는 놓칠 거라는 듯이 말하는데?”“아수라와 싸웠던 그 영웅에 대해 알고 있기에 짐작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

    “뭘 말이지?”

    “이 세계는 다른 세계와 달리 악마들이 종자를 잘 심어두었어. 보통 다른 세계는 하나의 신을 강력하게 믿거나 과학이 지나치게 발달되어 악마들이 종자를 심기 어렵다. 하지만 이 세계는 악마의 종자들이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있더군.”태운은 잘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태운이 다른 세계의 속사정까지 알 정도로 정보에 훤하지는 않았으니까.

    그 세계에 살아가는 사람의 거의 대부분이 모르는 일을 태운이 아는 것도 이상했고 말이다.

    “악마의 종자들이 사용하는 힘에 대해 알고 있나?”

    “마기를 말하는 거라면 알고 있어.”

    모우데라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대로 악마들의 종자들이 사용하는 힘은 마기다. 마기의 원천이 뭔지는 알고 있겠지?”“그 악마의 종자에게 마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악마라고 알고 있는데.”“맞다. 마기는 사용자에게 귀속되지만 그 원천은 악마다. 지금은 그 마기의 원천과 마기의 사용자가 다른 세계에 있지. 그런데 악마가 이 세계에 들어오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 같나?”

    “설마… 마기가 더 강해진다는 말인가?”

    모우데라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가지고 있는 에테르나 그에 준하는 힘을 가진 오러 만큼 강한 힘은 아니지만 마기라는 힘에 걸맞은 성능을 가지게 되지.”

    “그렇다는 건….”

    “네가 칠죄종을 맡아 상대하는 동안 강해진 악마의 종자들을 막아줄 사람이 없다면 이 세상을 구해도 구한 게 아니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

    칠죄종을 처치한다고 해도 인류의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태운도 물론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 피해를 이겨내고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모우데라투스가 말하는 것은 그 정도 수준이 아니야.’인류의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

    거의 모든 인류가 몰살당하고 과학 기술의 기반이 전부 파괴당한 지구.

    “아마 네가 지금 그대로라면 칠죄종을 막는 것도 힘들 것이고 기적적으로 막는다고 해도 이 세상은 망해버릴 거다. 아수라와 싸운 영웅의 이야기를 안다면 그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알 수 있을 거다.”

    “아수라….”

    태운은 아수라와 싸웠던 마정석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수라와 싸웠을 때 그 세상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아수라와 영웅, 그 둘 말고는 단 한 명의 인간도 볼 수 없었고 죽어 버린 초목만이 땅에 나 있었다.

    “물론, 그 영웅과 싸웠던 아수라가 비정상적으로 강했던 탓도 있지만 그 영웅도 규격 외의 인물이었거든. 그런 인물도 자신의 세상을 지켜내지 못했는데… 너도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모우데라투스는 그 말을 하고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음… 그래, 자질 자체는 신성력을 사용하던 그 영웅보다 나을지도 모르겠어. 아무래도 가장 가능성이 풍부한 에테르를 가지고 있으니까.”태운은 모우데라투스의 혼잣말에 바로 반응했다.

    그동안 궁금했던 것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에테르, 오러, 신성력 모두 마나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는데… 확실하지 않아서 그런데 물어봐도 되지?”모우데라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테르, 오러, 신성력… 모두 강력한 힘이고 그 분야가 전부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더 강하다 말할 수 없다.”모우데라투스는 태운이 말했던 힘의 특성을 하나하나 나열하기 시작했다.

    “오러의 물리적인 강함은 그 어떤 힘과도 비교할 수 없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할 뿐 사용 방법도 다양한 편이지.”태운도 알고 있었다.

    에테르도 엄청난 절삭력을 가질 수 있게 해주지만 오러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거대화한 드래이그 고흐의 날개를 찢어 버리던 셀의 압도적인 위용은 아직 태운의 뇌리게 강하게 박혀 있었다.

    “신에게서 힘을 빌려오는 신성력은 힘의 사용 방식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악마를 상대로 가장 강력한 힘을 보이는 힘이다.”태운은 신성력을 사용해본 적이 있었다.

    아수라를 상대할 때 말이다.

    팔이 잘려도 무시하고 달려들던 아수라가 신성력이 담긴 검에는 닿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워했던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에테르는 다루는 것도, 얻는 것도 힘들지만 가장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 힘이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힘이기도 하지.”지금 태운이 다루고 있는 힘인 에테르.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가장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힘이다.

    방금 태운도 검에 에테르를 주입해 휘두르는 방식으로 싸우다가 사용 방법을 바꾸니 한 번에 확 강해지지 않았는가.

    “무엇이 더 좋다고 단언할 수 없다. 다루는 사람에 따라서도 바뀌는 내용이니까.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그게 뭐지?”

    모우데라투스는 한숨을 길게 내쉬고 긴장한 듯이 말했다.

    “네가 말했던 그 세 가지 힘 중 가장 신에게 치명적인 힘이 바로 에테르다.”

    “뭐…?”

    태운은 모우데라투스의 충격적인 발언에 순간 어지러워졌다.

    왠지 모를 오한이 몸에 돌며 과도한 두뇌 회전의 후유증이 갑자기 밀려왔다.

    “일단 들어보게.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으니까.”“그래, 일단 들어나 보자. 내가 신에 대적하는 일은 없을 테지만 말이야.”모우데라투스는 태운에게 그렇게 말한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러는 물리적인 힘을 극한으로 강화시켜준다고 말했었지? 하지만 신들에게는 물리력이 통하지 않아. 물론 오러는 영체에 상처를 낼 수 있게 해주지만 신의 존재는 고작 영체에 비할 게 아니니까. 오러는 신에게 영향을 줄 수 없어.”“…그렇겠군. 그럼 신성력도 답이 나왔겠어.”신성력은 자신이 믿는 신에게서 빌려오는 힘.

    신을 상대로 사용하는데 신성력을 빌려줄 리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에테르는 신을 상대하는 데 가장 유용한 힘이라고 볼 수 있지. 에테르를 잘만 사용한다면… 힘들겠지만 신을 죽이는 것도 가능할 거야.”“…그렇군. 그런데 왜 나에게 그런 것을 알려주는 거지? 너는 신의 심복 아니었나? 신을 죽일 수 있다는 정보를 주다니.”태운은 듣다 보니 이상하다고 느꼈다.

    처음에는 ‘네가 신들의 세상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지 확인해봐야겠다’라고 말하며 태운에게 덤벼들었던 모우데라투스였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갑자기 신을 죽일 수도 있다고 말해주다니.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나는 이곳에 1,200년 정도 갇혀있었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저 나라는 존재를 놓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었지. 그러던 중 신의 형상으로 살았을 때 보았던 다른 세상을 다시 생각해보았다.”모우데라투스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비의 신에 대한 충심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에 대한 인식은 조금 바뀌었지.”태운은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신은 굉장히 이기적이다. 그 어떤 종족보다도 더 이기적인 게 신이다. 자신의 존재를 더욱 뚜렷하게 만들어주는 인간들에 대한 존중은 조금도 없어. 악마들로부터 인간을 지키려는 이유도 자신의 존재를 지키기 위함일 뿐, 인간을 위한 게 아니야.”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뭐지?”

    “신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악마와 싸워준 사람의 사소한 부탁도 들어주지 않는 것을 보았거든. 그것도 수없이 많이.”신은 인간이 생각하던 것과 달랐다.

    신은 인간의 생각대로 착하지 않았고 이기적인 존재였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다. 만약 네가 신들의 세상에 들어가 요구하고 싶은 게 생기거든 내가 한 말을 잘 생각해봐라.”태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우데라투스는 고개를 끄덕이는 태운을 보고 말했다.

    “시간이 많이 지났군. 더 물어볼 게 없으면 이제 슬슬 내 힘을 너에게 넘겨줄 때가 된 것 같군.”드디어 모우데라투스의 테스트를 통과한 대가를 받을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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