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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53화 (253/379)
  • 253화

    라이칸.

    죽여도 죽여도 다시 다른 웨어울프가 라이칸을 이어 나간다.

    평범한 웨어울프도 라이칸이 되면 절대 얕볼 수 없는 괴물이 되기에 데블스 에이지 당시 많은 헌터들의 골머리를 썩게 했던 몬스터다.

    라이칸 계승의 열쇠가 선대 라이칸의 척수액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인류는 라이칸의 사체를 확보하려 했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라이칸이 죽으면 어떻게 알았는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웨어울프들이 라이칸의 척수액을 마시기 위해 라이칸의 사체로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미국의 헌터들이 라이칸의 사체를 확보해 지하 20층에 보관한 적이 있었는데 웨어울프를 포함한 수인족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았다.

    8일간의 항전 끝에 라이칸이 따르는 칠죄종, 벨제부브가 등장했고 미국의 헌터들은 결국 라이칸의 시신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때 탄생한 라이칸이 바로 역대 최강이라 불리는 라이칸, 펜릴이었다.

    그 라이칸이 바로 전대섭과 허덕륜, 그리고 수백 명의 헌터들이 나흘 동안 고전하며 상대했던 그 라이칸이다.

    펜릴의 공격력은 전대 라이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되고 있지만 다른 라이칸과 비교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의 체력과 회복력,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가장 성가셨던 것은 방어력, 그리고 그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창칼에 찔리면 오히려 창칼이 부러지고 안면으로 마법을 받아낼 정도로 방어력이 뛰어났다.

    그리고 그런 점을 사용해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하는 전투 방식은 위협적이기까지 했다.

    라이칸 특유의 회복력 때문에 그 전투 방식은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하는 것이 아닌 살도 내어주지 않고 뼈를 취하기만 하는 전투 방식이 되었다.

    그 탓에 허덕륜을 포함한 근접 전투 계열의 헌터들은 펜릴과 싸우는 것을 꺼렸다.

    “생각해보니 네가 그 라이칸이라면 허덕륜 선생님의 이름을 듣고 무서워했을 리가 없겠군. 펜릴이 라이칸이 된 시기는 데블스 에이지가 터진 지 6년쯤 되었을 때였어. 거짓말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입 다물어라!]

    “역시 혓바닥이 길면 거짓말은 들키게 되어 있네. 덕분에 배워간다.”태운은 라이칸을 도발하며 전투를 준비했다.

    ‘녀석이 전대 라이칸보다 약하다고는 해도 라이칸은 라이칸. 고작 이 정도일 리가 없다.’태운은 그렇게 생각해 확실하게 전투 준비를 했다.

    그리고 태운의 생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그래… 나는 전대 라이칸보다 약하다. 하지만 내가 전대 라이칸보다 유일하게 뛰어난 것… 그건 바로 공격 능력이다!]

    라이칸은 그 말을 마치고 크게 포효했다.

    그러자 수십 마리의 웨어울프가 싱크홀 위에서 떨어져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에테르의 소모가 심하다. 슬슬 에테르를 수급해야겠어.’태운은 에테르 블레이드를 해제하고 대신 지옥의 칼날 폭풍을 시전해 검에 불어넣었다.

    “이걸 꺼내는 건 간만이네.”

    빠르게 시전할 수 있는 마법 중 고위력의 공격이긴 하지만 마나 효율도 그리 좋지 못하고 피아 식별이 불가능하다는 단점 때문에 최근에는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전에는 태운의 필살기였던바, B급-1티어 몬스터에 불과한 웨어울프 수십 마리 정도를 지워 버리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부-웅!

    어마어마한 파공음과 함께 태운의 검에서 뜨거운 공기를 가진 칼날 폭풍이 쏘아졌고 싱크홀 아래로 떨어지던 웨어울프들은 공중에서 증발하고 말았다.

    돌검이 진화하면서 마나를 잘 받아들이고 증폭시키는 특성을 얻게 되어, 같은 공격이었지만 위력은 배 이상이었다.

    “이게 다냐? …그래, 그럴 리가 없지.”

    태운은 웨어울프들을 지워 버리고 다시 라이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라이칸의 달라진 모습에 긴장하며 충격에 대비했다.

    쿵!

    “크윽…!”

    태운은 라이칸의 공격에 멀리 날아가 착지했다.

    라이칸의 덩치는 약 2배 가까이 불어 있었고 속도도 어마어마하게 빨라져 있었다.

    ‘그것보다… 무슨 힘이…!’

    태운이 지금까지 겪어 봤던 가장 강력한 완력의 주인은 마르기가스였다.

    지금의 라이칸은 그 당시의 마르기가스가 보여주었던 힘, 최소 그 정도의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당시의 태운이 마르기가스의 힘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도 말이다.

    [내 이름은 화이트 팽이다. 전대 라이칸보다 강해질 수는 없겠지만 네놈을 죽이는 것 정도는 간단히 할 수 있지.]

    “자신감이 넘치네.”

    태운은 태세를 정비하고 다시 몸 상태를 확인했다.

    ‘성벽 갑주는 부서지지 않았고… 아직 크게 데미지를 입지 않았어. 충분히 할만하다.’밖에 있는 헌터들이 걱정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헌터들이 큰 피해를 입기야 하겠지만 그들이라면 웨어울프들을 물리치고 이곳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태운이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고 눈앞의 적에 집중하는 것이다.

    ‘나도, 저 녀석도 상대의 힘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아.’눈앞의 화이트 팽이라는 라이칸에게 생각이란 것이 있다면 초반에는 탐색전을 걸어올 것이다.

    ‘그럼 거기에 맞게 대응해줘야지.’

    태운은 아공간 벨트에서 마정석을 꺼내 흡수했다.

    그러고는 마나 소모가 큰 마법을 다중 시전했다.

    하지만 라이칸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공격은 아니었다.

    [멍청하긴! 라이칸을 상대로 소모전을 걸 생각이냐!]

    “멍청하다니. 나도 소모전은 자신 있어.”

    태운의 아공간 벨트 안에 있는 마정석의 수는 수만 개.

    전부 흡수하면 얻을 수 있는 마나양이 3,000만이 넘는다.

    [그래! 소모전을 받아들이마! 너는 오늘 네 멍청함 탓에 죽는 거다!]

    화이트 팽은 태운에게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거대해진 화이트팽은 마치 기차처럼 태운을 뭉게 버릴 생각으로 달려들었다.

    그때, 태운이 가볍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난 소모전으로 갈 생각이 없어.”

    태운은 에테르 블레이드를 시전했다.

    화이트팽의 팔을 잘라 버릴 때보다 강한 출력의 에테르 블레이드였다.

    피-잇!

    태운이 에테르 블레이드가 시전된 돌검을 사선으로 휘둘렀다.

    [크윽…!]

    화이트팽은 엄청난 반사신경과 유연함으로 에테르 블레이드를 가까스로 피해냈다.

    그와 동시에 태운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 순간, 태운은 허리와 다리를 뒤로 굽혀 아슬아슬하게 화이트 팽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 후, 근육의 탄력을 활용해 그대로 일어나며 화이트 팽을 베었다.

    화이트 팽은 정확한 타이밍에 빠르게 들어간 자신의 공격을 태운이 피해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반격이 들어올 거라고도 생각 못 했으니 대비도 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제대로 상황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크윽…!]

    화이트팽은 가슴팍에 난 긴 검상을 움켜쥐며 뒤로 물러났다.

    태운이 그 틈을 놓칠 리가 없었다.

    이미 화이트 팽의 상처는 아물고 있었으니까.

    당황한 그 틈을 놓쳐서는 안 됐다.

    [이 자식이!]

    화이트팽은 손톱을 세워 달려드는 태운에게 휘둘렀다.

    붕! 부-웅!

    화이트팽의 날카로운 손톱은 애꿎은 허공만 갈랐다.

    촤-악! 촥!

    그러는 사이 태운의 검에 의해 화이트팽의 몸에는 하나둘씩 상처가 늘어났다.

    [왜…! 왜 맞질 않는 거냐!]

    “생각을 해야지.”

    태운은 지금 육감을 활성화하고 초감각을 활용해 화이트 팽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있었다.

    거기에 최근에 얻은 회피의 귀재라는 특성 덕분에 최적의 움직임으로 화이트 팽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필사의 창술을 사용해본 경험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특성, 회피의 귀재는 회피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일 수 있게 보조해준다.

    그런 점에서는 필사의 창술과 굉장히 유사한 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태운은 특성이 보여주는 이미지에 의존하고 있지 않았다.

    회피의 귀재는 단순히 ‘회피’하는 데 적합한 움직임을 알려주는 것일 뿐, ‘반격’에는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태운은 과거 필사의 창술을 얻고 찬영과 대련을 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 당시만 해도 태운은 찬영보다 훨씬 약한 상태였다.

    그 탓에 필사의 창술은 공격은커녕 회피와 방어 동작만 알려주었고 태운은 제대로 된 공격도 하지 못한 채 끌려다니기만 했었다.

    그때, 필사의 창술이 보여주는 이미지를 무시하고 하고 싶은 대로 했더니 공격에 성공했다.

    그 이후, 찬영의 완력에 의해 뒤로 넘어가 벽에 부딪히며 대련이 끝나 버렸지만 말이다.

    태운은 그때 깨달았다.

    특성, 스킬은 도움을 줄 뿐, 나머지는 모두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사실을.

    ‘회피 동작의 이미지는 참고용일 뿐이다. 그것을 활용하는 게 중요해.’부웅! 부웅!

    화이트 팽은 미친 것처럼 태운을 향해 손톱을 휘둘렀다.

    태운의 말에 흥분해 전보다 더 엉망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쯧… 보고 있으니 화가 날 정도야.”

    힘의 크기는 태운과 비슷했다.

    아니, 오히려 화이트 팽이 앞선다고 해도 반박할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화이트 팽은 그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태운은 화이트 팽을 보며 한 사람을 떠올렸다.

    ‘일본 헌터 협회 소속의 A급 헌터 카츠.’

    칠죄신교와 손을 잡고 있던 헌터다.

    수백 명의 헌터들을 죽이며 온갖 스킬을 빼앗아 A급의 자리에 오른 헌터였다.

    카츠도 힘의 크기는 그 당시의 태운과 비슷한 정도였지만 태운과의 전투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패배했었다.

    “이놈은 더 심해.”

    카츠는 자신이 가진 힘을 한순간에 쏟아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화이트 팽은 더욱 심각했다.

    눈앞의 화이트 팽은 그것조차 하지 못해 지금 태운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조무래기 수십 명 쓰러뜨리는 것쯤이야 그 정도 실력으로도 충분했겠지.”힘의 차이가 극명했을 테니까.

    “하지만 너와 비슷한 정도 아니, 너보다 조금 약한 힘을 가진 사람이 와도 넌 그 사람을 이길 수 없었을 거다.”

    [닥쳐라아아!!!]

    라이칸은 손톱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고 오른 주먹을 꽉 쥐고 태운에게 휘둘렀다.

    지금까지 화이트 팽이 한 공격 중 가장 강력한 공격이었다.

    이 공격을 정통으로 맞으면 태운은 성벽 갑주 채로 박살이 나 죽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쿵-.

    태운은 견갑을 녀석의 주먹에 가져갔다.

    “비상의 수로 사용하려 했는데… 실력이 이 정도인 줄 알았다면 숨길 필요도 없었겠네.”처칠에게 받았던 견갑이다.

    이 견갑은 환경에 적응을 잘할 수 있게 해주는 특성도 있지만 전투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특성 또한 지니고 있었다.

    “네 공격을 그대로 받아봐라.”

    콰-아아앙!!!

    견갑은 라이칸의 공격을 전부 흡수했고 그것을 충격파의 형태로 화이트 팽에게 돌려주었다.

    털-썩.

    화이트 팽은 오른쪽 주먹부터 어깨, 오른쪽 가슴, 머리가 날아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꿈틀.

    화이트 팽의 몸은 그 상태로도 계속 회복하려는 기미를 보였다.

    하지만 화이트 팽이 다시 살아나는 일은 없었다.

    회복력이 좋았다는 전대 라이칸도 머리가 날아갔을 때는 회복하지 못했다고 했으니까.

    “그럼 이제… 돌아가서 웨어울프들을 잡아야….”그 순간, 태운의 육감에 걸려든 것이 있었다.

    바로 수천 마리의 수인족

    몬스터들이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던 것이다.

    “라이칸의 척수액이 그렇게도 탐나는 거냐…!”태운은 아공간 벨트에서 마정석을 꺼내 흡수했다.

    지금 옆에 쓰러져 있는 라이칸, 화이트 팽을 상대했던 것보다 더욱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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