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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47화 (247/379)
  • 247화

    “일단 빨리 나가서 상황을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태운과 길드장들은 황급히 텐트 밖으로 나가 보았다.

    두두두두두!

    “이게 무슨….”

    “정말 미쳐 버리겠네….”

    저 멀리서 어마어마한 수의 수인족

    몬스터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워낙 멀리 있어 그 규모를 정확히 짐작하기는 힘들었지만 적어도 수백 마리는 되는 것 같았다.

    “다들 일어나라! 전부 전투 준비!”

    허덕륜은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크게 소리쳐 헌터들을 깨웠다.

    헌터들도 이런 상황은 대충이나마 눈치채고 있었기에 전투 준비는 빠르게 갖춰졌다.

    하지만 전투 준비가 된 것과 마음의 준비가 된 것은 별개의 이야기였다.

    “X발… 이게 뭐냐고….”

    “이런 던전은 들어본 적도 없어….”

    지금까지 지옥과 같은 환경에서 쓰러지기 직전까지 내몰렸던 사람들이다.

    이제 겨우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런 대규모의 전투가 벌어지다니.

    전의를 상실하는 것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건 A급 헌터들과 길드장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이 상황을 가장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있던 사람은 바로 강태운이었다.

    “저놈 둘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말이지?”

    태운은 텐트 밖으로 나오자마자 시력을 강화해 달려오는 몬스터들을 관찰했다.

    그리고 이상한 점을 굉장히 많이 발견했다.

    “저것들 우리를 전혀 인지하고 있지 않아요.”

    “뭐…?”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뭐지?”

    저런 늑대 형태 수인족의 특징은 후각과 청각이 굉장히 민감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백 미터 밖에 있는 먹잇감도 정확히 캐치해 낼 수 있다.

    하지만 저 몬스터들은 헌터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거리가 멀기도 하고… 그건 그냥 저놈들의 감각이 생각보다 뛰어나다고 한다면 해결되는 의문이죠.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다른 겁니다.”태운이 말하는 근거는 곧장 이곳으로 달려오지 않는 개체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3할 정도의 개체들을 우왕좌왕하며 억지로 무리를 따라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거지…?”

    태운이 그것을 말하자 길드장들은 태운에게 되물었다.

    “늑대 형태 수인족들은 보통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합니다.”“뭐, 일단은 그렇지. 베이스가 된 동물과 그 동물의 수인은 엄연히 다른 생물이니까. 베이스가 된 동물인 회색 늑대는 사회성이 좋은 편이지만… 늑대 형태의 수인들은 사회성이 좋지 않으니까.”“그렇게 생각하니 애초에 저런 수로 모여 있다는 것부터가 의문이군.”이 정도는 길드장들도 대충 알아차리고 있던 문제였다.

    하지만 그다음은 아주 당연한 일이지만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문제였다.

    “그런데 먹잇감을 발견한 ‘개인주의적인 몬스터’가 왜 우왕좌왕하며 무리를 따라가고 있는 걸까요?”

    “음…?”

    “이런 극악의 환경에서는 먹이를 구하는 게 절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간만에 만난 먹이를 두고 앞장서서 달려가지는 못할망정 무리를 따라간다는 건… 조금 어색하지 않습니까?”

    “그건 억지 주장….”

    “아니, 듣고 보니 이상하다.”

    길드장 하나가 억지 주장이라며 태운의 추측을 묵살하려 했을 때 가온 길드의 심중현이 그의 말을 끊고 태운의 편을 들어주었다.

    “아무리 A급 던전에 변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그 변수에도 수많은 원인이 있는 법이다. 그 원인들을 미리 알아내고 분석한다면 변수를 미리 알아채고 대비할 수 있게 된다. 그럼 이제 변수는 더 이상 변수가 아니게 되는 거지.”심중현은 그렇게 말하고 태운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심중현은 전대섭을 싫어한다.

    또한 전대섭의 제자인 강일환과 강태운도 싫어한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까지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저들이 이곳으로 달려오는 이유에 포식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싶군요.”“그렇다면… 전투를 피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확실하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태운은 어떻게든 이 전투를 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 그러면 저 수인족

    몬스터에게 찢겨 죽든,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말라죽든,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테니까.

    “일단 이 자리를 떠봅시다. 다들 원터치형 텐트를 사용하고 있으니 금방 자리를 뜰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녀석들이 따라온다면?”

    “일단 전투를 치러야 합니다. 저라고 한 번에 녀석들의 특성을 알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 자리를 뜨는 이유가….”

    “다음을 위해서죠.”

    이번 한 번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면 태운은 도망치는 방안 따위는 떠올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태운은 이런 일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아까 헌터들이 말하는 거 들으셨죠? ‘하긴, 이렇게 휴식할 수 있는 기후도 있어야 생물이 살 수 있지.’라고.”

    “들었네.”

    “전에 만났던 트롤크들은 확실히 규격 외의 몬스터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 괴물 같은 기후에서 체력 소모 없이 버틸 수 있을 만한 특징은 없었습니다.”“그렇긴 했지. 극단적으로 높거나 낮은 기온을 큰 체력 소모 없이 버틸 수 있을 법한 두드러지는 특징도 없는 것 같았지.”“그런 생물이 이런 환경에서 살기 위해서는 어떤 게 있어야 할까요?”그 말을 듣고 있던 심중현은 조금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규칙적인 휴식이겠지.”

    “네, 맞습니다. 제 생각에는 쉴 수 있는 ‘서늘한 밤’과 같은 환경은 규칙적으로 나타날 겁니다.”“그렇겠군…. 우리도 그때 쉬어야 뭐든 될 거다. 하지만 쉬어야 할 때 이렇게 전투를 하게 되면 지쳐서 쓰러지겠지.”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심중현과 태운의 말을 듣고 있던 길드장 한 명이 끼어들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 너희들의 말대로라면 이 던전 공략은 희망이 없는 것 아닌가? 그럼 예전에 강태운 헌터가 말했던 그 계획을 시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태운은 그 말을 듣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계획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신들의 세상에 노출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신들의 세상에 대해 아는 허덕륜이 태운 대신 나서 주었다.

    “지금 우리는 12시간 이상 걸어 들어왔네. 돌아간다는 판단도 쉽게 내려서는 안 되는 지점까지 들어온 게지. 우리가 돌아가도 강태운 헌터는 혼자 더욱 깊숙이 들어가야 하네. 생각해보게. 우리가 돌아갔을 때 강태운 헌터가 변을 당하면 우리는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돼.”사실 맞는 말이었다.

    칠죄신교의 첩자 중 우두머리를 찾아내긴 했지만 아직 그 첩자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이곳에 들어온 것인지, 그 휘하에 얼마나 많은 원로들을 데리고 왔는지 태운은 모르고 있다.

    “강태운 헌터가 하기 싫은 일이라고 말하며 최후의 계획이라고 말은 했지만, 최후의 계획이라고 했던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야.”“…맞는 말이군요. 강태운 헌터, 미안하네. 이런 상황이 되니 나도 모르게 민감해졌나 보군.”마지막 계획을 언급했던 그는 허덕륜의 말에 설득되어 태운에게 사과했다.

    그때, 하오가 뒤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난 최후의 계획이란 것,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도망치라는 것 아닌가. 헌터 한 명에게 모든 인원의 부담을 지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최후의 계획은 정말 최후의 계획으로 남겨뒀으면 좋겠군,”굉장히 터프하고 단순할 것 같았던 하오가 굉장히 이성적인 판단을 하자 다른 길드장들은 조금 의외라는 듯 하오를 바라보았다.

    그때, 헌터들은 모두 텐트를 해체하고 도망칠 준비를 전부 마친 상태였다.

    “이 위치가 안 좋아 녀석들이 달려들고 있는 것일 가능성도 있으니 일단 이 자리에서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 빠른 속도로 달릴 생각이니 낙오되지 않게 스스로도 동료도 잘 챙겨라.”허덕륜은 그렇게 말하고 태운이 말한 방향으로 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오래 쉬진 못했지만 30분 정도의 짧은 휴식 덕분일까?

    헌터들의 움직임이 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 같았다.

    ‘그래도 이 정도의 회복 속도는 말이 안 되는데…?’태운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육감을 활성화했다.

    그리고 육감이 마나나 다른 에너지 또한 감지할 수 있게 에테르로 조치했다.

    ‘뭐야…? 땅에서 회복을 극대화해주는 에너지가 나오고 있는데?’마나가 아니기에 다른 사람들은 감지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회복을 극대화해주는 에너지가 땅 밑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일단 이건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은 저 수인족

    몬스터들에게서 벗어날 생각만 해.’태운은 이 정보를 애써 머리에서 지우고 수인족들의 동태를 살폈다.

    전에 있던 장소를 향해 계속 달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몬스터 무리는 도망치는 헌터들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것은 그들이 일제히 방향을 바꾼 게 아니라 갑자기 멈춰서더니 우왕좌왕하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조금 이상하지만… 장소 때문은 아닌 것 같아.’그때, 가온 길드의 심중현도 수인들을 관찰하고 있었는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저거… 우리 신입들이 부길드장 오더를 들었을 때의 반응과 비슷하군.”“부길드장이라면… 커멘더 김태웅 헌터 말씀하시는 겁니까?”심중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부길드장은 RTS 게임의 플레이어처럼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그 명령을 받는 헌터들은 익숙하지 않으면 능숙하게 명령에 대응할 수 없지. 방금 저 몬스터들의 반응이 우리 길드 신입이 얼타는 움직임과 비슷해서 말이야.”“그렇다는 건… 저 몬스터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존재가 있다는 겁니까?”태운의 말에 심중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하진 않지만… 내 생각은 그래. 단순히 감이라 확신하지는 못하겠어.”“감사합니다. 조금 추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군요.”태운은 심중현의 말을 생각하며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곱씹어 보았다.

    ‘확실히… 어색한 움직임을 자주 보였던 것 같긴하네. 그럼 다른 거에는….’태운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른 기회를 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알리제였다.

    ‘지금인가? 녀석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우리가 선제공격을 해야 승산이 있는데….’칠죄신교 측에는 몬스터에게 공격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과 클리어되지 않은 A급 던전에서 나갈 수 있는 수단이 있다.

    ‘저 몬스터들에게 공격을 받기 시작하면 바로 준비해뒀던 그걸 발동시키고 강태운을 습격한다… 나쁘지 않은 계획인 것 같군. 가능하다면 허덕륜이나 심중현 정도는 데려가면 좋겠어.’알리제는 극소량의 마기를 사용한 텔레파시로 자신의 계획을 데리고 온 원로들에게 전달했다.

    원로들은 알리제의 계획에 찬성했고, 알리제는 완벽한 타이밍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알리제가 그렇게 생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방에도 몬스터들이 나타났습니다!”

    “이런 젠장!”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 빠르게 처리하고 나아간다!”알리제가 생각하던 완벽한 타이밍이 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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