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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32화 (232/379)
  • 232화

    “진심으로 해라. 그래도 네가 질 테니까.”

    “이길 겁니다.”

    “못 이겨.”

    케일이 재능이 있고 강하다고는 하지만 고작 100일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훈련했을 뿐이다, 반면에 알레한드로는 재능 있는 자가 평생 검을 갈고닦은 케이스다.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알레한드로를 이겨야만 그의 밑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상식적으로 알레한드로를 이겼는데 그의 견습 기사로 들어갈 리가 없었으니까.

    지금 알레한드로가 보고자 하는 것은 케일의 기본적인 실력과 자질 그리고 그의 마인드였으니까.

    “이 아이에게 검을 알려주신 분이 당신인가 보군요,”케일을 코치하는 태운에게 말을 건 사람은 알레한드로였다.

    “그렇다만.”

    “기대해도 좋겠네요. 실력이 뛰어난 스승을 두었으니 제자도 훌륭하겠지요.”

    “날 아나?”

    이곳은 테렌 왕국과 헤온 왕국의 전쟁이 있었던 대륙과는 험난한 산맥으로 가로막혀 있는 다른 대륙이다.

    험난한 산맥으로 가로막혀 있기에 레일로프의 이름은 이곳까지 알려져 있지 않다.

    “아뇨. 이 마을을 구해주신 영웅이라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난 이 마을에서 받은 게 있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그렇게 생각해주니 영광이군.”알레한드로는 태운에게 고개를 숙였다.

    “제자분과 대련 후에 한 수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재미있겠군. 그래도 내 제자와의 대련에는 집중해야 할 거야.”

    “물론이죠. 방심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길 바라네. 고작 17살짜리 아이에게 당하기 싫다면 말이야.”케일이 알레한드로를 못 이긴다고는 말했지만 실력 차이가 절망적인 수준은 아니다.

    만약 알레한드로가 방심한 상태에서 실수를 남발한다면 케일의 승률이 30% 정도로 올라가긴 한다.

    물론, 합을 나누다 보면 알레한드로는 케일의 실력이 심상치 않음을 파악할 것이고 그때부터 방심이라는 것은 하지 않을 테지만.

    그때, 케일이 검을 뽑으며 말했다.

    “선공은 양보하겠습니다.”

    “흐음?”

    케일은 지금까지 태운과 수많은 실전 훈련을 해왔다.

    그중 대부분이 태운의 선공이었고, 그 때문에 케일은 카운터만큼은 그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케일의 실수였다.

    스-윽.

    카-앙!

    “크윽…!”

    케일은 순식간에 달려든 알레한드로의 검을 간신히 막아냈다.

    이것도 혜안과 집중력 강화 덕분에 겨우 막아낸 것이었다.

    케일이 자세를 다잡기도 전에 다음 공격이 날아왔다.

    퍼-억!

    알레한드로는 검을 막아낸 케일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기사가 발길질을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케일은 팔과 검을 교차시켜 막아내며 몸을 띄웠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알레한드로의 힘을 이용해 거리를 벌렸다.

    지금 상태로는 전투의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 거리를 벌려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려는 생각이었다.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다.

    “후우….”

    케일은 한숨을 짧게 내쉬며 태세를 정돈했고 이번에는 케일이 알레한드로에게 달려갔다.

    카-앙!

    알레한드로는 힘의 차이를 활용, 검과 함께 케일의 몸을 밀어냈다.

    케일은 알레한드로의 힘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힘을 버텨내는 대신 활용하기로 했다.

    케일은 밀어내는 방향으로 몸을 회전시켜 알레한드로의 안면을 발로 가격했다.

    깔끔한 뒤돌려차기였다.

    케일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맹공을 쏟아부었다.

    자신의 스킬인 사고 가속과 집중력 강화를 모두 활성화한 상태였다.

    케일은 사고 가속으로 느려진 세상에서 알레한드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노리고 공격해갔다.

    “이… 이거 알레한드로 기사님이 지는 거 아니야…?”

    “에이… 설마….”

    알레한드로의 휘하 병사들이 쑥덕거렸다.

    확실히 지금 형국만 보면 알레한드로가 지고 있는 것 같긴 했다.

    케일이 맹공을 퍼붓고 있었고 알레한드로는 그 공격들을 막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태운의 눈에는 확실히 보였다.

    일견 알레한드로가 밀리는 것 같았지만 태운의 눈에는 아니었다.

    알레한드로의 모습은 마치 미끼를 문 물고기와 일부러 힘을 겨루며 손맛을 보는 낚시꾼 같았다.

    “재미있네요.”

    그리고 이젠 손맛을 봤으니 물 밖으로 꺼낼 차례였다.

    카-앙!

    알레한드로는 검에 마력을 실은 후 강하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케일은 예상치 못한 강한 충격에 당황해 몸의 균형을 잃었다.

    알레한드로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케일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푸-욱!

    넘어뜨린 케일의 머리 옆 땅에 검을 박아넣었다.

    케일의 패배였다.

    “…졌습니다.”

    케일은 실력의 차이를 통감하고 패배를 인정했다.

    “잘하시는군요. 아까의 자신감이 이해가 됩니다.”알레한드로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케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케일은 그 손을 붙잡고 일어났다.

    ‘그럴 줄 알았다.’

    케일과 알레한드로의 차이는 명확했다.

    신체 능력도 크게 떨어졌고 실력 자체도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보다 분명하게 부족한 부분은 따로 있었다.

    그건 경험의 차이였다.

    최소 10년은 검을 잡았을 알레한드로와 고작 3~4개월 동안 훈련만 받은 케일의 경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좋은 경험이 되었겠네.’

    전투를 함에 있어 미끼를 던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 미끼를 제대로 사용해 적을 함정에 빠뜨리는 데 성공한다면 자신보다 강한 적을 이길 수 있다.

    “…….”

    케일은 굉장히 분한 모양이었다.

    이길 수 없다는 것은 태운에게 들어서 대충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너무나도 아쉬웠다.

    오늘 대련은 케일의 기준에선 불합격이었다.

    하지만 알레한드로에게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존대하지 않겠네. 괜찮겠지?”

    “네?”

    “나는 나의 견습 기사를 존대하지 않아서 말이지.”

    “그럼….”

    “자네를 나의 견습 기사로 받아주지.”

    “감사합니다!”

    케일은 알레한드로에게 고개를 숙이고 감사를 표했다.

    알레한드로는 케일을 떼어놓고 태운에게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제자분을 제가 데리고 가게 되었으니….”“그러게 말이야. 요즘 저 녀석 가르치는 맛에 살았는데 말이지.”“그럼 제가 그 재미를 약간이나마 채워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말이지?”

    “저와 대련을 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알레한드로는 태운에게 예를 갖추며 물어보았다.

    간만에 몸 좀 풀어볼 생각이었으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저 무리에 껴서 같이 움직이려면 알레한드로에게 강한 인상을 주어서 나쁠 것은 없었으니까.

    “선공은 양보하겠네.”

    “알겠습니다.”

    알레한드로는 검을 뽑아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케일과의 대련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태운에게는 그리 빠른 속도로 느껴지지 않았다.

    키이이익!

    태운이 비스듬히 검을 세워 막아내자 알레한드로의 검은 태운의 몸을 빗겨나갔다.

    ‘하이 부스트.’

    태운은 그 상태로 알레한드로의 몸에 검을 수십 번 내질렀다.

    “크윽…!”

    알레한드로는 0.2초도 되지 않은 순간에 자신의 몸에 십수 개의 구멍이 나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 느낄 뿐이었다.

    “어…?”

    “감이 좋군.”

    태운은 알레한드로의 검을 빗겨낸 직후 검을 놓았다.

    그다음에 맨손으로 알레한드로를 십수 번 찌른 것이다.

    하지만 알레한드로는 태운의 기세 탓에 자신의 몸에 구멍이 난 듯한 감각을 느낀 것이다.

    “…대단하십니다. 역시 저 어린아이를 저렇게 키우신 분답군요.”“그건 저 아이가 대단한 거다. 고작 3개월 만에 베이스도 없던 녀석이 저렇게 성장했으니까.”알레한드로는 케일이 3개월 동안 훈련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 케일을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가볍게 웃었다.

    “제가 터무니없는 괴물을 견습 기사로 받았군요.”“내 장담하지만 저 녀석은 1년만 있으면 지금의 널 뛰어넘을 거다.”“그동안 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테지만요.”“스승이 없는 성장은 외롭고 괴로우며 더딘 법이지.”알레한드로는 그 말의 뜻을 대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제 스승이 되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태운은 알레한드로가 눈치가 좋아서 편하다고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따라다니며 조언을 해주는 정도는 해줄 수 있네.”

    “부탁드리겠습니다.”

    태운은 덕분에 케일을 따라다닐 이유를 확보할 수 있었다.

    * * *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언제든 돌아오시면 저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대접을 해드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 그동안 덕분에 편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태운이 기사 알레한드로와 함께 떠날 때가 되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배웅을 나왔다.

    그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케일은… 얼씨구.’

    케일은 마을 여자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다.

    “참… 인기도 많았었군요, 생긴 거 보고 대충 알아차리긴 했지만….”“그러게 말입니다. 어쩌다 저렇게 됐는지….”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알레한드로와 태운은 한숨을 내쉬었다.

    “케일! 가자!”

    “네! 가겠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어. 이제 가볼게.”케일은 그렇게 말하고 태운과 알레한드로에게 다가갔다.

    태운은 케일의 머리를 한 대 때리고 마을 밖으로 걸어 나갔다.

    마을을 단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케일은 굉장히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깨달을 것이다.

    밖에서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레한드로는 말을 타고 갔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걸어갔다.

    그런데 말을 타고 가는 알레한드로는 뭔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왜 저러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알레한드로가 멈춰 섰다.

    그러고는 말에서 내려 태운에게 다가왔다.

    “레일로프 님, 말을 타고 가시지요.”

    “하… 불편해하는 것 같더라니… 그것 때문이었어?”지금 태운은 사실상 알레한드로의 스승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종자나 병사들이 걸어가는 것은 크게 불편하지 않았지만 자신보다 분명히 위인 스승이 걸어가는 것이 굉장히 불편했던 모양이다.

    “하여간… 난 괜찮으니 말에 타라.”

    “그렇지만… 솔직히 제가 불편합니다.”

    “나도 불편하다. 그러니 어서 타거라.”

    “…….”

    “참나…. 알겠다. 나도 말을 탈 테니 네 말은 네가 타라.”“네…? 하지만 여긴 말이 한 마리 밖에….”

    알레한드로가 의아해하는 사이 태운은 마법을 사용했다.

    “적토마.”

    그러자 땅에서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말이 생겨났다.

    “으아악!”

    “귀, 귀신이다!”

    병사들은 그 모습에 굉장히 놀랐지만 태운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이건 도대체 무슨….”

    “마법이다.”

    “마법으로 이런 것도 가능하다니….”

    태운은 과거 스스로 판단해 움직일 수 있는 의지를 가진 분신을 만들 때 시험용으로 동물을 만들어본 적이 있었다.

    지능을 가지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은 아니었지만 태운이 명령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말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성공했다.

    이름은 멋있게 적토마라고 지었지만 엄청난 명마는 아니었다.

    물론, 태운이 마나를 주입하면 하늘을 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 지지만 평소에는 보통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태운은 가볍게 말에 올라탔다.

    “출발하지. 도적들을 하루라도 빨리 잡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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