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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30화 (230/379)
  • 230화

    케일이 태운에게 훈련을 받기 시작한 지 벌써 60일이 지났다.

    케일은 그동안 훈련을 착실히 받으며 육체적인 성장은 물론 검술에서도 큰 성취를 이뤄냈고, 기초적인 것뿐이긴 하지만 마법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화-륵.

    케일은 기초적인 발화 마법과 약간의 눈속임으로 불꽃을 일으켜 장미를 만들어냈다.

    “헐…. 어떻게 한 거야?”

    그 모습은 마법은커녕 마술도 본 적이 없는 시골 여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케일은 능글맞은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그녀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중에는 간밤에 레일로프를 찾아왔던 그 아이도 있었다.

    “참… 케일! 빨리 와라!”

    “네! 알겠습니다. 이건 너 가져. 화병에 담아서 잘 키워줬으면 좋겠네.”

    “저놈이 끝까지….”

    강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능글맞아진 제자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착잡했다.

    하지만 케일이 검술을 대하는 자세가 나빠진 것은 아니었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하여간 빠져가지고….”

    “하하, 스승님도 여색을 밝히신다고 들었습니다만….”레일로프도 용병으로 10여 년간 살면서 여색을 밝히는 성격이 되었다고 했었다.

    태운이 이 몸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둘이 죽이 아주 잘 맞았을지도 몰랐다.

    “크흠… 그건 용병일 때의 이야기다. 지금은 스승의 입장이니….”

    “예~ 알겠습니다.”

    태운은 오늘 케일을 기어서 집에 갈 지경까지 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달려라.”

    “넵!”

    태운은 케일에게 간단한 신체 부하 마법을 걸어주었다.

    원래는 상대방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디버프에 불과했지만 훈련에 사용하면 말이 달라졌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근육에 자극을 줄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훈련 도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그 효과는 확실했다.

    마라토너 수준의 체력을 가진 케일이 수십 분만에 헉헉대기 시작했으니까.

    ‘덕분에 케일의 스탯도 60일 만에 상당히 많이 늘었지.’태운은 저 앞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케일에게 신호를 보내주었다.

    “슬슬 시작하지.”

    “예? 오늘은 좀 빠른….”

    “매직 레이저.”

    태운은 케일의 말을 무시하고 매직 레이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케일은 태운의 매직 레이저를 보고 반응해 공격을 피하기 시작했다.

    태운이 매직 미사일의 수식을 건드려 만든 매직 레이저는 위력은 낮았지만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원거리 무기인 쇠뇌에서 나오는 화살의 두 배 속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일은 굉장히 능숙하게 태운의 공격을 피해냈다.

    ‘이 정도면 전쟁에 나가서 눈먼 화살에 죽을 일은 없겠네.’사실 일반 병사는 더 이상 케일의 상대가 아니다.

    걱정되는 것은 강적을 만났을 때다.

    전장에는 분명 실력자가 있을 것이다.

    케일이 그런 적을 만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케일도 확실히 성장하기는 했어.’

    태운은 자신의 공격을 피해내는 케일을 보면서 그의 상태창을 불러왔다.

    케일

    LV: 28

    마나 총량: 184,940

    체력(36) 근력(32) 민첩(41) 유연성(21) 지력(24)

    특성

    혜안(LV.1)

    스킬

    사고 가속(LV.1)

    집중력 강화(LV.1)

    중급 검술(LV.2)

    기초 마법(LV.3)

    태운과 비교하면 한참이나 낮은 수치긴 하다.

    하지만 그의 어린 나이와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기간이 2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상당한 수치인 것이다.

    그의 성장 속도에 태운도 놀랄 정도였으니까.

    처음에는 근육을 파괴하고 회복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에테르가 없어 팩인 디바인 포스의 완성도가 떨어져 후유증이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굳이 그런 위험성까지 감수하면서 그 방법을 사용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애초에 신체 능력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서 필요도 없었지.’태운도 처음에는 케일이 스테로이드라도 한 줄 알았다.

    그 정도로 케일의 성장이 빨랐다.

    근육이 붙는 속도가 일반인의 서너 배에 가까울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규격 외 강자는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니까.’예를 들어 각국을 대표하는 기사라든지 십수 년간 전장에서 구른 경험 많은 만인장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십 년 넘게 전장에서 살아남아 공적을 세울 정도면 각성자일 확률이 높으니 케일이 상대하기 어려울지도 몰라.’태운은 그런 고민을 하면서 매직 레이저의 시전을 중단했다.

    “끝인가요? 오늘은 평소의 절반도 안 한 것 같은데….”“회피는 그 정도면 됐다. 그 정도면 어디서 갑자기 화살이 날아와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케일은 혜안의 효과로 남들보다 위험을 조금 더 잘 감지한다.

    태운은 그것의 장점에 착안해 발전시켜 지금의 그를 만들어냈다.

    “그렇군요. 그럼 남은 시간은 뭘….”

    “검을 뽑아라. 오늘은 나와 대련을 한다.”

    “목검 말씀이십니까? 목검은 창고에 있는데 빨리 가져오겠습니다.”“아니, 네 허리춤에 차고 있는 그놈 말이다. 그 검을 뽑거라.”

    “예…?”

    케일의 허리춤에 있는 검은 과거 도적들이 쳐들어왔을 때 세 명의 도적을 베었던 그 검이다.

    첫 살생을 했던 검인지라 지금까지 씻거나 잘 때를 제외하고는 몸에서 떼어놓은 적이 없었다.

    여기서 케일의 머릿속에 남은 정보는 단 한 가지였다.

    지금 대련은 진검으로 진행된다는 것.

    “지, 진심이십니까?”

    “왜. 거짓말 같나?”

    태운은 천천히 검을 뽑았다.

    “상대가 검을 뽑는다면 너도 검을 뽑아라. 상대방에게 무릎을 꿇고 빌 게 아니라면 말이지.”

    “…….”

    케일은 긴장한 상태로 천천히 검을 뽑았다.

    그러자 무딘 검의 상태가 눈에 보였다.

    “내일은 검을 가는 법부터 알려주마. 검을 항상 잘 갈아두어야 한다. 검이 무디면 주인도 무뎌지기 마련이니까.”

    “알겠습니다.”

    케일은 그동안 통나무로 훈련용 허수아비를 대신했다.

    그 탓에 그가 아끼는 검이 상할까 봐 태운이 따로 준비한 검을 대신 사용했다.

    즉, 태운의 눈앞에서 훈련을 받을 때는 저 검을 꺼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검날이 상했다는 건… 열심히 했다는 말이지.’케일은 태운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굉장히 열심히 훈련했다.

    태운이 쉬라고 정해준 날에도 공터에 나와 검을 휘두르다가 태운에게 혼난 적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태운은 혼을 내면서도 내심 뿌듯했다.

    이렇게 적극적인 제자는 레일로프, 잭, 라온 이후로 처음이었으니까.

    앞에서는 힘들다며 툴툴거리긴 해도 뒤에서는 더욱 큰 노력을 쏟고 있는 제자라.

    상상만 해도 얼마나 대견스러운가.

    태운은 뽑은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고 케일에게 건네주었다.

    “오늘은 그걸 써라. 그 검은 대장장이 클린트 씨에게 맡겨야겠어.”

    “…이 검을…. 정말 괜찮습니까?”

    케일도 레일로프를 2달 동안 보면서 알아낸 것이 몇 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검을 자신의 몸만큼이나 아낀다는 것이었다.

    레일로프와의 동기화율이 높아지며 레일로프가 아끼던 검을 태운 또한 자연스럽게 아끼게 된 것이다.

    하지만 태운이 검을 아끼는 데는 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레일로프가 쓰고 있는 검은 바로 레일로프의 상관이자 스승인 가도가 생전에 쓰던 검이었으니까.

    태운도 그 검을 단번에 알아차렸고 그 검의 정체를 알아차리자마자 레일로프와의 동기화율이 확 오르며 검에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

    “그럼 스승님은 무슨 검을….”

    “검이 없어도 되긴 하지만… 이 세상의 기사들은 보통 검을 사용하니 나도 검이 하나 있어야겠구나.”태운은 배리어 소드를 만들어냈다.

    지금 케일에게 건네준 검과 완전히 똑같은 규격의 검이었다.

    “와… 그건 무슨 검입니까?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검인데….”케일은 태운의 손에 들린 반투명한 검에 감탄하며 흥미를 보였다.

    태운은 그런 케일에게 대답을 해주었다.

    “마법으로 만들어낸 검이다. 배리어라는 방어 마법을 날카롭게 정형해서 만드는 거지만… 배리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네가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마법이지.”

    “하… 아쉽네요.”

    “그래도 때가 되면 스스로 깨우칠 거다. 넌 그 정도 재능은 되는 놈이니까.”케일은 태운과의 대화로 약간이지만 긴장을 푼 듯했다.

    태운이 배리어 소드를 들어 올리자 케일은 레일로프의 검을 뽑아 들고 마주 섰다.

    “전력으로 들어오거라.”

    “네!”

    후-웅!

    케일은 상단 베기를 하며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자세도 정돈되어 있는 좋은 공격이었다.

    하지만 너무 생각 없는 공격이기도 했다.

    퍼억!

    태운은 케일의 공격을 간단하게 피하고 검의 손잡이로 케일의 등을 가격했다.

    “너는 방금 나에게 한번 죽었다.”

    “크윽….”

    “상대방이 선공을 내줄 때 첫 공격은 동작이 크면 안 된다. 적이 반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공격의 목적이 너무 한정적이야. 좀 더 창의력을 발휘해봐.”

    “…….”

    케일은 태운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그러고는 앞으로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공격을 준비했다.

    “…후….”

    케일은 방금과 달리 태운의 동태를 살피며 공격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전과 달리 큰 동작을 요하는 베기 대신 찌르기였다.

    하지만 태운의 말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동작이 소심해졌고 그에 비례해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

    카-앙!

    슥.

    태운은 찌르며 들어오는 검을 쳐내고 케일의 목에 검을 가져갔다.

    “내 말을 잘 듣는 건 좋지만 네 장점을 버리면 어쩌자는 거냐. 네 장점은 좋은 눈, 동체 시력, 그것들을 활용할 수 있는 빠른 움직임이다. 그걸 버리면 넌 일개 병사랑 다를 게 없어.”

    “…알겠습니다. 다시 해보겠습니다.”

    케일은 그 후로 수십 번이나 태운에게 얻어맞았다.

    태운은 케일이 힘들어할 때마다 회복 마법을 써주었다.

    케일이 부상을 안고 태운과 대련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후우… 후욱….”

    케일은 숨을 몰아쉬며 태운을 응시했다.

    지금까지 수십 번이나 얻어맞으며 케일은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케일은 그것을 바로 태운에게 이야기해주었다.

    “혹시 스승님이 먼저 공격해주실 수 있으신가요?”그 말을 들은 태운은 웃음을 지었다.

    “그게 정답이다.”

    “네?”

    케일은 혜안과 사고 가속, 집중력 강화라는 특성과 스킬을 가지고 있다.

    이 특성과 스킬은 전부 하나같이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유리한 것들이다.

    물론, 후공보단 선제공격이 좋은 건 분명하지만 후공이 그 능력을 활용하는 데 있어 더 나은 경험을 줄 것이다.

    그것을 알려주자 케일은 태운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어떻게 그것까지 생각했냐는 듯한 눈빛이었다.

    태운은 그 눈빛이 부담스러워 바로 화제를 돌렸다.

    “그런 네 말대로 내가 먼저 들어가 주마.”

    “네!”

    케일은 검을 들어 올리며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하지만 태운의 앞에선 아무 소용 없었다.

    퍽! 퍽! 퍽! 퍽! 퍽!

    오른쪽 무릎 관절, 옆구리, 왼쪽 관자놀이, 왼팔 팔꿈치, 검을 들고 있는 손목.

    태운은 검면으로 케일의 이 신체 부위를 가격했고 이 공격이 끝나는 데에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지칠 대로 지쳐 있던 케일은 태운에게 관자놀이를 얻어맞고는 그대로 기절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다. 남은 시간은 좀 쉬어라.”태운은 케일을 케일의 집에 눕혀주고 나와 묵고 있는 여관으로 향했다.

    * * *

    케일이 태운에게 검을 배우기 시작한 지 벌써 112일이 지났다.

    기사가 정말로 찾아오기나 하는 건지 의심스러워질 무렵.

    “왕궁의 기사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모두 광장에 모이세요!”오지 않았으면 했던, 그날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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