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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26화 (226/379)
  • 226화

    “히이이익!”

    “어… 어떻게…!”

    태운이 출구의 돌무더기를 치운 순간 짧은 기억이 태운의 머리로 흘러들어왔다.

    태운의 정신이 들어가 있는 몸의 이름은 카일이었다.

    지금 앞에서 벌벌 떨며 넘어져 있는 통통한 체격의 남자는 레이든, 카일이 살고 있는 중립 영지 헤이븐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는 4명의 귀족

    중 한 명의 첫째 도련님이다.

    레이든의 아버지는 현재 헤이븐을 관리하고 있는 귀족

    중 가장 영향력이 커 곧 헤이븐의 영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레이든은 아버지의 명에 따라 헤이븐의 빈민가를 돌며 음식을 나눠주고 사람들을 위로하는 등 빈민 구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 덕에 레이든은 헤이븐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헤이븐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레이든이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쓴 돼지 새끼라는 것을.

    “너… 너 이 새끼… 내가 누군 줄 알아!”

    “내가 모르겠냐. 곧 헤이븐 영지의 주인이 될 사람의 아들이잖아.”“그, 그래! 내가 죽으면 우리 아버지가 헤이븐 영지에 무슨 짓을 할 것 같아!”레이든은 아직 미숙하고 멍청했다.

    지금 상황에 그런 협박이 통할 리가 없지 않은가.

    “네 아버지가 널 위해 움직이기야 하겠어? 둘째보다도 못한 멍청한 첫째. 그런 멍청이에게 가문을 물려주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겠지.”

    “이 새끼가! 야! 다들 칼 뽑아!”

    채채챙!

    갑자기 돌무더기가 폭발하듯이 사라져 놀라긴 했지만 레이든은 카일이 화약이나 폭발물을 가져와 사용한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헤이븐 주민 중에 마법을 배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했으니까.

    “저 녀석이 마법의 재능이 있다고 해도 배우지 못한 버러지는 조금 힘이 셀 뿐이야!”“이쪽 세상에서는 각성을 마법의 재능이라고 표현하나 보네.”

    “뭘 중얼거려! 빨리 죽여!”

    그러자 레이든을 제외한 5명의 귀족들이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교육을 받은 건가? 나름 자세는 잡혀 있네.’백작의 아들인 레이든이 부하 부리듯 하는 걸 보면 남작이나 자작처럼 낮은 귀족의 자제들인 것 같았지만 기본적인 교육은 받은 듯했다.

    ‘그래 봐야 애송이들이지만.’

    태운이 사선을 넘으며 목숨을 걸고 싸워온 것만 벌써 수십 번이 넘는다.

    마정석 안에서의 싸움까지 합치면 웬만한 백전노장만큼이나 노련한 이가 태운이었다.

    ‘작은 아카데미 안에서 고만고만한 것들끼리 격식 차리며 정치나 해대는 것들이 뭘 알겠어?’태운은 왼팔에 걸어놓았던 방패를 풀었다.

    그러고는 방패를 냅다 던져 버렸다.

    퍼억!

    “크악!”

    방패는 가장 먼저 달려오던 녀석의 인중에 정확히 날아가 적중했다.

    그러고는 빠르게 달려가 다리로 녀석을 걷어차 넘어뜨리고 일어나지 못하게 넘어진 그의 가슴을 다리로 짓눌렀다.

    그러고는 조금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고 차가운 눈으로 녀석의 목을 검으로 찔렀다.

    “끄륵… 꺼어….”

    녀석은 소리도 못 내고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주먹으로 태운의 다리만 힘없이 치다가 숨통이 끊어졌다.

    그 모습을 본 귀한 집안의 자제들은 큰 충격을 받은 듯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주, 죽은 거야…?”

    “아, 죽은 건지 모르겠어? 그럼 확실하게 해줘야지.”태운은 죽어 있는 녀석의 목을 완전히 잘라 버렸다.

    그리고 겁을 먹고 굳어 있는 녀석들의 한가운데에 녀석의 머리를 던져두었다.

    “이제 알겠지? 걔 죽었어.”

    “으, 으아아악!”

    그러자 그들 중 하나가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죽일 땐 자신이 죽을 각오도 해야 하는 거 몰라? 흔한 말인데 이걸 모르고 있으면 안 되지.”

    “으, 으아아!!! 살려줘!”

    “어휴….”

    태운은 도망가는 녀석에게 아이스 윔블을 사용했다.

    아이스 윔블은 도망가는 녀석의 다리에 적중했고 다리를 얼려 버렸다.

    “소, 속성 마법…!”

    “평민 따위가 어떻게 속성 마법을….”

    “여기선 속성 마법이 대단한 건가? 마나 로프.”태운은 의아해하며 마나 로프를 사용해 저 멀리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녀석을 끌어왔다.

    “으아…으아악….”

    “잘 얼었네.”

    빠각!

    그러고는 얼어 버린 다리를 밟아 그대로 박살 냈다.

    “끄아아악!!!”

    순식간에 불구가 된 그는 비명을 지르며 없어진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았다.

    “으아악! 젠장! 젠자앙!”

    “시끄러워.”

    촤악!

    태운은 그의 가슴을 베어 버렸다.

    깊게 베였는지 그는 꺼억거리다가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조금만 기다려. 곧 갈게.”

    태운은 쓰러져서 벌벌 떨고 있는 레이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레이든은 눈을 뒤집으며 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뭐… 뭐야?”

    * * *

    취익….

    “뭐 저런 놈이 다 있다냐.”

    태운은 불만을 토로하며 캡슐에서 나왔다.

    “무슨 일이냐. 보상이 너무 짜더냐.”

    “뭐, 보상이 짜긴 했는데 그것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에요.”보상은 스탯이 조금 늘어난 것뿐이지만 오히려 난이도에 비해 보상이 좋은 편에 속했다.

    태운의 스탯은 모두 100이 넘었고 하나의 스탯을 올리는 데에도 엄청난 노력이 들었으니까.

    ‘마정석의 주인인 카일이 원래 안 주려고 했던 임무를 하나 더 받았으니 그런 거겠지. 생각만 하고 있었지 진짜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지금 태운이 불만을 품은 이유는 보상 때문도 아니었고 마정석의 주인인 카일 때문도 아니었다.

    바로 카일을 죽이려고 했던 레이든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동굴에 가두고 용암이 있는 벽을 폭발시켜 잔인하게 죽이려고 했던 녀석이 자신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기절하다니.

    게다가 이 장소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면서 호위 기사에게 자신이 몇 시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찾아오라고 한 모양이었다.

    조금 시간을 끌며 괴롭히고 있었는데 10분 정도가 지나자 그의 호위 기사가 허겁지겁 달려왔으니까.

    “아, 그놈 이야기였구나. 하여간 세상에는 참 별의별 사람이 다 있어.”

    “그러게 말입니다.”

    자하르는 태운이 없는 동안 기억 재생 장치를 개량하는 데 성공했다.

    과거에는 태운의 기억을 굉장히 빠르게 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시간 배율 기능을 개선해 태운의 기억을 더 느리게 보거나 다시 되돌려서 볼 수도 있다고 한다.

    “다음 건 언제 시작할 거냐.”

    “지금 바로 시작해도 괜찮을 거 같아요.”

    “그럴 줄 알았다.”

    자하르는 태운에게 마정석을 던져주었고 태운은 그것을 낚아챘다.

    “준비되면 바로 시작해라.”

    “알겠습니다.”

    태운은 기지개를 한번 켠 다음 캡슐에 들어가 다시 마정석 흡수를 사용했다.

    * * *

    “새로운 특성이나 스킬을 많이 얻지는 못했지만 스탯을 나름 많이 얻었네요.”태운은 8개의 하급 마정석을 추가로 흡수하고 자신의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강태운

    LV:104

    마나 총량:150,000

    에테르 총량:2,000

    체력(122+10) 근력(122+10) 민첩(120) 유연성(67) 지력(168) 초감각(12) 마나친화력(52) 용기(40) 재생력(57)

    특성

    상위 특성-명장(3개)

    상위 특성-용사(편린-비활성화)

    변이된 마력(LV.M)

    정직한 사냥꾼(LV.M)

    트롤의 신체(LV.M)

    냉철(LV.4)

    수호신(LV.3)

    파괴자(LV.3)

    회피의 귀재(LV.2)

    스킬

    마정석 흡수(LV.8)[S]

    마정석 저장(LV.8)[S]

    상급 마법(LV.M)

    웨폰 마스터리(LV.7)[S]

    마법 파괴(LV.6)[S]

    명중(LV.8)[S]

    사고 가속(LV.8)[S]

    적의(LV.8)[S]

    고정(LV.M)[S]

    오버 서플라이(LV.6)[S]

    육감(LV.M)[S]

    도적의 기술(LV.6)[S]

    열화(LV.2)[S]

    달빛 추락(LV.2)[S]

    더블링(LV.2)[S]

    직감(LV.4)

    괴력(LV.1)

    정신 방벽(LV.M)

    마력 폭풍(LV.1)

    태운의 스탯이 전체적으로 2~4씩 늘어났다.

    8개의 마정석을 흡수한 것치고는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태운의 스탯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모든 스탯은 100이 넘으면 성장이 멈춘다고 할 정도로 잘 오르지 않는다.

    그 때문인지 스탯 하나하나가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졌다.

    ‘뭐, 스탯 하나가 오를 때의 성장 폭이 스탯이 낮을 때보다 훨씬 커지기도 했으니까.’그리고 태운은 가장 아래에 있는 스킬을 바라보았다.

    “마력 폭풍….”

    하급 마정석을 흡수하다가 이런 좋은 성능의 스킬을 얻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자하르 박사님. 잠시만요.”

    태운은 유리 너머에 있는 자하르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자하르가 태운이 있는 방으로 넘어왔다.

    “무슨 일이냐.”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에 얻은 스킬 좀 한번 사용해보고 싶은데 골렘 만들었을 때 쓴 그 방 좀 열어주실 수 있나요?”“알겠다. 그럼 연구원들한테는 조금 쉬어두라고 해야겠군.”

    “오? 웬일이세요?”

    자하르는 그를 아는 사람들에게서 세종대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부하 직원들을 쉴 새 없이 굴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런 그가 조금이지만 쉬는 시간을 주다니?

    “아, 뭐… 이제 나도 나이가 나이이니 체력에 부치는 게 느껴지더구나. 그래서 그냥 연구원들을 많이 뽑고 연구 강도를 좀 낮췄다. 그래도 연구 성과가 나오는 속도가 느리진 않더군. 다들 조금 게을러지긴 했지만 말이야.”

    “오홍….”

    태운은 그렇게 말하곤 자하르가 열어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중앙에 자리 잡은 태운은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한 뒤 마력 폭풍을 사용했다,

    “마력 폭풍.”

    마력 폭풍은 지속적으로 적은 양의 마나를 소모하며 주변에 폭풍을 일으키는 스킬이다.

    지금은 위력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굵지 않은 나무 정도는 부러뜨릴 수 있는 힘의 마력 폭풍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때, 태운은 주머니에서 안 쓰는 공책 하나를 꺼내 허공에 던졌다.

    그러자 그 물건은 갈가리 찢어서 허공에 흩날렸다.

    “그렇게 뛰어난 위력은 아니지만 내 집중력이나 정신력을 써먹지 않고 내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긴 거니 나쁘진 않네.”이 정도 위력이면 E급 이하의 헌터들은 태운에게 접근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레벨이 오르면서 점점 강해질 테니… 굉장히 좋은 스킬을 얻었어.’태운은 갑자기 무언가를 시험해보고 싶어 졌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하기에는 굉장히 위험했기에 나중에 아무 던전이나 들어가 시험해보기로 했다.

    “마력 폭풍 해제.”

    태운은 마력 폭풍을 해제하고 자하르에게 문을 열어달라 말했다.

    “꽤 괜찮은 스킬을 얻은 것 같구나.”

    “예, 마음에 듭니다.”

    “다음 마정석으로 얻을 스킬이 궁금해지는구나.”

    “저도요.”

    태운은 자하르에게 마정석을 건네받고는 캡슐 안에 들어갔다.

    그리고 자하르는 캡슐의 문이 닫히기 전에 태운에게 말했다.

    “참, 마지막 남은 3개의 마정석은 우중충한 늪에서 나온 물건들이란다.”

    “우중충한 늪이요?”

    그 말을 끝으로 캡슐의 문이 닫혔다.

    “우중충한 늪….”

    지금까지 우중충한 늪에서 나온 마정석들은 모두 가도의 마정석과 관련이 있었다.

    ‘그럼 이것도….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야.’태운은 가도에게 약속했었다.

    라온, 레일로프, 잭의 원한까지 모두 풀어주겠다고.

    ‘마정석 흡수.’

    태운이 마정석 흡수를 사용하자 눈이 감겼다.

    그 후, 눈을 다시 뜬 곳은 낯선 여관방의 침대 위였다.

    옆에는 가벼운 가슴 갑옷과 120cm 정도의 장검이 걸려있었다.

    가지고 다니는 물건과 주머니에 돈이 두둑한 것을 보니 잘 나가는 용병인 듯했다.

    자신의 처지를 알아차리자 태운의 머릿속에 이 몸에 대한 정보가 흘러들어 왔다.

    그리고 태운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드디어 만났네. 레일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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