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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17화 (217/379)
  • 217화

    태운은 전대섭과의 대화를 마치고 길드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에 돌아오자 길드원들이 정리해놓은 서류가 눈에 들어왔다.

    하루 만에 직원을 3명 구해 이틀에 걸쳐 정리해놓은 것이었다.

    태운은 정리된 서류를 넘겨보며 감탄했다.

    “오… 정규 채용은 아니었는데도 깔끔하게 정리해놨네. 그대로 채용해도 되겠는데?”태운은 그들이 임시로 고용한 직원들이라 대충 일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능숙하고 깔끔하게 정리가 된 서류를 보니 그들을 그대로 채용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이 사람은… 빼자. 이 사람은 일단 보류하고….”태운의 손에 들려 있는 서류는 정확히 150장이다.

    태운은 이 중 단 30명만 뽑을 생각이었다.

    ‘지금은 돈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

    사실 지금 자본력으로만 따지면 약 100명 규모의 대형 길드를 만들어도 될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명운 길드는 길드의 덩치를 키우기보다 내실을 다지고 헌터들의 복지에 힘쓰고 있다.

    그것까지 생각하면 오히려 돈이 부족했다.

    “돈은 앞으로 많이 벌어야지.”

    태운은 서류를 읽으며 유망한 잠재력을 가진 헌터들을 골라냈다.

    개중에는 고작 D급에 불과하지만 태운이 잠재력만 일깨워준다면 B급까지도 올라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헌터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가성비도 좋지.’

    태운은 이 D급 헌터에게 많은 계약금을 주고 장기 계약을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 헌터는 당연히 계약을 할 터.

    그런데 태운의 손을 거치면 B급 헌터의 실력을 가지게 될 테니 굉장히 효율이 좋은 유형의 헌터다.

    ‘뭐… 양심에 찔리긴 하지만 길드 내 모든 헌터들에게 성장에 따라 인센티브도 든든하게 챙겨 줄 생각이니까.’남들이 보면 태운이 계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길드도 어떻게 보면 사업이다.

    게다가 그 D급 헌터는 태운이 없으면 성장하기 굉장히 힘들 것이다.

    ‘아직 본인도 능력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으니까.’서류상으로는 이상한 점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태운의 눈에는 그의 재능이 확실히 보였다.

    김일훈

    LV: 31

    마나 총량: 130,994

    체력(25) 근력(30) 민첩(35+20) 유연성(11) 지력(22)

    특성

    신속한 움직임(LV.M)

    스킬

    상급 검술(LV.5)

    중급 방패술(LV.1)

    빠른 손(LV.2) [S]

    이력서에 적혀있는 상태창이었다.

    D급 헌터라고 하기에도 허접한 스테이터스였다.

    아직 아카데미에서 단련하고 있는 학생과 크게 차이가 없는 스테이터스였으니까.

    ‘그나마 특성 덕분에 민첩만큼은 빠른 편이네.’사실 이게 아니었으면 태운의 손에 넘어오기도 전에 커트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하위 헌터 시장에서 나름 유명세를 날리는 사람이었다.

    돈만 좀 더 주면 위험한 던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들어가 조용히 공략대에 일원으로 일하는가 하면, 순간 위험한 순간에 놀라울 만큼의 활약을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불안정한 기량 탓에 어느 길드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용병으로만 활동하고 있었다.

    “애초에 하위 헌터 소문에 관심 없는 스카우터들은 스탯만 보고 컷했겠지.”태운은 직원들에게 특별한 매뉴얼을 전달해주었기 때문에 이런 유망 헌터들을 걸러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 정도면 B급까지는 쉽게 가겠는데?”장담할 수는 없지만 A급 헌터 커트라인에 가까이 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태운이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그의 상태창에서 볼 수 있었다.

    “빠른 손… 거기에 신속한 움직임과 아카데미에서 훈련받은 적 없는 D급 헌터치고는 굉장히 높은 검술 숙련도.”이것이 바로 태운이 생각하는 그의 가능성이었다.

    “내일 당장 만나봐야겠네.”

    태운은 김일훈 헌터의 길드 합격을 마음속으로 정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마지막 시험은 아직 남아 있었다.

    * * *

    태운은 김일훈 헌터와 약속을 잡아 카페를 향하고 있었다.

    태운은 어제 김일훈 헌터의 서류를 보고 바로 전화를 걸었고 약속을 잡았다.

    김일훈 헌터는 태운의 전화를 받고 굉장히 놀란 것 같았다.

    ‘당연히 떨어질 거라는 생각으로 넣어봤던 것일 테니까.’태운은 약속 장소에 도착해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약속 시간보다 20분이나 더 빨리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일훈 헌터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김일훈 헌터님.”

    “아, 안녕하세요.”

    이번에도 태운은 모자와 마스크를 깊게 눌러쓴 상태로 카페에 도착했다.

    이런 자리에서 예의는 아니었지만 태운이 이런 도심 한복판의 카페에 나타났다가는 난리가 날 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조만간 길드원 전용 카페라도 하나 만들어야겠어. 그러면 내가 나타난다고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 테니까.’태운은 생각을 정리하고 자리에 앉았다.

    “오래 기다리셨나요?”

    “아뇨, 저도 도착한 지 얼마 안 됐습니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태운은 그에게 바로 서류를 보여주었다.

    “제가 생각하는 김일훈 헌터님의 계약금은 5년에 20억입니다.”

    “네… 네?”

    김일훈은 생각보다 높은 금액의 계약금을 듣고 당황한 것 같았다.

    태운은 그런 그의 표정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나이는 아직 23살… 앞으로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나이야.’게다가 사회생활 경험도 많지 않은 사람이다.

    사기를 치려면 못 칠 상도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 생각은 없지.’

    사기로 돈을 벌어 봐야 그 업보는 그대로 돌아오는 법이니까.

    “나머지 조건은 모두 길드 평균으로 맞춰드리겠습니다. 던전 수익금은 전체 수익의 10~20%를 수수료로 길드가 가져갈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N분의 1로 분배할 예정입니다. 또한 명운 길드는 던전 용품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모두 지원해드릴 생각이며 헌터들의 몸 관리 책임질 수 있는 메디컬 센터까지 차렸습니다. 등급과 상관없이 모든 헌터들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며 길드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런 혜택의 폭과 질은 좋아질 것입니다.”태운은 명운 길드의 장점과 미래에 대해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김일훈 헌터는 조금 당황한 것 같긴 했지만 굉장히 혹한 것도 같았다.

    “흠… 굉장히 좋네요… 고작 D급 헌터인 저에게 20억이라는 거금을 계약금으로 내놓으시고… 그런데 왜 저한테 이렇게까지….”5년에 20억이면 C급 헌터는 물론, 기간을 줄이고 금액을 조금 더 얹어서 B급 헌터와도 계약할 수 있는 금액이다.

    고작 D급 헌터에게 쓸 만한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일훈도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태운은 그를 납득시키기 위해 사탕발림이나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당신에게서 잠재력이 느껴지니까요.”

    “네…?”

    “일반계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각성, 각성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졸업 여행을 가기 위해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다가 걸려 억울하게 반년 동안 징역살이를 했죠. 징역을 살던 중 아버지가 빚을 지고 가족이 모두 다 같이….”

    “그만하세요!”

    김일훈은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게 무슨 상관이죠? 객기니 간절함이니 이딴 말 하실 거면 전 가보겠습니다.”“그런 거 아닙니다. 전 진심으로 당신의 잠재력을 본 겁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그는 제대로 된 헌터 교육도 받지 못한 상태로 단신의 힘으로만 D급 헌터까지 올라왔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잠재력을 증명할 수 있었다.

    교육을 받지 못한 헌터는 그 한계가 명확했고 재능이 특출나지 않은 대부분의 헌터들은 F급 E급 던전을 전전하며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다.

    교육받지 않은 E급의 헌터가 그 구렁텅이를 빠져나와 D급으로 올라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길일훈 헌터님은 스스로 성장 방향을 잘 잡으셨습니다.”김일훈의 전투 스타일은 빠른 손과 신속한 움직임이라는 특성과 스킬에 잘 맞는 전투 스타일인 검사다.

    “지금 검방 사용하시죠?”

    “네, 그렇습니다.”

    그는 지금 총 길이 80cm의 짧은 숏소드와 한 손 방패를 사용한다.

    전통적으로 많이 쓰인 전투 방식이다.

    ‘워낙 단순하고 위력적인 전투 방식이니까.’주로 검방이라고 불리는 이 무기는 막고 공격하는 단순한 패턴을 가지고 있지만 굉장히 강력한 위력을 보여준다.

    특히 생각 없이 돌격하는 D급 이하의 몬스터들에게는 더더욱.

    “검방… 굉장히 좋은 전투 방식입니다. 안정성도 있으며 위력적인 전술이죠. 그 방식 덕분에 E급에서 D급으로 올라오실 수 있으셨을지도 모르죠.”“부정할 수는 없네요. 제가 던전 안에서 항상 왼팔에 달고 다니는 방패가 제 목숨을 구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요.”김일훈은 어느새 진정하고 태운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태운은 그 이후로도 검방이라는 전술의 장점을 나열했다.

    하지만 그 이후 태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지금까지 말했던 것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김일훈 헌터님은 지금부터 방패를 버리셔야 합니다.”

    “네…?”

    “방패를 버리는 것, 그게 제가 김일훈 헌터님을 20억이라는 거금을 들여 스카웃하는 이유이자 조건입니다.”지금까지 검방의 장점만을 나열한 후 하는 말이 방패를 버려야 한다는 말이라니.

    김일훈은 이해할 수 없었다.

    “방패를 버리라니… 방패가 제 목숨을 살려준 적이 얼마나 많은 줄 아십니까?”

    “많겠죠. 엄청 많겠죠.”

    태운은 헥티르의 마정석을 흡수할 당시를 떠올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적을 상대할 때 방패가 굉장히 유용했었다.

    방패의 유용함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태운이었다.

    “하지만 버리셔야 합니다. 오히려 방패가 김일훈 헌터님의 앞길을 막고 있어요.”

    “그게 무슨….”

    “김일훈 헌터님의 스킬, 빠른 손… 그건 단순히 방패로 막고 찌를 때 빠르게 찌르기 위한 스킬아닙니다.”

    “그렇게 생각….”

    김일훈은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고 반박하려 했으나 자신의 전투를 되뇌어보니 할 말이 없어졌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뿐, 그렇게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신속한 움직임으로 민첩 스탯도 늘었고 몸을 움직일 때 굉장히 도움이 되어줬을 텐데 굳이 피하지 않고 방패로 막는 단단한 움직임을 사용할 이유도 없죠. 막는 것보다 피하는 편이 공격하기도 편하니까요.”

    “하지만….”

    “김일훈 헌터님을 탓하는 게 아닙니다. 좋은 스승이 있었다면 그 사실을 알려줬을 테고 더 좋은 방향으로 길을 일러주었을 테니까요.”

    “…….”

    태운은 모자와 마스크를 벗고 그에게 말했다.

    “제가 당신의 스승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어? 강태운이다!”

    태운이 마스크를 벗자마자 주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태운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진짜?”

    “진짜 강태운이다!”

    “팬이에요!”

    순식간에 카메라 소리로 뒤덮힌 카페 안.

    그 안에서 태운은 김일훈에게 말했다.

    “A급 헌터, 절대 쉽지 않겠지만 당신이라면 불가능할 것도 없습니다.”헌터된 이로서 A급 헌터를 동경하지 않는 이는 없다.

    태운도 그랬고 구찬영도 그랬으며 모든 헌터들이 그랬으니까.

    “하겠습니다.”

    그렇게 김일훈은 서류에 지장을 찍었고 태운은 그날로 10명의 유망주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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